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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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최근연재일 :
2024.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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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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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DUMMY

새벽의 대지는 차가운 이슬로 축축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초가을이건만 심화된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새벽 3시의 날씨는 가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습하고 축축하여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쾌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었다.


“아. 날씨 참 고약하다, 고약해.”

“김 씨. 무슨 걸음이 그리 빨러? 좀 천천히 가자고.”

“그런 말 하지 말고 이거나 먹어.”

“어쩐 일로 초콜릿을 다 가져왔어?”

“흐흐. 전에 식당에서 하나 쟁여놨었지. 박 씨도 먹으라고.”


대부분 오십 줄을 넘긴 7명의 자경대원들은 겉으로는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나 부드러운 분위기 사이에는 사실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우진까지 더해서 겨우 8명이서 적의 벙커에 쳐들어가고 있었다.

전에 아문왕과 우진의 일전을 보았기에 우진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경대원들의 목숨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두려워지는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건 과거부터 흔히 있는 일이었다.


“어이. 김 씨. 왜 손을 떨고 그래?”

“허! 참. 허튼 소리하긴. 내가 언제 손을 떨었다고 그래?”


사탕을 먹는 김중구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김중구 뿐만 아니라 옆에서 함께 경공으로 따라가고 있는 이서한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고 백두영은 자꾸만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서 이동하던 우진이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내자 뒤따라오던 자경대원들이 황급히 멈춰서며 어깨에 메고 있던 총대를 고쳐잡았다.

언덕 아래로 돔 형태의 커다란 벙커가 보이고 있었다.

달빛에 어슴푸레하게나마 보이는 돔 형태의 벙커는 온통 붉게 도색되어 있었고 유일한 출구인 앞에 있는 문은 두 명의 장정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지금이 새벽 3시가 넘는 시간인데도 보초를 서고 있는 걸 보면 경계가 꽤 삼엄한 듯 했다.


“제가 앞에서 길을 열 테니 여러분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시면 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진의 신형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지자 자경대원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로 사라지신 거지?”


우진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


언덕 아래를 내려보자 어느새 우진은 벙커의 문을 박살 내버리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싸움이란 약자가 강자에게 덤벼도 성립할 수 있다.

약자일지라도 죽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모든 혼을 불태워 덤빈다면, 죽기 전까지 팔다리가 뜯겨 나가도 멈추지 않고 적을 향해서 마지막 그 순간까지 미친듯이 달려나가 덤벼든다면 그것은 저항이 아닌 싸움인 것이다.

소왕의 벙커를 지키던 보초 둘은 처음 우진과 마주친 순간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소왕이 무척이나 아끼던 딸 모모코를 우진에게 볼모로 보냈을 때부터 소왕의 벙커에는 소왕께서 우진을 비밀리에 제거하기 위해 이미 손을 쓰신 것 같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돌고 있었다.

일본이 사라져 남한으로 넘어온 일본인들에게 우진은 반드시 넘고 가야만 할 거대한 위협이었다.

예로부터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남한으로 넘어온 소왕과 소나라의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우진이 지금 소왕의 벙커에 왔다는 건 모모코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보초들은 어금니를 으득 깨물며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고 우진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챙-!


날카롭게 날아간 검은 우진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가볍게 붙잡혀 있었다.

옆으로 손가락을 가볍게 꺾어 검을 부러뜨린 우진은 사실은 내심 고민하고 있었다.

강자로서 약자를 죽이는 건 그다지 우진이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 무학을 배웠을 때에도 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지 남을 죽이고 싶어서 수련에 매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를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전쟁 상황이었으며 우진은 방주의 수장이니 소왕이 모모코를 보내어 방주를 핵폭탄으로 소멸시키려 했던 이번 사태로 이젠 둘 중 하나가 절벽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그저 보초들의 검로를 가볍게 피하며 방어하던 우진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보초들은 우진에게 달려들며 미친듯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비록 더 약한 사무라이들이지만 죽을 각오를 하고 모든 힘을 다하여 사력을 다하고 있던 것이다.

계속해서 이렇게 적들을 가볍게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고 덤벼들고 있는 적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나를 얕보는 거냐!”

“우리들을 무시하지 마라!”


마음을 다잡은 우진은 아까 전과는 달리 몹시 차가워진 눈빛으로 이를 갈고 있는 보초들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전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콰드득!


우진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검을 들고 달려오던 보초의 배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것이 아문왕을 쓰러트렸다는 파극신권인가?”

“그렇다.”


동료가 사후경련으로 몸을 떨며 절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다른 보초는 가슴이 아까 전과는 달리 몹시 후련해 보였다.

보초는 검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며 결연한 눈빛으로 우진을 노려봤다.


“부디 나를 적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상대해주지 않겠나?”

“알았다.”


고함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보초가 사력을 다하여 달려들자 우진의 신형이 연기처럼 눈 앞에서 사라졌다.


콰득!


가슴이 허전한 느낌에 검객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보초의 가슴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고 붉은 피가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훌륭······ 커헉!”


차가운 대지에 쓰러진 보초들을 내려보자 가슴 아래에서 올라오는 착잡한 기분을 우진은 애써 떨쳐버렸다. 지금 안타까운 상념에 잡히는 것은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여 달려들었던 보초들의 의지를 배반하는 짓이었다.


콰아-!


파천쌍룡으로 우진이 벙커의 게이트를 날려버리자 거대한 홀의 안쪽에서부터 소란스러운 군중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습격!”

“염제의 습격이다!”


타앙!


홀의 안쪽에서부터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장내에 요란하게 울려 퍼진 건 커다란 총소리였다.

순간 우진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자 총을 쏘던 소왕의 군사들은 당황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조또 마······.”


콰드득!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하려던 병사의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일본인 군사의 등 뒤로 거대한 가슴이 크게 뚫려있었고 붉은 핏물이 쏟아져나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


“칙쇼오!”

“우테! 우테에!”


타아앙-!


우진이 나타난 자리로 사방에서 총알이 난무했다.

방금 전까지 아군의 시신이 있었다는 사실은 장내에 있는 병사들에게 있어선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새 우진의 신형은 연기처럼 사라져있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공포로 하얗게 질린 병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어이. 후자케루나······.”


어느새 우진은 공포에 질려 장난치지 말라고 중얼거리던 병사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콰드득!


병사의 등 뒤에서부터 배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사방으로 핏물이 튀기자 사색이 되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병사들이 사방에서 우진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치, 칙쇼오오!”


우진은 말 그대로 전쟁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적이 더 약하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다.

소왕의 병사들은 비록 우진보다 훨씬 더 약할지라도 분명 목숨을 다하여 죽을 각오로 덤벼오고 있었다.

지금 만큼은 우진은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떠나서 무예를 익힌 같은 무인으로서 적들을 상대해주고 있었다.


“바, 바케모노······.”


거대한 홀에 가득했던 100명이 넘는 소왕의 병사들은 어느덧 시체가 되어 바닥에 피를 쏟고 쓰러져 있었고 남아있는 병사는 겨우 한 명이 지나지 않았다.


“바케모노! 쿠다바레!!!”


패닉에 빠진 하나 남은 병사는 우진을 향해 미친듯이 소총을 발포했다.


콰득!


섬전무쌍(閃電無雙)으로 어느새 병사의 뒤까지 귀신처럼 달려간 우진은 파천신월로 병사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가슴에 뚫린 구멍은 워낙 거대하여 관통했다기 보단 터트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절명한 병사가 사후경련으로 몸을 덜덜 떨며 쓰러지자 우진은 천천히 계단으로 걸어갔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하얀 바닥은 적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타앙-!


계단을 내려가려던 우진은 멀리서 들려오던 총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설마?’


함께 따라왔던 자경대원들에게 어쩌면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황급히 우진은 벙커를 뛰쳐나갔다.



소왕의 벙커에서 적들의 숨통을 일격에 한 번씩 끊어버리는 우진을 부서진 게이트 근처에서 7명의 자경대원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귀신이 따로 없구만 그래.”

“왜 우리는 저렇게 안 되는 거지?”

“김 씨. 아크 로드님은 천무지체를 타고난 천재시라잖아. 재능의 차이 아니것나.”


우진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건 금 장문인이 알려줬던 삼재검법과 실전을 섞은 검로의 수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차이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경대원들은 그저 침을 삼키고 있었다.


“우린 그럼 그냥 이렇게 쳐다보다 가면 되는 건가?”

“그러게 말이여. 별로 거들어줄 것도 없어 보이는데?”


우진이 마지막 남은 병사를 쓰러트리고 홀의 안쪽에 있는 계단실로 들어가 버리자 김중구는 벙커의 벽에 등을 기대며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봤다.


“그럼 우린 아크 로드님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망이나 서면서······.”


타앙-!


찢어질 듯 날카로운 총성에 김중구는 퍼뜩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크아악!”


방금 전까지 옆에서 쉬고 있던 이서한이 팔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자경대원 이서한은 총에 맞은 건지 팔을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로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서한을 총으로 쏜 일본인 병사는 주변을 정찰하기 위해 밖에 나갔었던 척후병이었다.


“칙쇼······ 칙쇼!”


자정에 벙커에서 나갔었던 일본인 병사는 겨우 얼마 되지도 않는 짧은 시간에 벙커의 문은 뜯어지듯 찢겨나가고 안에 있는 병사들이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있다는 사실에 몹시 분노하고 있었다.

화가 난 건 일본인 병사 뿐만이 아니었다.

이서한과 상당히 친했던 김중구는 동료가 당했다는 사실에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아 오르고 이었다.


“이 개자식아!”


타앙!


김중구가 분노하며 쏜 총알이 일본인 병사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가자 척후병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부러진 짚단처럼 뒤로 쓰러졌다.


“이봐! 이 씨! 괜찮아?”

“으윽······.”


어느새 팔을 부여잡고 있는 이서한의 근처에 나타난 우진은 침중한 얼굴로 부상당한 이서한을 내려봤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벙커로 돌아가서 치료해주고 싶었으나 아직 소왕이 살아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소왕의 숨통을 끊지 못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크나큰 화가 되어 돌아올지도 몰랐다.


“후우······ 우진 씨. 나는 걱정하지 말고. 얼렁 가.”


사실 벙커에서는 우진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아크 로드라고 부르고 있었으나 나이가 차이가 심하다보니 자경대원들은 대부분 우진을 자식뻘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 사람 참. 남자가 두말하게 하지 말더라고. 빨리 가. 어서.”


점혈로 이서한의 팔을 지혈한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우진이 신형을 날리자 순식간에 장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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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출진 24.04.21 60 1 12쪽
30 이면 24.04.15 66 1 11쪽
29 소나라의 왕녀 24.04.09 80 1 11쪽
28 아버지의 마음 24.03.20 118 1 12쪽
27 귀환 24.03.18 139 2 12쪽
26 다시 만난 처자 24.03.17 137 1 11쪽
25 병장과 상병과 일병 24.03.16 144 2 12쪽
24 빛의 마법사 24.03.05 148 1 11쪽
23 늦은 밤의 기나긴 대화 24.02.27 168 1 12쪽
22 장왕 24.02.24 188 0 12쪽
21 감기약 24.02.22 214 2 11쪽
20 기억의 편린 24.02.17 231 3 12쪽
19 세 가지 부류의 인간 24.02.15 256 2 12쪽
18 폭우가 지나간 자리 24.02.09 295 2 12쪽
17 간발의 차이 24.02.08 309 2 12쪽
16 살아남은 인간 24.02.07 339 4 11쪽
15 소문 24.02.05 370 2 12쪽
14 방주 점검 24.02.04 429 4 12쪽
13 목숨을 건 비무 24.02.03 448 4 12쪽
12 약탈의 시대 +2 24.02.02 533 3 12쪽
11 상승의 경지 +2 24.02.01 610 5 12쪽
10 비울수록 버릴수록 채워진다 24.01.31 62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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