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340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5.24 22:00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DUMMY



“으음.....”


분명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디선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눈이 부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가 힘들었다. 몸이 한없이 무거워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대로 다시 잠으로 빠져들고 싶은 유혹을 밀어내며, 그는 차근차근히 생각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 잠들기 전에....’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보려 해도, 모든 순간들이 꿈결 같았다. 한바탕 긴 꿈을 꿨던 건지, 현실이었는지조차 잘 감이 오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 하얀색 천장?’


몇 번인가 눈을 깜박거리며 천장과 주변을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현실감이 돌아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으윽!”


무언가 말을 꺼내보기도 전에, 갑자기 움직인 탓에 고통이 먼저 찾아왔다.


“.... 아저씨?”


“아이야...”


다행스럽게도 가장 걱정했던 아이가, 무사히 눈앞에 있는 것을 본 에드워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아저씨가 안 일어나서 엄청 걱정했어. 많이 아파? 의사 선생님 데려올까?”


아이는 에드워드가 일어나자마자 다다다 질문을 퍼부었다. 긴장이 풀린 에드워드는 괜찮다고 아이를 다독였고, 우선은 의사를 불렀다.


“조금만 총상이 비껴나갔거나, 병원을 더 늦게 방문하셨더라면 큰일 나실 뻔했습니다.”


곧 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와 몇 가지 상태를 체크해 보더니, 절대 안정을 취하라 경고했다. 주의할 것을 몇 가지 알려주던 그는 에드워드에게 쪽지 하나를 남기고 병실을 나갔다.


[대표님께서 손등 위는 치료가 완료되었다 하여 그대로 두었습니다만, 만약 필요하시다면 말씀 주십시오.]


문이 닫히는 대로 쪽지를 열어보니 이런 메모가 적혀있었다. 안 그래도 오른손이 장갑 없이 맨손인 터라 누군가 오르뷔를 봤을까 봐 신경이 쓰였는데, 리티비가 그를 배려해 따로 마련한 조치 같았다.


‘생각해 보니 장갑도 너덜너덜해져 있었지. 꽤 머리를 잘 썼네.’


리비티는 에드워드의 오르뷔가 드러나지 않도록 거즈를 두껍게 손 위에 붙인 뒤, 의사에게는 치료가 끝났다 설명했다. 이러고도 불안했는지 의사에게 따로 언질까지 남긴 것이었다. 다른 의사였다면 먹히지 않았겠지만, 보아 하니 이곳은 레지스탕스와 연관된 병원 같았다.


드르륵-


“의사 선생님이 괜찮대?”


“그럼, 다 나았다고 하더라.”


에드워드가 거즈를 확인하고 있을 무렵 아이는 의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뻔뻔하게 아이에게 거짓말을 늘여놓으며, 에드워드는 멀쩡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그의 미소에 진짜 괜찮은 줄 안 아이는 다행이라며 쪼르르 달려와, 에드워드의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아, 그리고 레온이 전해주래. 클로이 언니는 수술 잘 끝나서 회복 중에 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무사하다고. 여기 병원에서 모두들 치료받고 있다고 했어.”


그새 레온은 에드워드가 걱정 없도록 후속 조치까지 끝내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아이가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것을 보니, 자신이 쓰러져 있는 동안 레지스탕스가 아이를 돌봐주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꺄꾸-!”


“앗, 고슴도치야!”


아이의 주머니에 있던 고슴도치는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에드워드를 보고 침대로 뛰어내렸다. 타다닥 급히 움직이며 그의 곁으로 다가온 고슴도치는, 예전처럼 손을 무는 대신 코를 에드워드의 손가락에 가져다 대었다.


“웬일이람.”


갑작스레 바뀐 태도에 에드워드도 조금 얼떨떨했지만, 곧 고슴도치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추측하기로는 성벽에서 아이가 자신을 두고 갔을 때, 그가 챙겨준 것에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 아저씨.”


고슴도치와 에드워드가 친해진 모습에 헤실헤실 웃던 아이는, 문득 거즈가 덮인 에드워드의 오른손을 보았다. 그러자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무슨 일이 있니?”


이를 눈치챈 에드워드가 질문하자,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이내 입을 떼었다.


“나,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렴. 뭐든 대답해 줄게.”


아이의 질문을 듣기도 전에 에드워드는 냉큼 말했다. 혹시나 아이에게 난감한 일이 있었을까 싶어 이리 굴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음이었다.


“..... ‘샬럿’이 누구야?”


무엇이든 대답해 주겠다고 장담했으면서, 에드워드는 아이의 질문에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실험실을 탈출하던 밤, 아저씨는 내가 아니라 ‘샬럿’을 찾고 있었지?”


에드워드가 당황하는 것을 아이는 보았지만, 숲길에서처럼 어색하게 무마하는 대신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그때 샬럿을 못 찾았는데도, 나 때문에 티시포네에게 쫓겨서 집으로 온 거잖아.”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와 에드워드를 마주쳤던 산속은, 밤중이라 무척 어두웠기 때문에 상대방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아이는 에드워드가 샬럿과 자신을 착각했지만, 동정심으로 자신을 집에 머무르게 해 줬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모르는 척했어. 아저씨가 나를 ‘샬럿‘ 대신으로 여기는 것 같아도.”


가끔씩 에드워드는 아이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봤다. 웃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죄책감이 담긴 표정을 아이는 모두 알고 있었다.


아이는 그 산속에서 에드워드를 처음 만났다. 이런 감정이 쌓일 만큼 에드워드와 알고 지낸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 죄책감이 자신이 아닌 샬럿을 향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좋으니까 계속 있고 싶었어. 게다가 카넬마저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까, 만약에라도 이 얘기를 꺼냈다가 아저씨가 여길 떠나라고 할까 봐 무서웠어.”


어떤 날은 자신이 떠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가도, 다음 날은 이 따뜻함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속에서 아이는 진짜 ‘샬럿’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이걸 누리자고 간신히 임시방편으로 타협을 볼 뿐이었다.


“따뜻한 침대에서 자고, 맛있는 것들을 먹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보다 기쁠 수는 없었는데, 어떤 날에는 벼랑 끝에 있는 것만 같았어."


고아로 빈민가에서 자라, 실험실로 끌려갔던 나날까지 짧은 삶을 통틀어서 가장 안락했던 시간이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커져 갔다.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아저씨에게는 언제나 고마웠어. 하지만 나에게 준 모든 것들이 샬럿의 대신이었다면...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아.”


에드워드가 자신을 구하러 온 순간, 뛸 듯이 기쁘면서도 자신이 아닌 샬럿을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 봐 불안했다. 그런 생각이 든 것 자체가 아이는 끔찍이도 싫었다. 이 애정을 더는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정말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겁이 나서 도망치는 건 그만할래.”


에드워드는 아이의 눈을 바라봤다. 굳건한 의지를 품고 있는 눈빛은 아이가 에드워드의 앞에서 감옥의 열쇠를 다시 잠겄을 때와 비슷했다.


“그러니까 알려줘. 샬럿은 누구야?”


이 질문이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에드워드는 알아챘다. 아이는 자신이 샬럿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있었다.


“.... 미안하다.”


약간의 침묵을 지나 들려온 대답에 아이는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믿을 수 없어 에드워드를 바라보자, 그제야 그의 진심을 마주했다. 그는 거절의 의미가 아닌, 아이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사과부터 해야겠구나. 진작 너에게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는 후회하면서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아이가 믿어줄지도 의문이었으나, 끝내 자신의 실패로 그들 손에 죽게 만든 것을 아이에게 털어놓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미래에 대해 말해주고 나면 나를 원망하려나.’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아이가 용기 내어 다가온 한 발자국 앞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긴 얘기가 되겠구나.”


에드워드는 천천히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짚어갔다. 회귀 전, 경감에게서 사건을 배정받아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부터, 서서히 아이가 마음을 열어주어 가까워졌던 것.


제로원이란 이름 대신 샬럿이란 새로운 이름을 지어줬던 순간.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 패소해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에드워드가 탈옥을 도우려 했지만 결국 최후를 맞게 된 일까지.


“.... 그 후로 2년, 유렌가의 인체실험에 대한 증거를 쫒다가 들켜 나도 억지로 오르뷔를 먹여졌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아 8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아왔고.”


간략하게 줄여서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설명을 덧붙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입이 마른 에드워드는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이는 너였단다.”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에드워드는 아이를 바라봤으나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황당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할까?... 어느 쪽이든 분명 내게 실망했겠지. 나를 싫어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지만 카넬에게 돌아가겠다면 그것만큼은 말려야 할 텐데...’


수많은 생각들이 탑처럼 쌓여가고 있던 순간,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이름을 갖고 싶었어.”


아이의 말에 에드워드는 또다시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나가려는 찰나, 그는 고개를 든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울상을 짓거나,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달리 아이는 기대감으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 샬럿이란 이름, 좋아. 과일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대신이 아니었어. 처음부터 나를 불렀던 거구나.’


에드워드가 보였던 죄책감과 따뜻함, 배려와 다정함이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늘 자신을 괴롭혔던 속삭임도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아니, 그 이름이 아니면 싫어.”


아이는 두 볼이 가득하도록 환하게 웃었다. 회귀 전을 통틀어도 처음 보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미래가 바뀌었어.’


이제야 에드워드는 망령처럼 자신을 괴롭히던 미래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과거를 밟아가며 순간을 바꿔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날들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 샬럿.”


에드워드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아이는 그 부름에 기쁘게 답했다.


“응, 아저씨.”


파도가 밀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듯 아이의 밝은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은 것처럼 샬럿은 행복했다.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에드워드는 무심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철장을 사이에 두고 행동의 제약에 있었던 과거 따위는 머릿속에서 점점 흩어져만 갔다.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 공간에 예전부터 바라왔던 염원 하나가 살며시 떠올랐다.


“샬럿, 혹시 네가 괜찮다면....”


그는 소곤소곤 준비했던 계획을 말했다. 가능한 확실해진 뒤에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보다 적기가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귀 기울여 그의 제안을 듣던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정말로?”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샬럿은 물끄러미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라는 듯이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샬럿은 침대로 뛰어올라 에드워드를 껴안았다. 품에 안긴 샬럿의 등을 감싸며 그 또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7) 24.06.07 6 0 12쪽
7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6) 24.06.06 6 0 12쪽
7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5) 24.06.05 7 0 11쪽
7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4) 24.06.04 6 0 11쪽
7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3) 24.06.03 9 0 11쪽
6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 24.06.02 11 0 12쪽
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10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10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2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10 0 12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24.05.24 9 0 12쪽
59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9) 24.05.23 10 0 11쪽
58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8) 24.05.22 10 0 11쪽
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9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10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8 0 11쪽
5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4) 24.05.18 9 0 12쪽
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7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8 0 11쪽
5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 24.05.15 8 0 11쪽
5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3) 24.05.14 9 0 11쪽
4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2) 24.05.13 9 0 11쪽
4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1) 24.05.12 10 0 11쪽
4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8 0 11쪽
4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9) 24.05.10 8 0 11쪽
4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8) 24.05.09 1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