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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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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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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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백(4)

DUMMY



나 백사는 가까스로 총상을 입은 연쇄살인마 놈을 둘러메고 병원을 빠져나왔소.

왜냐고?

굉장히 위험한 놈일지언정 당장 수하가 없는 나로서는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외다. 앞에서 미친 짓거리를 할지라도 적어도 등에 칼을 꽂을 놈은 아니잖소?


그동안 장백을 비롯한 부하들이 따라주는 배신의 잔을 실컷 마시지 않았소이까.

그렇기에 이 땅에 지존들도 이미 경험했다시피, 앞에선 선배님이니 누님이니 조아리면서 충성을 외치던 신하들이 성이 무너지자 가장 먼저 빤스런하는 거 보지 못했소이까.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 ‘나는 아니지요?’라고 뻔뻔스럽게 묻는 그놈, 닭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부인하는 후회막급(後悔莫及)한 자들 말이오.

어느 날 느닷없이 보냄을 받은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오자마자 말이오.


충신입네 하던 이들이 ‘차라리 죽을지언정’은 고사하고 심지어 푼돈에 모시던 왕의 입을 맞추다니.

평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아랫것들이라고 믿지 마시오.

상전의 죄목을 평소 꼼꼼히 메모해 낱낱이 일러바치거나 그나마 숨어있는 충신들까지 이 잡듯이 밀고하는 게 남조선 관료집단이외다.

빗대어 보자면, 보신탕을 거나하게 즐기던 족속이 언제부터인가 어엿한 애견인들이 되었나이까?

그런구로 개들조차도 도리어 사랑하는 애견인과 이별하는 법을 익힌 셈이라오.

천사도 명에 복종할 때만 수호천사라더니 대들면 ‘Fallen angel(타락천사)’인 것이오.

그야말로 말세니라.

오죽하면 환멸을 느낀다고 하겠소.


나로 말하자면 중국 고대 천리마 감별사 백락(伯樂)에 버금가는 암살자 감별사 백사가 아니겠소이까.

그렇더라도 내가 이 싸이코 살인마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통제가 가능할 때이지만.

왜, 가끔 보지 않았소이까?

정신 나간 맹수 애호가나 안일한 사육사들이 자만에 빠지는 순간에 도리어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걸?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오.

남조선의 지난번 좌파 정권도 맹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과신하다가 끔찍하게도 갈가리 찢겨 나갔던 사례들을.

타고난 DNA는 결코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 치고.

이블린 경이 입원했던 병실에서 벌어진 기막힌 사연을 소개하려 하오.

거의 신마(神魔) 소설에나 나올 법한 막장 쌩쇼가 따로 없었소이다.


자 들어보려무나.

먼저 간단히 요약하자면, 나와 싸이코 살인마는 염소 아들인 폴리네시아 괴물의 등장과 비겁한 염소의 총격으로 말미암아 잠시 수세에 몰리다 돌연!

정신이 돌아온 이블린 경의 반격으로 역전의 기회를 얻은 것도 잠시!

정체불명 미모의 간호사가 총기를 난사하는 통에 다들 총탄을 피하기 바쁘지 않았겠소.

그러다 간호사가 다시 혼절하고 말았으니 그럼 아가씨는 잘 자렴.


그럼 자, 크랭크인!

이윽고 잠시 적막강산과도 같은 침묵 속에서 저쪽 복도로부터 악기 소리에 맞춰 낭랑한 노랫가락이 들려오더이다.

이렇게 말이오.

“滄海笑(넓고 큰 바다에 한바탕 웃음소리)

滔滔兩岸潮(양쪽 언덕에 그득 넘쳐나는 조수)∽

蒼天笑(새파란 하늘이 웃는구나)

紛紛世上潮(어지러운 세상에 파도를 일으키며)∽

誰負誰剩天知曉(누가 이기고 질 것인지는 오로지 하늘만 아실 터)∽”


늙은 놈이 부르는 저 노래는 그 옛날 홍콩 무협영화 소오강호(笑傲江湖)의 OST라는 것쯤은 알겠는데, 이걸 이 상황에서 부르는 정신 나간 자는 과연 누굼까?

게다가 보아하니 옆에는 웬걸!

젊은 금발머리 서양 소저(小姐)께서 배꼽티에 핫 펜츠를 입은 채 기타나 바이올린도 아니고 가야금이나 거문고와 엇비슷한 중국 전통악기를 뜯고 있는 게 아니겠소.

저것이 바로 고쟁(古箏)?

이거야말로 동서양의 만남인 비잔틴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자 오스만제국의 이스탄불이구나, 야!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건, 바로 휠체어에 몸을 실은 외팔이!

그랬소.

이젠 외팔이가 아니라 두 팔이 모두 없어진 무(無)팔이 백미(白眉)였던 것이오.

내 일찍이 백미와 여무명이 서로 호형호제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이런 식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또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자신을 배신한 여자 부하를 잔혹하게 참수함으로써 사드보복과 매한가지로 역시 중국인은 복수의 화신임을 만천하에 알린 후 사라졌다는 풍문은 들었건만.

뿐더러 내가 반세기 가까이 꾸려온 북조선 암살조직도 그때 일망타진되었다고 들었소이다. 【망백(望白)上∙中 참조】

이젠 저자가 나로 인해 잃은 팔에 대한 복수극을 마무리하겠다는 겐가?【여백(餘白)下 참조】


백미 이놈은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A Sound of Laughter Over The Great Seas)’라는 노래를 통해 양개 정파(faction)인 정파와 사파가 치고받으며 개싸움을 벌이는 남조선 정치판을 비꼬는 것이 틀림없으렷다.

민복(民福)을 외면한 채 마귀의 술수와 괴력만을 자랑삼아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강호(江湖)의 세태를 말이오.

그런고로 백미가 노랠 통해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게 분명했으니.

곧이어 불구대천 원수와도 같은 양개 진영이 마주 보고 진을 치고 있는 양쪽 언덕에 천벌의 진노한 쓰나미가 세차게 몰려온다는 비유겠지 뭐.


너 이놈 백미야 화교 주제에 한반도에 내정간섭을 하겠다는 게냐.

이 똥떼놈(북한에서 중국인을 하대해 부르는 호칭)아!

그렇다면 화산파와 무당파 그리고 일월교는 어떤 세력이며 동파의 내시 총관은 또 누구란 말이냐?

요즘 고자들은 콧수염과 묵직한 바리톤 가성으로 위장하여 그 실체를 알 도리가 없다던데?

뜨거운 물이라도 면상에 확 부어야만 앙칼진 간신 같은 원래 목소리가 나온다더라만.

글구 영화 장면 중에서 스스로 배에 불 지르며 죽음을 택하는 장엄한 모습이라니.

사람은 가도 악기는 남는다?

나 원 참.


어찌하건 간에 아무리 백미의 무공이 한때나마 높았기로서니 두 팔 없이 덤비려 하다니 무모한 놈 같으니라고.

그렇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내가 놈을 너무 띄엄띄엄 본 거였소.

백미가 옆에 고쟁을 타던 소저에게 말하길.

“바 타 미에 르어(把他滅了-싹 쓸어버려)”

그러자 옆에서 무심히 악기를 연주하던 외국년도 한 마디 하더이다.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당시에는 뭐 이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있을까 했소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소녀의 예명은 ‘Miss KODAK’이었던 게요.


그러니까 백미가 타고 있는 휠체어는 단순히 환자 이동용이 아니라 특수 제작한 최첨단 병기로서 버튼을 혀로 누르자마자 총알이 마구 발사되지 뭐겠소.

이 와중에 소음기 기능까지도.

더군다나 코닥 소녀까지 순간 고쟁을 병장기로 변신시키다니.

그래 기억이 생생하오.

이는 주성치(周星馳) 주연의 ‘쿵푸 허슬’에 잠시 나왔던 봉사들이 쓰던 무기가 아니시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배우 이름 그대로 남조선 별들이 경쟁하듯 어딜 향해 달려가기라도 한단 말이냐?


암튼, 백미가 총탄을 피하려고 바닥에 수그리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일갈하길.

“이제 그만들 작작 해.

누구든지 머릴 추켜세웠다간 헤드샷당할걸.

명심하길 바라.

어때 알아듣겠어?

거기 이블린 경은 뒈지기 싫으면 이쪽으로 빨리 나와.

그리고 염소 회장님도 오랜만이야.

게다가 백사까지도 이렇게 만나네.

저기 눈깔이 시뻘건 맥락 없는 놈은 특이한 녀석일세.

총에 맞고도 고통을 못 느끼다니.

타고난 살인마가 분명해!

아뿔싸, 尸首(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일 것이라더니 何恨焉(한탄한들 무엇하랴.)

너희들은 들을지니라.

우리 살람 특별히 여무명 아우님으로부터 이블린 경을 지켜달라는 각별한 부탁을 받고 몸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왔다 해.

나머지는 살려는 드릴 테니 알아서들 조용히 사라져.

맘 변하기 전에!

그리고 하나 더, 이쪽 시아오지에(小姐)는 우크라이나 출신 제자.

응. 몰랐어?

여기 대한민국엔 지금 러시아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여자들이 쫙 깔려있어.

이러다 혹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 한국이 파병하는 건 아냐?

그녀들의 조선인 남편이나 남친이 그 땅에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야.

타타르의 친족들이여 너희가 괴롭히던 슬라브족들을 위해 싸워줘!

그뿐만이 아니야.

한번 파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조만간 닥칠 수도 있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도 응당 개입해야할걸?

뭣이라고, 말도 안 된다고?

그럼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까라면 까는 거야.

안 봤어?

이번 동슬라브족 간의 전쟁으로 인하여 전 세계가 물가 오르고 난리인데 반해 미국만 고용지표가 양호함을 내세워 주야장천 금리 올리고 지랄인 걸 몰라?

그러니까 동북아에서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될까?

명심해!

한국•대만•중국으로 이어지는 풍요의 반도체 삼각주(三角洲)가 잊혀버린 아틀란티스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든 반도체 공장은 모조리 미국으로!

미국 채권 내다 팔고 달러 패권 흔드는 질 나쁜 새끼들은 절대 용서 못해!

이래도 몰랐어?

설마 동맹인 남한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데 미국이 그럴 리가라고?

닥쳐!

미국은 이미 한번 보았듯이 남한에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사태를 염려하거든.

지금 돌아가는 꼴로 미루어 간당간당하잖아.

해서 전쟁 상황에 대한 멋들어진 비유를 ‘염화미소(拈花微笑)’가 아닌 ‘炎火(염화)미소’라고 해.

근자에 살아있는 화석인 ‘헨리 키신저’가 왜 중국으로 날아왔겠어?

무려 1923년에 태어나신 유대인이래.

그러거나 말거나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조선인들이여! 대단하다 대단해!

한국군 파병은 국회 승인이 필요하므로 여소야대에선 불가능하다고?

노! 그래서 도끼파들은 다 감옥에 쳐 넣으면 돼!

기실, 독고구검(獨孤九劍)과 벽사검보(辟邪劍譜)가 그래서 있는 거 아냐?

어때 알아들었어.

그런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장창(長槍) 부대는 또 어떤 이들이며 누구 편일까?

이참에 부동표심(浮動票心)을 노리는 신진세력?

2017년 승리한 프랑스의 마크롱 내지는 2018년 당선된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상이 이곳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인가?

역시나 변검(變臉-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중국 전통기예)이 국민들에게 뺨따귀 맞을 일임에도 어느덧 조선 사회에선 생존을 위한 필수 기량이 되었잖아.

그것도 아님, 혹세무민을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조선판 십자군?

이처럼 남한의 강호(江湖)가 드디어 저승골 계속에서 흘러내려온 무사와 봉기군들에 인해 무림천하(武林天下)가 되었다 해.

난 아직도 옛 중화민국 대사관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가 내려지는 것을 보고 울먹이던 화교 후배들을 잊을 수 없거든.

그런 한국이 매몰차게 버렸던 타이완을 위해 젊은이들을 받칠 날일 얼만 안 남았다는 아이러니라니.

하하, 세상은 돌고 도는 거야.”


이제 그만 크랭크업!

병동에서 펼쳐진 활극에 대한 얘긴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자.

백미가 능청을 떨며 떠드는 자문자답이 나 백사와 같은 조선인으로서는 너무 역겹고 섬뜩하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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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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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타백(5) 23.05.24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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