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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9.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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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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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백(2)

DUMMY


저 다니엘로서는 미사엘이 언급한 사형집행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무척 아리송하네요.

어떤 이유와 근거로 그런 무엄한 말을 하는지를.

두고 볼 일이죠.

너무 올곧은 좌파여서 스탈린마저 포용한 ‘장폴 사르트르’의 말을 조금 빌려 비틀자면 지금 위정자들에게 지옥은 바로 국민이자 유권자들이거든요.

또한 바로 우리들 각자가 상대방 세력에 대한 사형집행관인 셈이고요.

때론 왕이 그동안 애지중지 키운 얼라가 장차 사형집행인이 될 수도 있답니다.

이러한 모든 실존들로 인해 실로 ‘LA NAUSÉE(구토)’가 나올 상황입니다.

이러다 정말 화장터의 화덕에 불을 집혀야 할 시간이 또다시 임박한 것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좌파의 뚜쟁이와 우파의 기둥서방들이 자신의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 모종의 협상에 나설까요?

특히나 과거 기둥서방들은 세내온 삭도(削刀)로 홍단(紅丹) 일색이었던 머리털과 발 털은 물론이거니와 수염까지도 밀어버리는 데 성공했잖아요.

그것도 ‘cost me nothing’으로 말이죠.

하긴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마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상 모든 칼들의 존재 이유란?

모름지기 뭔가를 더하거나 붙이기보단 빼거나 잘라내는 데 능한지라.

자화상을 그리다 귀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잘라버린 광기의 천재 예술가인 양요.

분명히 천재들이에요. 천재요.

시답잖은 잡것들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의도겠지요.

이처럼 자신의 지지기반도 신명(神命) 나게 베어내고 있군요.

심지어 이젠 하다하다 아예 메스까지도 집도하려 하시다니 나 원 참.

그럴지라도 삭도가 늙고 둔하여 경고를 더 받을 줄 모른다면야 두렵건대 ‘Some of these days’ 조기에 용도폐기가 불가피해질걸요.

이봐요. 알아들었어요? 천재와 천치는 한 글자 차이랍니다.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상당히 비껴갔어요. 때가 때인지라.


암튼 사족은 이만 닥치고!

우린 미사엘의 요청에 따라 이블린 경의 행방을 수소문했답니다.

결국 그를 찾아냈지만 웬걸요.

의외의 장소였지요.

지하세계에서도 최상층 포식자로 꼽는 국제적인 무기거래상의 비밀 아지트였거든요.

그랬답니다.

요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큰 전쟁 덕택에 K-방산의 인기가 뛰면서 덩달아 움직이는 것이 뒷구멍에서 이루어지는 무기 밀무역이죠.

슬쩍 끼워 팔면 티가 안 나거든요.

쉿! 거기다 노란 머리 원님 덕에 멀고도 먼 나라에 팔아먹은 만큼 곧 용도폐기 예정인 사또 소유 육모방망이나 곤장 정도는 사주는 게 좋은 게 좋은 것이고요.

더욱이 이 와중에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신나게 나팔 부는 놈은 따로 있고요.

세상이 다 그렇게 돌아간답니다.


좌우지간 어떤 나팔 부는 놈은 이블린 경을 아주 근사한 곳에 극진히 모시고 있었네요.

우리 팀이 사전 정탐을 위해 와보니 그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 단지였어요.

전반적인 풍광 중에서 상부 배경은 산토리니에서나 볼 수 있는 블루칼라 하늘에 우윳빛 구름이 점점이 펼쳐지고요.

하부 정경은 촘촘한 철재 울타리 사이로 덩그러니 대형 고딕풍 저택이 자리 잡고 있군요.

뾰족한 두 개의 탑이 좌우로 솟아올라 있는 데다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장착하고 있어 마치 중세 성당에 온 것 같아요.

그래요. 이는 흡사 ‘클로드 모네’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그렸다는 루앙 대성당의 축소판이랄까요.


여기서 잠깐!

모네가 한 말을 꼭 되새기세요.

‘모든 것은 변한다, 돌마저도!’라는 것을요.

그랬지요. 과거 난공불락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것도 깊숙이 숨겨진 싱크 홀에 의해 대번에 아작 났었죠.

하물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얼핏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지만 전문가들로서는 한눈에 봐도 웅장한 쇠창살 문 안에는 덩치들이 누군가를 위해 경호를 서고 있군요.

단박에 게르만 혈통임을 알 수 있었죠.

더구나 그들 곁에선 ‘저먼 셰퍼드(German Shepherd)’들이 혹시 모를 침입자를 물어뜯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답니다.

저 개들이 바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에서 나치보다도 더 유대인을 혐오하고 낮춰보던 견종들이죠.

한마디로 사주경계가 살벌하단 뜻입니다.

어라! 유럽풍 집에 어울리지 않게 정원 한 모퉁이에는 푸른 기와를 얹은 한옥 미니어처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지 뭐예요.

일본식 녹색 다리가 놓여있는 수련 연못 옆에요.

심지어 여기 동네가 이상해요.

옆집은 파스텔 톤의 바로크 풍 집이거든요.

이런 우리가 나토(NATO)의 군사작전 지역에 와 있는 것인가요.

고딕 양식 저택에 갓 지어진 주변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저기 수상쩍은 기와집은 해당관청에 신고는 했겠죠.

설마 불법 건축물일 리가.


그랬군요.

한옥 미니어처에서 화이트 톤의 사우나 가운을 걸치고 검은색 비키니 차림의 중년 여성과 나오는 놈팡이는 바로 이블린 경이었습니다.

세상에나 자세히 살펴보니 이블린 경이 입고 있는 흰 가운은 시방 이 나라에서 쟁점화 중인 직업인들이 입는 것이 아닌 일본 온천지 료칸에서나 입을 법한 유가다였으니.

이러한 부조화와 부조리가 있다니!

그나저나 저 연인은 사치와 외도의 상징인 보바리 부인이신가요?

아님, 성녀임에도 마녀란 혐의로 화형 당한 ‘잔 다르크’인가요?

프랑스 루앙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고향이고 잔 다르크는 프랑스 동족의 손에 의해 영국군에 넘겨져 이곳에서 타 죽었으니까요.

한때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잔 다르크가 말이죠.

이따금 동족과 같은 편이 더 무서운 법이려니 하세요.

이는 프랑스 국민들뿐만이 아니죠.

어느 민족은 모시던 여왕을 촛불로 화형에 처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니 하물며 국모일지언정 예외는···.

민비가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당한 배경에는 물 샐 틈 없어야 할 대궐 경호를 봇물 터지게 한 내부 동조자가 분명히 있었고요.

역사의 수레바퀴는 정신 못 차리게 돌고 또 돌아가요.


나중에 인지한 사실이지만 비키니 수영복 위아래로 살이 심하게 삐져나온 저 여성으로 말씀드리자면, 속칭 와타나베 부인이래요.

한국산 무기 거래가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해 거액을 투자한데 이어 모종의 목적을 위해 정치권에도 로비자금을 뿌린다나 뭐라나?

어차피 엔화가 지금 상당히 약세이고 달러 강세도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블린 경이나 그를 보호 중인 한국의 정체불명 무기거래상이 친일 성향이 있거나 말거나 여무명 형제가 먼저 작업에 들어갑니다.

담장너머로 정체불명의 약물이 뭍은 한우 조각을 던졌지요.

셰퍼드들은 경호원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기 한 점을 위해 냅다 달립니다.

그 약물은 과거 여무명이 로켓 우먼이 데리고 다니던 핏불테리어에게 사용한 적이 있지요.【독백(獨白) 참조】

역시나 ‘도이치 셰퍼드(Deutscher Schäferhund)’들은 한우 한 점을 씹자마자 바로 미쳐 날뜁니다.

‘Deutscher’라는 글자 그대로 이유 없이 모터들이 달린 양 급등하는 조작 주식처럼.


이에 외국인 경호원들은 자신의 충견(忠犬)에게 다리나 엉덩이가 물린 채 비명을 지르고 있고 이블린과 비키니 여사께선 겁에 질려 수련 연못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요.

하지만 물불 안 가리는 미친개들은 연못 속으로 돌진해 두 년 놈들을 물어뜯습니다.

이내 연못은 피가 번지면서 ‘harmonie rose’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되고 마는군요.

곧이어 부상당한 경호원이 쏜 총소리와 함께 ‘bough-wough’하는 개 짓는 소리도 잠잠해졌어요.

어부지리(漁父之利)랄까요.

개주인과 그가 믿었던 충견 간의 목숨을 건 한판 개싸움으로 인해 제삼자인 우리들이 쉽게 난공불락의 성곽 같은 집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세상은 상식과 합리적 판단만 가지고는 돌발 상황을 제대로 점칠 수 없는 것입니다.

고려의 문신 우대 정권이 자신을 경호하는 개 취급하던 무신들에 의해 도륙을 당했잖아요.

지금 대한민국의 칼잡이들은 과거 무신인 군인들이 아니더라고요.

조선 제일 검이니 뭐니 하는 집단이죠.

아는 이는 아노니. 말끝마다 공정과 정의를 달고 다녔던 정권에 의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위기였던 무견(武犬)들이 이를 눈치 까고 냉큼 도망쳐 토끼들의 왕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으니까요.

어딘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랍니다.


여하튼 우리들이 육중한 쇠창살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부분 경호원들은 개 물림 사고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비해, 유독 거구 하나가 셰퍼드 한 마리를 눕혀놓고 잔인하게 파운딩을 퍼붓다가 저희를 힐끔 쳐다보네요.

그의 왕주먹은 피투성이가 된 것에 그치지 않고 개 이빨까지 박혀있을 정도라니. 괴물이 따로 없더라고요.

자 이제, 저 다니엘과 여무명이 함께 게르만 전사를 압박하지만 역부족이었어요.

나중엔 그나마 그와 엇비슷한 신장을 자랑하는 청백까지 합류했지만 체중에서 밀리고 말았으니.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괴물에겐 상대가 되지 못했죠.

그 덩치는 마치 레전드 격투기 경기인 K-1에서 상대들을 완벽히 제압해 아예 경쟁상대가 없었던 네덜란드 출신 세미 슐트와 같았어요.

결국 완벽한 격투 로봇 때문에 격투기 경기 자체가 재미없어졌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마찬가지예요.

어떤 정치세력이 경쟁자들을 흡사 북한정권이 종파사건을 제압하듯이 모조리 숙청해 버리면 훗날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다만, 이변이 일어났어요.

이야긴즉슨 경고 사격에 의해 잠시 의기소침해졌던 미친개들이 말이죠.

우리가 괴물을 상대로 선전을 벌이는 데 힘입어 일제히 달려들더니만.

영리하게도 목표물을 둘러싼 채 뒤를 공격하기 시작하네요.

게르만 덩치는 분에 못 이겨 클 실수를 저질렀고요.

자신의 뒷다리를 문 개 한 마리만 뒤집어 놓고는 집중적으로 패기 시작하더군요.

갯과 동물에게 공격을 당할 때 절대로 지켜야 할 후면이 열린 것이지요.

도이치 토종개들은 하이에나나 아프리카들개인 리카온 인양 거인의 배후로 달려들었어요.

동물의 왕국에선 덩치 큰 들소나 하마가 이들 포식자들에 의해 생식기를 물려 결국 내장이 빠져나와 죽잖아요.

자고로 전장이나 정치판이나 항상 취약점인 뒤를 조심해야 해요.

뭘 하더라도 뒤탈이 없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원칙이 오늘따라 뇌리에 깊이 새겨집니다.

덩치의 최후 장면이 너무 잔혹해서 더 이상 묘사를 못하겠군요.

여무명이 사용한 묘약은 효능이 대단했어요.

배신의 약물이죠.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윽고 이블린 경이 개에게 심하게 물려 너덜너덜해진 노구를 이끌고 연못에서 나와 한 마디 지릅니다.

“세상에나, 말도 안 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나 이블린을 보호하고 있는 분은 이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분이야.

너희들은 ‘Lord of War(2005)’라는 영화도 안 봤나?

거기 마지만 멘트를 명심하라고.

‘지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무기상입니다.

나머지는 서로 죽이느라 바쁠 테니까.

살고 싶으면 전쟁터에 가지 말고 구경만 하시오.’라는 걸 말이야.

꼭 기억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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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8 0 12쪽
215 시백(5) 24.05.03 10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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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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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갱백(2) 23.07.07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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