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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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최근연재일 :
2024.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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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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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멀리서 수많은 발소리가 접근해오고 있었다.


“주인장. 물은 잘 마셨어.”

“자, 잠깐! 자네는 대체 누구인가?”

“이미 죽었기에 남아있는 이름은 없어. 과거에는 염제라고 불렸지.”


술집을 나가자 뜨거운 뙤약볕이 눈을 찔러온다.

총과 칼로 무장한 병사들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병사들은 술집을 포위하고 있다. 누가 신고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우진을 사로잡기 위해 모여든 병사들이었다.


“환영 인사 치고는 꽤 거창하군.”

“손 위로 올려! 저항하면 벌집으로 만들어버리겠다!”


총화기로 무장한 100명이 넘는 병사들 앞에서 우진은 태연했다. 소총을 손에 꽉 쥐고 있는 적들을 그는 편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좆까고 있군.”

“뭐, 뭐라고?”


부대장은 당황했다. 아무리 무인일 지라도 총을 소지한 수많은 병사들 앞에서는 물러서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진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우진은 분노한 병사들 앞에서 당당했다.


“투항해라. 항복하는 사람은 부하로 받아주겠다.”

“미, 미친 새끼!”


탕! 두두두두두!


누군가 총을 쏜 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은 우진에게 소총을 난사했다. 총성이 요란하게 사방을 뒤흔든다. 술집의 유리창이 깨지며 놀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부대장은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분노한 병사들의 사격을 중지시켰다. 땅에서 흙먼지가 어지럽게 휘몰아친다.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갔어?”


불어오는 거친 돌풍에 흙먼지가 흩어졌으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땅에는 핏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콰아!


포탄이 터지는 거대한 소리에 병사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저기! 저기!”


가리키는 누군가의 손가락에 병사들의 눈이 터질 것처럼 커졌다. 사방을 뒤흔든 것은 포탄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린 한 남자의 주먹이었다.

철탑을 연상시키는 건장한 남자는 어느새 병사들의 무리에 있었다. 병사의 머리는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무인과 마력인에 대한 소문은 그저 부풀려진 허황된 과장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남자는 달랐다. 그는 정말로 단 일격으로 사람의 머리를 터쳐버렸다.


“쏴! 쏴!”

“쏘지 마! 아군이 있잖······.”


패닉에 빠진 병사들은 남자의 주변에 아군이 있다는 것도 무시하며 그대로 총을 난사해버렸다.


“크아아!”


병사들이 아군의 총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뭐야? 왜 또 없어?”


남자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콰아!


포탄이 터지는 소리에 병사들은 몸을 떨며 옆을 돌아봤다. 남자는 어느새 반대쪽에 나타나 있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저딴 게 가능한 거야!”

“으아아아!”


두두두두!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우진에게 소총을 난사했다. 이제 아군과 적군 구분은 없다.


‘죽고 싶지 않아!’


머리가 처참하게 으깨져서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는 욕구가 병사들이 총을 난사하게 만들었다.


“씨발! 죽어! 죽으란 말이야!”


부대장도 어느새 병사들처럼 아군 구분 없이 남자에게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주 나라에 들어와서 부대장이 된 이후로 지금껏 저런 남자는 없었다. 남자는 그에게 있어 악몽이었다. 악몽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그는 사정없이 총알을 퍼부었다.

아군을 죽여가며 총을 난사했건만 남자에게는 피해가 없다. 오히려 상처 입은 짐승처럼 그의 눈빛은 더욱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 어?”


뜯겨나간 도로에는 병사들의 시신이 가득했다. 부대장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남아 있는 병사는 어느새 부대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총에 맞은 왼팔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으며 부대장은 남자를 노려봤다. 그가 병사들의 시체와 피로 물든 대지를 밟으며 걸어오고 있다. 어금니를 피가 나도록 으득 깨물며 부대장은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우진이 근처까지 걸어오자 부대장은 총알이 바닥난 소총을 멀리 던져버렸다.

부대장은 우진의 앞에 온몸을 땅에 비빌 기세로 넙죽 엎드렸다. 부대장의 몸에 진득한 핏물이 달라붙어 몸을 끈적이게 만들었으나 그의 모든 신경은 눈앞의 남자에게 전부 쏠려있었다.


“살려줘! 제발! 당신의 부하가 되겠습니다!”


우진은 그의 왼팔에 붙어있는 완장을 힐끔 내려봤다.


“너는 부대장인가?”

“예! 예에! 그, 그렇습니다!”

“부하들이 모두 죽었는데 너 혼자라도 살고 싶다 이건가?”

“예! 맞습니다!”


울면서 애원하는 부대장이 우진은 역겨웠다.


“너처럼 이기적인 새끼는 필요 없다.”


콰아!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사방을 뒤흔든다. 한 번의 주먹에 부대장의 머리가 산산이 으깨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진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묻어있는 피를 털어냈다.

시체들을 뒤로하며 우진은 몸을 날렸다. 주 나라의 벙커는 굳이 찾으려고 어렵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건물인 돔 형태의 벙커는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띈다.


“걸리적거리는군.”


벙커에 오자 우진은 문에 주먹을 후려갈겼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꺼운 철문이 종이처럼 찢겨나간다.

뜯겨나간 철문의 틈을 지나 우진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쏴! 전부 쏴!”

“전부 다 갈겨버려!”


놈은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방금 보았던 일격으로 병사들의 머리에 남자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강하게 각인됐다.

남자는 두께 30cm가 넘는 철문을 장난처럼 찢어버렸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두두두두!!


병사들의 총 소리가 접견실을 터쳐버릴 것처럼 요란하게 울린다. 총알이 대리석 바닥과 강철로 만들어진 벽을 휘젓는다.


“뭐야? 어디 갔어?”

“왜 없지?”


입구에 있던 남자는 사라져 있었다.


콰아!


포탄이 터지는 소리에 병사들의 몸이 움찔 떨린다. 거대한 폭음이 울린 것은 다름 아닌 병사들의 후열이었다. 어느새 우진은 병사들의 뒤에 나타나 있었다.

주먹에 맞아 머리가 날아간 병사의 몸이 사후 경련으로 덜덜 떨린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부하가 된다면 죽이지 않고 받아주겠다.”

“개소리!”

“죽여!”


병사들에게는 우진의 말이 그저 오만한 망언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벙커의 접견실에 모여있는 병사들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200명이 넘는다. 겨우 혼자서 총을 든 수백 명의 병사를 상대하려는 그가 병사들은 미친놈으로 보였다.

우진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진다.

그것은 사람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총알이 닿기 전에 그의 몸은 사라진다. 단순히 빠르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씨발! 뭐야!”

“대체 왜 안 맞는 거야?! 대체 왜!”


처음에는 아군을 신경쓰던 병사들은 점차 조급해졌다. 그의 주먹에 병사들의 머리가 산산이 으깨지며 터져나가고 있다. 처참하다. 저런 끔찍한 말로를 당하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으아아아!”

“죽어! 그냥 죽으라고!”


두두두!


“쏘지 마! 우린 아군이잖아!”

“크아악!”


울부짖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접견실에 울려 퍼졌다. 남자를 죽이려던 아군은 정신을 차려보니 서로가 서로를 쏘고 있었다.

접견실에는 시체가 가득하다. 짙은 혈향이 코를 찌른다.

살아남은 병사는 이제 겨우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괴물! 악마!”


병사는 총알이 바닥난 소총을 거칠게 피로 물든 바닥에 던져버렸다. 몸을 돌리고 병사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병사의 눈에 부서져 나간 문이 들어온다. 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저곳으로 가면 분명 살 수 있다. 희망이 있다. 숨을 헐떡이는 병사의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콰아!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병사의 머리가 주먹에 터져나갔다.


“으! 으으······ 싫어! 이런 건 싫어!”


마지막 남은 병사는 머리가 날아간 병사의 시신을 보며 몸을 떨었다. 뒷걸음질 치던 병사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패닉에 빠져 병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퍼억.


발로 우진은 하나 남은 병사의 머리를 차버렸다. 병사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진다. 시신에서 튀어나온 피가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멍청하군. 대체 왜 항복하지 않는 거지?”


우진은 한숨을 쉬며 사방에 가득한 병사들의 시체를 둘러봤다. 쓸데없이 접견실에서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시체들을 뒤로하고 그는 계단실로 들어갔다.

지하 1층 복도로 들어가자 평범한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병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먹에 피가 묻어있는 우진과 눈이 마주치자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우진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도 지하 1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사는 없고 일반인들만 복도를 걸어 다닌다.

계속해서 우진은 지하로 내려갔다.

찾고 있는 것은 왕의 거처였다. 혹은 알현실이어도 상관없다. 지금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하는 적은 왕이었다. 사소한 적들은 나중에 색출해서 처리하면 된다.

지하 6층. 지하 6층은 다르다. 다른 플로어처럼 일반인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벽이 온통 어두운 흑색인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복도의 좌우로 방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하 6층의 끝에 유난히 커다란 문이 있었다.

문 앞에 오자 우진은 어김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득!


거대한 문이 뜯겨 날아가며 바닥을 나뒹군다. 부서진 문의 틈으로 우진은 천천히 들어갔다.

왕은 알현실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알현실을 기백이 남다른 존재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왕실호위부대. 주 나라의 최정예 병력들은 손에 칼을 쥐고 차갑게 우진을 노려봤다.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 같은 기운은 그들이 그동안 수련에 정진해온 무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왕좌에서 일어나는 왕의 손이 덜덜 떨린다.


“너······ 너는! 너는! 넌 분명 죽었어! 3년 전에 분명 죽었어!”

“큭! 흐······ 흐흐! 흐흐흐! 아직 잊지 않은 걸 보니 그동안 노망이 나진 않았나 보구나. 내 얼굴을 잊지 않았겠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들썩이며 우진은 웃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웃으면 웃을수록 분노는 끓어오른다.

처음 술집에서 이 나라가 주 나라라고 들었을 때부터 벙커까지 쳐들어오는 것은 이미 정해져있는 일이었다.

어떻게 잊겠는가. 그 얼굴들을. 죽어가는 숨통을 끊어내려 몸에 검과 창을 하나씩 꽂아 넣었던 그 인간들을. 지옥이나 다름없는 세계에서도 그들의 얼굴만은 잊었던 적이 없다.


“주왕. 그동안 꽤 행복했나 보네. 이렇게 큰 벙커도 새로 짓고. 나는 너를 한 번도 잊었던 적이 없었는데.”

“당장 저 놈을 죽여라! 어서!”


주 나라의 왕실호위부대가 사방에서 비호처럼 달려온다. 그러나 우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달려드는 무인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콰아!


박격포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장 선두에서 달려온 무인의 머리가 주먹에 맞아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달려들던 왕실호위부대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왕실호위병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한 것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수많은 사투를 경험해온 최정예 병사들에게도 한 번의 주먹에 머리가 터지는 광경은 충격이었다.

주 왕은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염제는 3년 전에도 살인적인 무인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성격도 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었다면 이제는 지체없이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적이라면 배려하지 않는다. 적당히 힘을 조절하지 않는다. 그저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린다.


“대체 왜! 너는 왜 살아있지? 어째서?”


머리를 부여잡고 주왕은 이를 갈았다. 혼란스럽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궁금한가?”

“그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나는 지옥의 악마를 죽이고 돌아왔다. 너는 모르겠지. 지옥은 사방에 어둠이 가득하며 그림자가 발목을 옥죄이고 숨통을 조여온다. 그곳에서 강한 자는 살아남으며 약한 자는 잡아먹힐 뿐이다. 원혼이 되어 지옥으로 떨어져라, 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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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쟁 24.04.27 63 1 12쪽
31 출진 24.04.21 60 1 12쪽
30 이면 24.04.15 66 1 11쪽
29 소나라의 왕녀 24.04.09 80 1 11쪽
28 아버지의 마음 24.03.20 118 1 12쪽
27 귀환 24.03.18 140 2 12쪽
26 다시 만난 처자 24.03.17 137 1 11쪽
25 병장과 상병과 일병 24.03.16 144 2 12쪽
24 빛의 마법사 24.03.05 148 1 11쪽
23 늦은 밤의 기나긴 대화 24.02.27 168 1 12쪽
22 장왕 24.02.24 188 0 12쪽
21 감기약 24.02.22 215 2 11쪽
20 기억의 편린 24.02.17 231 3 12쪽
19 세 가지 부류의 인간 24.02.15 256 2 12쪽
18 폭우가 지나간 자리 24.02.09 295 2 12쪽
17 간발의 차이 24.02.08 309 2 12쪽
16 살아남은 인간 24.02.07 339 4 11쪽
15 소문 24.02.05 370 2 12쪽
14 방주 점검 24.02.04 430 4 12쪽
13 목숨을 건 비무 24.02.03 448 4 12쪽
12 약탈의 시대 +2 24.02.02 533 3 12쪽
11 상승의 경지 +2 24.02.01 610 5 12쪽
10 비울수록 버릴수록 채워진다 24.01.31 62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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