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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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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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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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백(4)

DUMMY




나 염소께서는 Death Whistle(죽음의 호루라기)를 연상시키는 헬기로부터의 기총소사(機銃掃射) 굉음에 깜짝 놀란 나머지 이미 타계한 아들의 몸뚱어리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기 바빴다네.

어찌어찌하다 보니 내 손에 들어온 ‘Mauser(마우저) C 96’ 권총으로 대공사격을 해봤자 허당이니 이를 어쩌겠나.

시대와 상황에 맞는 무기를 사용해야지 철 지난 쌍팔년도(雙八年度) 방식으론 어림없다는 법칙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랄까?

세상에나 저것들이!

여보게들 정신 차리고 제발 그러지 말게나.

이미 한차례 도망간 전력이 있는 해커들은 대장을 버리고 또다시 바다에 뛰어들 태세라니.

그렇다고 해도 바다 역시 정체불명 선박들이 포위하고 있잖아.

이거야말로 완전 사면초가일걸?

바람이 좀 불기로서니 겁에 질려 배에서 뛰어내리려 하다니!

이럴 땐 그저 머리를 숙이고 최선을 다해 역풍과 순풍에 대응하면 수년이 지난 후에 결과를 가져갈 뿐이라는 교훈을 모르다니.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동반자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 옹(翁)의 말씀도 모르더냐!

뭉게구름과 새털구름의 차이점을 명확히 아시는 분 말이다!

그러니 참고 기다려 보게나.


그것뿐만이 아닐세.

수상한 배에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 제트 팩(jet pack-1인용 비행 장비) 몇 구가 이곳 배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하니, 장담컨대 첨단 무기로 장착한 강대국 소속 조직임이 분명하네 그려.


이윽고 조선이 아닌 서양인들로 보이는 무리들은 우리의 특수선박 ‘The Billy of tea’를 순식간에 장악했다네.

나와 아사랴가 애써 고용한 전문 해커들은 벌벌 떨면서 그들을 향해 애원하더군.

자신들은 납치되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했노라고.

이어서 모든 사실을 낱낱이 불 터이니 선처를 부탁한다면서···.

심지어 자신들을 정식으로 난민이나 망명객으로 인정해 달라면서 말야.

저런 쳐 죽일 놈들!

심사숙고도 없이 대번에 돌아서다니,

천하에 치사한 새끼들!

예전엔 우리에게 기꺼이 협조하겠다며 더 많은 돈과 이권을 요구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변절자의 속내를 드러내는구나.

저것들이야말로 각자 제 조국의 손발을 절단하고도 남음이 있는 데다 오로지 자기 뱃속과 저열한 욕망의 잣대로 행복을 재는 정치인들과 같은 이들이 아니겠나.


나에겐 정녕 전신이 토막 날 때까지 페르시아 함대에 결사 항전했다는 퓌테스(Pythes)와 같은 부하는 없단 말이냐!

나로 말하자면 부하 복도 지지리 없는 놈일세.

날 배신했던 비서 김 비탈리도 그랬고.

놈을 제치고 내 자리를 꿰찬 아제르바이잔 출신 꾸꾸쉬까(Kykywka)도 그랬으니까. 나중에 전해들은 소문이네만.

꾸꾸쉬까가 백사를 조종해 러시아와 중국 간 국경 부근에서 날 저격하려 했다네.


그래, 요즘 남조선 정치판에선 ‘탁란(托卵)’이란 단어가 유행이라더군.

내 일찍이 러시아어로 뻐꾸기를 뜻하는 꾸꾸쉬까 놈을 예로 들고 고려인 출신 가수 빅토르 최가 부른 꾸꾸쉬카라는 노래를 통해 예견했지 않았겠는가.

남조선의 어떤 젊은 정치인은 기존 알을 밀어내는 뻐꾸기에 비유해 누굴 비판하더라만.

난 그때 피해자인 뱁새의 반전 대응도 함께 언급하지 않았겠나.

부비새(뱁새의 북한말)는 일부러 자신의 둥지에 무정란(無精卵)을 낳아 꾸꾸쉬까가 탁란하도록 유도한 후에 자신의 무정란을 포함해 모든 알을 조져버린다는 거야. 【망백(望白)上 참조】

여기서 무정란이란 전략전술이 과연 무엇일까?

애초부터 대붕(大鵬)의 잉태가 불가능한 그 무엇인가를 더 큰 속임 수를 위해 내놓은 희생플라이?

나중에 알게 되겠지 뭐!

그러고 보니 여보게들 우리끼리 하는 얘기네만.

백사, 그년도 이미 오래전부터 꾸꾸쉬까란 인물을 삼국지 최후의 승리자이자 역도(逆徒)의 화신 사마중달에 비유했다고 들었네. 【화백(和白)中 참조】

하지만 승리자 사마중달의 후손들인 진나라 왕들이 곧 어떻게 분열하고 자멸했는지에 대해서 알기 위해 역사서를 더 공부해 보게나.

무척이나 재밌을 걸세.

아, 날조된 빛이여!

멧돼지의 긴 주둥이처럼 모든 비밀은 백일하에 드러나리라.


백사 말마따나 업고 온 중은 바로 무공을 자랑하는 ‘소림사 18동인(小林寺十八銅人)’이나 ‘소림사 십대제자(小林寺十大弟子)’는 설마 아니겠지?

이런 1970년대 홍콩 영화의 배경으로 말하자면, 청나라에 망한 명나라에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다는 갸륵한 스토리가 아니겠다.

아직도 당시 영화 포스터의 문구가 생생하다네.

‘충은 하나, 효도 하나, 충성과 효성의 길은 왜 이다지도 먼 것일까?’


내 여태껏 남조선 정치판이나 관가에서 이런 자들은 한 놈도 본 적이 없긴 하네.

하긴 저런 류의 홍콩 영화에도 항상 배신자가 등장하더라만.


그러하거나 저러하거나 간에 무장 괴한들이 쓰는 영국식 억양과 작전 스타일로 판단하건대 대테러부대인 SAS(Special Air Service)가 분명해.

아무리 저들이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지만 왕년에 KGB 출신이었던 난 척 보면 알거들랑.

확실히 미국 SWAT(Special Weapons And Tactics-경찰 특수부대)일리는 없다네.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도발로 인해 미국 본토까지 테러 위험에 놓여 있으니까.

그렇다고 독일의 GSG-9(Grenzschutzgruppe-9, 연방경찰청 특수부대)도 아닐 거야. 복면들이 들고 있는 건 독일산 ‘헤클러 운트 코흐(Heckler&Koch)’유한책임회사의 총기가 아니거든.

그런데 그거 알아?

헤클러 운트 코흐라는 총기 제작회사가 원래는 나치 독일의 무기를 생산하던 마우저를 기반으로 했다는 걸.

마우저 공장이 패전으로 폐쇄되자, 거기서 나온 기술자들이 빼낸 설계도를 가지고 다시 설립했대.

이런 게 바로 창당? 혹은 위성 창당?


그러니 그 유명한 ‘Mauser(마우저) C 96’ 권총을 말이지.

조선의 자랑스러운 독립군 홍범도 장군께서는 직접 레닌으로부터 하사받았다는 사실!

거기까지만 하겠네.

소련조차도 2차 대전은 물론이고 1차 대전 당시에 적국이었던 독일의 무기를 애호했다고 봐야지.


여하튼 뒤늦게 헬기에서 내려온 양복쟁이들은 다짜고짜 날 취조하기 시작했다네.

날 Hook 선장도 아니고 ‘Captain Goat(염소 선장)’라고 비웃으면서 말일세.

그들 중 한 놈은 영어를 쓰는 일본인이더군.


놈들의 질문은 대략 이랬다네.

여기서 채굴하고 해킹한 암호 화폐가 러시아나 이란 등지에 무기를 지원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 아니냐?

우린 너희가 여기서 코인 시세 조작에도 연루되어 있음을 알고 있으니 진짜 뒤에 있는 거대 세력을 대라! 라든가.

또는 남아 있거나 따로 빼돌린 코인의 행방을 밝혀라! 등등.


나 염소의 정직한 대답은?

“나도 모른다, 이놈들아!

BUT! I’ve waited years for this.”


그러자 알프스 영양의 뿔로 장식된 지팡이를 짚고 있던 중년 신사는 독일 억양으로 소리치더군. ‘das Neue(새로운 것)’를 대지 않으면 나의 Vermögen(재산 또는 능력)을 죄다 빼앗겠다고. 결국엔 ‘der letzte Mensch(末種)!’이라며 때리기까지 하다니.


그 독일 녀석이 한다는 말이!

“오, 저주와 탐욕으로 건조된 불행한 선박이여 파선(破船)의 종말이 깃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 오기 전에 서울에서 북한산을 보고 있자니 고향 작가의 어떤 희곡이 떠올랐지.

‘산 위에서 우르릉 꽝 하는 소리 울리고 좁은 판자다리 흔들리네.∽인간들의 도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였지 아마도?

왜냐하면 왕년에 힘깨나 썼던 권력의 주구들이 돌연 정의의 사도로 변신해 저주의 주문을 외우고 있으니까.

기진맥진한 수사슴은 사냥개에게 뿔을 들이대고 영양은 사냥꾼을 절벽으로 밀어뜨리는 법이야.

이제 곧 온순한 소조차도 화를 못 참고 뿔을 내지르겠군. 쯧쯧”


이어서 뉴질랜드 억양을 쓰는 자는 젊잖게, 그러나 단호하게 나에 대해 ‘the man of lawless(불법의 사람-대죄인)!’ ‘the man doomed to destruction(멸망의 아들)!’이라고 모욕하더라니까.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우리처럼 코인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에 대해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지더군.

거룩한 말씀까지 곁들이며 말일세.

“No, 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화 금융)!

우리 City of London(런던 금융가의 중심)과 월스트리트는 자네들이 잠자코 있어주길 바랄 걸세.

For the love of money is a root of all kinds of evil!

더불어 몽테뉴 선생께서 하신 말씀을 명심하시길.

민중은 그 근원이 되는 진리를 모르므로 속임 당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씀을.”


난 어쩔 수 없이 맞기 싫어서 비굴한 모드로 태세를 속히 전환했다네.

마치 바다 마녀 우슬라(Ursula)인 양 딱 한마디만 하면서 말일세.

‘You can’t get something for nothing, you know.

Don’t defy DeFi!

You know, oilmageddon.’

왠고 하니 나로선 이렇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라!

검은 머리 영국인이 아사랴의 시체를 보더니만 돌연 통곡하는 게 아닌가!

그러곤 한 마디 하더군.

“눈먼 녀석 헛된 영화에 유혹되다니!”


그랬다네.

저자는 아마도 아사랴의 친구였던 미사엘이 분명해.

MI6 소속이라는 일본계 영국인 말이야.

그나저나 미사엘은 왜 또 애도하면서도 죽은 아사랴의 몸수색에 저리도 열심일까? 이 또한 아이러니한 광경이 아니겠나.

보나 마나 뭔가를 찾으려는 수작이라네.


헌데 나와 아들 아사랴가 여기서 코인을 낚고 있다는 사실을 서방 정보기관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혹여 해커들 중에 저들과 내통하는 자들이 있었던 것일까?

숙주마저도 괴멸시키는 기생충과도 유사한 밀정(密偵) 말일세.


자 그럼 내 얘길 함 들어봐!

외국 파리 중에선 자기 스스로 머리를 팔로 마구 돌려 떼어내는 황당무계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네.

알고 보니 기생충이 때가 되어 파리 몸 밖으로 쉽사리 나오려고 조정한 거래.

이쯤이면 연가시는 애교 수준이라니까.

섬뜩하지?

집권자들이 대가리를 마구 돌리는 등 이상행동을 할 땐 유념해서 지켜봐야 해.

아님, 이러다 다 같이 죽어!


한 가지 사례만 더 들겠네.

특이한 걸 좋아하는 동물 애호가께서 거대한 구렁이를 키웠대.

그 구렁이가 처음엔 주인이 주는 먹잇감을 잘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먹기를 멈추더라는 거야.

주인은 먹기를 거부하는 뱀이 안쓰러워 파충류 전문가에게 문의했더니만.

웬걸!

원인은 바로 뱀이 더 큰 먹이를 맛있게 먹기 위해 위를 비우는 본능적인 행동 때문이라는 거였어.

그 말인즉슨 주인을 노렸다는 것이라네.

어드래, 지난 좌파 정부 시절 잔혹동화와 같지 않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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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8 0 12쪽
215 시백(5) 24.05.03 10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9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0 0 11쪽
210 염백(7) 24.01.17 11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2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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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갱백(3) 23.07.16 22 0 12쪽
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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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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