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정
프랑스에서 군사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샤를 예거는 주말을 맞아서 친구 에릭과 함께 번화가로 외출을 했다. 그 때, 반독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알자스 로렌을 되찾자!!]
[프랑스에게 영광을!!]
샤를과 에릭 또한 신나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샤를이 말했다.
"유니폼만 안 입고 있었으면 나도 같이 하는건데!"
에릭이 말했다.
"근데 극동전선에서 일본이랑 소련 싸우는건 어떻게 되는거냐?"
샤를이 말했다.
"일본이 여태까지 버틴 것만해도 운이 좋았던거지! 빨리 휴전하는게 일본한테는 좋을걸세!"
"아직까지는 일본측 피해가 적었다던데?"
"그건 소련 새끼들이 기열 찐빠라서 잘 못 싸운거지! 하지만 체급 차이가 있으니 별 수 없을걸세!"
1940년 10월, 조선인 장교 한병태는 극동 전선에서 동료들과 함께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병태는 조선인 동료 황룡, 군사학교 시절 후배 황영수, 일본인 동료 켄타, 히로, 하루토, 타이세이와 함께 장교 대피소에 널부러졌다.
병태는 흰색 위문품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캬라멜을 꺼내어 먹었다.
'이것도 마지막이네...'
이 흰색 위문품 주머니는 조선과 일본의 가정마다 모두 한 자루씩 배부되었다. 그리고 이 위문품 주머니를 받은 가정에서는 의무적으로 특정 일본 제과회사의 제품을 구입해서 채워넣어야 했다. 이 지정된 간식들의 가격이 비쌌기에 각 가정에서 이 위문품 주머니를 채워넣는 것도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것 이다.
병태는 위문품 주머니에서 나온 편지를 읽어보았다.
[소련으로부터 이 땅을 지켜주세요]
비뚤비뚤한 한글이 적혀있는 이 편지는 조선인 아이가 썼을 것이 분명했다. 병태는 위문품 주머니는 버리고 이 편지는 주머니 속에 챙겨두었다. 주머니 속에는 가족과 아사코가 보내온 편지들도 있었다. 참고로 일본인 아내 아사코는 병태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꼭 살아돌아오세요. 그리고 소련군에는 자비를 베풀지 마세요.]
병태의 군사학교 시절 후배인 황영수 또한 마지막 남은 양갱을 먹고 있었다.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초반에 한병태는 우수한 전술로 소련군을 포위 섬멸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련군의 장비는 제조 기술, 자잘한 부품 하나하나까지 일본군에 비해 우수했다. 비록 독일로부터 전차의 설계도를 받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제조 기술에서 일본은 분명한 약세를 띄고 있었다.
황룡 녀석은 완전히 눈이 맛간 상태로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목숨은 천황 폐하의 것이다...천황 폐하를 위해 전장에서 산화하는 것이 최고의 명예이다...일본 제국군의 정신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병태는 황룡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폭주할까봐 냅두었다. 참고로 병태의 군사학교 동기인 타이세이 녀석도 애국심이 과해서 군사학교 시절 걸핏하면 "야스쿠니 신사에 묻힐 것 이다" 를 지껄이곤 했었다. 하지만 타이세이도 지금은 입을 닥치고 있었다.
다들 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빨리 휴전 협상이 되어야 한다!'
'계속 싸우다간 진짜 다 죽는다!!'
병태와 동료들이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독일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 혹은 휴전 협상.
히로가 중얼거렸다.
"모스크바는 어떻게 되고 있는거지?"
한병태가 말했다.
"특별한 소식이 없으니 전황이 고착된 것이 분명하네. 올해 4월부터 싸웠으니 독일, 소련 양쪽 모두 한 방의 펀치를 날릴 여력조차 없겠지. 소련이 병력 동원력과 공업 생산력이 좋으니 한 달 내에 소련 쪽이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네."
하루토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시발..."
타이세이가 말했다.
"독일 놈들은 나약하기 짝이 없군..."
그 날, 하시모토 장군이 병태가 있는 구역으로 시찰을 하러 왔고,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병태는 각 잡힌 자세로 구석에 앉았다. 식사로는 야채로 만든 반찬이 나왔다. 하지만 하시모토 장군은 반찬을 몇 점 먹어본 다음 얼굴을 찌푸렸다. 하시모토 장군은 포악하기로 유명했기에 병태와 동료들은 잔뜩 긴장했다.
'맛이 없나?'
하시모토 장군이 말했다.
"고기가 하나도 없나?"
"죄송합니다! 현재 보급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것 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시모토 장군이 말했다.
"거 이번에 소련군 포로 잡은거 있지 않나?"
'???'
"신선한 부위로 가져오게."
한 시간 뒤, 소련군의 간과 허벅지 부위가 접시 위에 가득 올려져서 나왔다. 병태는 등줄기와 손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병태도 3주 전에 말의 내장을 먹은 이후로는 고기를 전혀 먹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고기를 먹는다니 이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하시모토 장군은 소련군의 인육을 입 안에 넣고 음미해보았다.
"질기기는 하지만 별미군!!! 다들 한 점씩 들게!!!"
결국 다들 한 점씩 이 인육을 먹어야 했다. 하시모토 장군은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다. 병태도 젓가락으로 인육을 한 점 집었다.
30분 뒤, 식사가 끝나고 장교 대피소 밖으로 걸어나왔다. 병태는 인근 참호로 가서 자신이 먹은 것을 모조리 게워냈다.
"우웩!!! 우웨웩!!!!"
하시모토 장군은 이 고기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 날 저녁 하시모토 장군은 다시 고기를 맛보기를 원했다. 병태는 굳은 표정으로 소련군 포로가 자신이 들어갈 무덤을 파는 것을 바라보았다. 소련군이 무덤을 다 파자, 일본군은 소련군 포로를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혀두고 하얀 천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일본군은 군도를 꺼내어 소련군의 목을 베었다.
"흐랏차!!!!"
부대 최고의 취사병은 소련군의 간과 허벅지 고기를 잘라낸 다음, 야채와 간장, 소금으로 요리를 하였고 이 진수성찬은 오늘도 식탁에 올라오게 되었다. 하시모토 장군은 저녁 식사에 다시 소련군의 간과 허벅지를 한 점씩 맛보았다.
"맛은 있는데 확실히 질기군!! 여성 포로는 없나?"
다행히 하시모토 장군은 저녁을 먹고 바로 떠났다. 병태는 장교 대피소로 돌아갔다.
'이런 시발!!!'
병태는 포로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포로들을 먹여살릴 식량도 없었고, 이들을 감시할 병력도 부족했다.
소련군 포로들은 모두 자신이 들어갈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다 판 소련군 포로들은 모두 구덩이 앞에 무릎을 꿇은 상태로 대기했다.
"으아아...으아아아아..."
일본군은 AVS-36을 이용해서 소련군 포로들을 모두 처형했다.
탕! 탕! 탕! 탕! 탕!
소련군 포로들이 모두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고, 일본군은 삽을 이용해서 그 시체들을 묻었다. 병태는 장교들을 불러놓고 연설을 시작했다.
"소련군 포로를 한 명이라도 살려두면 이들은 두 달 뒤에 일본 제국에 크나큰 위협이 될 것 이다!! 앞으로 소련군 포로는 없다!!"
그리고 1940년 11월 11일, 소련과 일본이 휴전 협정을 체결하게 되었다. 병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장교 대피 참호에 주저앉았다. 병사들 모두 휴전 협정 체결 소식에 환호했다.
"우오!!!"
"드디어 끝났다!!!"
황영수 또한 기뻐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한병태가 말했다.
"끝난게 아닐세. 소련은 근시일 내에 일본 제국에 크나큰 안보적 위협이 될걸세."
'그 위협은 일본 본토가 아닌 한반도가 먼저 맞닥뜨리게 될 것 이다...'
그리고 독일 구데리안 기갑군 사령부에서 한스 또한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많이 버텼군...'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장성들은 다들 암담한 표정이었다. 지금 독일군은 모스크바 남쪽 일부 지역을 점령하는 것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젠 라스푸티차가 끝나서 땅이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독일군 소련군 양쪽 다 서로에게 결정적인 펀치를 날릴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한스는 소련군의 사단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우리 쪽 정보가 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한스는 프란츠를 데리고 현재 2기갑군의 임시 사령부의 회의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런 저런 회의를 한 다음, 프란츠에게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3기갑군 사령부로 시찰을 갈테니 준비하게."
한 장교가 말했다.
"오토바이 부대로 경호를 붙여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소. 37구역 비행장으로 간 다음 슈토르히를 타고 직접 비행해서 갈 것 이오."
"임시 비행장으로 가는 국도에 파르티잔들이 출몰합니다. 오토바이 부대로 경호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스가 뭔가 부자연스러운 말투의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탄약과 물품을 운반하느라 롤반에서는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소! 오토바이 부대의 경호를 받으면 일정이 지체될 것 이오!"
그렇게 한스는 프란츠와 함께 사령부 건물 밖으로 나간 다음, 다그마가 운전하는 퀴벨바겐에 탑승했다. 프란츠가 다그마에게 말했다.
"37구역 임시 비행장으로 갈걸세."
한스가 말했다.
"비행장으로 가는 것이 아닐세."
한스는 다그마에게 인근 지도를 내밀었다.
"37구역 임시 비행장으로 가는 롤반에 가는척 하다가 여기 위치한 사거리서 좌회전해서 여기 군 사령부로 간다."
그렇게 한스는 자신의 부관 프란츠, 다그마와 함께 다른 사령부로 이동했다. 그 날, 한스는 구데리안 임시 사령부에서 37구역 비행장으로 가는 롤반에 파르티잔이 출몰하지 않았는지 확인했지만 그런 보고는 없었다.
"정말 파르티잔이 출몰하지 않았나?"
아까 전, 한스는 2기갑군 사령부 회의실에서 일부러 거짓 시찰 정보를 흘리고, 그 시찰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 이었다. 만약 그 사령부 회의실에 장교들 중에 첩자가 있다면, 한스 파이퍼의 시찰 정보는 소련에게 흘러들어갔을 것 이고, 한스 파이퍼를 암살하기 위하여 파르티잔이 출몰했을 것 이라고 한스는 판단했던 것 이다.
이 광경을 보고 프란츠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어설픈 연기에 도대체 누가 속냐!!!'
한스는 멋쩍은 표정으로 프란츠에게 말했다.
"내일 2기갑군 사령부로 돌아간다."
그 때, 한스의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번뜩였다.
'호...혹시?'
한스는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그로부터 두 시간 뒤, 2기갑군 사령부에서는 아프베어 요원들이 아까 전 회의실에 있었던 장교의 방을 수색하고 있었다. 한스 파이퍼는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오후 2시 20분, 37구역 비행장에서 3기갑군 사령부로 비행하는 항로에 소련군 항공기 편대가 출몰했다! 이건 내가 슈토르히를 타고 3기갑군 사령부로 비행할 것 이라는 것을 소련 공군 쪽에서 알고 있었다는 것 이다. 저들 중에 분명히 스파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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