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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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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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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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백(3)

DUMMY

이윽고 Rozinante(로시난테) 여사께선 가쁜 숨을 헐떡이며 대뜸 어쭙잖게 한 말씀 하신다.

자기 조상의 고향인 스페인과 현재 대한민국의 내전이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고. 그 말인즉슨, 직접 사우스코리아에 와서 보니 두 세력이 막상막하로 짱짱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스페인 내전과 흡사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단다.

당시 스페인에선 파시즘과 볼셰비키 간의 살육전이 존재했었음을 목 놓아 강조하면서···

다만 스페인 내전은 가톨릭이 기득권 우파여서 좌파정부 시절 사제는 물론이고 주교마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여기 대한민국에선 기록된 바에 따라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해야 할 사제들께서 통치자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길 간절히 기도하는 무지막지한 좌파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어지는 주장을 글로 옮기자면, 참말로 당시 스페인 좌파는 ‘while at war(전쟁의 시기)’였음에도 마르크스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이 서로 반목했으며 노동자 단체끼리 서로 살해하는 참극이 발생했단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 간에도 스탈린주의자와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분쟁했다고 하니 이것이 좌파의 분열 본색이 아니고 무엇일까 보냐.

어디라고 다를쏘냐?

결국엔 이들 무리들이 ‘pronunciamiento(쿠데타)’ 꽃을 만개하게 하는 벌떼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러면서 참고로 알려줄 게 있다면 첨언하길, 작금의 남조선 좌우대립 현상과 방향을 이해하려면 내전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페인보다는 그간 세상엔 복지 중도성향 국가쯤으로 알려진 자이리톨 껌의 나라 핀란드를 보란다.

주변 강대국에게 동네북이었던 역사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1918년도 거기선 좌•우간, 즉 적군과 백군 간에 유혈 참극이 벌여졌음을 강조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조상 대대로 타고난 사냥꾼이었던 핀란드인들은 다른 사상을 지닌 동족을 엘크 정도로 여기고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일본 식민지여서 대동아 전쟁에 황국 군인의 일원으로 내몰렸듯이 핀란드도 본의 아니게 나치독일에 떠밀려 반강제적으로 소련과 맞다이를 뜨다 엄청난 인구 손실을 초래했다는 얘기까지 첨부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국가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핀란드 위정자와 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했는지 꼭 살피란다.

물론 주변국들로부터 박쥐 국가라는 욕을 먹었지만 대신 소련 위성국가로 전락하는 걸 방지했거니와 냉전기간 중에도 전쟁에 휩싸인 적도 없었다는 장황한 설을 풀더니만.

자기 말을 무시하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가 강물처럼 흐를 것이라는 저주까지도··

·

암튼 나 여무명은 이쯤에서 중재에 나서려 하는데 웬걸?

‘Dead Cat Bounce’라고나 할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사랴가 로시난테 여사를 덮친 후 아나콘다 초크 기술을 거는 게 아닌가!

이는 마치 아마존 정글에서 거대한 짙은 색 아나콘다가 화려한 무늬의 암컷 표범을 휘감고 있는 모습과 같도다.

혹여 아사랴는 ‘Dead Cat Bounce’를 통해 작금의 세계 경제가 죽기 전 한 번 튀어 오르는 현상을 온몸으로 표현해 주겠다는 것일까?


마침내 아사랴는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필살기를 보여주었던 것이었으니.

이처럼 필살기(必殺技)는 단순히 상대방을 확실히 죽이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를 희생해 마지않더라도 적을 끝장내는 기술이겠다.

요즘 남한의 자칭 보수주의자 중에선 과거 한국전쟁에서 수류탄을 들고 북조선 탱크로 돌격하던 기백은 온데간데없다.

왜냐하면 좌익과의 총성 없는 내전에서 이익만을 계산해 모여든 용병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렇다.

하여 패색이 짙어지는 전투에선 자신의 목숨을 거는 용병은 있을 수 없는 법!

이는 나폴레옹에게 최후를 맞은 베네치아를 비롯한 국가에서 여실히 보여준 사례들이다.


다시 전투장면으로 돌아와!

이윽고 스페인 출신이라고 주장하던 전직 해병대 저격수는 이미 뇌로 향하는 혈액의 흐름이 막혀 실신 상태에 이르고 팔과 어깻죽지가 동시에 으스러지는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특등 스나이퍼로서의 정신은 살아있음을 몸소 보이려는 듯 허공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을 취하면 죽어가더라.

항복을 표시하는 탭도 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한데도 고작 생에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Viva la Muerte!(죽음 만세)’였으니 그녀에게는 아직도 파시스트 출신 선조들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었음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저들 간의 싸움이 바로 썩을 승리자의 관을 위해 다투는, 향방 없는 달음질과 허공을 치는 싸움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자기들이 곧 뒈질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이런, 이런, 딱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물론이거니와 난 도중에 마치 UFC 경기의 심판이라도 되는 양 경기를 중단시키려 했건만···.


이를 어쩐다.

결국엔 나조차도 미 해병대 저격수였던 로시난테의 죽음을 사전에 말리지 못한 이유는 뒷목에 차가운 금속성의 기분 아주 나쁜 촉감을 느꼈기 때문이니라.

그런 금속덩이에 불과한 권총인 ‘Mauser(마우저) C 96’을 쥐고는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인물은 바로 염소회장이었다.

얼핏 봐선 골동품에 가까운 총을 아직도 사용하다니,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러한 ‘Mauser(마우저) C 96’을 누가 언제 누구로부터 하사 받고 나무로 제작한 권총집을 번쩍거리게 닦아 차고 다녔는지는 굳이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그리고 그 총으로 누굴 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유야 어쨌든지 간에 염소 회장은 아마도 찌르고 찔리는 검(檢)과 도(刀)의 선상 난전(亂戰) 와중이었기에 통통배를 몰고서도 여기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리라. 그렇더라도 웬걸?

염 회장은 밤하늘을 보면서 울부짖으며 절규한다.


“아! 나의 유일한 혈육 아사랴가 이렇게 죽어가다니.

그리고 저기 내 아들을 죽이고 함께 죽어간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구 섞어 쓰는 잡종은 어디 소속인가?

긴가민가했었는데 혹시 CIA? 즉 Capitalism Invisible Army(자본주의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군대)가 내 아들 죽음의 배경에 있음이 분명해!

그래 맞아!

내가 KGB에서 일할 때 저 여자 얘길 들은 적이 있었다고.

당시 우리 소련이 침공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대상으로 몰래 저격 훈련시키는 미국 년이 있다고 들었거든.

그때 훈련시킨 탈레반들이 훗날 반(反) 서방 테러세력으로 성장해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났잖아.

게다가 미군이 아프간에다 버리고 간 무기가 독 뭍은 부채가 되어서 세상을 부칠 터인데···

세상이 다 그런 거야.

인간들이 쥐어 짜낸 전략전술을 신이 망쳐놓거나 역으로 당하게 만드는 것이지.

그런고로 세상은 요지경!

지난 남조선 좌파정부에서도 기껏 키워온 살인병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엎어진 물이지만 아들과 난 돈이 녹아서 증발하고야 마는 대청산의 날이 도래하면 해킹하고 채굴한 암호화폐로 Paradise Lost(失樂園)을 재건하려는 그야말로 야심찬 계획을 세웠건만.

러시아 실력자에게 코인을 대량으로 넘겨서 구 소비에트 지역 지하경제를 둘러싼 나의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했었는데 아쉽도다.

알기 쉽게 사례를 들자면 올 겨울 닥쳐올 최악의 혹한기에 에너지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는 서유럽에 몰래 러시아 가스와 석유를 팔아먹을 계획이었거든!

이번에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I will be with you. whatever’라고 아양 떠는 유럽의 지도자들은 지옥을 경험할 것이야.

기억해!

왕년에 잘나가던 소련 역시도 아프간과 무려 10년 동안 전쟁을 끝내지 못했다는 걸. 그런데 말이야, 과연 딥 스테이트가 이번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길 바랄까?

결국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오일쇼크와 식량쇼크가 동시에 발생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날 것이야.

다시금 Great Game이 시작되는 셈일걸?

그러므로 apocalypse(베일을 벗다, 라는 그리스어)를 통해 아포칼립스(apocalypse)가 시작되는구나, 야.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돌연 끝나면 독박 쓰는 나라는 어딜까?

내 눈에 Schopenhauer(쇼펜하우어)의 하얀 암컷 푸들이 아닌 Biden’s poodle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거든?

과거 Bush’s poodle과 같이 말야.

이제 곧 미국에서도 American First를 외치는 자가 부활할 경우 한반도에는 또 한 번의 인위적인 regime change를 시도할 것이거든!

자, 주인의 팔을 통째로 물어뜯어버려라 개들이여!

개의 목을 묶어놓은 모든 애완인들은 비록 그들이 개 식용 금지법에 앞장설지언정 짧기 만한 견생(犬生)을 망치려는 악마들일뿐이니까!”


나 여무명은 아들이 죽은 것보다도 자기 계획이 망가진 것 때문에 정신줄을 놓고 떠들고 있는 염 회장을 처치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때였다.

초반에 바다로 뛰어든 해커들이 슬금슬금 배로 기어 올라오는 게 아닌가.

아마도 행동대장 격이었던 아사랴가 비록 죽었지만 미국이 보낸 저격수 역시나 사망함으로써 아사랴의 아버지인 총대장 염소가 다시 배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다.


이들은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는 한반도 버전 잠언(箴言)의 글귀를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는 자들이려니와 배와 선장은 물론 승객들이 괴력난신(怪力亂神)들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거나 말거나 자기 한목숨 살자고 줄행랑을 쳤던 것들이 아닐까?

자, 이제 이 비겁한 무리들이 염소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져서 날 노려보면서 성토하더라.

이들이 던지는 다국적 언어는 나로선 잘 이해할 수 없지만 plaisanterier(희롱)과 ridicule(조롱)이 판치는 comique(희극)과 다름없었음 이러라.

이때 마침 여명의 시간으로 접어들더니만 하늘과 바다를 오통 붉은색으로 물들여놓고 만다.

이제껏 적색 바탕에 흑색 배가 떠 있고 그 위로 날아오는 헬기가 마치 기러기가 어우러져 유치찬란한 이발소 그림 같구나.

그랬다. 또다시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양 헬기로부터 기총소사(機銃掃射)가 시작된 것이다.

자, 이제 해커 잔당들은 ‘strafing!’를 외치며 난리법석이다.


나 여무명은 이러한 엎치락뒤치락 반전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내 고향 중국 선조들이 알려주는 「위로야화(圍爐夜話)」의 구절을 슬며시 떠올린다.


恃力者, 忽逢眞敵手(힘에만 의지하는 놈은 진짜 적수를 만날 수 있음을 마음에 두지 않고)

恃勢者, 忽逢大對頭, 人所料不及也(세력만 믿는 놈은 큰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소홀히 하는데, 이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여, 시력자(恃力者)가 시역자(弑逆者)일까 보냐!

옳다구나 시세자(恃勢者)들이여, 차라리 세상변화에 대한 시세자(視細者)가 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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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시백(2) 24.03.04 11 0 11쪽
211 시백(1) 24.02.15 11 0 11쪽
210 염백(7) 24.01.17 12 0 11쪽
209 염백(6) 23.12.27 10 0 11쪽
208 염백(5) 23.12.08 15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 염백(3) 23.10.09 14 0 11쪽
205 염백(2) 23.09.23 14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3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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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타백(6) 23.06.06 24 0 11쪽
194 타백(5) 23.05.24 27 0 12쪽
193 타백(4) 23.05.13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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