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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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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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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3)

DUMMY

나 백사께서는 시백의 흉악한 급습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미스 코닥에게 이블린 경이 어디 있는지를 대라고 윽박질렀소.

하지만 코닥은 하복부가 이미 피범벅이 된 마당에 제대로 답변을 하기는 만무할 터.

시백이 이놈,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결국 장차 황금알을 낳을 게사니(거위의 북한 문화어)의 배를 가르다니.


단, 시백은 비록 ‘Blade of Dishonors(치욕의 검)’으로 비겁하게 승리했을지언정 급소를 쳐 맞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까리까리(불분명의 북한 표현)해졌지 뭐요.

이러다 이놈이 정말 ‘Ladyboy’인가 뭔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이놈 치욕의 검이나 휘두르는 시백아!

지난 2002년 1월 남조선의 제일검이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얻어 쬐는 불)을 쬐지 않는다.”라며 올곧은 의지를 밝힌 사실을 잊어단 말이더냐.

다만, 곁불의 진정한 원래 의미는 사냥감 근처에 있다가 맞는 총알로서 가까이만 있어도 당하는 재앙을 뜻함을 잊지 말거라.

이렇듯 남조선엔 겻불은 불기운이 미약하다며 화끈하게 곁불이나 쬐려다 되레 유탄 맞는 놈들이 많걸랑.


그래서일까?

당시 천하제일 검의 후예들은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이글이글하게 핀 불잉걸을 숭배하거나 아예 희생양들을 땔감 삼아 화목난로 불을 때고 있구려.

그런 연고로 자나 깨나 불조심! 이어서 꺼진 불도 다시 보렴.

어찌하였거니와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이젠 우뢰(우레의 북한 표준어)를 동반한 세찬 비로 돌변해 내리치지 뭐요.

아직 밀 베는 때가 아닐진대 어이하여?

그럼에도 시백은 자기의 치명적 상처는 뒷전인 채 불임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코닥의 머리를 기어코 미용해 주겠다고 우기다니.

예전과 변함없이 왼손엔 롤렉스(ROLEX) 손목시계를 차고 오른손으론 또다시 론슨(Ronson)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려 했소.

자기는 인간의 목숨을 훔칠망정 명품 살인마라면서.

덧붙여 꿈에나 그리던 백마의 머리를 손질할 기회를 놓칠 순 없다고 그토록 몽니를 부리더라니까.

이토록 위험천만한 시기에 깐죽거리며 몹쓸 장난이나 치려는 흉악망측(凶惡罔測) 한 놈 같으니라고!

이 뭔 생게망게한 짓거리란 말이냐.

하지만 놈은 연쇄살인마로서의 나름 확고한 정체성 같은 것이 있었으니.

살인에 관한 사상과 그에 따른 품격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을 모르는 위풍당당한 놈이었더라.

요새 남조선 정치꾼처럼 나지막한 좌·우 담벼락을 좀도둑이 넘나들 듯하는 줏대 없는 짝퉁 회색분자들과는 사뭇 다르더이다.

이런 자들이야말로 성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치적 ‘Ladyboy’가 아니고 무엇이더냐?


여하간 난 시각이 촉박한 관계로 시백 놈의 대갈통에 전기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오.

그것도 대여섯 차례씩이나.

놈은 원래 강박적 몰두가 심하기 때문이오.


그런데 이때 말이오.

좀 전에 우크라이나 여성을 돕던 히스패닉 여성이 쫄래쫄래 따라오는 게 아니겠소.

그래서 난 처음엔 ‘훠이∼ 훠이’라며 새를 쫓아내는 모습으로 귀찮게끔 접근하는 여인을 물리쳤다오.

다행히 능숙한 살수(殺手)로 보이진 않아서 안심을 했소만.

해서 호기심에 물어봤소.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라고.

그러자 여인은 어설픈 한국말과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이러이러하게 말하길.

고향에선 ‘우르술라’라 불리며 낭낭 18세라고 했소.

이어서 멕시코 부계와 콜롬비아 모계 혈통을 이어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05년 4월 4일 제물포를 떠나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난 소위 ‘애니깽’ 조선인 혈통까지 섞였음을 토로하는 게 아니겠소?

이거야 원!

이는 필경 남조선 경제가 발전하니 천지사방에 퍼져있던 조선인 핏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오는구나, 야.

이들이 과연 어디에 표를 줄까나?


다만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아무리 우르술라가 성숙해 보이고 조혼하는 중남미의 관습상 과년(瓜年)을 넘어섰어도 그렇지.

한동안 원조교제 식으로 사귀어온 늙수그레한 영국인으로부터 찾아오라는 전화 한 통에 서슴없이 서울에 오다니.

놀라지들 마시오.

그 영국 놈은 다름 아닌 바로 이블린 경이었소이다.

우르술라는 영국인이 가르쳐준 대로 여차여차(如此如此)해서 백미와 미스 코닥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찾아왔지만···.

이미 이블린은 이들과 갈등을 빚고 떠나버렸고 자기는 미스코닥을 가까운 언니로 삼아 호형호제(?)하며 지내왔다는 장광설까지 덧붙이더이다.

그러던 차에 부지불식간에 엮이어 이런 상황까지 빚어지게 되었다면서···

그건 그렇고 진한 일자 눈썹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했더니만 멕시코 유명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olo)’를 닮긴 닮았구나, 야.


난 그렇다면 우르술라를 이용해 이블린 경을 다시 찾으면 될 것이라는 약삭빠른 계산에서 동행을 허락했소.

이에 우르술라는 냉큼 혼절한 시백을 둘러업더니만 얼른 가자고 하지 뭐겠소.

우르술라는 모르면 몰라도 시대에 따른 입장전환이 빠른 년이로구나.

좀 전까지만 해도 미스코닥과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시백을 제압하더니 어찌 된 일인고?

이제와선 안면을 몰수하는 저 서양 여자 여포(呂布)의 기묘한 변신!

자신을 출세시킨 양부를 두 번이나 살해했다는 삼국지 주요인물 여포 말이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현기증이 심해지면서 예전에 꿈속에서 보았던 동탁(董卓) 치하 낙양성(洛陽城)이 한성(漢城)과 데칼코마니인 양 중복되더이다. 【황백(黃白) 上 참조】

이렇듯 과거 혼돈의 소용돌이에선 등용문만 통과하면 닭이 봉황이 되는 세상이었지만···.

그 공짜 감투의 대가로 인해 훗날 살육의 파티가 끝난 마치 고요한 무덤처럼.

아니, 분묘가 아니라 집단 생매장지로구나.

슬프도다. 숭고한 바람과 기괴하게 울부짖는 까마귀들만이 그대들의 시신과 영혼을 흔들고 있을 터이니.

다만 멀지 않은 곳에서 보랏빛용이 이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테지.

이게 다 선악의 저편에 권좌가 있기 때문이니라.

내 분명히 경고하노니.

어거를 모는 자들과 경호무사들이여!

그쪽은 천 길 낭떠러지.

아무리 기세등등했던 싸움닭일지언정 추락하는 닭에겐 날개가 없으니 ‘말짱 황’이로다.

곧 참살당할 이놈들아, 저승 갈 땐 그간 휘둘렀던 보검이라 한들 이승에 두고 가야 하는 걸 몰랐더냐?

남조선에선 흔하디흔한 성경책 어디인가에도 적혀있지 않느냐?

‘네 칼이 여인들에게 자식이 없게 한 것 같이 여인 중 네 어머니에 자식이 없으리라’라고 한 구절을!

그러므로 찍혀 쪼개지지 않도록 주의하려무나.

자고로 역사는 되풀이되는 법!

남조선 동무들아, 추호도 내 말은 의심할 게 없소이다.







나 염소께선 지난번 남해안에서 발생한 해상 난동에서 가까스로 생존했다네.

내가 봐도 명이 질기기도 하구나. 거럼!

1938년 희대의 도살자 ‘이오시프 스탈린(Iosif Stalin)’에 의해 강제로 이역만리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되었던 고려인이 후손이거든.

이어서 다시 북조선 귀향해 김일성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소련파 숙청에서도 살아난 가문의 일원이잖나.

당연지사 현재 남조선 어떤 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박헌영의 남로당도 그때 연안파 등과 함께 깡그리 숙청되었지만 말일세.

그러니 지금 남조선 좌익들 서로 마구 싸우는 걸 보고 너무 놀라지들 말게나.

그리고 이들 중에 간혹 김일성 일가를 대놓고 욕할 수 있다면서 자기들은 빨갱이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라고 고집하더라만.

실상은 선조들이 김일성에 의해 살육당한 것에 대한 개인적 원한일 뿐.

어떤 놈들 대가리가 붉거나 푸르거나, 난 새로 고용한 외국인 경호원에게 내 신변에 안전을 맡긴 채 그야말로 오랜만에 푹 잠이 들었다네.

그것도 간만에 바그너의 오페라 ‘Der Ring des Nibelungen(니벨룽의 반지)’를 들으면서.

요즘은 조선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고려인들조차도 믿을 수 없어서 ‘하겐(Hagen)’이라는 친구가 경호를 맡고 있지.

그는 내 여비서가 최근 사귄 독일인 남친으로서 아주 용맹스러운 고대 게르만족 기사의 외모를 갖추고 있걸랑.

왕년에 유명 배우 ‘폴 뉴먼’과도 무척이나 닮았고 말일세.

나에게도 장미꽃을 가끔 선사하는 멋진 친구라네.

하긴 뭐, 내 여비서는 놈을 자기가 만든 장난감인 ‘Fantasy Boy’라며 아주 좋아 죽더구먼.

특히나 눈빛이 신비한 환상 같다면서.


그런데 웬걸.

얼마 전까지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겨선지 판타지적인 꿈은커녕 악몽이 날 휘어잡았지.

그럼 어디 한번 꿈속 다크 판타지나 들어보게나.

보아하니 새들이 공중전을 벌이더군.

‘TO Hell and Back(지옥의 전선)’에서의 싸움이 따로 없었네.

왜 있잖나. 요즘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총선인가 뭔가 말일세.

결국 한 마리가 양 쪽에서 협공하는 소위 다구리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더군.

다음 장면은 그간 계곡을 향해 허기지게 울어댔던 독수리 두 마리에 의해 매가 갈기갈기 찢기는 참극이었지.


난 당한 놈이 전투력이 미약한 왁새(왜가리의 평안도 사투리) 정도로 여겼더니만.

아니었다네. 그건 지체 높은 집안에서 기르는 힘세고 사나운 사냥용 매일 줄이야!

대관절 어찌 이런 일이!

길들여진 매는 애초부터 야생 독수리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니까.

쥐나 닭과 같이 손쉬운 먹잇감이라면 모를까.

심지어 매의 다리엔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절끈(매 제어용 줄)까지 메여있는걸.

이따위 매는 응사(falconer: 매 사냥꾼)의 보호 하에 횃대에 앉아 있거나 ‘falconry(매사냥)’할 때나 천하무적이지만···.

이런 이유에서 사건에 대해 분석하고 예단할 땐 ‘social history(사회사)’뿐만 아니고 ‘natural history(자연사)’까지도 봐야 하는 것이라네.

꿈은 꿈이고 느닷없이 웬걸?

난 차가운 금속성 물질이 목에 닿아 있음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라 비몽사몽간에 이렇게 말했다네.

“Tell me why.

Tell me why you’re so real when I am dream.

Don’t you know I have to face reality oh∼”


그러자 침입자는 영국식 억양이 강하게 섞인 정체불명의 외국말을 쏘아대지 뭔가.

함, 들어봄세.

“Per tibi ego hunc ensem juro, simul etulit ensem. Commode ni jaceas, ac taceas, abro”

그러더니 손을 자기 입술에 대고는 “taceas(너 좀 조용히 해라.)”까지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는 라틴어로 “내가 이 칼로 그대에게 맹세하노니 그대가 조용히 누워 입을 다물고 있지 않으면 해치울 것이다.”라는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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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시백(6) 24.06.19 9 0 12쪽
215 시백(5) 24.05.03 11 0 12쪽
214 시백(4) 24.04.05 10 0 12쪽
» 시백(3) 24.03.21 10 0 11쪽
212 시백(2) 24.03.04 10 0 11쪽
211 시백(1) 24.02.15 11 0 11쪽
210 염백(7) 24.01.17 12 0 11쪽
209 염백(6) 23.12.27 9 0 11쪽
208 염백(5) 23.12.08 14 0 12쪽
207 염백(4) 23.10.30 18 0 12쪽
206 염백(3) 23.10.09 13 0 11쪽
205 염백(2) 23.09.23 14 0 12쪽
204 염백(1) 23.09.10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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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갱백(6) 23.08.19 22 0 12쪽
201 갱백(5) 23.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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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백(7) 23.06.16 22 0 12쪽
195 타백(6) 23.06.06 23 0 11쪽
194 타백(5) 23.05.24 26 0 12쪽
193 타백(4) 23.05.13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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