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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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최근연재일 :
2024.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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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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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녀에게 평등한 주먹

DUMMY

과거에 방주였을 폐허에 온 우진은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의 상태도 지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지하 1층으로 오자 거대한 부서진 파편들이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으드득!


우진은 문을 막고 있는 커다란 철골을 들어 올려서 멀리 던져버렸다. 우람한 콘크리트 더미를 던져버리자 바닥에 부딪쳐 으깨지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방마다 남아있는 사람의 흔적은 희미했다. 식량과 자원은 약탈자들이 진작에 훔쳐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상한 여자의 말이 아주 개소리는 아닐지도 모르겠어.’


3년이 지났다고 했던 어둠의 초월자의 말은 아직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흔적으로 보아 확실히 시간은 흘렀다.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를 멀리 던져버리며 우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5층의 끝에 있는 방에서 우진은 멈춰 섰다. 이곳은 우진의 방이었다. 5층은 우진의 방 뿐만 아니라 단아의 방과 은서의 방이 모여있는 플로어였다.


우지끈!


우진은 방 문을 가로막는 철근을 반으로 접어서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방은 깔끔했다. 다른 방과 다르게 약탈자들이 헤집어놓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침대 하나와 질서있게 정리되어 있는 책장. 방 안의 풍경은 마치 오랜만에 마주한 것처럼 감회가 새로웠다.

옷장을 열어 우진은 적당한 옷들을 꺼내입었다. 바람을 막아줄 외투를 입자 적당히 입을 만 하다.

우진은 서랍의 가장 아래 칸에 열쇠를 꽂고 옆으로 돌렸다. 적들의 영토에 관한 극비 정보를 넣어두던 서랍이었다.

열쇠가 맞물리며 딸칵 소리와 함께 서랍이 열리자 우진은 안에 있는 서류들을 집어 들었다.

은서는 머리가 좋은 여자였다. 어쩌면 이런 곳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단서를 남겨놓았을지도 모른다.


‘음?’


서류에서 편지가 하나 빠져나왔다. 편지가 바닥에 떨어지자 우진은 주워들며 편지 봉투를 찢어 안을 확인했다.


-200년 뒤에 있는 미래에서 모두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요. 은서.


편지지에 적혀있는 내용의 필체는 분명 은서가 맞았다.


‘200년 뒤의 미래라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200년 뒤의 미래라니? 시간을 뛰어넘었다는 말인가? 그것이 진정 가능하단 말인가?

은서는 허언을 하는 여자가 아니였다. 일단 200년 뒤의 미래로 갈 방법은 없고 그녀가 정말로 일행들과 함께 미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라진 일행에 관한 유일한 단서이기에 우진은 품에 편지를 집어넣었다.

우진은 몸을 날려 순식간에 방주를 빠져나갔다.

정보가 필요하다. 그동안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지난 건지 세상은 얼마나 변한 건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말라 비틀어진 황폐한 대지를 우진은 빠르게 치달렸다.


‘가볍다?’


이상했다. 몸이 전보다 더 가볍다. 죽기 전보다 몸이 더욱 잽싸고 날렵해서 경공을 쓰지 않아도 총알처럼 빠르게 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들었던 철근. 엄청 가벼웠었지.’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인가?

의문을 느끼던 우진의 머리에 죽고 나서 보았던 지옥의 기억이 떠올랐다. 낮도 태양도 찾아오지 않는 온통 어두웠던 그곳은 어쩌면 지옥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13명의 거대한 악마들이 있던 그곳은 분명 지옥에 가까운 칠흑의 세계였다.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건가?’


대지는 곳곳이 메말라 있었다. 전에는 분명 이렇지 않았다. 그래도 곳곳에 산이나 숲이 있었는데 이젠 황폐한 대지만이 가득하다. 한국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후끈하게 가열된 대기를 가르며 섬전처럼 달리던 우진의 시야에 점차 도시의 풍경이 들어왔다. 허리가 잘려나간 반파된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은 을씨년스러웠다. 도로의 포장은 파괴되어 사방으로 으깨져있었다.

도시에 진입하자 우진은 근처에 있는 허름한 술집으로 걸어갔다. 처음 방문한 도시의 정보를 모으기에 술집만큼 좋은 곳도 없다.

술집의 안은 밖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어둡고 음침했다. 들어서자 구석에 앉아있는 거구들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대머리 하나에 모히칸 둘인 거구들은 테이블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있었다.


“씨발! 무슨 술이 이렇게 맛대가리가 없어? 주인장! 지금 장난해?”


카운터 뒤에 있던 늙은 노인은 당황하며 황급히 거구들에게 달려갔다.


“죄, 죄송합니다. 손님.”

“씨발! 죄송? 죄송하다면 다야?”

“쓰벌. 이거 술에 물 탄 거 아니야? 엉? 손님을 상대로 사기를 쳐?”


우진은 거구들을 무시하고 묵묵히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 뒤에 있는 노인의 손자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거구들을 말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노인은 폭행을 당할 지도 모른다.

우진은 카운터 앞의 의자에 앉으며 소년에게 검지 손가락 하나를 보여줬다.


“물 한 잔.”

“저기, 손님? 돈을 내셔야 됩니다.”

“오늘이 몇 년 몇 월이지?”

“네?”

“알려줘.”


온몸에 가득한 숨길 수 없는 잔근육. 철탑과도 같은 단단한 몸. 소년은 우진이 처음 술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무인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소년은 무인들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마력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 2040년 9월 28일입니다.”


남자는 서서히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들썩이며 남자는 상처입은 짐승처럼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흐! 크...... 흐흐! 흐흐흐. 그래. 사실이었군. 정말이었어. 크흐흐!”


허리를 숙이고 웃고 있는 우진이 소년은 두려웠다. 그는 웃고 있었으나 눈은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지금 분명 분노하고 있었다.

우진은 천천히 잔에 있는 물을 마셨다.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는 물이 쓰다.

동료는 사라졌다. 방주의 주민들도 스승님도 은서도 단아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제나라 연합. 그들의 합공으로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


“슬슬 계산을 해야겠군.”


우진의 시선이 구석에서 노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거구들에게 꽂혔다.


“저들 셋의 목숨이라면 충분하겠지?”

“예?”


우진은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구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노인의 멱살을 붙잡고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씨발! 늙어서 귓구멍이 나갔어, 할배?”

“사기를 쳤으면 보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씨발놈아!”


노인의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노인은 거구의 한 손에 지푸라기처럼 가볍게 들려있었다.


“이, 이러지 마세요! 술 값 안 내도 되니까 그냥 가요!”


대머리가 커다란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다. 한 주먹이면 노인의 뼈는 박살난다.


“정말이지 쓰레기들의 쓰레기 같은 말이로군.”


뒤에서 들리는 낮고 무거운 목소리에 거구는 위로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노인을 가볍게 옆으로 던져버리고 거구는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나한테 한 말이냐?”

“여기에 쓰레기가 너희들 말고 또 누가 있지? 귀가 장애인이라 제대로 못 들은 건가?”

“이 새끼가 미쳤나?”


거구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걸어오자 우진은 놈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봤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은 지고하신 연개소문의 무공이 아니다. 내가 너희들에게 하는 것은 살육이자 학살이다.”

“그게 뭔 개소리······.”


콰아!


대머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분수처럼 피가 솟아오르는 목 위에 우진의 주먹이 있지 않았다면 거구들은 동료가 어째서 죽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당황하여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나던 모히칸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술집에 있던 그 누구도 우진이 주먹을 뻗는 걸 보지 못했다. 순식간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빨랐다. 대머리와 모히칸의 머리는 이미 터져서 산산이 부서져 있었고 우진의 주먹은 이미 놈들의 목 위에 있었다.

우진은 알 수 있었다. 변했다. 지옥 같은 칠흑의 세계에서 악마들과 13번의 사투를 벌인 뒤로 우진은 달라졌다. 손속에 자비는 없다. 적이라면 살려두지 않는다. 앞을 가로막는 존재라면 그것이 설령 신이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뭐, 뭐야! 너, 너는 대체 뭐야! 씨, 씨발! 씨발!”


거구의 모히칸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인간이 총이나 칼이 아닌 주먹으로 이토록 쉽게 죽는다는 건 그저 소문으로 밖에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을 뛰어넘은 무인이나 마력인에 대한 소문은 다 거짓말이 아니었단 말인가?

몸을 숙이고 고적한 눈빛으로 우진은 겁에 질린 거구를 내려봤다. 커다란 손으로 우진은 거구의 오른 팔뚝을 붙잡았다.


“말해라. 누가 보냈지?”

“그, 그게 무슨 개소리야?”


으득!


우진이 힘을 주자 수수깡처럼 거구의 오른팔이 부러지며 덜렁거렸다. 멍하니 장난처럼 너무나도 쉽게 부러진 팔을 내려보던 거구는 타는듯한 통증에 온몸을 떨었다.


“크아아아아!!!”


천천히 우진의 손가락이 거구의 복부를 파고 들어갔다.


“입 다물어라. 조용히 안 하면 내장을 뜯어내겠다.”

“네! 네에! 살려주세요! 제발! 흐윽!”

“그래. 역시 너희 같은 쓰레기는 질질 짜는 게 어울리는군.”


놈의 배에 찔러넣었던 손가락을 뺀 우진은 거구의 왼팔을 붙잡았다.


“누가 보냈지? 명심해라.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어.”

“여, 옆에 있는 가게에서 보냈습니다! 김 할배 가게는 쓸데없이 장사가 잘 된다고 가서 망하게 하라고 했어요!”

“이 나라의 이름은?”

“주 나라! 주 나라입니다!”

“이유가 겨우 그게 다 인가?”

“여, 여기서는 원래 다 이래요! 큰 가게가 아니어도 손님이 모이고 커질 것 같으면 사주해서 망하게 만들어요! 원래 여기 문화가 이렇다구요!”

“원래 이렇다? 그러니 니가 했던 행동도 당연하다 이건가?”

“그래요! 이름을 숨기고 망하게 하는 것은 여기서는 흔한 일······.”


콰득!


우진의 발이 거구의 머리를 밟아버렸다. 놈의 머리가 으깨지며 사방으로 피가 흩어졌다.


“쓰레기 새끼가 말이 많군.”


거구들의 시체들을 뒤로하고 우진은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가 의자에 앉자 카운터의 소년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다.

카운터 뒤로 간 노인은 가장 비싼 술을 꺼내서 우진의 앞에 내려놨다.


“난 술을 시킨 기억이 없는데요.”

“이건 내가 주는 서비스야.”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쪼르륵.


투명한 유리잔에 술을 따르자 달콤한 향기가 올라왔다. 잔의 술은 맑은 주황빛이었다. 잔을 들어 올리고 가볍게 좌우로 휘저어 한 모금 마시니 술맛이 달콤했다.


“주인장. 나도 하나 줘요. 이 사람이랑 똑같은 걸로.”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은 우진의 옆에 앉으며 술을 주문했다. 여인은 고개를 돌려 우진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당신 대단하던데요?”


그저 묵묵히 술을 마시며 우진이 무시해버리자 여인은 술을 가득 따른 술잔을 그에게 내밀었다.


“당신은 무인인가요? 어디서 왔죠? 보아하니 외국인 같진 않은데.”

“미안하지만 난 독주는 마시고 싶지 않아.”


아름다운 여인의 눈빛이 독사처럼 날카로워졌다. 품에 손을 넣어 그녀는 재빠르게 독이 묻은 비수를 꺼냈다. 확실히 그녀의 손은 빨랐으나 우진은 그보다 훨씬 빨랐다.

섬전처럼 뻗어 나간 우진의 손이 칼을 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으득!


“꺄악!”


우진이 손에 힘을 주자 그녀의 손목이 간단히 부러져버렸다. 그녀의 손에서 비수가 떨어지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래. 예전에도 너 같은 여자가 있었지. 아름다운 얼굴로 뒤에서 칼을 꽂는 건 어떤 기분이지? 짜릿한가?”


우진의 손이 그녀의 목줄기를 붙잡았다.


우득.


힘을 주자 그녀의 목이 간단히 부러졌다. 숨이 끊긴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축 늘어진다.


“다음 생에는 착하게 태어나라.”


우진은 여인의 시신을 거구들의 시신 옆에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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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쟁 24.04.27 63 1 12쪽
31 출진 24.04.21 61 1 12쪽
30 이면 24.04.15 66 1 11쪽
29 소나라의 왕녀 24.04.09 80 1 11쪽
28 아버지의 마음 24.03.20 118 1 12쪽
27 귀환 24.03.18 140 2 12쪽
26 다시 만난 처자 24.03.17 138 1 11쪽
25 병장과 상병과 일병 24.03.16 144 2 12쪽
24 빛의 마법사 24.03.05 149 1 11쪽
23 늦은 밤의 기나긴 대화 24.02.27 168 1 12쪽
22 장왕 24.02.24 189 0 12쪽
21 감기약 24.02.22 215 2 11쪽
20 기억의 편린 24.02.17 232 3 12쪽
19 세 가지 부류의 인간 24.02.15 256 2 12쪽
18 폭우가 지나간 자리 24.02.09 295 2 12쪽
17 간발의 차이 24.02.08 310 2 12쪽
16 살아남은 인간 24.02.07 339 4 11쪽
15 소문 24.02.05 370 2 12쪽
14 방주 점검 24.02.04 430 4 12쪽
13 목숨을 건 비무 24.02.03 448 4 12쪽
12 약탈의 시대 +2 24.02.02 533 3 12쪽
11 상승의 경지 +2 24.02.01 61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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