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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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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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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백(1)

DUMMY

염백(廉白, Integrity)-




나 여무명으로 말하자면 과거 철부지 시절 완벽하게 세뇌당한 살인 노예로서 아무 생각 없이 좌(左)로부터 온 명령을 이행했지만 이젠 아니다.

외려 날 착취하고 악용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복수극을 남은 생의 낙으로 삼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右)로 완전무결하게 전향을 했다, 랄까?

그렇다 치고, 소위 이런 인간 유형을 뉴라이트(new right)라고 한다던데?

아닌가?

하지만 난 정치성향이 강한 ‘new right’라기 보단 다소 영적인 의미가 가미된 ‘new light’라 불리어지길 바라마지 않겠다.

새로운 빛을 통해 어두운 시대를 속속들이 들춰보려는 악취미 정도로 치부하련다.

좌우지간에 다니엘로부터 아사랴를 속히 그리고 은밀하게 찾아달라는 연락을 접수했다.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회의 결과, 쥐도 새도 모르게 아사랴의 흔적을 지우자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는 소식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사랴가 이미 적성 국가에 포섭됨으로써 ‘H21’이라는 위장 암호명과 더불어 ‘H44’로 불리는 진짜배기 암호명까지 부여받았다는 심각한 얘기까지도···


그러한 이유에서 미국 CIA에서는 배신자나 이중스파이 처단 전문가인 ‘ROBERT’란 가명을 쓰는 자를 남조선에 파견했다는 소식마저도···.

다니엘이 귀띔해 주길, 로버트는 일찍이 베트남 전쟁에서 이름을 날렸던 해병대 소속의 저격수였는 데다가 네오콘(NEOCON)과도 개인적으로 연결되었다고 하더라. 여기서 말하는 네오콘은 게임 장비가 아니라 ‘Neo Conservatism(신보수주의)’를 신봉하는 무리들을 뜻하는 말이다.

네오콘은 미국판 뉴라이트라고 보면 되겠다.


기실(其實), 그의 경우는 해병대를 명예롭게 제대하고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즐기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 당시 파산해 어쩔 수 없이 노구를 이끌고 CIA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사람 모가지 하나당 성과급을 받고 있어 엄청나게 열심히 직무를 수행 중이라던데···. 그는 한때나마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자신이 참전했던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사회자유주의자들에게 회의감을 느껴 완전히 정 반대쪽에 서게 되었다나 뭐라나. 암튼 현재로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길 열렬히 바라고 있다는 후문.

해서 지난 2021년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에 가담했다는 혐의마저 받고 있단다.


이에 비해, 나 여무명은 과거 공화국 용병으로서 동료들 중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자랑했음에도 이러한 특별 성과급을 받아본 기억이 없으니.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시 보상에 있어서만은 확실함을 실감한다. 하지만 보상에는 그만큼 대가가 따른다는 불편한 진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다니엘은 동지이자 친형제와도 같았던 아사랴에게 무명의 용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변명이나 회개의 기회를 주고 싶었으리라.

그렇다.

다니엘의 뜻이 충분히 이해는 간다.

나 역시도 언젠가 생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아사랴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니까. 【공백(空白)下 참조】

당시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목전에 두고 북조선 딴따라 출신들로 구성된 암살조가 던진 낚시 줄에 걸려 거의 죽을 뻔 했던 나를, 그가 핵주먹으로 구했으니까.

그때 떠올렸던 그룹 퀸(Queen)의 노래(We Will Rock You) 가사 중에 ‘Playin’ in the street gonna be a big man someday(길거리에서 좀 놀다 보면 언젠가 거물이 될 거야.)’가 다시금 생각났다.

퀸이 예측한 대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조선의 스트리트 파이터 운동권들은 결국 거물들이 되었구나.

도대체 그들은 누굴 뒤흔들어 버리겠다는 것인지?

거기 나온 또 다른 가사들은 뭐꼬?

∽ ‘Somebody better put you back into your place’ ∽


그렇거나 말거나 사람 찾아내기 전문가였던 나로선 좁다란 조선 반도에서 아사랴와 같은 거구의 폴리네시아인을 찾는다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니던가.

다만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제 그와 나는 서로 적으로 변한 만큼 맞닥뜨렸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의 무게에 내심 겁이 났다.

어쨌거나 난 지금 그간 깔아놓은 정보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아사랴가 염소와 함께 은신 중인 장소로 이동 중이다.


이곳은 남조선 서남부 최남단에 위치한 강진군 마량항(馬良港)이란다.

아사랴가 외국인 노동자로 가장해 낮에는 횟집에서 일하고 밤에는 고깃배를 타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근처에서 부여받은 일을 미백과 함께 처리한 적이 있다. 【월백(月白) 참조】

북조선에 포섭된 일본인 간첩인 Mrs. Bat’s eyes(박쥐눈 부인) 말이다.

그녀가 죽어가며 내게 해주신 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임진년 조선 정벌 당시 우리 일본군은 이 땅의 성벽들이 너무 낮고 군사들의 창이 짧은 것을 보고 놀랐다는군.’이었다.

중국인인 내가 보더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조선인들은 변한 게 없구나.

그렇고말고!


그런데 항구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어느 미치광이 지도자가 여기서부터 제주도 간에 해저 터널을 뚫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묘한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제주도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서 제주도 말을 배로 실어 왔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그래서 馬良港이라고.

얼핏 들은 얘기라 백 프로 확실한 건 아니나 현대판 말인 차량이 바다 밑을 질주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난 어둠을 틈타 소형 보트를 타고 아사랴가 일하고 있는 배로 다가간다.


배에 새겨진 이름은 ‘The Billy of tea’!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구나.

허나 ‘The Billy of tea’는 그리 단순한 선박이 아니었다.

배 주변에 신재생에너지를 생성하는 정체불명의 어마어마한 장비들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었다.

세상에나!

이는 특수제작 선박으로서 상갑판과 제2갑판 사이에 있는 선실 내부에는 상당량의 고가의 컴퓨터 장비들로 채워있지 뭔가.

조선인이 아닌 각양각색의 외국인들이 열심히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국제적인 해커 집단이 분명하다.

내가 옆으로 홀연히 지나가고 있음에도 자기 일에 집중해서인지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다.

진정한 프로들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릴 적 영화 벤허에서 본 갤리선의 노예들 말이다.

정신적 ‘木拘(차꼬)’를 발목에 찬 채 죽음의 벼랑길로 서서히 노 저어 가야만 하는 운명.

폭풍우가 휘몰아지는 권력투쟁의 바다 한 복판에서 정권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몸이 된 servant들!


맙소사!

심지어 갑판 밑에선 암화화폐 채굴작업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고성능의 조력(潮力)이나 파력(波力) 발전기를 가동 중인가 싶다.

이는 진실로 디스토피아적인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라니.


잠시 아차, 싶었지만 선실 복도엔 감시용 CCTV가 당연히 가동 중이었다.

아마도 땡땡이치는 해커를 감시하는 용도일 수도 있겠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거구의 아사랴가 CCTV를 통하여 확인했는지 등장한다.

아사랴가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더러 이르되.

“두려움을 모르는 또 다른 영혼이 누구신가 했더니 형님이셨군요.

‘파이브 아이즈’ 참여 정보기관들이 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첩보는 입수했으나 여무명님께서 몸소 오실 줄을 몰랐습니다.

자, 여기 동지들이 일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마시고 갑판으로 올라가 얘기하시죠.”


나 여무명은 그를 따라 달빛이 묘하게 비추는 갑판에 당당하게 서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자로 염백(廉白), 영어로 ‘Integrity’를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정보요원이 젯밥에 관심을 가지면 지켜야 할 나라가 절단 난다고.

온전함은 모든 성공적인 것에 정수인 바, 이는 정직하고 강력한 도덕적 원칙을 가진 것으로서 공복, 즉 Public Servant’가 지켜야할 덕목이라고.

그러니 조직과 친구들을 배신하지 말라고.

그리고 늦기 전에 자수해서 광명을 찾으라고.

그러고 보니 난 마치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범인을 잡으러 황야에 나온 보안관처럼 떠들어대고 있도다.


그러자 아사랴가 발끈해 대꾸하길.

“자, 여길 봐요.

우린 거대한 음모가들이 좌지우지하는 가짜 돈이 아닌 인민의 진짜 돈을 생산하고 있어요.

어차피 신이 아닌 이상 금과 은은 결코 만들 수 없으니까요.

‘We are making a New World.’를 위해서요.

저의 친부 염소회장님을 통해서 배웠답니다,

레닌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자본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최선의 방법은 화폐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라고요.

비록 지금 부친의 제2의 조국인 러시아가 전투에서는 지고 있을지언정 전쟁에서 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기전으로 인해 유가와 식량가격이 폭등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세계 경제가 카지노 수준으로 전락할 텐데요?

모름지기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가 모호해질 때 경제는 파괴 쪽으로 작동한대요. 그럴 경우 음모가들은 또다시 대규모 수확에 나서겠죠.

동양 격언에도 있다면서요. 이는 조개와 황새가 싸우는 통에 제삼자가 힘 들이지 않고 이득을 본다는 어부지리(漁父之利)가 아닐까요?

해서 우린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지요.

이제 곧 대흉년이 들 겁니다.

제가 감히 ‘Agabus(아가보)’흉내를 내자는 게 아닙니다.

전 그럴수록 큰돈을 벌어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제 어머니의 조국 키리바시에도 헌납할 겁니다.

글구말이야요.

전 절대로 배신한 게 아닙니다. 오로지 인연을 끝낸 것뿐이에요.

‘The Greatest End is a New Beginning’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요.

누군가 스파이 혐의를 받고 그랬다죠?

‘창녀라면 맞아요. 스파이는 절대 아닙니다.’라고요.

저의 경우는 일종의 ‘Dual Transformation(이중 대전환)’이라고 해두죠.

키리바시를 점령했던 영국 등 서방을 위해 그동안 일했으니 부역을 했거나 몸을 판셈이지만 기둥서방에게 ‘extortion(갈취)’당했다고도 볼 수 있잖아요.

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haole(하울리-하와이 사람들이 백인을 지칭하는 말)’만큼 승진할 수 없단 걸 알죠.

‘backwoodsman(촌사람)’에다 ‘L’Étranger(이방인)’이기에 그래요.

제가 듣기론 여무명님도 비밀스러운 조직으로부터 청춘을 열정 페이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양키들 영화에 나오는 Bonanza나 된 것인 양 착각하지 마시고 각성하셔서 우리들의 사업에 동참하시죠.

전 결코 지금 한가하게 ‘Blowing Smoke(허풍 떨기)’나 하는 게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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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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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염백(4) 23.10.30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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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 염백(1) 23.09.10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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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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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갱백(2) 23.07.07 27 0 11쪽
197 갱백(1) 23.06.28 20 0 11쪽
196 타백(7) 23.06.16 21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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