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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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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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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백(5)

DUMMY

저 다니엘은 이블린 경이 혼수상태에서 내뱉는 잠꼬대의 함의(含意)를 나름 열심히 해석 중입니다.

그자의 횡설수설(橫說竪說) 속 ‘knee(무릎)’ 내지는 ‘kneel(무릎을 꿇다)’라는 단어가 요즘 한국에서 왜 이리 쟁점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네요.

암튼 KNEEL이 굴복만을 의미하진 않죠.

좋게 해석해서 기도하기 위한 숭고한 절차일 수도 있잖아요.

글구 말이에요.


이왕지사 말이 나온 참에 우리 함께 이블린 경의 증조부가 복무했다는 블랙앤드탠(Black and Tans)에 잠시 꽂혀보시죠.

왜냐하면 말이죠. 금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길.

“내 친척인 아일랜드 전 럭비선수가 ‘Black and Tans’를 때려눕혔어.”라고 했거든요. 이에 백악관은 즉각적으로 ‘블랙앤드탠’이 아니라 ‘올 블랙스’라는 뉴질랜드 럭비팀 별칭을 대통령이 착각한 거라고 해명했죠.

설∽마? 고령으로 인한 단순 실수였을까요.

그만큼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DNA 속엔 1919년-21년간에 벌어진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블랙앤드탠에 대해 몸서리치는 증오가 도사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런데 웬걸요.

바이든의 정치적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도 미국 내 아일랜드계에게 여봐란듯이 최근 모계혈통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지요.

예전에도 한차례 언급한 기억이 나지만.

2번 증류하는 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 대(對) 3번 증류시키는 아이리쉬(Irish) 위스키의 한판 대결이라고나 할까요?

문뜩 지중해에서 벌어진 IRA(Irish Republic Army) 출신 테러리스트들과의 해상 난투극이 떠오르네요. 【전백(湔白)下 참조】


여하하든지 간에 대한민국은 바이든 각하가 꼭 들으시라며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를 생뚱맞게 인용하는가 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에요.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북아에서 벌어질 일들은 어떨지 매우 궁금해요.

또한 혹여 미국이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근래 아프가니스탄에서와 유사하게 우크라이나에서도 발을 빼는 건 아닐까요.

그럼 우린? 이러나저러나 너무 뻘쭘해질 터인데.

다만 대한민국이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상당한 원조를 했단 건 대부분 국민들이 모르더라만.

우크라이나엔 또 얼마나 건네줘야 하는 건가요?

이쯤에서 해골 복잡한 예기를 그만할게요.


어라! 어느새 제 뒤에는 친구 미사엘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네요.

저의 연락을 받고는 바로 런던에서 부리나케 달려왔대요.

그만큼 영국 정보기관 MI6로서는 전직 요원이었던 이블린 경의 소재파악이 급했나 봅니다.

미사엘이 평소 시니컬한 성격답게 그새를 못 참고 한마디 하네요.

“내가 비록 일본계 영국인이지만 아일랜드 출신들은 나이키가 스니커즈 브랜드를 ‘블랙앤드탠’이라고 작명했을 때는 물론이고 맥도널드가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e)’라는 ‘1+1 행사’를 하자, ‘피의 일요일’이라며 발광(發狂)을 했잖아.

‘블랙앤드탠’은 단순히 애견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쥐 잡은 소형견이나 애주가만이 인지하는 혼합 맥주(아일랜드 흑맥주+갈색의 에일 맥주)가 아니거든.

거 봐!

바이든은 우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살아생전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

무례하게도 선글라스까지 쓴 채로 말이야.

이는 ‘영국 왕실에 절대로 ’knee’ 꿇지 말라.’라는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지.

하긴 여왕 서거 당시 ‘Bog hopper(아일랜드인을 지칭하는 속어)’들이 도로 위에서 경적을 울리며 환호성을 친 거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다니엘.

웬걸, 시방 아일랜드의 1인당 GDP(10만 2217달러)가 우리 영국(4만 7317달러)의 2.16배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간에, 조선이 미국에 좀 더 격조 높은 아부를 할라치면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John Field)가 창시한 녹턴(Nocturne-야상곡) 정도는 피아노 연주했어야지.

아님 세계적인 가타리스트 게리무어(Gary Moore)의 곡이라도!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e)의 ‘En attendant Godot(고도를 기다리며)’의 희곡 대사 정도는 나와 줘야 하는 게 아냐?

너무 어렵다고?

어차피 너희 나라에서 돌아가는 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투성이니까.

근데 내가 뭐라 떠들어댔지?

Oh my gosh(깜짝이야) 저것 좀 봐!

이블린 경이 또다시 떠들고 있어!”


정말이네요. 이불린 경이 악몽을 꾸듯이 두려움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노래와 더불어 잠꼬대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요.

“악! Somebody’s Watching Me! Tell me who’s watching? I always feel like somebody’s watching me And I have no privacy Tell me, is it just a dream?

저기 날 지켜보는 눈과 쫑긋한 귀를 가진 벽을 좀 봐!

혹시 일본 귀신인 ‘누리카베(塗壁)’가 아니더냐?

내가 이 나라에 온 이유로 말하자면,

커튼 뒤에 계시는 오트 피낭스(haute finance) 여사께서 여기 극동(極東)이 2026년경 파멸의 구렁텅이가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셔서 야.

‘status quo(현재 상태)’가 심상치 않다면서 그동안 제 역할을 톡톡히 하던 ‘Satanic mill(사탄의 맷돌)’을 stop 시키란 명령이셔.

어서 묻어둔 돈들도 회수하라고 하셨어.

Sons of Basement!

여사님은 오늘날 선악을 공유하는 Abraxas(아브락사스)이시거든.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한국엔 벌써부터 ‘common kettle(한 솥)’ 밥 먹는 유령들이 겨울궁전을 향해 야단법석 행진을 시작했다는 거야.

그들은 지난번 ‘RED SEOUL’ 당시 Progress(진보)의 잔에 독주(毒酒)를 부어 마신 인민들이건만.

정말 저기 멀리서 ‘élan vital(생의 약동)’ 소리가 들려오리라.

그리한즉 과거 독일처럼 ‘자유군단’이나 오스트리아의 ‘향토방위단’, 아니면 핀란드의 ‘라포 운동’이라고 일으켜 폭동을 막으라고 하시는구나.

이러다 이 땅의 경우에는 제갈량이 꿈꿨다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아니라 로마제정 말기에 벌어졌던 「Tetrarchy〈사분(四分 통치〉」가 여기서 재연되는 건 아닐까.

이미 섞여서는 안 되거니와 화합할 수도 없는 알나리깔나리 민족의 가슴 저미는 세포분열이여!”


여기서 잠시 미사엘이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감탄하면서 말하길.

“하하. 이거 뭐지?

나의 MI6 대선배님께선 지금 사경을 헤매면서도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을 두려워하시는군.

일본 전통 귀신까지 소환하시면서 말야.

저분이 꿈속에서 비유하는 시대적 배경은 말이지.

어쩌면 사라예보(Sarajevo)에서 울린 총성을 신호탄으로 몰락의 길로 걸어 들어간 합스부르크 왕가나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잠시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붉은 빈(red Viena)’을 상징하는 게 아니무니까?

MI6에서 동북아시아 통으로 분류되는 나 미사엘이 판단컨대 여기 한국 방방곡곡은 이미 내 조상들의 고향인 일본 전설에나 나올 법한 백귀야행(百鬼夜行)이 시작되었잖아.

저기 다크 판타지(dark fantasy)를 다시 개국(開國)하려는 광장에 시위대를 보라고. 이를테면 등(燈) 속에 촛불을 숨긴 등불귀신 ‘쵸친오바케(提燈お化け)’들 하며,

하물며 바다에서 배를 침몰시키는 ‘우미보즈(海坊主)’가 다시 나타나다니요?

이밖에 거짓말을 퍼뜨리는 카라카사(唐傘-외눈 우산 귀신),

아이의 혼을 빼가는 ‘갓 파’가 선생님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선량한 시민을 대상으로 재앙만을 예언하는 지식인과 같은 ‘쿠단(件獸)’,

집안을 파산시키는 빈보오가미(貧乏神-가난뱅이 신)는 어떻고.

거기다 쌍으로 붙어서 움직이는 폭력집단인 ‘테나가아시나가(手長足長)’,

그리고 정권을 우롱하는 개그맨 귀신인 ‘효스베(ひょうすべ)’도 빠질 순 없지.

그러엄!

저게 바로 듣기만 했던, 때만 되면 나타난다는 전설의 ‘열사(烈士) 정국’이무니까?

그중에서도 무엇보다도 저들의 총대장인 보일까 말까 ‘누라리횬(滑瓢)’이 아직도 자기 정권인 양 뻔뻔하게 자릴 차지하고 있잖아.

이 나란 도무지 바뀐 게 업스무니다.

이 모든 게 다 ‘바다도 핵에 젖는다.’로 발진했기 때문이 아니무니까.

내가 한국의 보수성향 지식인의 책제목을 한번 패러디해 봤어.

어때 재밌지?”


이때 마침 뜬금없이 입원실로 들어오는 우리의 친구 아사랴의 외침!

“brothers in arms(전우들이여)!

두 친구가 이러한 장소에서 함께 담론을 나누고 있다니 어찌함이니이까?

저분이 그 유명하다는 이블린 경이시던가?

우리 캐나다 정보기관인 보안정보국(CSIS)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지.

듣자하니 현재는 공직을 은퇴 후 현대판 ‘East India Company(동인도회사)’에 몸담고 있다고 하더군.

저런 빌어먹을 꼴 하군!

이참에 한 마디 할까?

마치 한국의 녹봉 받던 판검사나 고위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을 위해 열심을 다하는 것처럼 말이지. 하∽하.

다만 미사엘이 기괴하게 묘사한 시위대가 이블린 경의 걱정처럼 ‘Great Mutiny(대규모 반란)’으로 욱일승천할 가능성을 아마도 희박할걸.

제 아무리 환각상태에서 ‘Ghost Dance(유령 춤)’를 집단적으로 춰도 그래.

설령 지금 남한 정부가 안으론 ‘공안정국’에다가 밖으론 ‘사대매국’일지언정.

소위 말하는 ‘Proletarian revolution(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적어도 지정학적 요충지인 여기에선 일어나지 않는단 뜻이지.

‘Proletarian’의 로마시대 어원이 새끼만 잔뜩 낳는 빌어먹는 거지란 뜻이잖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놓고 따져 보더라도 지난 좌파 ‘개량정권’에서 인민이 염원하는 자산재분배는커녕 부동산 가격만 잔뜩 올려놓고 양극화만 심화시켰으니까.

그 결과는 새끼 낳기를 거부하는 세계 최대 저출산 국가로 전락했으므로 이것이야말로 언감생심(焉感生心)이 아닌가.

이쯤 해두자.”


저 다니엘이 요즘 너무 사람을 의심하는 걸까요.

아사랴는 이렇게 내 조국에 대해 아무 말이나 막하면서도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선 뭔가를 탐색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마치 이블린 경이 회복되면 자신에게 큰일이나 날것처럼.

내가 보기에 오늘따라 그는 캐나다 정보기관 요원이 아니라 고향 땅 남태평양 키리바시(Kiribati) 출신으로 제국주의 서방세계에 대해 원초적인 불만을 포지한 식민지 해방 전사쯤으로 보이는군요.

뼈 때리는 농담을 곰곰이 분석한 결과, 뭔가 그의 사상에 음울한 변화가 있었음이 분명해졌어요.

그리고 저와 미사엘이 여기 있단 걸 어찌 알고 왔을까요?

문뜩 오함마로 한방 맞은 것과 같은 이블린 경의 안면을 보는 순간 흡사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원전이 떠올라요.

이블린 경을 경호하던 한국인들이 모두 벼락이나 맞은 모양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니까요.

혹시나 아사랴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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