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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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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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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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2)

DUMMY


‘Miss KODAK’은 몇 차례 치고받고를 통해 시백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음을 감지한 듯했소.

이윽고 정규군 소속이었던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게릴라 수준에 불과했던 인간 사냥꾼에 대한 반격에 나섰단 말이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실전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시백의 저항은 불과 채 십여 합(合)도 못 넘고 제압되었단 뜻이라오.

아무리 목표물을 향해 찌르기를 수십 차례나 시도했을지언정 빈틈이 전혀 없자, 당황한 나머지 도살용 칼을 허공에 무지막지하게 휘둘러 공포심을 주려했소만.

이는 마치 겁먹은 개가 정작 물어뜯지도 못하면서 짖기만 하는 행동이랄까?

정말로 답답하기 그지없었소.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이냐.


이에 반해, 사뭇 레벨이 다른 그녀는 외려 상반신을 약간 뒤로 기울여 가뿐히 공갈 모션에 불과한 칼을 피했소.

더더욱 가관인 것은 일명 프런트 킥으로 간단하게 낭심을 가격하는 게 아니겠소.

아니나 다를까.

결국 놈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 칼을 떨구더이다.

특히나 시백은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음에도 녹색 옷으로 코디를 했으며 머리통을 몸속으로 집어넣어 잔뜩 위축된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니 칼 맞은 닌자 거북이가 따로 없더라니까.

이게 뭐람.

방금 거세된 수탉인 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선지 남조선에 거세된 정치세력이 즐비하구나, 야.


쯧쯧, 아무리 최대 위기에 처했을지언정 자신의 무기에 대한 존경도 책임감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은 싸움이로구나.

제아무리 그동안 죄 없는 선남선녀(善男善女)와 지극히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무참히 살육한 인간 백정일지라도 정규군에겐 안 되는 건 안 되는 법!


결론적으로 말해, 코닥은 그 옛날 코자크 기마민족의 후손답게 강인했소.

추억의 영화 ‘대장 부리바(TARAS BULBA)’에 나오는 기마 용병을 말하는 게요.

나 백사는 실제로 내 고향 함경도 아바이들로부터 조선 말기 두만강까지 넘어와 교역을 하던 우크라이나 코자크 얘기를 들은 적이 있소이다.

암튼! 이리하여 바로 저 위대한 코닥 양은 군용 칼 ‘Ari B’Lialh’을 거꾸로 뒤집힌 칼집에 소중하게 되돌려 넣었는데. 이어서 대신 시백의 개 도살용 칼을 쥐고는 사냥꾼에게 다가가는 게 아닌가.

자못 의미심장한 표정까지 지은 채 그러하더이다. 으스스하게 어쩌자고?

그랬다오.

잔인무도한 코닥은 아직까지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진승의 머리를 바닥에 눌러놓고는 목을 아예 잘라 버리려는 동작을 취했소이다.

뭔가 분노에 휩싸인 표정으로 말이오.

이를 어찌할꼬. 내가 아끼는 히키코모리 성향의 연쇄 살인마 부하여!


이는 여류 화가 젠틸레스키가 그렸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따는 유디트〉의 장면과 유사하지 뭐겠소.

추측컨대 미스 코닥도 러시아군의 포로로 있으면서 여류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같이 몹쓸 짓을 당했으리라.

그리고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얼핏 보아도 히스패닉 계통으로 보이는 여인이 코닥 뒤에서 시백의 몸통을 마구 누르고 있었다오.

멀리서 관망하던 나 백사에게까지 그녀의 성난 체취와 더불어 장미 향수가 섞인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그녀는 심지어 입고 있던 옷까지도 코닥과 똑같이 흰색이었고 억센 팔뚝에는 문신까지 있었다니까.

저것이 바로 ‘Niños en cruz(십자가를 들고 있는 아이들)’라는 것일까?

보시오. 목에는 비늘이 줄줄이 이어지고 미세한 루비 눈깔이 박힌 작은 황금 물고기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잖소.

대강 짐작으로 백 년도 넘은 것으로 보이던데.

힘깨나 쓰는 몸통을 보아하니 넌 ‘comilona(여자 대식가)’가 틀림없으렷다.


여하튼 중남미 여성으로 추정되는 거무접접한 여인네는 시백에게 ‘까르니세로(Carnicero-백정)’라고 칭하곤 “이건 악마의 냄새예요.”라고 부르짖으며 욕까지 해대더군.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다양한 언어에 능한 복화술사(複話術師)라는 걸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하나 더!

이뿐만이 아니라오.

외국인이 많다는 이태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흰옷 파카 잠바를 입은 휴가 나온 세 흑인 병사들까지 가세해 시백을 제압하려 하다니.

평택 미군기지에서 이태원까지 올라와 파트너를 찾다가 외국 여성 두 명과 조선 놈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이기는 편에 붙었던 것이라오.

욕정 반 흥미 반?

떡 본 김에 제사나 지내려는 심보랄까?

누가 모를까 보냐! 먹이를 찾아다니는 여의도의 하이에나 무리인 양 말이오.


놈들은 모두 다 번쩍이는 흰 구두를 신고 있는데 그중 한 놈은 아주 까만 편인 데다 동양인보다도 작구나, 야.

그리하여 달빛 아래 벌어진 기괴한 광경으로 말하자면, 오래전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에서 본 장면이었소이다.

녹색 환자복을 입은 가짜 광인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흰옷 입은 간호사와 보조원들 말이오.

그러고 보니, 여기 남조선 정부가 겁 대가리를 상실한 채 흰옷 입은 제사장들을 제압하려 하다니.

그러다 자칫 전두엽 절제 수술을 당해 백치(白癡)가 된다. 야.


그랬소.

고작 뻐꾸기 한 마리를 놓고도 동 슬라브족 계통은 ‘쿠쿠쉬카(뻐꾸기-저격수)’로 멋지게 표현하는데 반해 양키들은 정신병원을 암시하는 ‘Cuckoo’s Nest‘로 표현했던 것이었소.

이윽고 시백의 목이 버둥질 치던 몸통에서 분리되려는 순간!

이는 마치 지난 좌파정권에서 애써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모질게 잘라내려 했던 것처럼.

난 정의롭고 자유롭게 외쳤소.

“그는 미쳤소!”라고.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나 백사가 청동 뱀으로 변신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오.

유식한 말로 Nwhushtan(놋뱀)이라더군.

난 과거 북조선에서 배운 짧은 러시아말을 섞어가며, 조카가 정신병이 있어서 큰 실수를 했으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말했소.

저놈이 EST(electroshock therapy-전기충격요법) 치료를 받던 중 탈출했다고.

곧이어 정신병원 관계자들과 경찰이 하얀색 구급차와 빽차(경찰차)를 타고 와서 데려갈 것이라는 위협적인 설명까지 해가면서.

그러자 그녀는 놀라는 표정을 통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Brain Burning?”라고 하더군.

더군다나 최근 배운 한국말과 영어까지 쓰면서, “여기 사람들 온통 mass psychosis(집단 정신병) 상태라고. 사우스 코리아 선거판이 뇌를 지지듯 불타오르네!”라고 하더이다.

다행히 코닥은 지금 난리법석 상황에서 횡설수설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예전에 이블린 경이 입원했던 병원에서 벌어진 요란법석 전투에서 우리와 서로 만났음을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듯하오. 【갱백(更白) 中 참조】

그녀 눈엔 조선인은 다 피자와 같이 비슷하게 생겨서 그랬을 것이오.

이에 비해, 난 그녀가 남긴 한 마디가 여태껏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오.

이렇게.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코닥은 잠시 생각하다 외국인 신분이어서 괜히 사건에 휘말려 곤란해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얼른 미친놈을 데리고 꺼지라고 하더이다.


시백이도 특수훈련을 받은 코닥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함을 깨달았는지 허리를 연신 구십 도로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오.

하늘도 그의 비굴함을 경멸한 것일까?

어둠 속에서 추적추적 비가 섞인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소.

그런데 코닥의 눈을 마주하기는커녕 땅만을 쳐다보는 시백의 옆면 표정이 영 수상한걸.

그건 ‘아싸! 때가 왔다!’라는 묘한 환희의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놈은 코닥이 방심한 틈을 타 바짓가랑이 속에 숨겨둔 꼬챙이처럼 보이는 예리한 칼로 들입다 찌르는 게 아니겠소.

그것도 정확히 배꼽 밑을 노려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불임 여성을 만들려 하다니!

오! 멋져라.

저건 바로 ‘숨겨진 검, 오니노츠메(隱し劍, 鬼の爪)’?

역시나 시백은 뒤끝 강렬한 남조선 제일 검이었소.

그러니 남조선 인간들아 영혼이 일도 없으면서도 구십 도로 인사하는 놈들을 조심하라잖아.

어차피 인사하는 데는 돈도 안 들어가니, 거짓말과 위선적 인간들이 뭔들 못 하겠소.

시백은 비록 검술 실력에서 열세일망정 정정당당하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악한 함정을 파놓았단 것이었으니.


그리고 코닥아!

너는 아무리 서양 년이라지만 ‘저승사자 걸음소린 들리지 않는다.’라는 동양의 진리를 진정 몰랐더냐?

시백이 필살기로 사용한 저 단창(短槍)이야말로 성경 여호수아에 나오는 복병(伏兵)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

남조선 선거판이 그야말로 온통 매복해 기회를 엿보는 복병 투성이로구나.

허나 정권을 잉태하지 못하는 불임세력들이여!

너희들에겐 결단코 가브리엘 대천사께서 수태를 알려주지 않는다더라.


여기서 잠깐.

어라! 겉으론 신사도를 발휘해 광인으로부터 여성을 도우려던 흑인 병사들은 혼비백산해서 줄행랑을 치는 게 아니겠소.

그래 이놈들아 아직 트럼프가 재선 된 것도 아닌 데 벌써부터 미군 철수더냐?

이렇듯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는 처세의 절대적 진리를 맹신하는 놈들을 경계할지니라.

따라서 ‘보조를 맞추지 않고 행군하는 자는 다른 북소리를 듣는다.’라는 상기(上記) 영화(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대사를 명심할 지어다.

그러고 보니 시방 남조선에선 닭들이 모여 서로 쪼아대는 난장 파티가 시작되었는걸.

있잖아. 동료 닭의 몸에 피다 조금 난 걸보고는 우르르 달려가 되질 때까지 쪼아대는 작태를 말이오.


한편, 히스패닉 여성은 빤스(Pants) 런(Run)하는 병사들을 향해 ‘Gringo(양키, 코쟁이)’라고 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지 뭐겠소.

이어서 갑자기 불리해진 형국을 이제야 실감이라도 했는지 무속적인 말까지 내뱉지 뭐겠소.

“다이아몬드 퀸의 모가지가 스페이드 잭의 검에 찔려 부상을 당하다니. 여왕 폐하, 게의 집게발이 목구멍 안을 조이는 기분이 이제 좀 없어졌나이까.”


헌데 말이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남조선 동무인민들에게 한 가지 팁을 더 주겠소.

아까 잠시 소개했던 〈대장 부리바〉에서 특이한 대화 장면이 나오니까 참고들 하시오.

아버지 부리바 역할의 율 브리너가 무리를 배신한 아들을 향해 말하길.

“너에게 생명을 주었으니 그 생명을 거두는 것도 내가 하겠다. 탕!”

이게 뭔 말이고 무슨 의미냐고?

뭘 모르는구려.

그렇기에 정치적이나 권력의 원천이었던 아비는 언제든지 지 새끼나 꼬붕의 명줄을 단박에 끊을 수 있다는 사실!

일테면 일본에서 오야붕이 밑에 것들에게 마구 할복을 강요하는 것들 말이오.

비단 이뿐이랴.

할복도 안 하고 아주 멀리 도망할라치면 아주 질 나쁜 놈으로 매도하는 것이외다.

자고로 잘 죽을 줄 알아야 살길도 열리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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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9 0 12쪽
215 시백(5) 24.05.03 11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10 0 11쪽
» 시백(2) 24.03.04 11 0 11쪽
211 시백(1) 24.02.15 11 0 11쪽
210 염백(7) 24.01.17 12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5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4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3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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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197 갱백(1) 23.06.28 21 0 11쪽
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4 0 11쪽
194 타백(5) 23.05.24 27 0 12쪽
193 타백(4) 23.05.13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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