로켓탄 노획 작전
이 시각, 지크프리트 4인조의 올라프와 로베르트는 1층에서 M1 바주카로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길목으로 소련군의 전차가 오면 창문을 통하여 M1 바주카를 발사하여 기동불가로 만들어야 했다. 오토가 와서 이들에게 사용법을 말해주고 설명했다.
"소련군의 차량이나 장갑차가 온다면, 저 모퉁이 쪽 건물 3층 창문에서 아군이 거울로 신호를 보내줄 것 입니다. 만약 T-34나 스탈린 전차 같은 중전차가 온다면 저 쪽 건물에서 거울을 통해 빛을 3번 반사시켜줄 겁니다. 이건 한 번도 안써봐서 화력은 모르겠지만, T-34를 상대로는 측면 장갑도 관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중전차가 올 경우에는 궤도를 노려서 기동 불가로 만드십시오."
오토는 불안한 표정으로 올라프와 로베르트를 바라보았다. 올라프, 로베르트 둘 다 훈장까지 받았음에도 지크프리트 4인조가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면 언제나 불안했다.
'뭐 잘하겠지?'
오토는 자신의 부대원들이 있는 도서관 건물로 돌아갔다. 사수 올라프는 1층 창문 쪽으로 오른쪽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우측 어깨에 M1 바주카를 올려놓았다. 부사수 로베르트가 탄을 장전하는 시늉을 했다.
"내가 이렇게 탄 장전하고, 접지하고, 네 철모를 두드리면 발사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로베르트는 올라프의 슈탈헬름을 퍽 쳤다.
퍽!!!
올라프는 엿 같다는 표정으로 로베르트를 쳐다보았지만, 로베르트는 신경쓰지 않았다.
"후폭풍 올 수 있으니까 뒤에 물건은 다 치웠고!"
올라프가 로베르트에게 말했다.
"자네가 사수 하는건 어떤가?"
로베르트가 M1 바주카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았다. 올라프가 탄을 장전하고 준비하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장전하고 내가 자네에게 신호를 보내면 되는거지?"
올라프는 로베르트의 철모를 퍽 쳤다.
퍽!!
"악!!! 왜 세게 쳐!!!"
"신호 보내는 거야!!"
"일부러 세게 쳤잖아!!"
"너도 세게 쳤잖아!!"
밖에서는 총 소리와 박격포 소리, 포격 소리가 뒤섞이고 있었다.
퍼엉!! 쿠궁!! 쿠구궁!!
따닥!! 따다닥!! 따다닥!!!
트드등 트드드등 트드드등
그리고 엄청난 소음 속에서 소련군의 전차 소리가 들렸다.
'이런 시발!!!'
'제발 여기 오지 말고 다른 쪽으로 가라!!!'
그 때, 독일군 보병이 점거한 다른 건물에서 거울을 통하여 이 쪽으로 신호를 보내주었다. 불빛은 세 번 반짝거렸다.
'젠장!! 중전차다!!!'
'준비해!!!'
올라프와 로베르트는 창문 옆에 엎드리고는 소련군의 T-34 전차가 접근해오기를 기다렸다.
트드등 트드드등 트드드드등
다른 건물에서 아군 보병들이 거울로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주었다. 5초 간격을 두고 3번 빛이 번쩍였다. 이건 T-34 전차가 보병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시발!!!'
'좆됐다!!!'
소련군의 T-34 전차가 여기저기 고폭탄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티잉!!
쿠과광!! 콰광!!
여기저기서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로베르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M1 바주카를 바라보았다.
'이거 발사는 되는거야?'
원래 전투 도중에 이유 없이 무기가 작동하지 않는 일이 흔했다. 특히 이런 신무기는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를 할 확률도 높았다. 만약 발사를 시도했는데 탄이 나가지 않는다면 위치만 노출되는 셈이고 기관총에 맞아 죽을 것이 분명했다.
T-34를 엄호하는 소련군 보병들은 인근 건물 담벼락 안쪽이나 1층 창문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있었다.
콰광!!! 쿠구궁!!!
원래 보병들은 적군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건물에 진입하거나 담벼락을 넘을 때마다 미리 수류탄을 까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소련군은 수류탄이 많았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곳에는 모조리 수류탄을 던지고 이동하고 있었다. 올라프가 탄이 들어있는 잡낭을 챙기고는 외쳤다.
"빨리 올라가!!!"
올라프, 로베르트는 3층으로 올라갔다.
'으아아아악!!!!'
그렇게 올라프와 로베르트는 3층 테라스에 엎드린 상태로 대기했다.
트드등 트드드드등 트드등
딱! 따악!! 따다닥!!!
이런 상황에 테라스 밖으로 고개 내밀었다간 총알 맞고 뒤기지 때문에 올라프와 로베르트는 소리를 통해서 소련군의 전차의 위치를 가늠해야 했다.
트등 트드등 트드드등
'으아아아아!!!!'
이제 소련군의 T-34는 건물 근처까지 온 상황이었다. 엄청난 용기로 로베르트는 바주카 발사 준비를 했다. 올라프가 장전을 하고 로베르트의 슈탈헬름을 친 다음 잽싸게 피했다.
퍽!!
그와 동시에 로베르트는 3층 테라스 난간 바깥 쪽으로 상체를 내민 다음, T-34의 상부 장갑을 향해 M1 바주카를 발사했다.
퍼엉!!!
바주카의 앞 뒤로 모두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3층 실내는 순식간에 연기에 휩쌓였고, 커튼이 엄청나게 크게 펄럭였다.
쿠과광!! 콰광!!!
T-34의 엔진 데크에 정확히 탄이 맞았고, T-34 내부에서 엄청난 화염이 솟구치며 포탑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로베르트는 바주카를 챙기고 올라프와 함께 건물 옥상으로 튀었다.
"튀어!!!!"
이렇게 로베르트, 올라프는 바주카를 이용하여 T-34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주요 길목에서도 독일군은 소련군의 전차를 격파하는데 성공했고, 이 격파된 전차들은 소련군의 전차가 더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 시각, 오토 또한 에밀 녀석과 함께 지하실에서 M1 바주카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지상쪽으로 난 창문을 통하여 오토는 T-34 전차가 오는 것을 확인했다.
'더 와라 더...'
T-34가 선회하여 궤도를 보여준다면 궤도를 향해 바주카를 발사해서 기동불가로 만들 수 있을 것 이었다. 하지만 T-34는 그 자리에서 선회하지 않고, 대로변을 향해 기관총과 고폭탄을 쏟아부었다.
드득 드드드득
쿠과광!! 콰광!!!
오토가 에밀에게 외쳤다.
"장전해!!!!!!"
에밀이 바주카를 장전하고 오토의 슈탈헬름을 쳤다. 그리고 오토는 지상으로 난 창문을 향해 M1 바주카를 겨누었다. 오토는 T-34의 전면 경사장갑이 아니라, 그 아랫 부분에 있는 비좁은 공간을 향해 조준했다.
티잉!!!
지하실이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찼고 여기저기 널려있던 먼지와 파편들이 부웅 떠올랐다. 오토가 발사한 로켓탄은 T-34의 주포를 으스러뜨렸다.
'좋았어!!'
그리고 T-34의 전면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득 드드드득
T-34의 전면 기관총이 발사한 총알들이 지하실 내로 쏟아졌다. 오토와 에밀은 엎드린 상태로 바주카와 로켓탄을 챙기고 계단 쪽으로 기어갔다.
"빨리 와!!!"
T-34는 보병들의 엄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소련군 보병들이 이 지하실로 달려와서 수류탄을 던질 것이 분명했다. 오토, 에밀은 계단을 통하여 건물 지붕까지 올라갔다.
"헥...헥..."
T-34의 기관총은 여전히 불을 뿜고 있었고, T-34를 따라오던 소련군 보병들 또한 이를 엄호하고 있었다. 오토가 에밀에게 외쳤다.
"다시 장전해!!!"
에밀이 로켓탄을 장전하고 오토의 대가리를 쳤다.
퍽!!!
'이 시발 놈이!!!'
오토는 T-34의 상부 장갑을 향해 바주카를 발사했다.
퍼엉!!!
쿠과과광!!!
T-34가 폭발하였고, 오토는 에밀과 함께 다른 건물의 옥상으로 슬라이딩해서 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렇게 만토이펠 대대는 소련군을 상대로 시가전에서 최대한 지연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주카 탄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다시 노획을 하러 가야 했다. 이번에 오토는 다시 소련군 출신의 바실리, 데니스, 핀란드인 비르타넨, 그리고 오스트리아계 폴스터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폴스터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오토에게 말했다.
"소대장님! 질문해도 되는지 허락받아도 될지 여뚜어도 될지 궁금해해도 되겠습니까?"
"뭔가?"
"저는 러시아어를 못하는데 소련군이 말을 걸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오토가 외쳤다.
"자넨 아르메니아에서 쭉 거주했던 아르메니아인 혼혈일세!"
폴스터 녀석은 자신이 오스트리아계이지만 완전한 독일인이라고 언제나 자부심과 독일 제국에 대한 애국심을 갖고 있던 녀석이었다.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이 폴스터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꼴 좋다!!'
오토는 자신이 이번에 침투조를 제대로 뽑은건가 우려했다. 솔직히 말해서 데니스와 비르타넨은 소련에 대한 증오심이 엄청났기에 어떤 사고를 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둘은 소련에 대한 증오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평소에도 친했다.
오토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이번엔 어떻게 위장하지?'
잠시 뒤, 폴스터와 비르타넨은 커다란 천을 이용해서 왼쪽 팔에 깁스를 한 것처럼 위장했다. 커다란 천으로 왼쪽 팔을 깁스한 것 처럼 고정한 다음, 이 천 안에 수류탄과 권총을 넣어두었다. 폴스터와 비르타넨은 걸어가는 척 하다가 권총을 꺼내보았다.
'가다가 들키면 이걸로 교전하면 되겠군!!!'
그리고 데니스는 다리에 붕대를 감은 다음 휠체어를 탔다. 돌아올때 바주카탄을 노획해서 이 휠체어 밑에 넣어서 오면 될 것 이었다. 바실리는 오토와 함께 위생병으로 위장했다. 오토가 말했다.
"자네는 의대 출신이니까 위생병 역할을 잘 할 수 있겠군!"
오토는 소품까지도 철저하게 챙겼다.
"놈들이 신분증을 달라고 해도 겁먹을 필요 없네. 소련군 병사들 대다수가 신분증을 지급받지 않고 싸우니, 입대할때 신분증을 못 받았다고 하면 되네. 다들 이걸 가져가게."
오토는 여태까지 소련군에게서 노획했던 가족의 편지(러시아어로 쓴), 마호르카 담배, 러시아 시가, 여자친구의 편지(러시아어로 쓴) 등을 분배했다. 이 물건들을 갖고 있으면 NKVD의 검문을 받아도 덜 의심 받을 것 이었다. 비르타넨은 자신이 받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 사진에는 러시아 여인과 갓난아기가 있었다. 아마 소련군 포로의 아내와 자식일 것 이었다. 비르타넨이 이 사진을 데니스에게 보여주며 낄낄거렸다.
"이 새끼 존나 못생겼다!"
바실리는 비르타넨과 데니스에게 열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토 또한 비르타넨에게 굳이 뭐라고 하지 않고 침투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무기를 노획하는 것 이다! 1순위로 노획해야하는 것은 M1 바주카의 탄이다! 그 다음으로 노획해야하는 것은 소련군 기관총 DP-28의 원반형 회전탄창이다! 지금 우리 부대에서는 DP-28을 세 정 운용하고 있다. 그러니 기관총 탄창을 노획해오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이다! 가능하면 수류탄이나 의약품도 노획한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골목을 통하여 소련군 점령 구역으로 가기 시작했다. 위생병으로 위장한 바실리가 데니스의 휠체어를 밀었다.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 때, 놀랍게도 소련군 점령 구역에서 독일군 복장을 입은 녀석들이 나타났다.
오토는 이 녀석들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저 쪽에서 나온거지? 정찰병인가?'
어쨋거나 녀석들한테 소련군으로 오인받으면 곤란했기 때문에 오토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 독일군 복장을 입은 녀석들도 오토 일행에게 손을 흔들었다. 참고로 이 독일군 복장을 입은 녀석들은 독일군으로 위장한 소련군이었다. 소련군들은 오토 일행이 자신과 같은 소련군이라 생각했다.
'부상당했나본데 왜 저 쪽에서 오는거지?'
'전투하다가 부상 당하고 구조되는 모양이군!!'
그렇게 오토 일행은 소련군과 마주쳤지만 아무 교전도 없이 무사히 소련군 진영에 도착했다. 휠체어에 앉은 데니스는 유심히 주위를 살폈다. 참고로 데니스는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있었고, 그 담요 속에는 권총이 있었다. 바실리가 데니스에게 속삭였다.
"아픈 척이라도 하게!"
폴스터와 비르타넨은 필사적으로 아픈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폴스터는 러시아어를 못했기에 특히나 더 긴장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아픈 표정을 지으며 깁스를 한 것처럼 위장한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비르타넨은 팔이 엄청나게 간지러웠다. 부목을 한 것처럼 위장만 한 것이기 때문에 팔을 쓰윽 빼고 한번이라도 긁으면 시원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길거리에는 보는 눈이 많았기에 팔을 긁을 수도 없었다. 비르타넨이 오토에게 말했다.
"잠시 볼 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비르타넨은 골목에 들어가서 자신의 팔을 빼낸 다음 실컷 긁고는 다시 깁스를 한 것처럼 천 속으로 팔을 넣고 돌아왔다. 오토가 열받은 표정으로 비르타넨을 바라보았다.
'죽고 싶어 환장했냐!!!'
비르타넨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가려운 것을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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