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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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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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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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백(1)

DUMMY

-갱백(更白, Be even whiter)-





나 염소께서는 난데없이 어린 시절 맛보던 수:리(보드카)가 땅기는걸.

내가 전에도 한번 언급했다시피 우리 가문은 김일성 장군님에 의해 끝내 제거된 소련파의 후손이거든.

소위 말하는 카레이스키(카레이츠) 집안일세.

해삼위(海蔘威-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이만리 길 죽음의 이주열차에서 겨우 살아났건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20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 중에서 이만 여명이나 혹한 속에 질병과 굶주림 등으로 열차에서 사망해 러시아 벌판에 던져졌거늘.

이건 그야말로 러시아 불곰에다 시베리아 늑대와 호랑이, 그리고 두루미에게까지도 횡재랄까?

참고로 두루미인 백학(白鶴)을 떠올리자 유명한 러시아 노래가 연상되는걸.


함 들어나 봄세.

‘스끄로바븨흐 녜 쁘리셷쉬예 빨례이(그들은 피로 물든 벌판에서 돌아오지 못했고)∽아 쁘리브라찔리시 브 벨릐흐 주라블례이(대신 하얀 학이 되었던 것 같구나)∽M-M-M-M∽음-음-음-음∽M-M-M-M’

이거 참!

노랫가락을 감상하다 보니 돌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터에 끌려간 내 러시아 부하들이 생각나는구먼그래.

반대파의 밀고로 감옥에 갔다가 난데없이 참전했던 러시아 마피아 얘들 말일세.

듣자하니 풀어주는 조건으로 ‘형벌부대’에 투입된 이들도 있다고 들었네만.

일부는 전투 과정에서 도망가다 같은 러시아 군대 소속의 독전대(督戰隊-Barrier Troops) 총에 헤드 샷을 당한 얘들도 있다지 뭔가.

쉿! 남조선 좌익에서도 이미 현대판 사이버 독전대가 활약 중이란 걸 아무도 모를걸?

또 쉿! 우익에서도 과거 도형수(徒刑囚)들을 마치 술탄의 근위대인 예니체리(Janissary)처럼 활용 중이잖나.

웬걸, 이른바 용병으로 이루어진 바그너그룹이 최근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등 반역행위까지 저질렀다는군.

나 원 참, 러시아 국견이자 초대형 사냥개인 보르조이(Borzoi)가 주인을 물다니!

그 친구 푸틴이 총기를 잃어서인지는 잘 몰라도 역사적 교훈을 잊은 게 분명하네.

서로마제국이 무너진 여러 이유 중에서도 마지막 숨통을 끊어버린 자가 바로 게르만 출신 용병대장 오도아케르(Odoacer)이었잖아.

하긴 그도 왕으로 잠시 행세하다 축하파티를 벌이던 중 단칼에 암살당했지.

당연지사 그의 친위세력도 그 자리에서 모조리 도륙을 당했다네.

실제로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 왕족과 귀족들이 몰살당하는 과정에서 보르조이들도 인간과 똑같이 반동으로 몰려 멸종 위기에 처했다네.

안 믿겨! 찾아보게. 정말이야!


이게 바로 용병을 둘러싼 역사적 교훈이 아니면 뭐람?

용병으로 흥한 자 용병으로 망하리니.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당할 때도 그간 용맹무쌍하게 싸우던 제노바 용병이 철수하지 않았겠나.

아니나 다를까, 작금의 남조선 역시 용병을 잘못 고용해 난리도 아니었다지?

과연 그렇지 아니한가.

저런, 쯧쯧! Bird Dog들이 왕의 해골을 불살라 재로 만든 대가를 치를 터인데···

음∽.

혹 ‘Plisch’와 ‘Plum’이라고나 할까?

아울러 오스만 제국의 예니체리 군단도 나중엔 개혁에 저항하는 골칫덩어리가 되어 반역에도 가담했고 말일세.

참고로 알아 두게나.

원래 기독교 점령지에서 징집한 아이들을 이슬람으로 개종해 훈련시킨 집단으로서 특히나 많이 빼앗긴 발칸반도에선 이를 ‘야니차리’라고 부른다는데···.

이는 이들이 나중에 출세해 고향의 관리자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세.(이스탄불: 차리그라드, 돌아온 사람: 야니)

뭐랄까? 느낌이 좀 오시나?


다시 소련파였던 나의 가문으로 돌아와!

불행 중 다행으로 해방 후 예니체리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금의환향해 당 간부로 출세함으로써 고향 감지(막걸리)를 마시던 것도 잠시, 연안파와 남로당 계열 등과 함께 북조선에서 영혼이 털렸단 말일세.

이를 어쩌랴.

당시 상황이 그럼으로써 가문이 사돈의 팔촌까지 모조리 숙청 대상이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날 끝내 거두어준 것도 정신적 고향인 소련연방이었다네.


내 비록 지금 러시아 실세들과는 다소 갈등이 있을지언정 한때 KGB를 위해서도 일했던 명실공히 소련 공산당 충성파가 아니던가.

다만 마르크스와 레닌을 아직까지도 흠모하는 데 비해서, 죄 없는 고려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조선 공산당 소속 독립군들을 숙청한 조지아 출신 스탈린을 극도로 혐오하기도 한다네.

이유인즉슨 자랑스러운 조선 볼셰비키 동지들을 반혁명분자 내지는 왜놈 간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즉결 총살하거나 죽음의 땅에 유배시켰으니까.

그곳의 정식명칭은 굴라크(GULAG-통합국가정치보안부 교정노동수용소 총국)라네. 조선 출신 민족지도자 이천오백 명이 짐승처럼 끌려갔걸랑.

웬걸, 한때 그리고 아직까지도 남조선을 쥐락펴락 중인 남로당 후예들은 왜 이리도 스탈린과 똑같이 왜놈 앞잡이 프레임에 사로잡혀있을까?


이에 시공을 꿰뚫어 보는 능력의 소유자인 나 염소가 한 말씀을 하겠노라.

이는 답하기가 그리 단순한 게 아닐세.

공산주의 전략상 고도의 책략이니까.

현재 남조선의 좌∎우 대립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보수진영 중에서 일부 민족주의 성향의 이탈만을 노린 게 아니란 말일세.

물론이거니와 사회주의도 자유주의도 현재로선 민족주의라는 무저갱(無低坑)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지만.

그렇다면?

멀리 두 수 정도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계산법이라고 봐야겠지.

혹여 뜬금없이 닥칠 통일한국을 그간 쌓아놓은 일본에 대한 국민적 적대감을 이용해 결국 서서히 중국에 기울게 하려는 장기적 포석이란 사실을 일반인들은 모를걸. 당연지사 미 제국주의 전략가들도 이를 익히 알기에 남조선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는다는 걸 알기는 할까만.


어떤 작자(지비그뉴 브레진스키)가 2025년경 미국이 ‘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 일는지, 재정건전성 악화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세계패권을 상실한다고 가정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Unipolar(일극)’시대에서 ‘Multipolar(다극)’ 시대로의 재조정이 얼만 안 남았지 뭔가?

아마도!

그렇더라도 현재로선 중국이 명실상부한 Unipolar로 등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네. 대신 중국이 오히려 한반도에서 미군의 영원한 철수를 노리고 앞장서 통일을 추진한다는 낯선 가정은 어떨까?

비동맹완충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지.

비동맹완충국에선 절대 핵을 독자적으로 가질 수 없으니 미국이나 중국이나 서로 안전하지 않겠나?

일본으로서도 여러 나라를 피곤하게 만드는 재무장이라는 국가적 염원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없을 테고.

그렇담 ‘2023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이라는 종이쪼가리는 또 뭐람? 하기는 내 알게 뭐야.


내가 왜 이처럼 살아온 삶에 대한 넋두리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징조를 늘어놓느냐 물으신다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심상치 않아서일세.

혹여 이 노랠 들어나 보셨는가?

‘즈드라스뜨부이(안녕), 러시아’를 말일세.

거기 ‘스뜨로임 자보듸, 아또모호듸, 크림, 고스빠다, 스노바 나쉬(공장과 원자력 선박을 건축하고 크림반도를 주께서 우리에게 다시 주셨네.)’이란 가사가 나온다네.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다시 빼앗은 것도 ‘Most High(높으신 자)’의 뜻이라고 여긴단 말야.

우리 러시아는 로마의 정통을 잇는 그랜드 파워라고 스스로 여기잖나?

해서 동로마 제국의 국교를 따라 러시아 정교를 믿는 것이라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 지배를 받아서인지 이것저것 섞인 ‘우니아트(uniate-통합교회)’를 믿거든.

이제 같은 동슬라브 민족이라고 하더니만 불구대천 원수인 양 싸우는 배경에 대해서 좀 답이 되었는가?

거기다 러시아 전승절마다 울려 퍼지는 좀 전에 읊은 그 노래, 즉 ‘백학(白鶴)’이란 노랜 또 어떤가?

왜, 있잖나?

1995년대 인기 있던 남조선 드라마 모래시계의 OST! 우연의 일치일까?

그해에는 대구 가스 폭파 참사와 더불어 삼풍백화점 붕괴 등 흉흉한 한 해였으니

.

생각해 보게!

문민정부가 군사정권의 과오를 부각하려 만든 드라마에다 러시아 전승가를 OST로 깔다니!

무슨 의도였을까?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러시아 병사의 영혼이 백학이 되어 하늘을 날고 있다는 의미잖아.

그래서 5월 9일 전승절마다 러시아 전역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란 말일세.

설마 그때부터 이미 남조선 좌익의 가열찬 문화전쟁이 시작된겨?

그러나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보면, 기실 한반도까지 날아온다는 ‘쥬라블리(백학)’이란 노랜 전승(戰勝)의 의미가 아닌 반전(反戰)의 의미가 더 있거늘···.

어디 그뿐이랴?

곡에 쓰인 시를 쓴 시인과 작곡가가 러시아로부터 압제를 당한 다게스탄과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아이러니까지도.

진실로 당신들은 소련의 강제징집으로 참전한 우크라이나인들이 200만 명에 달하고 전쟁 중 사망한 인구가 1/6(530만 명)이란 걸 알기는 알까?

반대로 독일군으로 참전한 이들도 30만 명에 이르고 230만 명이 강제 노역에 처해졌던 처절한 역사를!

다시 말해 다른 나라 싸움에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참전했다는 비극!

더 나아가 독일 부역자로 몰린 이들이 고향땅에 강제 송환되어 이중 1만 명이 소련 정부에 의해 참혹하게 처형당하는 데다 35만 명이 유형에 처해진 슬픈 역사를!

이와 함께 역으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함께 살아가던 폴란드인들을 도끼와 화염으로 대량 학살한 잔혹사까지도.

여담으로 ‘지붕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에 나오는 우크라이나 유대인들이 처했던 운명까진 더 이상 나불거리는 게 불필요하겠지?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수난사를 제대로 되새기게나.

그리하면 한반도의 좌나 우나 숙연함을 느낄 것이니까.

마치 ‘Dvoinik(분신)이라도 보는 것인 양!

암 그렇고말고!

1919년에서 1921년 간 우크라이나에선 여러 세력이 난장판을 벌인 유례가 있었거든.

러시아에서 적군(赤軍)과 백군(白軍)이 싸웠듯이 우크라이나에도 볼셰비키 적군과 반혁명 세력인 백군이 싸웠다네.

뿐만 아니라 아나키스트와 농민들로 이루어진 흑군(黑軍)도 있었단 사실을 아시는가?

게다가 흑군(흑위대) 지도자인 ‘네스토르 마흐노’는 사형선고를 받았던 도형수(徒刑囚)였으매···.

자세한 내막은 개인적으로 찾아보려무나.

이와 별도로 2개의 정부군이 각각 존재했을뿐더러 여기에 더해서 인접국인 폴란드에다 루마니아, 그리고 백군을 지원하는 프랑스까지 참전했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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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시백(3) 24.03.21 9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0 0 11쪽
210 염백(7) 24.01.17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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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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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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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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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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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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