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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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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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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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백(7)

DUMMY

저 다니엘은 일단 참혹한 사고현장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어요.

현장에선 찾을 수 없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기 위해 사고당일 인공위성사진 등 IMINT(영상정보)나 통신내용 등 SIGINT(신호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사실상 대한민국 해양경찰과 해군까지 나서서 부산스레 추가적인 단서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별로였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서울에는 이미 사고수습을 위한 국제적인 TF팀이 꾸려져 있더군요.

여기 책임자로는 뜻밖에도 사고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영국이 아니더라고요.

영국 해외정보기관인 MI6가 아니라 미국의 CIA 한국 담당관이 팀장으로 선발되었대요.

최첨단 정보는 CIA나 NSA를 통해 획득해야 하기 때문일까요?


다행히 CIA 소속 팀장은 제가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지요.

한때나마 함께 근무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는 마치 영화 ‘Braveheart’에 월리엄 윌리스 역으로 나온 멜 깁슨을 많이 닮아 강건한 이미지를 가진 요원이었어요.

이름은 데이비드로 조상이 스코틀랜드 출신이어서 그의 집에 골동품인 ‘Dirk(스코틀랜드 단검)’와 ‘Black Rood of Scotland(스코틀랜드 검은 십자가)’가 벽에 걸려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자신을 런던탑에서 9년을 갇혀 지냈던 스코틀랜드 왕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더라고요.

비록 남들은 믿지 않겠지만요.

그래서인지 잉글랜드 혈통의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평소 뿌리 깊은 저항감 같은 것이 있는 듯했지요.

심지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 스코틀랜드 피가 섞인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친구랍니다.

저기 보세요!

그는 아직도 드레스 셔츠 소매에 영문 이니셜 대신에 ‘freedom!’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있잖아요.


다만 데이비드를 닮은 배우이자 감독인 멜 깁슨의 경우, 스코틀랜드가 아닌 아일랜드계라고 하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선에서도 또다시 트럼프와 맞붙을 확률이 높은 바이든 대통령께서는 아일랜드 후손이래요.


그건 그렇고.

그런데 데이비드는 저를 보자마자 형식적인 인사를 뒤로한 채 심드렁한 목소리로 무엇인가 발견한 건 없는지부터 묻더군요.

그만큼 CIA에게도 이번 사안이 중차대하고 신속한 수습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데이비드는 TF팀이 파악한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해 주었답니다.

그에 따르면 원인 파악이 아직 제대로 안 된 폭발로 인해 배가 전소되면서 배안에 있던 생존자들이 시퍼런 바다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대요.

다만 ‘The Billy of tea’라는 괴선박의 옆에 있던 정체불명 통통배에 국제범죄자 염소가 타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한대요.

심하게 부상당한 여무명과 미사엘 역시 그 통통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추가 설명까지도.


염소가 무선통신을 통해 인근 섬에 대기 중이던 고려인 부하들에게 이르기를, “부상당한 아들의 친구들을 태우고 귀환한다. 죽은 아들을 대신해서···. 얼른 진혼미사를 준비하게나.”라고 말한 데 이어 통신장비가 아직 켜져 있는 것을 잠시 망각한 채 “아들 아사랴의 저승길 동무로 진즉에 보내주고 싶지만 중요한 암호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도저히 그럴 순 없지!”라는 혼잣말까지도 했대요.

저로서는 솔직히 지금까지의 정보만 가지고선 도무지 감을 잡을 순 없네요.


더불어 데이비드가 귀띔해 주길 곧 미국 CIA 본부에서 하나냐가 도착할 예정이래요.

그간 우리는 절친사이여서 통화는 자주 했지만 실제로 언제 만났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남한에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CIA 요원들, 혹은 미국 본토에나 신경 써야 할 FBI가 대거 움직일 경우는 대한민국 정부 운명에 어떤 변곡점이 다달 했음을 얼른 감지해야 합니다. 그들을 요즘말로 쉽게 비유하자면 ‘엔터’, 즉 연예기획사 직원들이거든요. 새로운 인물을 길거리 캐스팅한다 랄까, 뭐 그런 거죠.

저는 이런 생각에 빠지자마자 두 근 반 세 근 반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었지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심과 함께 과거 하나냐가 개인적으로 해준 말이 떠올라서요. 【아두백(鴉頭白)下 참조】


그래서일까요?

요즘 극장가에 핫한 영화 ‘서울의 봄’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배경을 곱씹게 되네요. 가끔은 이들 다국적 기획사들이 몸소 캐스팅한 배우를 쉽게 손절한 채 될 성싶은 떡잎이 발견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일약 스타로 만들곤 하죠.

헌데 이런 서울의 봄과 같은 종류의 영화들이 내전의 소용돌이로 내딛는 진격의 나팔소리임을 알고 계십니까? 즉, 문화전쟁의 서막을 알리듯 진지에서 따발총을 갈기기 시작하는 것이랍니다.

이름하야 진지전!


데이비드가 복잡한 생각에 해골에 쥐가 나려 하는 저를 향해 꾸짖습니다.

“그만해, 다니엘!”

참고로 데이비드도 아시아, 특히 한국담당을 오래 역임해서 한국어에 능통한걸요.

그러면서 옛정을 생각해서 한 가지 팀을 더 주겠대요.

제가 CIA를 퇴사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민간인 신분임에도 그러네요.

데이비드가 묘한 미소로 은밀하게 말하길.

“다니엘, 바다에서 폭파된 ‘The Billy of tea’에 영국 SAS(Special Air Service) 부대보다도 먼저 도착한 미국의 민간인 저격수가 있었다네.

그녀의 암호명은 전설의 Rozinante(로시난테)였어.

자네도 알 거야.

그녀는 미 해병대 출신이지만 가끔 어떤 세력의 용병으로 뛴다는 사실을 말이지.

쉿! 그녀는 스페인 프리메이슨 집안의 후손으로 우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모종의 글로벌한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걸랑.

거기서 그녀로 하여금 어떤 것을 먼저 찾도록 손을 쓴 거겠지?

자네도 알다시피 원래가 ‘Eternal law(영원법)을 비웃는 ‘Power of the purse(지갑의 힘)’이 대단하잖아?

글구 영국 MI6의 전직 요원 이블린 경이 왜 이곳으로 왔겠나!

물론 그잔 지금 행방불명 상태지만 말야.

기억하게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뜬금없이 한국의 안동을 방문했잖아.

그 후에 엔드루 왕자까지도 방문했다지?

그곳에 영국계 의료 관련 회사나 연구기관들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설상가상으로 최근 영국 언론이 한국을 물고 빠는 사랑이 가득한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네.

설마 홍콩을 상실한 영국이 이곳 한국을 교두보로?

왜 남한에서는 좌나 우나, 또는 기업 오너들까지도 영국 성공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유가 뭐든 간에 설마가 사람 잡는 세상이 되었음을 명심하시게.

좌나 우나 ‘Integrity’에 바탕을 둔 사상이나 이념의 시대가 이미 아니라네.

거기다 영원한 동맹이니 뭐니 하는 잡소리는 개소리고.

올곧이 고대 수메르 사람들이 두드리던 황금 계산기의 시대가 온 것이야.

게다가 내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이곳 한국은 그야말로 ‘Kibroth Hattaavah’가 아닌가 말일세.

다시 말해 정치나 경제적으로 탐욕스러운 자들이 묻힐 집단 분묘라고나 할까?

이거야 원, 거센 붉은 파도에 맞서 배와 승객을 책임져야 할 선장의 아내가 해적이라니!

무엄하다 흰옷 입은 백성들아! 감히 ‘Humiliate he Host’ and ‘Hump the Hostess’를?

그런즉 이제 곧 게임체인저들이 나설 차례겠지 뭐. 뭐, 일종의 선수교체라고나 할까?

하지만 명심하게 앵글로색슨은 물론이고 야곱의 후예들은 무임승차를 아주 혐오한다네.”


저 다니엘은 고국에 대한 충절심의 발로로 정색하며 반응했어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데이비드 말조심하세요. 너무 심하잖아요!”

하지만 저로서도 데이비드가 해준 설명에 정신이 멍해짐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Thinking the Unthinkable(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


러시아 ‘황혼의 작가’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가 말했대요.

연극의 1막에서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고.

그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이미 3막이 진행 중인 건 아닌가요?

일본 열도에 오펜하이머가 뿌린 포자가 버섯구름이 되어 화끈하게 피어오름으로써 삼천리 방방곡곡에‘parados(登場歌)가 울려 퍼졌지요.

곧이어 해방 공간이라는 ‘skene(본무대)’에선 좌익과 우익이 동포를 향해 무자비하게 흉검(凶劍)을 휘두른데 이어 급기야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인한 ‘kommos(애탄곡)’이 흘러나왔고요.

여기서 냉전시대로 인한 남북조시대가 불가피했음에도 적어도 남한 땅에서 벌어진 내전에 관해서는 대단원의 막이 끝난 줄 알았건만···.

그건 ‘百年戰爭’의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어요.

이 말은 곧, 당대 프랑스 영토 곳곳에 영국령이 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도 ‘안토니오 그람시’가 은밀하게 설계한 진지들이 각계각층에 구축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는 베트콩식 적진 잔류부대!


더더군다나 마지막까지 저항한 빨치산들은 토벌대에 사살당하면서도 내일을 향해 붉은 탄알이 장전된 총을 쏜 것이었으니.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 과거로부터 날라 온 총탄에 우익의 후손들이 맞고 쓰러졌지 뭐예요.

금수강산은 어느덧 1막과 유사하게 죽창이 하늘과 심장을 쑤시는 사상과 이념의 도살장이 되어버렸어요.

이 모든 사단이 통일전선전략과 전술의 파괴력을 모르던 순진한 낭만적 보수주의자(romantischen Konservatismus)들 때문이었지요.

파리 에펠탑만 구경하고 옥스퍼드 대학을 칭송하면서 Hundred Years’ War의 교훈을 몰랐지요.

깨진 해골의 구멍을 통해 잉글랜드가 프랑스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무지의 소치는 패잔병이 당하는 미움과 멸시, 더 나아가 포로 학살과 마녀사냥이 난무하는 광기의 춤판!

뒤늦게 패배한 군대와 탈영병들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곤 적들과 짱짱하게 맞서 게 되었죠.

더 나아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궁궐 탈환에 성공.

하지만 대다수 성채(城砦)는 여전히 적의 수중에···


해서 이제는 양개 진영에서 “옳소! 옳소!”를 목 놓아 외치지 않으면 반동이나 빨갱이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요.

고향 사랑으로 위장한 저열한 향토애도 든든한 한몫을 했고요.

심지어 종교계마저도. 일찍이 월리엄 블레이크가 말했다죠?

“두 사람이 밤낮으로 성서를 읽는다. 너는 검은 부분을, 나는 흰 부분을···”

지나온 날들을 곱씹어봤습니다.

그동안 막상막하 양대 진영이 자기 논에 물을 잔뜩 가둔 채 한 방울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였죠.

그런고로 경제적 가뭄까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미 강바닥이 드러나는 데 이어 사방으로 갈라지는 카오스 현상이 발생하고야 말았으니···.

사정이야 어떻건 카오스는 종국에는 창조적 파괴자를 잉태하는 법!

잘하면 새판을 짜는 자들이여, 거저 잡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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