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9.01 23:20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11,350
추천수 :
32
글자수 :
1,131,441

작성
24.05.03 12:19
조회
10
추천
0
글자
12쪽

시백(5)

DUMMY

나 염소는 오랜 잠에서 깨고 보니 대행이도 지옥은 아닐지언정 남조선 어느 지방병원의 병실이더군 그래.

그간 꿈속에선 죽어가는 짐승을 찾아내는 데 선수인 배고픈 까마귀들이 공중을 맴돌며 맹수들의 혈투가 끝나길 지켜보고 있었네.

이게 웬걸, 거기엔 늙고 쇠약해진 라이온 킹이 자신의 핏줄로 추정되는 세 마리 수사자로부터 공격을 받아 결국 척추가 씹혀 호흡이 끊어지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계절과 시간적으론 봄의 으스름달이 칙칙하고 찜찜하게, 마치 남조선 정국인 양 안쓰럽게 떠있는걸.

그러니까 이곳이 경기도 안산시 바닷가 지역 인근이어서 그랬을까?

‘Oceanodroma monorhis(바다제비)’의 지저귐이 들리는 환청이라니 원.

왜 있잖은가?

오래전 러시아 어떤 작자(막심 고리키)가 노래했다는 검은 마왕과 폭풍의 신인 바다제비의 노래를.

암튼 무지하게 불길한 기운이 시방 남조선에 폭풍과도 같이 불어 닥치고 있다네.

그건 그렇고.

이들이 곧 먹어치우고 있는 붉은 새우는 알겠는데, 어리석은 펭귄들은 또 누구란 말이더냐?

그래 꿈속에 나타난 징조로 미루어볼 때 뭔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지각변동이 일어났음이 분명해.

땅속에서 부글부글 끓고만 있던 마그마가 본격적으로 분출할 판이야.

마치 해방 후에 남조선에서 일어난 적과 흑의 싸움판처럼. 스탕달?···

나 원 참, 이 땅엔 언제나 평화롭게 휘영청 밝은 달을 볼 수 있을꼬?


이만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염소께선 러시아 마피아 보스가 보낸 히트맨의 공격으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났다고나 할까.

그래, 그랬다니까.

스탈린이 암살자를 다섯 차례나 보냈음에도 죽음을 모면한 유고슬라비아의 통치자 ‘요시프 브로즈 티토’처럼 말일세.

그가 암살 사주자 스탈린에게 보낸 편지에서 X나 카리스마 넘치게 그랬다지?

“만일 또다시 살인자를 보낸다면, 그땐 내가 모스크바로 한 명을 보낼 것이오. 난 두 번째는 보낼 필요가 없을 것이외다.”라고 말이야.

이에 간이 콩알만 해진 스탈린은 암살자를 또 보내는 걸 포기했다는 얘길세.


부하들의 보고에 의하면 독일인 하겐으로 위장한 스페인 출신 암살자는 때맞춰 도착한 나의 오랜 심복지인(心腹之人)에 의해 육모방망이로 제압되었다고 하더군.

그것도 아주 잔혹하게.

심복이 보여준 청부살인업자 하겐과 나의 여비서가 온통 붉은 피로 물든 채 나란히 누워있는 증거사진을 보자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구나.

에구, 불쌍한 것들 같으니라고.


자, 그렇담 당시 있었던 드라마틱한 반전을 함 들어보게나.

그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물으신다면···.

스페인 암살자는 사약에 취해 비몽사몽 간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했겠다.

그러다 얼핏 여비서 Lyudmila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기적이 일어나고야 말았던 것이었으니.

말인즉슨 간신히 목에 대충 붙어 덜렁거리는 머리와 함께 피범벅 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보았다나 뭐라나.

이어서 느닷없이 지독한 편두통과 어우러지면서 어디선가 ‘kyrie’가 들렸다는구먼.

해서 그런 연고로 그간의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넘어 회개 모드로 급변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

모름지기 아무리 흉악한 인간일지라도 자비를 구하는 기도문이라는 키리에를 들었다면야.

이어서 심복에 따르면 하겐이 고리타분한 성경에나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나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한 헛소리를 해댔다네.

뭐가 됐든 이렇게.

“Déjà Vu! as long as all the idolatry(음행) and witchcraft(술수) of your Mother of the nation, Jezebel(이세벨) abound?”

그러니 혹여 청부살인업자인 하겐이 오랜 방황 끝에 ‘The keys of Kingdom’을 찾은 것일까?

그래, 기억났네, 놈의 본명은 멕시코 원주민들을 대량 학살한 코르테스(Cortés)였지 아마도?


기실인즉슨 우리가 놈에 대해 꼼꼼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찌감치 스페인 소재 산 모랄레스 신학교에서 신부가 되기 위해 공부한 적이 있었거든.

물론 부모님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래서 기본적으로 라틴어에 능했을 터.

그럼, 그렇고말고!

그건 그렇고.

다만 죄인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 하는 지적인 호기심에서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혀까지 낼름낼름 댄 것이 지옥의 열쇠를 쥐고야 말았던 것이었으니.

고향인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가야 하는 모로코산 마리화나를 통해 신세계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씻을 수 없는 죄에 빠진 시발점이었단 말일세.

이로 인해 그는 결국 신학교에서 퇴학당했지만 영특한 머리 덕분에 일반 대학에 재입학해 학업에 매진한 결과, 스페인 일간지 ‘엘 콘피덴시알(El Confidencial)’의 기자가 되었다네.

심지어 영국 런던 주재 국제부 기자로 말이지.

그래서 라틴어를 구사할 때 어딘가 영국식 억양이 잠재해 있었던 것.


하지만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까닭에 러시아 관영 통신사 스푸트니크(Sputnik) 여기자이자 SVR(해외정보국) 요원의 미인계에 걸려들었다더군.

고로, 종국에는 기자신분으로 위장해 전 세계를 돌면서 인간사냥에 나선 것이라네.

이게 다 마약을 사 드시느라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 뭔가.

특히 어디로부터 살인 오더를 받고는 남조선에서 독일의 ‘쥐투도이체차이퉁’ 소속 기자로 가장했다네.

여담이지만 남조선 엘리트나 고위관료 중에서 외국인 여기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전혀 없을까?

잘생긴 남자기자 역시나!

미인계나 탐욕의 유혹에 넘어가거나 말거나 코르테스(Cortés)가 살아온 굴곡 진 인생을 조망하는 데는 밤을 꼴딱 새워야 할 지경이라니까.


그나저나 나 염소의 숙소를 고려인 출신 부하들이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는데도 암살자가 어떻게 침투했을까?

아무리 코르테스가 여비서인 Lyudmila의 연인일망정 밤에는 결코 들어올 수가 없었는데 말일세.

이유인즉슨 잠자리 인근에는 침입자가 건드리면 폭발하는 소형 인계철선(引繫鐵線)까지도 엄연히 존재했거든.

모든 방어막이 순식간에 해체되었으므로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해!

“인계철선?”이라고 물으신다면야 부비트랩이라고 답하겠네만.

지금 남조선 정치권에 온통 거부할 수 없는 인계철선이 설치되어 있잖아.


그럼 어디 한번 곱씹어보세.

구조적으론 내부의 동조자가 없었다면 코르테스 혼자 나의 침실까지 접근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거든.

특히 심복이라는 놈이 침입자를 사로잡아 심문할 여력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육모방망이로 두개골을 냉큼 박살냄으로써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게 하다니.

난데없이 그동안 다른 화자(話者)들이 지껄여오던 기괴한 문장이 떠오르는군.

이미 여러 차례 주지하다시피 바벨론이 멸망하기 직전에 왕궁 벽면에 손가락이 나타나 썼다는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무슨 말이냐면, 적군이 코앞에 있음에도 위기의식도 없이 주지육림에 빠져 있던 벨사살 왕을 하나님의 저울에 달아보니, 깜냥이 안 되어 통치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신다는 말씀!

이로써 해자로 둘러싸인 이중 성벽인 바빌론 성이 난공불락임에도 말이야.

내부에서 배반세력이 협조함으로써 메데와 바사의 연합군에게 의해 왕이 살해되고 공중도시가 정복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배반의 장미로 의심되는 심복의 정체는 다름 아닌 겐지(源氏)!

이자는 고려인이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해서 사할린 고려인 정도로 해둠세.

조부는 일제강점기 사할린 지역에 강제노역으로 끌려갔던 조선인이지만 조모는 일본인이어서 여러 가지 정체성을 소유한 작자라네.

겐지는 남조선 조직에서 나 염소의 두중장 역할을 맡아온 놈이야.

평소 자기가 천황의 명을 출납하는 일본 고대 관직인 ‘두중장’이라며 자랑을 치곤했지.

그렇다면 나 염소가 천황?

겐지는 하겐과 짜고 날 없앤 후에 남조선 지하세계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려 했음이 분명해!


그리고 말일세.

나에게 히트맨(HITMAN) 내지는 페인트공(Paint Houses)을 보낸 장본인은 아마도 날 잘 알거나 관계가 깊은 인물일 수가 있다네.

소련이 붕괴된 후에 나와 한때 ‘붉은 기 대학(KGB 정예 해외정보교육기관)’에서 동문수학하던 동료들이 대거 러시아 마피아이자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로 변신했잖은가.

나 역시 그랬고.

그렇기는 하지만 이권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치열했다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원수로 돌변했지.

경쟁자들은 내가 남조선에 무기를 팔아먹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는 데 대해 몹시 배가 아팠다네.

그랬다니까.

나 염소가 T-80U 전차, 메티스-M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카모프 헬리콥터 등을 러시아로부터 들여옴으로써 남조선 불곰사업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단 사실을 아무도 모를걸?

그때만 하더라도 그랬다네.

여기서 굳이 그 후에도 장갑차며 열상조준경 등은 물론 첨단무기 제조기술까지 중간에서 거래한 것까지는···.

부언컨대 이런 기술이 다 남조선에서 각종 미사일과 어뢰에 이어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까지 연관됨을 물론이거니와 향후 ICBM까지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게 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시 망해버린 러시아로서는 과거 빌린 경제협력차관을 갚을 길이 없어 남조선에 날로 넘겼다고 볼 수 있으나 기실은 무기 및 장비의 노후화에 따른 부품을 계속 공급하는 잇속도 있거든.

하지만 남조선과 러시아 간 이런 모든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근자에 와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사달이 난 걸세.

이젠 날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된 거지.

왜 그러냐면, 난 그동안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미 무기 밀매 분야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상태라서 그래.

필시 이번에도 남조선의 가성비 높은 고퀄리티 무기와 기술력을 현재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에 팔아먹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 싹을 자르려 했겠지.

어이, 해골이 좀 복잡하지?


하지만 남조선 동무들이여 명심들 하시게나.

조선 말기 러시아 공사관과 경운궁을 연결하는 비밀통로가 1981년에 와서야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고종과 ‘Mother of the nation’인 민비가 여차하면 러시아로 토껴 버리려고 만들었던 걸세.

쉿! 혹여 이 시대에도 어느 나라 대사관과 연결된 그런 비밀통로가 또 어딘가 있으려나.

얼추 그럴싸하지?

각자 깜냥껏 판단하시게나.


오늘따라 병실에 걸려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모조품인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보고 있자니, ‘Starry, starry night’로 시작하는 돈 매클린의 ‘Vincent’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Bb단조 ‘Funeral March’가 겹쳐지는걸.

낸들 어쩌겠나.

선수들만 교체될 뿐 배반과 비극이 무한 반복되는 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이런 썅’이라고 욕하지 마시고, 다 그러려니 하시게.

도저히 이 판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야 성경의 Books of Kings(열왕기) 편이나 로마제국 쇠망사 중 Military Anarchy(군인황제시대), 또는 고려사 무신정권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룡신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부의 글 21.12.28 235 0 -
219 용백(2) 24.09.01 2 0 12쪽
218 용백(1) 24.08.01 5 0 11쪽
217 시백(7) 24.07.10 6 0 12쪽
216 시백(6) 24.06.19 9 0 12쪽
» 시백(5) 24.05.03 11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9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0 0 11쪽
210 염백(7) 24.01.17 11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2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200 갱백(4) 23.07.26 16 0 12쪽
199 갱백(3) 23.07.16 22 0 12쪽
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197 갱백(1) 23.06.28 20 0 11쪽
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8 0 11쪽
192 타백(3) 23.05.02 29 0 12쪽
191 타백(2) 23.04.26 2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