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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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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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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백(6)

DUMMY




이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지 뭐예요.

그간 뭔가 풀리지 않는 실타래인 양 뇌 주름 사이를 아우성치며 휘감아가던 진한 의혹의 안개가 말이죠.

지금부터는 저 다니엘이 친구이니까 무조건 믿어주었던 아사랴에 대한 얘기랍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랄까요.


어렴풋이나마 짐작했을지언정 이 정도까지라곤 저로서도 도저히···


문득 한국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별생각 없이 외웠던 이씨 조선 족보가 떠오르네요.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길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한반도의 마지막 왕조!

그리고 숨 가쁘게 이어온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의 대통령들!


모름지기 왕들이 왕비와 함께 영면(永眠) 중인 곳이 시끄러워지면 조상님의 관 뚜껑마저 뜯기는 변고가 생기는 법인데···

출셋길이 보장된 황실 경비대가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구가하다 대뜸 금강야차로 돌변하기도 하는 건 역사의 비극적 변곡점이잖아요.

예컨대 자신이 공들인 수사결과에 대해 누군가 건들라치면 분노한 정의의 사도로 돌변하는 조짐이 보일 땐 망조의 전주곡이고요.

봤잖아요.


세상만사가 그랬거나 말았거나, 여무명과 친한 백미(白眉)라는 작자가 전한 놀랄만한 얘기에 따르면 아사랴가 러시아 마피아 출신인 염소와 혈연관계였대요.

그뿐만이 아니래요.

아사랴가 친부의 무인도 탈출을 단순히 돕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에 가담한 정황이 이번에 포착된 거랍니다.


얼마 전 한국에 도착한 MI6 소속의 미사엘 역시도 아사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요.

미사엘이 전해주기를, 이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 정보기관 감찰부서에서 아사랴가 그간 벌인 의문스러운 행동에 대해 진즉부터 추적해 왔대요.

심지어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 베테랑 요원까지도 이와 관련해서 극비리에 방한했다고 하네요.

독일 정부는 작년에 BND 직원이 러시아에 비밀을 넘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아사랴가 서방 정보기관을 배신한 실마리를 찾았다는군요.

대단해요 대단해.

특히 파이브 아이즈 국가를 대표해서 뉴질랜드 수사관이 온 이유인즉슨, 아사랴가 캐나다 정보기관 요원이지만 뉴질랜드에 입양되어 양육되었을뿐더러 아직도 뉴질랜드 남섬을 자주 찾기 때문이고요.


해서 미사엘의 주관 하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미팅을 강남 모처에서 긴급히 열기로 했지요.

저는 속속들이 도착한 요원들을 보는 순간 황당했어요.

지난번 비행기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들이었거든요.

저번에 프랑스 좌파 학자가 본색을 드러낸 채 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덩달아 광분해 마지않던 뉴질랜드 출신 중년 남성 및 서로 삿대질하던 독일인과 영국 국적의 유대인이었답니다.

다행이랄까요.

그들은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네요.【발백(髮白)上 참조】


그럼 세계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회의 내용을 경청해 보시죠.

미사엘이 먼저 친구인 아사랴를 감싸는 멘트로 억하심정(抑何心情)을 토로합니다.


이렇게요.

“우린 아사랴가 그간 서방 세계의 안정을 위해 헌신한 점을 감안해 반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문요.

당연히 법적인 조치는 별도로요.

죄는 죄고 그에 따른 벌은 벌이니까요.

그는 서양인과 다른 이방인으로서 항상 ‘Out on the cutting edge(칼날의 끝)’에서 살아왔거든요.

일본인 조상을 둔 저 역시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낍니다.

실제로 그는 서방에서 교육받고 일했지만 어렸을 적 자연스럽게 젖어버린 토속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옥으로 빨려 들어갈 영적 늪에서 말이에요.

뿐더러 아사랴와 같은 억압받은 식민지 출신들은 혁명적 DNA가 몸과 영혼에 천착(穿鑿)되어 있지요.

여기 조선에 과거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자웅동체(雌雄同體)였던 사실과 유사하죠. 그건 팽창주의적 경향이 짙었던 독일이나 일본이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를 나타낸 것과는 정반대이고요.

그럼에도 칼에 탄 채 그 칼에 의존했던 존재는 거기서 떨어지는 순간엔 칼끝이 목을 겨냥당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어야죠.”


저 다니엘이 미사엘의 영어를 그럴싸하게 번역해 소개하고 있지만 기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일본식 억양이 너무 강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BND 소속 독일인이 대꾸하길.

“일찍이 우리 데카르트 형님께서 주장하셨소.

‘de omnibus dubitandum(모든 것을 의심하겠다.)라고 말이요.

아사랴와 친형제처럼 지내왔다던 다니엘이나 미사엘 요원이 사전에 이상 징후를 파악했어야지.

물론이거니와 미사엘은 미리 MI6 본부에 아사랴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사전 고지한 점은 인정하네.

이것 역시도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당신 미사엘이 친구인 아사랴를 고발했다는 데 대해 너무 자책하지 마시오. 결코 밀고가 아니라 ‘You’ve done your work(당신은 할 일을 한 거요)’

본래 DNA에 이중스파이 기질을 타고난 자들은 ‘nitimur in vertitum(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이 있는 법이요.

짜릿한 스릴이 있거든. 양다리 걸치기나 여차하면 말 바꿔 타기 등이 다 그래.

우리 독일 출신 어떤 철학자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잖소.

총성 없는 싸움터인 정보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사랴 요원이 배반의 괴물이 되었음이 분명해요.

암튼 그 ‘Ironiker(비밀스러운 자)’가 우리 서방 동맹에 얼마나 피해를 주었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일 게요.

혹시 염소가 영국 BP(British Petroleum)의 기술을 빼돌려 러시아나 중국에 넘기려는 게 아니었나?

그동안 영국은 얍삽하게도 러시아 에너지 개발 사업에 참여해 재미를 톡톡히 봤잖소.

그 과정에서 기밀이 러시아 마피아에 일부 넘겨졌을 테고!

특히 BP의 경우는 북해유전에 참여할 정도로 해양유전 개발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으니 어떤 정보가 넘어갔는지 속수무책을 수밖에!

따라서 특등 해커인 아사랴가 영국 정부나 국영기업 컴퓨터에 접속해 나머지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완전한 퍼즐이 완성되었다는 합리적 의심!

그런 이유에서 영국이 동아시아 통인 미사엘 당신을 한국에 보냈을 테고.

그런데 말이야.

도대체 영국은 어이하야 브렉시트(Brexit-EU 탈퇴)를 한 거야?

진정한 저의가 뭐야?”


저 다니엘이 살펴볼작시면 저기 독일인이 주절대는 말들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봐요.

지금부터 ‘일체의 사심 없는 직관’을 통해 보자고요.

이는 독일인들이 존경하는 자국 철학자들의 사유 체계이기도 해서요.


아무튼 현재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얼음이 녹고 있는 관계로 석유나 가스를 비롯한 지하자원 개발니 용이해진다면?

에너지 패권의 주도권은 장차 누가 쥐게 될까요?

혹여 북극항로까지 쉽사리 열린다면?

감히 추정컨대 저에게 기회를 준 천조국 미국은 불곰국 러시아가 이를 계기로 다시 부상하는 걸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죠.

특히나 사할린을 필두로 한 동북아시아 인접 러시아 영토에서 개발한 에너지를 동맹국 남한이 이용하는 걸 용인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아직도 이해가 어렵다면야 좀 더 예시를 통해 디테일한 설명을 드리죠.


문재인 정권 초기 시진핑 주석이 천명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한민국이 온몸 받쳐 참여하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우린 × 만한 나라, 즉 소국이라고 머릴 조아리면서요.

곧바로 정부가 주관하는 산학 협동 세미나도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고요.

전문가란 작자들은 한민족에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라며 언론 등에 마구 떠들어댔어요.

신개념 실크로드에 우리도 꼽사리끼어 달려보겠다는 기대를 잔뜩 품은 채로요.


그랬던 일대일로가 지금은요?

어느 날부터인가 다들 주둥아리를 닫기 시작했잖아요.

천조국으로부터 ‘닥쳐 감 없는 새끼들아!’라는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암요.

생각 없는 정부나 관료, 그리고 학자들로 인해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페널티가 대한민국에 알게 모르게 내려졌겠죠.

그게 뭐였는지는 각자 알아서 고민하세요.

더군다나 당시 중국의 일대일로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협력하던 파키스탄을 비롯한 국가들은 아직까지 무저갱에서 헤매고 있답니다.

명색이 핵보유국임에도 그래요.

그렇담 현재 온 세상이 이처럼 미쳐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시겠죠?

뜬금없는 전쟁에다 느닷없는 인물이나 세력의 등장 같은 것 말이에요.

자고 나면 바뀌거나 변신을 거듭하는 정체성이나 사상 따위는 이제 개에게나 줘버릴 하찮은 물건이 되어버렸답니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까요.

그래서 집권자들이 내걸고 있는 구호는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래요.


이래서 작금의 외교나 국제관계가 복잡다단하고 어려운 겁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건더기만 따지다간 왕거니를 건지기는커녕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렇잖겠어요?

그저 굽신 거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텐데요.

잠시 말이 많아졌습니다.

결론은 이런 거대한 음모론에 염소라는 러시아 마피아 출신과 그의 생리학적 아들 아사랴가 연루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아주 민감하거든요.

최근 유권자 정보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 데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북한마저도 의심하고 있을 정도래요.

어쨌거나 독일인이 잠시 언급한 괴물 이야기는 꽤 의미심장한 얘기였어요.

남한엔 요즘 진영 간 싸움을 빌미로 그런 몬스터들이 판을 치잖아요.

국익을 위해 ‘Don’t be Devil’

제발요.

그런데요.

묵묵히 듣기만 하던 영국인은 자국과 해당기업이 속수무책으로 해킹당했다는 지적에 비위가 상했는지 경멸조로 한 마디 하시네요.

참고로 영국인은 전직 MI6 직원인 이블린 경을 영국에서부터 미행해 온 방첩요원이래요.

비행기 안에서도 저기 독일인과 잠시 설전을 벌인 바도 있고요.


“제기랄 브렉시트!

왜 꼭 그걸 알고 싶은 거요?

역겨워!

그리고 너희 ‘das tiusche Volk(도이취 민족)’은 누구 말마따나 ‘das Tӓusche-Volk(속이는 민족)’이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이 너희 나라라고.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는 중국이잖아!

미국 눈치가 보이니까 ‘중국은 파트너이자 경쟁자, 체제 라이벌’이라고?

세상에!

그걸 믿으라고?

또, 누구 말마따나 독일인들은 언제나 정복자들에게, 심지어 자국을 공격한 나폴레옹에게도 존경심을 보였지 않은가.

일예로 철학자 헤겔은 나폴레옹에 대해 ‘걸어 다니는 세계정신’으로 미화하기까지 말이야.

자신들에게 번영의 기미가 조금만 보여도 거만에다 시건방지게 행동하는 반면에 역경에 처하면 아무 생각 없이 비굴하게 굴었지.

내가 한국에 와서 보니 놀랍게도 독일인과 여기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너무나 닮았더군 그래.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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