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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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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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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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백(2)

DUMMY

나 백사가 생각해도 이는 진실로 연쇄살인마의 허를 찌르는 송곳 같은 질문들이었소이다.

하지만 놈은 예상한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신을 흔들며 신나게 떠들어대더이다.


“역시 그랬군요.

제가 어릴 적 집안 어르신들이 그랬어요.

‘말 많으면 빨갱이다.’라고.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당신!

북에서 온 붉은 메카닉(Mechanic)이 틀림없어요!

저와 같이 살인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예술가라기보다는 명령이나 돈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기술자에 가깝다는 뜻이죠.

영혼 없는 대한민국의 공무원 무리들처럼 말이죠.

어쨌든 그 시절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죽창에 찔리거나 철사줄에 두 손 꽁꽁 묶여가는 피붙이들을 보았던 경험 많은 노인들의 혜안에 다시 한번 탄복(歎服)합니다.

이래서 태극기 보수 세력을 ‘틀딱충’이나 ‘노답 꼰대’니 하고 놀려대면 못써요!

그럼 제가 질문을 드리기 전에 우선 여사님 질문에 대해 기꺼이 답하겠습니다.

만약에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요.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한 보호시설 유기견들의 운명인 안락사라고나 할까요.

인권보호차원에서 고통이 일도 없도록 전신마취를 실시할 거예요.

그런 후에야 비로소 부위별로 정육(精肉)해 저기 보이는 저의 아들과 딸들에게 선호부위별로 각각 제공됩니다.

그렇다고 저를 단순히 시신절단광(尸身切斷狂)으로 보지 마세요.

그건 절 너무 대충 보는 겁니다.

단지 전 성스러운 도살 작업을 할 때엔 손바닥에 광(狂)자를 그리고 다니긴 해요.

일종의 부적(符籍)?

글구 또! 전 일종의 ‘kindly killer’라고나 할까요?

원하시면 마취 대신 마약이나 환각제 제공도 가능하고요.

요즘 마약에 취해있거나 혹은 피자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통하는 분들을 여기 ‘진실의 방’으로 모셔와 犬공과 猫공들에게 공양하다 보니 말이죠.

부산물로 획득한 불법 유통 약물들이 쌓여있거든요.

특이하게도 그분들이 실종되었다는 신고는 거의 없네요.

가족이나 조직에서 쉬쉬하면 숨기기 일쑤래요.

그리고요.

아예 여사께서 백지를 낸다면?

부가설명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용어로 타백(拖白)하면 말이죠.

감히 단언컨대 제가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주는 게 아니라 북한군에게 끌려갔던 포로인 양 꽁꽁 묶여 유기된 들개들에게 산채로 던져진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요.

예레미야 15장 3장에 나오는 여호와께서 주시는 네 가지 벌 중에 두 번째가 바로 개가 찢어버리는 겁니다.

몰랐죠?

나머지 세 가지는 스스로 읽어보세요.

자기가 하는 일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을 쌓아 정당성을 확보해야죠. 암요. 공부하세요.

여기서 그럼 백지를 제출하는 것이 오답을 내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백지를 내는 용기나 현명함에 대한 대가는 살 확률이 조금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짐승에게 찢겨가는 ‘회개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받아요.

어쩌면 불교용어로 방생(放生) 쯤으로 표현하면 될까요.

왜요?

말이 안 된다고요?

붙잡힌 동물을 자유롭게 자연으로 안심귀가시키는 것과 포박해 죽음에 방치하는 게 어떻게 같으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기회가 되면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다음으론 시간 관계상 둘째를 비롯해 셋째와 넷째 질문에 관해 동시 호가를 던지겠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안개속에서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요.

그렇담. 여사께선 도살업 종사자로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C.S.루이스’란 분께선 인간을 끔찍한 피조물이라고 규정했대요.

이런 가식적이고 탐욕에 물든 인간에 비하면 동물들은 정직하고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답니다.

설령 맹수일지언정 배부르면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아요.

고로 전 자연 상태에 있는 순수한 동물을 복잡다단한 정신구조로 잘못 진화한 인간보다 더 귀하게 여겨요.

따라서 될 수 있으면 보다 빨리 인간의 해골이 안식을 누리게 해야겠어요.

저기 보이는 나의 아들과 딸들, 즉 아담과 하와, 그리고 다소 늙어 보이는 아브라함! 여기 무리들의 우두머리랍니다.

또! 그 뒤에서 여사님을 무척 사납게 노려보고 있는 파라오, 느브갓네살, 키루스, 알렉산더, 카이사르, 술탄 메흐메드 2세, 나폴레옹 등등 덩치 큰 맹견(猛犬)들을 보세요.

참고로 한국에선 한때 도사견 등 투견으로 쓰이던 위풍당당했던 종들이 이젠 식용견으로 전락하지 오래랍니다.

그러니 한때 싸움판에서 잘 나갔다고 자만하면 안 돼요.

저런 사나운 개들조차 먹이를 충분하고 공평하게 주니 서로 싸우지 않고 편안해 보이죠?

헌데 짐승이라고 절대 편애는 금물이에요.

그러하온즉 천지가 들고일어날 땐 빈곤은 물론 불공정이 판을 칠 때래요.

이것으로 모든 질문에 대해 충분한 답변이 되었나요?

자, 그럼! 본격적인 살 떨리는 질문 공세를 시작하려 합니다. 기대하세요.

제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접하는 구약성경 창세기를 읽다 보니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군요.

그건 바로 아브라함이 하갈과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쫓는 장면이었어요.

정작 하녀였던 하갈을 남편인 아브라함에게 준 건 정실부인인 사라였는데 말이죠. 그러다 돌연 사라에게서 적자(嫡子)인 이삭이 태어났다고 해서 첩과 서자(庶子)에게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아브라함 나빠요!

그건 그렇고. 여기 창세기 21장 14절!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네 명의 인간 외에 어떤 동물이 등장할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아니 이런 황당하고 독단적인 질문이 있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소.

저놈은 분명히 정치를 했다면 독재자가 되었을 거요, 내 장담하오.

살인마 히틀러 역시도 애완견과 지도, 그리고 케이크를 사랑했다는 예기를 들었걸랑.

나 백사도 요즘 재미로 성경을 읽었지만 거기에 짐승이 나온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잖소.

그래서 나름 지식을 동원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답을 마구 던졌다오.

백사와 연쇄살인마의 주고받기식의 대사를 들어보렴.


“혹시 하와를 유혹했다던 뱀?”

“아뇨!”

“그렇담.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정찰병인 까마귀나 비둘기?”

“NO!”

“설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염소는 아니겠지?”

“물론이요”

“그렇담 그 정한 시기를 알고 있다는 공중의 학?”

“바보!”

“정말 미치겠군. 그래도 그 지역에 많이 살았다는 먹으면 안 되는 사반(바위너구리)은 아니겠지? 사반 같은 동물을 보양식으로 먹어서 코로나와 같은 질병이 퍼지는 것이다. 이놈들아!”


나 백사가 도통 정답을 알 수 없어서 거의 미쳐 소리칠 때 들려오는 소리는 ‘이제 그만요!’였다오

속개된 놈의 자화자찬(自畵自讚)식 설명!

“그러하오나 정답은 반려견입니다.

못 믿겠다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는 ‘딕 필리프 반(Dyck Philippe Van)’이 그린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는 아브라함’을 보세요.

1680년 작품이래요.

거기 분명히 쫓겨나는 이스마엘이 아직 아기에 불과한 이복동생을 보면서 ‘두고 보자’라고 말하는 듯해요.

이로 말미암아 두 아들의 자손들은 여태껏 중동 사막에서 치고받고 하잖아요.

여성들의 시샘과 질투가 자손만대 전쟁의 씨앗을 뿌려놓은 꼴이죠.

하긴 하갈과 이스마엘이 굴러온 돌인 첩과 별자(別子) 주제에 박힌 돌인 사라가 석녀(石女)라고 놀리는가 하면 기업(基業-inheritance)을 받을 이삭을 희롱한 죄도 있다면 있겠죠?

쉿! 그리하여 곁가지들은 잠시 주인 자릴 누릴 수 있어도 정작 원주인이 나타나면 다시 자릴 내놓아야 될걸요?

이게 세상 이치랍니다. 무지한 자들일수록 잠시 주어진 것들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해요.

다만 그림에 나오는 개가 조선 바둑이인지, 유럽산 사냥개 포인터(Pointer)인지, 그도 아니라면 달마티안(Dalmatian)인지는 불확실해요.

암튼 얼룩무늬 점박이 개가 저 너머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답니다.

목을 길게 빼고요.

왜일까요?

혹여 개로 잠시 변신한 천사인가요?”


나 백사는 이제 어찌할꼬. 곧이어 내 몸이 개간식으로 먹힌다니 손이 연약해지고 고통이 날 잡았으며 해산하는 여인네를 방불케 하는 통증이 임하더이다.

살인마의 섬뜩한 유머감각에 몸서리치면서도 치밀하게 살 궁리를 했소.

내가 비록 다리는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는데 비해 팔이 뒤로 묶여있어 실력발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나의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놈의 실전 전투력에 대한 견적을 내어보니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더이다.

이제 어쩌겠소.

기회를 봐서 발로만이라도 공격하는 수밖에.

내 눈은 이미 이곳 지형지물을 지긋이 살피는 와중에 놈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뜬금없는 책 한 권을 발견했으니.

이름하야 ‘American Prometheus’?

아무튼 남북한이 모두 핵무장을 하거나 말거나 간에 난 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표정은 물론 눈빛마저 위장했다오.


그러자 놈의 반응은 이러하더이다.

“눈을 보니 천하에 전문 암살자여도 겁을 먹은 게로군요. 그렇죠?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여사님껜 특별히 연예인들을 비롯해 장안에 내로라하는 부호들이 애호하는 프로포폴 주사를 대령했나이다.

단지 유통기간이 좀 지난 게 흠이라면 흠!

그래도 깔끔하게 주무시고 나면 완전하게 해체되어 지옥에 가 계실 겁니다.

원하시면 ‘락트-인 증후군(의식이 있는 전신마비)’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어요.

잠깐! 수술 전에 염(殮)한다는 계념으로 예쁘게 미용까지 해 드리는 서비스!

참고로 제가 실제로 애견미용샵을 운영하면서 경험했는데요.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도 마지막에 미용을 해주대요.

이젠 저는 주인 눈빛만 봐도 곧 버릴 것인지를 알아채죠.

웃기죠?

최소한의 마지막 양심의 발로인지?

아님 유기동물을 주어 가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게 하려는 수작인지···.

반려동물을 쉽게 버리는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피치 못할 사정도 있는 반면에는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는 고사하고 주인에게 입질을 하거나 대소변을 제대로 못 가리는 걸 못 참는 경향도 있어요.

도저히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죠.

A dog’s endless trust is its owner(개의 무한한 신뢰는 주인이다)! 무릎 꿇어 이것들아!”


나 백사는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는데 이어 놈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끌려는 속셈으로 화제를 옮겼소.

“그래도 무릎까지 꿇을 건 없잖아.

그러게. 이를테면 정치권이나 특정조직이나 모두 매한가지라니까.

쓰다가 용도폐기 되면 안면 몰수하고 버리거나 조금 이빨을 드러내고 반항한다고 잽싸게 유기하지.

버리는 이유도 가지가지야.

심지어 개웃긴 사실은 과거 개장수나 불법사냥꾼들이 어엿한 동물보호운동가로 둔갑하기도 하지.

마치 보수의 최종병기 수호천사인 양!

암튼 벼락출세하여 기쁘려면 모름지기 기문둔갑(奇門遁甲)을 배우고 때때로 익혀야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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