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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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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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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백(7)

DUMMY

나 여무명은 이블린 경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코 혹시 모를 암살 시도에 대비해 담백(淡白)으로 하여금 물 셀 틈 없는 경호를 부탁했다.

더불어 이블린의 상태에 대해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도 주문했고.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담백이 간호사 복장을 한 채 한걸음에 달려오는 게 아닌가.

내가 본즉 하얀 가운에 군데군데 튀어있는 피가 마치 매화가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와 같더라.


담백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보고하길.

“제가 밤에 이블린 경의 입원실에서 소등한 후에도 소형 렌턴을 켠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이블린 경은 저를 힐끔 보더니만 영어로 이렇게 씨불이더군요.


‘Lo! in that house of misery. A lady with a lamp I see. Pass through the glimmering gloom, And flit from room to room.(하! 비참한 집에 램프를 든 여인이 보이는구나. 어렴풋한 으스름 속에서 방에서 방으로 스치며 지나다닌다네.)’라고요.


아마도 저를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쯤으로 착각했나 봐요.

왜,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영국 간호사 있잖아요?

그러더니 계속 헛소리를 지껄여댔어요.


‘Misery me!(이게 뭐람!)

그럼 지금 여기가 크림전쟁(1853년-1856년)의 한복판이더냐?

결국 소각 후 퇴각전술로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를 밟은 러시아가 동유럽과 지중해를 넘보다 우리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프랑스 및 오스만 등)에 패한 전쟁 말이오.


그렇담 여기 러시아 소속으로 참전한 톨스토이는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어쨌거나 이 모든 게 다 「Voina(전쟁)」이냐 「Mir(평화)」냐 그것이 문제로다.

크림 전투를 묘사한 우리나라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경기병 여단의 돌격)」이란 시나 들어 보거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전진! 돌격!

암튼 너희 동양인들 알아?

여기서 이긴 영국과 프랑스가 과거 서로의 원한을 잠시 덮은 채 합심해 바로 중국으로 돌격 앞으로 했다는 걸?

이름하야 제2차 아편전쟁(1856년-1860년)!

그렇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혹여 러시아가 패하면 크림 전쟁과 똑같이 러시아 지도층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될뿐더러 중국에서도 뭔가 또 벌어지지 않겠어?

가즈아∽! 데칼코마니인 양!

고로 인류 역사의 대전환은 항상 변경지대(邊境地帶)에서 발생했나니.

러시아 놈들이 우크라이나(Ukraine)의 어원이 ‘변경’이라고 우기지 않았겠어?

황인종이 서양에 화를 불러온다는 péril jaune(黃禍論)를 기억할지니라.’이라던데요? 이거야 뭔 말을 하려는 지···”


나 여무명은 담백 간호사가 전하는 말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다.

느닷없이 ‘우크라이나’라니!

그러하기에 러시아가 과거 우크라이나에게 1954년 줬다 다시 2014년 도로 뺏은 크림반도에서의 전쟁은 또 웬 말인가?

그리고 내 고향 중국마저도 전화(戰火)에 휩싸인다는 건, 조만간 벌어질 수 있는 중국의 대만공격에 따른 후폭풍을 암시하는 것일까?

혹여 이블린이라는 작자가 마치 중국의 금지된 예언서인 「추배도 <推背圖>」 같은 것이라도 알고 있단 뜻인가?

중국을 비롯한 극동에서 서로 칼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불을 뿜는 세계대전이 터진다는 걸.


여기서 중요한 교훈 한 가지!

비록 크림전쟁에서 영국 연합군이 승리했을지라도 엉망진창인 전투였단 걸 명심하시길.

당시 참전한 영국군 지휘관들이 매관매직(賣官賣職)으로 끼리끼리 발탁되어 무능한 데다 서로 사이도 별로였단 걸!

그런 이유에서 결국 용맹무쌍한 경기병 여단 육백 여명이 러시아 대포와 코사크(Cossack) 용사들에게 완전 탈탈 털렸음을.

여기서 잠깐!

코사크는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이다.

하여간 영국의 경기병 여단은 난해하게 하달된 지시를 잘못 해석해 엉뚱한 방향으로 돌격했으니.

진격하는 도중에 이상함을 인지했음에도 지휘관의 실수를 되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명령에 따라 지옥의 아가리 속으로 장엄하게 달려가다니.

이런 일이 현대전이라고 다를까?

아님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된 조직에서 벌어지는 충성스러운 미관말직(微官末職)들의 개죽음이라고 비유한다면?

그래도 기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1968년 상영된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경기병 여단의 돌격)」을 꼭 보시길.

특히나 당신들 스스로가 현재 윗대가리만 믿고 마구 돌격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었는걸!

왜 담백의 간호사 옷에 피가 묻어있는지를.

카디건까지도 피로 얼룩지다니!

참고로 카디건은 위에서 설명한 무능한 영국 지휘관 중 한 명이자 그래도 부하 사랑이 남달랐다는 카디건 백작(Earl of Cardigan)이 고안해서 즐겨 업었다는 설이 있더라.

해서 말인데, 실제 싸움에서 필요한 전투력보다 명성을 우선으로 하는 지휘관을 만난 부하들은 종국엔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도···.

여기에 대해 「1984」와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이 한 마디 거들었단다.

‘영어로 된 가장 감동적인 전쟁 시(詩)가 엉뚱한 방향으로 돌격한 경비병 여단을 다루고 있다니!’라고.


담백도 내가 뭔가에 골똘해있는 표정에 아차 싶었는지 심호흡과 함께 정신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나가더라.

“그런데요.

제가 정신이 혼미해 중요한 사실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누군가 이블린 경의 입원실에 침입했다는 걸요.

전 처음에 침입자가 초라한 백발의 노인으로만 보여 경계심을 풀었죠.

그런 순간 그잔 제 눈앞으로 정체불명의 약품을 뿌렸고···.

제가 다시 깨어보니 이블린 경은 사라진 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제 옷에 피까지 묻어있었어요.

근데 그거 아시나요?

비싸게 구입한 명품 카디건까지도 이렇게요.

다행히 제 피는 아니고요.

입원실이 난장판으로 변한 것으로 미루어 어떤 세력 간의 격투 등 상당한 소동이 있었던 걸로 추정됩니다만···

이를 어쩜 좋죠?”


다음날 다니엘과 그의 친구 미사엘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왔다.

그들은 이미 입원실을 둘러봤다면서 최소 3-4명 간의 싸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걱정했다.


미사엘이라는 친구는 타고난 성격 탓인지 입을 참지 못하는 듯했다.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제 깐에는 재담이라도 되는 양 매사 이런 식으로 떠벌이더라.


“오! 이 병원이 혹시 외신을 통해 세계에 널리 알려진 ‘Ghost Surgeries(유령 대리 수술)’이 아니무니까?

왜, 있잖아요?

의사가 아닌 원무과장이나 행정실장이 집도를 한다는, 심지어 덴티스트(dentist)가 써전(surgeon)으로 맹활약한다는!

농담이무니다.

요즘 한국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환자의 동의 없이 집도의(執刀醫)가 싸바싸바(娑婆娑婆)하게 바뀌는 일이 벌어질까 봐서요.

자고로 전쟁은 사냥과 다르다고 하잖습니까?

요즘 한국은 정치가 바로 전쟁이 아니무니까.

사냥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지만.

전쟁은 서로 공격하기에 자칫 실수라도 할라치면 죽는 게 전쟁이무니다.

그러하기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

내 얘기가 아니라 톨스토이가 쓴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구절이무니다.

명심(明心)이노 하시길.

한국의 관료들이란 대부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자기들은 진즉에 오랜 시간 챙겨 왔노라고 변명이노 하무니다.

혹여 크게 터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려 했던 것이 아니무니까. 항상 이래요!

그럼에도 내가 보건대 정치권이나 관가나 여기저기 ‘하카토모(墓友)’들이 즐비해.

앗! 실수!

원래 한반도는 순장(殉葬) 문화지. 그래서 일본까지 고대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었다던 스키타이의 문화가 전해진 거였고···”


이에 다니엘은 친구 미사엘의 선을 넘는 농담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끝내 한마디 한다.

“남의 나라 일에 이래라저래라 참견하지 말게.

요즘 미국이 자네 모국 일본을 좀 거들고 있다고 말야.

Oracle of Omaha(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께서 일본기업에 투자한다고 하니 니케이 지수도 많이 상승했겠다. 눈에 뵈는 게 없지?

허나 미국이라는 나란 일본 제국이 자국 땅 진주만을 공습한 경험을 절대 잊지 못할걸?

과거 한때 그걸 잊은 일본이 원자폭탄 두 방을 막고도 80년대 돈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살 수 있다느니, 미국을 또다시 희롱하다 된통 당한 걸 또 잊은 게야?

잃어버린 30년을 말하는 걸세.

굳이 머리 아프게 플라자 합의(Plaza accord)까지 들먹이진 않겠어.

그런 연유로 국가 간의 합의나 조약이 중요한 거라네.

우크라이나 역시도 폴란드를 막기 위해 1654년 러시아와 맺은 ‘페레야슬라프 조약’으로 인해 병합되는 단초를 제공했지.

지금까지도 그 조약이 양국의 통합 논리로 이용되잖아?

당장만 고려한 합의나 조약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큰 올무가 될지를 고려해야 한 터인데···.

따라서 강대국으로부터 시험을 치를 것을 강요당할 땐 외려 「Hand in a blank paper」하는 게 현명할 테지.

설사 주관식이 아닌 골라잡기 객관식일지언정.

결기 또는 너희 일본말로 곤조(根性) 있어 보이잖아?

역사적으로 강대국은 이랬다저랬다 장난꾸러기이거든.

거기다 지난번 한국 좌파 정권에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부활하는 꼴불견은 미국으로선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지.

자칫 한번 신뢰가 깨진 이상 더 큰 전쟁을 위해 한반도를 희생 제물로 삼으로 수 있다고.

러시아는 페레야슬라프 조약 이후 우크라이나를 위해 폴란드를 막아주기는커녕 스웨덴을 치기 위해 오히려 폴란드와 손을 잡는 조약을 체결했단 사실!

이게 바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영원한 적과 아군이 따로 없는 국제관계지.

해서 말이라네, 현재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폴란드가 영원히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할까?

자칫 인접국이 동유럽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데?

과거 두 나라 관계는 강점국 일본과 신민지 한국과 같은 관계였잖아.”


나 여무명은 이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된 다니엘의 장황한 외교 전략 해설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었다.

다만 난 그저 중국 출신으로서 ‘당송 8대가’로 유명한 소동파(蘇東坡)가 떠올랐으니. 한반도 지식인들이 존경해마지 않던 그는 기실 혐한(嫌韓)론자였다.

고려인을 거만한 원숭이에 비유할 정도로.

왜 그랬을까?

그때 고려인은 떠오르는 강자인 거란족의 요나라와 꺼져가는 한족의 송나라 사이에서 실익만을 쪽쪽 빨아먹는 얄미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한반도에는 명분과 원칙만을 내세우고 황언난어(謊言難語)만 일삼는 성리학자들이 득세하면서 때만 되면 백성들만 떼로 죽어나가는 수난사가 되풀이되었다더라.

안타깝다. 이미 시세(時勢)는 개변(改變)하여 기한(期限)이 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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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시백(3) 24.03.2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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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염백(6) 23.12.27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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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염백(4) 23.10.30 17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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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갱백(1) 23.06.28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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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타백(4) 23.05.13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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