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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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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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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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백(6)

DUMMY



나 여무명은 지난번 인천공항에 다니엘을 마중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외국인에 대한 미스터리한 의혹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재앙에 관한 동물적인 감각이 또다시 발동한 것일까?

암튼 나의 촉이 아직 살아있다면 그잔 백년마다 되풀이된다는 환난의 불씨임이 틀림없을 터.

이를테면 분노의 책벌과 얼추 비슷한 것이라고나 할까.


당시 쌍장군도 그자의 관상에 대해 말하길, 설령 외모는 다소 모자라거나 어설프게 보일지라도 실상은 상대방을 속여 목적을 달성하는 완전무결한 명품배우라고 평가하자 않았던가.

그건 바로 허허실실(虛虛實實)!

따라서 굳이 자신이 똑똑하고 지극히 위험한 자임을 만천하에 알려 모든 궁전수(弓箭手)들의 과녁이 되겠다는 인물은 이런 허허실실 바보 캐릭터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이런 헛똑똑들은 거짓된 이상(異象)이나 아부나 떠는 점복(占卜)에 대취(大醉)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명정대취(酩酊大醉)한 채 실언을 일삼아야 사내대장부이고 부화뇌동(附和雷同)이 충신(忠臣)과 열녀(烈女)로 평가받는 세상이로다.


그리한즉 자신의 진짜 힘을 숨기고 있는 이 외국인 고수에 대해 심히 궁금해졌다.

해서 난 우리 회사의 막내인 청백(淸白)으로 하여금 그때 공항 리무진버스에서 본 핑크팬더 영화 주인공과 흡사한 외국인의 행적을 살피라는 오더를 내렸더랬다.

그러곤 며칠이 지난 어느 늦은 밤!

청백은 혼비백산해 날 찾더라만.


청백에 따르면 외국인 밀집지역을 수소문해 겨우 그의 거처를 확인했으나 경호원들이 상시 보호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단다.

그런 와중에도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염소로 추정되는 초로(初老)의 남성이 먼저 숙소로 진입하더니 뒤이어 전에 한번 인사한 적이 있는 다니엘의 친구 아사랴가 폭풍을 일으키며 난입했다는 얘기다.

예서 잠시만 살펴보자.

폭풍작전에 대해서는 대부분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벌인 바그다드 공습 정도만 기억한다.

서방세계에게 악명 높았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한 ‘Desert Storm’ 말이다.

허나 이는 1950년 북조선의 남침 시 김일성이 각 예하부대에 공격개시를 내린 암호 명령이었단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은 얼마나 있을까?

어쨌거나 청백으로부터 듣자니 안에서는 옥신각신 정도가 아니라 아수라장이 벌어졌거니와 심지어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단다.

그야말로 사람 좋게만 보였던 아사랴가 야수의 눈과 심장을 가진 괴수 변한 상태였다는 개인적 소견까지도 이렇게 묘사하더라.


“여무명 형님. 정말 그랬어요.

그때 아사랴는 한국 고대 전설의 괴물로 분류된다는 ‘이수약우(異獸若牛)’가 따로 없었다니까요.

초대형 코끼리나 소처럼 힘이 엄청나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짐승이요.

진짜로 블랙슈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있던 경호원 형들은 마치 장풍에 맞은 것인 양 몸뚱어리가 공중부양을 했고요.

이른바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따로 없었어요.

그 광경을 넋놓고 훔쳐보자니 ‘추풍하상(秋風下霜) 일석이탄(一夕而殫)’이 떠오르더군요.

가을바람이 서리를 내리게 하자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게 떨어지고 만다,라는 구절이요.

그래서 탄핵(彈劾)일까요?

물론 ‘탄’에 쓰인 한자는 다르지만요.

그러므로 옛 성인들이 ‘時難得而易失(때는 얻기가 어렵고 잃기도 쉽다)’이라고 말씀하셨겠죠?

그런데 말이에요.

초반 선전을 벌이던 외국인은 다름 아닌 백호(白狐)였어요.

여러 가지 술법을 익혔다는 ‘흰 여우’요.

검붉은 아사랴 형과 정체불명 백호 간의 배틀은 마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나온다는 흑룡과 백룡의 싸움이었어요.

하긴 흰색이니 검은색이니 간에 그래봤자 결국엔 한방에 갔지만요.

그렇지 않겠어요?

체급 자체가 상대가 안 되었죠.

게다가 백룡으로 말하자면 태조 이성계의 할아버지가 도왔고 용이 머물던 연못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는 스토리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요즘 출세하려면 용비어천가 정도는 달달 외어야 한다면서요?

그리고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흑룡은 주로 백제 지역에서 나타났대요.

그래서 요즘 서울 용산(龍山)이 핫(hot)한가요?

그래서일까요.

인근 이태원에서도 ‘무고경주(無故驚走)’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실제로 660년 백제(부여) 시장 통에서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도망치다가 밟혀 죽은 자가 100여 명이 넘었다는 소름 돋는 데칼코마니!

이처럼 고대 괴물의 일종으로 불리던 ‘무고경주’의 경우는 귀신과 같은 존재가 어떤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순식간에 전파됨으로써 연쇄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래요.

근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염소와 아사랴는 백호가 이미 죽은 것으로 여기곤 현장을 떠났지만요.

그 뒤엔 또 다른 경악할 만한 인물이 나타난 거예요.

바로 백사(白蛇)가 와서 백호(白狐)를 둘러메고 가벼렸죠.

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악(驚愕)의 대잔치에 다리가 후들거려 더 이상 추적은 포기했고요.”


이때 마침! 뒤늦게 사무실에 도착한 이는 쌍장군이었으니.

그도 청백이 목청 높여 떠드는 외국인들 간에 벌어진 싸움박질 얘기가 흥미진진해 보였는지 이런 식으로 거든다.


“무척이나 흥미롭소이다.

그래 내 뭐랍디까?

아사랴가 언제부턴가 수상쩍다고 했지요.

예전에 무인도에 가둬둔 늙고 병든 염소 놈을 놓친 것도 아사랴였습지요.

당시 아사랴는 자신이 무인도에 도작해보니 염소는 이미 러시아 마피아에게 피살되거나 납치되었다고 얘기했거늘. 【구백(口白)中 참조】

뭔가에 단단히 씌어 풀어준 게 분명하다니까.

이보십시오. 누가 뭐래도 염소는 한때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잖소.

어떤 분이 말했지.

공산주의는 휴전선을 넘어서가 아니라 정신의 공백을 타고 온다고.

즉 사회의 부정부패 내지는 부조리와 빈부의 격차 등으로 말이지요.

아사랴는 비록 해킹 실력을 인정받아 캐나다 정보기관 요원이 되었을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그곳 주류사회 일원이 될 수 없는 남태평양 식민지 혼혈고아 출신이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거늘.

자고로 백성이 자괴감이 커질 때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져 붉은 유령들이 코로나처럼 창궐하는 것이니까요.

그건 그거고.

어릴 때부터 대대로 백수였던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한학을 가열차게 배운 청백의 말을 비유하건대, 백호(白狐)는 삼국시대 백제가 망하기 직전에 궁궐에 나타난 요물이지요.

이를 어쩐다?

청백이 보고하길 그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유수한 대기업은 물론이고 온갖 관청까지 설쳐대며 드나들었다더군요.

흰색이라고 다 좋은 건만은 아니지요.

옛날엔 백어(白魚)가 나타나면 병상(兵象-전쟁의 징조)으로 판단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 역시 상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유언비어로 악용되기도 했지요.

실제로 임진왜란 때 그랬다는 기록이 있어요.

꼭 참고하시지요.

제가 왜 하필 이때 이런 말을 하냐면.

조만간 일본으로부터 닥치는 요상한 기운이 섞인 바닷물을 먹고 변한 백어가 떼거지로 출몰해 인간까지 백혈병(白血病)에 걸릴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 것이기에 그렇소이다.

이왕지사 여우 얘기까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성경이 이르길 환난 중에 나타나는 폐허의 자칼(Jackal)들!

그들은 결코 백성을 위해 자국의 성벽을 수축하지도 아니하였으니···

이런 자칼에게 묻거나 의지하는 이들의 죄악도 자칼의 죄악과 같다고 하더군요.”


나 여무명은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다니엘로부터 어떤 외국인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게 바로 백호(白狐)란 걸 알게 된 것이었으니.

이때서야 비로소 그자가 영국 MI6에서 다년간 일하던 이블린 경이라 걸.

암튼 여차여차해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담백(淡白)을 통해 이블린 경이 입원한 병원을 겨우 찾았던 것이다.

담백이 해당 병원 측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는, 거의 걸레가 된 영국인 환자를 어떤 중년 여인이 업고 와 병원비까지 선불로 지불한 후 홀연히 사라졌단 미담(美談) 아닌 괴담(怪談)이다.


난 쌍장군과 그리고 청백까지도 함께 이블린 경이 있다는 병원에 부랴부랴 도착했다.

담당 간호사가 귀띔하길 다니엘과 아사랴가 문병을 다녀간 후 환자가 매일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였다.

그뿐이랴.

헛소리까지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까지도.

우리 함께 이블린 경이 두려움에 떨면서 떠드는 얘기나 좀 들어보자.


“Everybody knows the poor stay poor, the rich get rich. that’s how it goes.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진단 사실,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걸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


Created by the poor, Stolen by the rich!(가난한 사람들이 만들고 부자들이 훔친다!) Therefore(그러므로)

homo homini deus(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Oracle of Omaha(오마하의 현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잖아?

Never bet against America(절대 미국에 반대되는 투자는 하지 마라.)”


나 여무명이 보기엔 이 잔 현재 미친 게 틀림없다.

쌍장군도 이블린 경이 뭔가 큰 충격을 받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게 명백하다는 돌팔이성 진단을 내리더라.

한때 반속(反俗) 승려로까지 지내던 쌍장군께서는 의사나 간호사들 몰래 영험하다는 약초로 이블린의 광기를 진정시킨다.

그러자 웬걸?

동양 의학의 영향 탓일까?

돌연 일본어까지 섞어 쓰고 있다니!


“민나 도로모데스(죄다 도둑놈)!

‘filthy lucre(부당 이득)’이 웬 말이냐!

혼또-다.(정말이네) 바찌가이다네.(저건 아니지)

조센징(朝鮮人) 땅에 도착하자마자 매일 밤이면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야간에 창문으로 오쿠비(大首)가 징그럽게 날 노려보고 있어!

미에나이노?(안 보여?)

저기 어린 일본 놈이 칼을 들고 있네.

멀리서 봤을 땐 소인 줄로만 알았다니까.

소의 생가죽을 뒤집어쓴 ‘기도(鬼童)’라고 하더군.

오모이 다시따라.(곰곰이 생각해 보니)

잔혹한 기술을 구사하는 귀신으로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냐!

저기 곰을 사냥하는 마타기(マタギ)들까지 날뛰고 있군그래.

저들이 바로 정부의 수렵허가를 받은 ‘닛코파’가 아니라 붉은 짐승들을 정토(淨土)로 보내도 좋다는 비밀문서를 대사(大師)로부터 받았다는 ‘고야파’란 말이더냐.

다카라(그러니) 이 나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걸 병풍으로 가리고 있지만,

쉿! 엿보는 귀신이 있잖아!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아메리카 ‘뵤부노조키(屛風闚)’란 말인가.

결국 날 이곳 병원으로 대피시킨 것도 하얀색 ‘자타이(蛇帶)’ 귀신임이 분명했다고! 아시타니와(내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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