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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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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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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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7)

DUMMY


나 여무명은 놈들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익히 들었기에 기습작전을 선택했다.

마치 시속 390㏎로 급강하여 먹잇감을 공격한다는 송골매처럼 말이다.

난 결심하자마자 바로 민머리를 향해 달려가 플라잉 니킥을 날렸지만. 어라? 놈이 근접해 온 매의 습격을 토끼가 점프해 피해내듯 가볍게 공중제비를 돌다니.

파마머리 역시도 나의 페인트성 롱 훅(Long hook)에 이은 ‘싱글(single) 레그(leg) 테이크 다운(take down)’ 기술마저도 치타를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달리는 타조인 양 간단히 회피하더라.


민머리가 일본어 및 북조선 억양이 어색하게 섞인 스타카토식 말투로 왈(曰).

“뭐야 놀랬잖습니까.

그래 맞다.

당으로부터 여무명이라는 공화국의 배신자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 서신을 받았지만 의외인걸.

그 명령서는 흡사 잃어버린 개를 찾는 전단지 같았다니까.

그간 주인이 실컷 학대하다가 잡종개가 도망가니 잡아서 보신탕이라고 끓이겠다는 심사겠지 뭐.

자네 얘기는 진즉에 들어 알고 있지.

너와 아사랴라는 괴물이 이태원 재즈바에서 멸족시킨 밴드 암살조(暗殺組)는 우리와 함께 공화국에서 음악 훈련을 받던 동료나 후배였걸랑. 【공백(空白) 下 참조】

또한 전라도 강진군에서 안타깝게도 숭고한 자결을 택한 ‘Mrs. Bat’s eyes(박쥐 눈 부인)’ 할머니도 북조선 간첩 양성소에서 우리에게 무술을 가르친 스승이었겠다. 【월백(月白) 참조】

비록 할머니는 불운의 끄트머리에서 전향을 기도했지만.

하지만 어차피 너나 우리 모두는 애당초 북조선이 육성한 ‘RED GHOST’였다고.

그래, 여 동무는 친미주의자로 변했으니까. 귀여운 아기 유령 캐스퍼(Casper)라고나 할까?

뭐가 됐든 여무명은 우리가 남조선에 와 있단 걸 어찌 알았을까?

어째 꿈자리가 이상하다 했다.

녹색 거미 꿈을 꾸었거든.

우리 형제가 살아온 스토리를 읊어보자면, 일본 버블 시기 잘 먹고 잘살다가 공화국에 도착해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sick and tired’란 말이지.

아주 그냥 여러모로 진저머리가 나요.

북조선의 선전선동에 속은 부모덕택에 초등학교 여자 친구인 사찌코랑 헤어져야 했다고.

어린 시절 즐겨 듣던 ‘靑い珊瑚礁(푸른 산호초)’가 생각난다, 야!”


그랬다. 나 여무명은 이번 전투를 위해 군화 착용은 물론이고 밀리터리 룩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저기 파마머리는 ‘RED’라는 영단어가 박히고 그 위에 날개 달린 벌거숭이가 그려진 티를 입고 있구나.

사회주의 암살자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바로 그 순간, 놈들은 벽에 걸려있던 ‘오오타치(大太刀)’와 ‘나가에 야리(長柄)’를 각자 집어 든다.

저기 걸려있던 일본 긴 칼과 창이 단순히 장식용으로 보일망정 저리도 예리하게 벼린 상태로 둔 이유를 알아야 했다.

오오타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기마병을 말과 동시에 베어버렸다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란을 겪으면서 자신의 신장보다 긴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전투 머신으로 육성되었을 터.

내가 잘못 봤다. 너무 교만했다.

놈들은 토끼나 타조가 아닌 대머리수리와 수리부엉이처럼 나와 같은 맹금류였던 것.


파마머리 수리부엉이가 꼴에 해외 물 좀 먹었다고 서양 말을 가미해 이르길.

“뭐라고?

이놈이 악명 높은 그놈인가?

‘Dexter’ 말이야. 왜 있잖아.

미드에 나오는 연쇄살인마를 골라 죽이는 도살자.

왜?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실천하시려고?

‘악(Evil)이 악인(the wicked)을 죽일 것이라.’라는···

아무리 용맹한 ‘Falcon’일지언정 어차피 사냥용으로 길러진 ‘The Bird in a Cage(새장 속의 새)’에 불과하지.

그리하여 새장을 탈출해 정글에 나오면 그대로 다른 맹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걸?

전쟁터나 정치권이나 세상 이치가 원래 그래!

그리고 동생아 넌 프레메디타치오 말로룸(premeditayio malorum-최악이 닥칠 거라는 예견)을 꿈에서까지 지껄이는 게 문제야.

이번에도 재수 없게 맞았잖아.

암튼, 잘됐군.

그럼 어디 죽음의 ‘道化師(어릿광대)’! 실력 좀 볼까.

네놈이나 우리나 다 암살 명령을 수행할 땐 명백한 흥분을 느끼곤 하잖아.

다만 타고난 자제력과 평상심을 유지할뿐더러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대다수의 살인 사건을 명백한 미스터리로 남기는 이유지. 아냐?”


나 여무명은 이들이 말을 많이 하는 틈을 타, 음악실에 붙은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장식용 대나무를 황급히 뽑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 내 조국 명나라 군대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대항해 사용하던 낭선(狼筅)이 아니던가!

당연지사 원래대로 대나무 곁가지에 날카로운 금속물질이 붙어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터인데.

모름지기 전장이건 정치 투쟁이든 모든 싸움에는 이와 같이 맞춤형 방어와 공격이 필요한 법.

예상대로 저들이 긴 무기로 휘두르고 찔러대더라.

다만 낭선과 유사한 대나무 곁가지에 걸려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난 ‘오오타치(大太刀)’를 부여잡고 있던 파마머리가 절삭력이 방해받자 당황해하는 찰나를 노렸으니.

오오타치 칼날이 박혀있는 낭선을 비튼 후 바로 순간 이동을 통해 허리춤에 있던 ‘와스프 인젝터 나이프(WASP injection knife)’로 한방에 끝!

이 칼은 원래 바다에서 상어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용도인데, 장착된 CO2 카트리지를 통해 압축가스를 방출해 대상을 분쇄시킨다.

사냥감이나 목표물이 온전히 상태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때 긴요하다.

그러므로 절체절명의 위기 시에는 흉악한 적을 혹여 활용가치가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단박에 초전박살 낼 것!


자, 그렇담 다들 놀라지 마시길.

동생인 민머리가 바로 나에게 자신들의 존재와 거처를 알려준 밀정이었던 것이었으니.

그가 조금 전에 나를 향해 떠버린 말과 긴 창인 ‘나가에 야리(長柄)’로 찌르려 했던 동작들도 모조리 형인 파마머리를 혼란시키려는 연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동생이 형을 배신한 이유인즉슨, 형과 달리 동생은 조총련 출신 어머니가 일본인과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었음을 어찌어찌해서 알게 되어서이다.

해서 자신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호적상 한국인 아버지를 따라 북조선에 온 데 대해 그간 이를 갈고 있었단다.

이윽고 배신자 동생이 형의 주검 앞에서 피아노가 아닌 전자기타를 연주한다.

흑인 소울 계통의 대단히 시끄러운 노래다.

동생 왈.

“우리 형제는 원래 기타리스트가 꿈이었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등을 연주하는 고전음악은 북조선에서 생존을 위해 연마한 것일 뿐.

그리고 형은 레드 제플린 펜이었지만 난 지미 페이지를 좋아했어.

특히 ‘if 6 Was 9’을···.

여기에 소위 secret cord가 있거든.

어쨌거나 이 지긋지긋한 세상 완전히 바꿔야 해.

낡고 인습에 찌든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나 모조리!

난 독일에 있을 때 사민주의(社會民主主義-social democracy)의 영향을 받았거든.”


그리곤 파마머리 형의 비싸 보이는 바이올린을 불태운다.

맙소사!

세상에 저 불타는 악기가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는 사실은 훗날 듣게 되었다.

그래 그간 평생 세뇌되었던 사상을 깔끔하게 태워버리는 너야말로 진정한 혁명가로구나.


【겉 다르고 속 다름을 면밀히 분별하라.】


이는 단순히 사람의 됨됨이나 이중인격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위선보다 더욱 치명적인 상대편을 속여 무력화시키려는 전술•전략적 측면을 말하려는 것이죠.

이런 파괴적인 가면극을 수행하는 이들을 통상적으로 스파이나 간자, 또는 밀정, 프락치라고 표현하곤 해요.

따라서 역사적 무대를 비극으로 만드는 은밀한 배역은 시공간을 초월해 늘 존재해고요.

우리가 알거니와 ‘권터 기욤’이라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보좌관과 루스벨트 대통령 행정부에서 고위급으로 암약한 소련 첩자들!

이에 버금가는 한국의 국회 프락치 사건과 김영재 서울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법조계 간첩사건!

흥미롭게도 독일 나치 스파이 마타하리에 비교되는 미 군정청 대령의 애인이었던 김수임, 국적마저 속인 깐수 교수, 할머니 간첩으로 북한 서열 22위에 오른 이선실 등 한반도에도 짱짱한 사례들이 즐비했어요.

그 중에서도 최고봉은 김일성이 직접 식사를 대접했다는 성시백!

이자는 심지어 기자 행세를 뛰어넘어 직접 언론사까지 운영했다니 지금 이런 인물의 재림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참고로 빌리 브란트 총리는 한국 좌파가 칭송하는 지도자로서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고요.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국무부에 있던 친 러시아 세력들이 한국의 건국 과정에서 갖가지 방해공작을 획책했다는 역사적 근거도 있지요.

이뿐인 줄 아세요?

그렇게 대단하다는 CIA를 필두로 한 미국 정보기관에는 예나 지금이나 공산주의 국가의 간첩들이 직접 침투하거나 요원들을 포섭한 사례도 상당해요.

혹여 한국에도?

어쩌면 그럴지도···.

그런데도 아직까지 적발된 적이 없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있네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대한민국에선 언제부터인가 어떤 세력이 이런 사건들에 대해 과거 독재정권의 희생양이며 조작극이었다고 회칠하대요.

심지어 요즘 간첩이 어디 있냐는 분위기를 가열차게 조성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 쓴 ‘공산주의란 유령’이 대놓고 부활하는 작금에 와서 대한민국의 각 진지에‘RED GHOST’마저도 창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GHOSTBUSTERS’역할을 해온 국가기관이 지난 좌파정권에서 철사로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끌려가더라고요.

이제 미아리 고개를 넘어 북으로 끌려가버린 이들을 구할 방법은 전혀 없나요?

이를 방치할 경우 마치 한국전쟁 시 잡혀간 국군포로들을 나몰라 한 과거 무책임한 보수정권들과 뭐가 다른가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우방국 미국은 포로나 전사자를 절대로 방치하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수령이 오백 년 이상 된 고목을 쓰러뜨리는 건 번개나 폭우 등 자연재해가 아니라 작은 병해충이라는 사실!

실제로 해외로부터 부산 동물원에 묻어온 소나무 재선충이 이제는 금수강산을 손쓸 수 없는 에이즈 환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공공연한 사실!

잠시 약간 비약해서 겉과 속이 다른 자들을 비유하자면, 성경 곳곳에 나오는 거짓 사도와 신자들과 같아요.

요즘도 정통교회에 이단이 침입하면 폐허로 변해 십자가를 내려야 하는 현실이잖아요.

물론 정확한 분별을 위해서는 이들이 맺는 열매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너무 늦지요.

그렇담 애플망고와 토테이토(토마토+감자)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잘 모르시겠죠?

이처럼 대놓고 짬뽕이 될수록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답니다.

그렇더라도 주석궁의 선물창고가 열리는 순간, 김 씨 일가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과 더불어 두 마을 가진 민주주의자들까지도 죄다 드러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하건대 여러분, 말 많은 사람들을 각별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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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8 0 12쪽
215 시백(5) 24.05.03 10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9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0 0 11쪽
210 염백(7) 24.01.17 11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2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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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197 갱백(1) 23.06.28 20 0 11쪽
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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