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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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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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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1)

DUMMY


시백(是白, is white)-




나 백사는 요즘 남조선 돌아가는 판세로 인해 정신줄을 살포시 놓을 지경이외다.

이유인즉슨 마치 푸른 물감에 붉은 물감을 피 튀듯 칠한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는 듯하오.

그 옛날 어떤 화자(話者)가 암시했잖소.

색 몇 가지만 가지고도 한 인간의 심정 및 삶은 물론이고 민족과 나라의 역사까지도 표현해 낼 수 있다고. 【독백(獨白)-「여기서 잠시 흰옷 입은 백의민족의 후예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참조】

그걸 암까?

당시 지적했듯이 흰 백(白)이란 글자엔 탄핵하다는 뜻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먼저 총 쏘고 캐묻는다는 뜻의 탄핵(彈劾)이 무지막지하게 꼬여버린 작금의 원인이로구나.

쉿! 현대 미술의 마지막 천재인 ‘마크 로스코’에 관해서 논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거니와 너무 나라가 복잡해지므로 당분간 생각하지 마!

고로, 이 와중에 새로운 태양 주변에 얼쩡거리는 자들이여 화 있을진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찍이 이 땅에 내려와 간첩질은 비롯해 암살에다 외화벌이를 오래도록 해 먹었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꼴은 보다 보다 처음이라 당혹감을 감출 수 없구나.

이유야 어찌 됐든 분열의 영들이 온통 세상을 휩쓸고 있다니!


나 역시도 자본주의에 이미 물들 대로 물 들은 관계로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깡그리 섭렵했음에도 말이오.

이거야말로 위여조로(危如朝露-아침 이슬과 같이 위험함)가 아니겠소?

혹여 그런 연고로 어떤 대통령께서 ‘뇌송송 구멍탁’이라며 괴담을 목 놓아 외치던 광우(狂愚)들에게 혼쭐이 나서 말이오.

카피톨리노 언덕도 아니고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아침 이슬’이라는 노랠 부르신 게 아니오?

그러니까 설라무네 우리와 같은 일개 스파이들조차 역사를 익히는 게 영업의 기본이라 하겠소만.

위여조로(危如朝露)라는 사자성어는 사마천이 지은 「사기」 중에서 ‘상앙(商鞅)’편에 나오는 말이외다.

엄격한 법으로만 나라를 통치하려던 상앙이 곁에 적을 너무 많이 두어 결국 아침 이슬처럼 태양이 떠오르면 말라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라오.

오래전에 콘크리트 지지층을 밟고 선, 보무도 당당하던 남조선 보수 세력이 태양은커녕 배화교(拜華敎) 집단들이 든 고작 촛불에 의해 삽시간에 사그라진 전력이 있지 않았소이까.

화염방사기나 횃불도 아닌 그래보았자 촛불!

그렇소이다.

적어도 영원한 정의와 여왕의 이름으로 왕국을 지켜라!,를 외쳤어야지!


내가 듣기로 일찍이 이 소설의 화자(話者)께서는 진나라 상앙과 이사(李斯)의 비참한 종말을 통해 법기술자들을 악용한 지난 정권을 경고하고 촛불 보듯 뻔한 파국을 예측한 바 있잖소.

아마도 법을 만능으로 여기는 자들 역시도 장차 자기들이 만든 법의 올무와 함정에 스스로 걸려들 터인데∽얼쑤! 【상백(霜白)-「고전, 또는 역사에서 배웁시다.」 참조】


암튼 이럴 땐 작고한 이중 스파이 백치스님에게 정치적 탁견을 들어야 이해하는데, 안타깝고 유감이외다.

세상만사가 온통 유감스럽고 긴가민가하잖소.

그분은 나에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파동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법을 지도하셨건만.

스님께선 지난번 풍수지리학적으로 용의 몸통쯤이라 할 수 있는 이태원 바닥에서 벌집이 되고 말았다오.

염소가 데려온 구 소련 위성국가 출신 용병들로부터 당했잖소.

거 있잖슴까.

각을 떠도 모자랄 백당 간나인 광야의 악령 아사셀 염소란 작자가 그랬다오.

하지만 어쩌랴.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백치스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시국에 관해 이렇게 유식한 진단을 내리셨을 게요.

“궁궐에 곡학아세(曲學阿世-개인의 영달을 위해 학문을 악용)하려는 소인배들이 아유구용(阿諛苟容-아첨을 일삼고 구차스러운 행동을 함)하고 부기미(付驥尾-천리마 꼬리에 붙은 파리)들이 후광을 업은 채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 날갯짓 하누나.

장담컨대 조만간 맥수지탄(麥秀之嘆-보리만이 무성한 궁궐터의 탄식)이 불가피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인심난측(人心難測-사람의 마음은 측량하기 어려움)이라는 진리를 외면한 채 양호유환(養虎遺患-호랑이 새끼를 길러 후환을 남겨둠)의 결과만 초래하더라만.

그러고도 시종일관 주지육림(酒池肉林)과 배반낭자(杯盤狼藉)에만 빠져있다니.

이는 마치 성 밖에선 이란과 쿠르드족의 선조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치고 있음에도 달랑 해자(垓子)만 믿고 파티에 취해있던 바빌론의 왕이었던 벨사살이 아니더냐.

모름지기 삼라만상(參羅萬像)은 물극필반(物極必反) 임을 명심할지니라.

mene mene tekel parsin을 잊었느냐?

피에 취한 화살과 고기를 삼키는 칼이 우두머리의 머리를 노리는 걸.”라고 말이오.


그래서 어쩌라고?


허면 나 백사도 다소 유치하지만 얼마 전 드라마에서 나온 명대사를 빗대어 나름 정세를 분석해보려 하니 들어보려무나.

부여 흑거미께서 그러시더군.

“그(?) 바닥에서는 양아치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힘이 있는 자가 존경받지 못하면 뎀비는 것들이 많아지는 법이야.”라고.

오호, 그럴듯한걸!

역시 창조와 파괴의 드라마가 최고야! 달곰씁쓸하다, 야!


여기서 잠깐!

당연지사 나의 조언과 비유가 고까운 측에선 ‘야 이거 너무 나간 거 아니야!’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테지만···.

듣든지 아니 듣든지 모르지만 어드렇든 일단 유념하셔야 하오.

부디 洞燭(통촉)하여 주시옵소서! 惶恐無地(황공무지)로소이다.


자, 그럼 파멸적인 예언은 이만 각설하려 하오.

그렇담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듣자 하니 염소회장이 남해바닷가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패해 아들까지 잃어가면서 도주했다던데?

그런고로 겨우 무인도로 대피해서 숨어 있다가 임진왜란 때 ‘와키자카 야스하루’처럼 몇 날 며칠을 미역으로만 끼니를 때우다 자신의 본부로 겨우 돌아왔다고?

미리 말해두자면, 난 요즘 수제자이자 직속 부하로 받아들인 미치광이 살인마 녀석을 데리고 다시금 인간 사냥에 나섰소.

사냥감은 우선 염소가 일 번이오. 이와 함께 영국에서 온 이블린 경, 그리고 다시 은밀한 사업을 시작했다던 화교출신 백미(白眉)라오.


한편, 연쇄살인마 제자 놈은 고통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괴물인지라 저번에 염소 부자와의 난타전 와중에서 입은 총상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했음에도 쉽게 회복하더라.

무적이야 무적! 전정한 용사로구나.

하지만 놈은 자꾸 한쪽 눈을 슴뻑이는 모자란 티를 내는 버릇이 있는 데다 정작 자신은 교인이라고 억지주장하면서 손바닥에 여 보란 듯이 손바닥에 미칠 광(狂) 자를 써놓고 다닌다오.


혹시나 도살 작업하다가 ‘犭(개사슴록변 견)’ 자가 지워지면 어쩌려고 이놈아! 무엄하다!

이놈아! 그렇지 않아도 요즘 광분난주(狂奔亂走)하는 자들이 많다, 야!

늦었지만 이자의 이름을 밝히자면 불경스럽게도 진승(陳勝)이라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말기 왕을 자칭했던 농민 반란군의 수괴(首魁) 말이오.

따라서 난 놈의 가명을 존경해 마지않게 성시백이라고 지었소이다.

북조선 영웅 1호 간첩으로 남조선 혁명가이신 成始伯동지는 아니고 그냥 시백(是白)이외다.


어느 날이던가 시백은 자기 목숨을 매번 살려준 답례로 사냥감을 찾아주겠다고 했소.

그래 까짓것! 살인 기계를 믿고 어디 한번 가보자꾸나.

여하하든지 간에, 진승은 인간 사냥꾼의 촉을 살려 먼저 백미가 데리고 다니던 앳된 외국 여자의 거처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지 뭐요.

이 장소를 어찌 아셨을꼬.

이거야 원! 경이롭게도 이 짐승 같은 놈은 그녀의 체취를 뇌 깊숙이 간직해 추적할 수 있을 정도의 개코를 가지고 있었던 게요.

이렇게 감탄해 마지않으면서도 이런 짐승 같은 놈을 언제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이로구나.


한데 내 기억엔 외국 여성의 예명이 ‘Miss KODAK’이던데.

역시나 이 여성도 외국인들에 섞여 신분노출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이태원 인근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지 않겠소?

옳다구나! 거기에 더해 분명 백미도 가까운 곳에서 은둔하고 있을 테지.


난 짐승이 아닌 진승을 지금부터는 작전 중이므로 가명인 시백이라 부르겠소.

시백은 카페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과 외국산 궐련을 줄기차게 때리고 있는 표적에 다가가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 척 수작을 부리지 뭐요.

그 카페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Arles)의 그곳과 여러 모로 닮았소.

하긴,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화이트칼라의 뺑때바지(스키니)를 입고 있는 그녀는 아무리 서양인이라지만 백응(白鷹-흰매)과도 같은 피부색과 자태를 뽐내고 있지 뭐요.

이제 시백은 코닥이 흘리는 여색에 홀린 듯 어디서 배웠는지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프리비엣(Приьет-안녕!)”과 “크라시바야(ҝрасивая-예쁘다.)”라면서 수작을 부리지 뭐겠소.

유치하기 짝이 없는 놈!

나름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려는 걸까?

허나 분위기가 겁나 싸한걸.


예상대로 그녀의 입에서는 얻다 대고 작업질이냐는 표정과 함께 담배연기와 섞여 튀어나온 말은 러시아어로 추정되는 “포숄티(꺼져)”였다오.

시백은 몇 마디 로씨아(러시아) 말을 써먹으며 환심을 사려했지만···.

당연하다오.

코닥이 현재 러시아와 원수지간인 우크라이나인임을 몰랐던 게요.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라에선 ‘프리비엣(Приьет-안녕!)’과 ‘크라시바야(ҝрасивая)’라는 러시아식 표현대신에 ‘프리뷧(Приьіҭ)’과 ‘하르니(гарні)’라고 표현하잖소.

요는 대충 같아 보여도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는 걸 모르오?


그러자 시백은 구애작전이 거부당한 데 대해 연쇄살인범으로서의 냉정함을 상실했는지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Miss KODAK’을 뒤쫓아 가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다짜고짜 그 여성의 뒤통수를 짱돌로 가격하더이다.

엥! 세상에나.

일격을 당한 여성은 상스럽게끔 ‘블럇(fuck)’이라고 단말마를 지르며 엎어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군용 칼을 순식간에 꺼내 드는 게 아닌가.

내가 무기전문가로서 판단하건대 저 칼은 한국에선 좀처럼 구경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 대테러 특수부대인 YAMAM이 사용하는 ‘Ari B’Lialh’가 아니더냐?

이는 권총처럼 방아쇠울(trigger guard)에 손가락을 넣어 사용하는 데다 다른 칼과 달리 칼집 밑에서 잡아당겨 빼므로 신속할뿐더러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고 하오.

나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소.


시백은 당황한 나머지 아버지 개농장에서 사용하는 가축 도살용 칼을 휘둘러보지만 역부족이로구나.

그런 터라 힘없는 민간인이나 살육하던 놈이 전문가를 만났으니 고전할 수밖에.

알고 보니 그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쿠쿠쉬카(뻐꾸기-저격수)로 활약하다 적군에 생포된 후 모진 고초를 겪었다 하오.

그러다가 탈출해 폴란드로 도망친 후에 여차여차해서 타이완 마피아 소속이었던 백미 손에 넘어갔다는구나. 애고, 불쌍한 것 같은 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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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9 0 12쪽
215 시백(5) 24.05.03 11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213 시백(3) 24.03.21 9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 시백(1) 24.02.15 11 0 11쪽
210 염백(7) 24.01.17 11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3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203 갱백(7) 23.08.30 22 0 12쪽
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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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갱백(3) 23.07.16 22 0 12쪽
198 갱백(2) 23.07.07 28 0 11쪽
197 갱백(1) 23.06.28 21 0 11쪽
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9 0 11쪽
192 타백(3) 23.05.02 29 0 12쪽
191 타백(2) 23.04.26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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