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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전가야
그림/삽화
전가야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13 12:11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77,435
추천수 :
937
글자수 :
573,503

작성
24.05.30 12:08
조회
878
추천
14
글자
11쪽

25화. 도토리 농장

DUMMY

“구백구십오, 구백구십육, 구백구십칠, 구백구십팔, 구백구십구, 천, 천 번 베기 끝”


음하하하


짧은 머리의 청년이 기분 좋은지 자신의 키보다 훨씬 작아진 검은 몽둥이를 내려놓으며 통쾌하게 웃어 제겼다.


“뻥치고 있네. 내가 다 봤거든 오백 번 하고 또 천 번 이랜다.”


“나머지는 저녁에 와서 할 거야”


“쳇, 그러시던가”


“오빠들 어서 와서 아침 먹어”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따은 소녀가 두 청년을 불렀다.


“알았어 베시 헤헤헤”


“좋냐? ”


“그럼 밥 먹는 시간이잖아”


“너는 어떻게 변한 게 없냐”


“그러지 말라고 도토리 농장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커졌는데”


“쩝, 그건 그렇지”


금동이, 은동이, 동동이 세 마리의 닭으로 시작한 도토리 농장은 딘에 의해 이렇게 커질 줄은 누구도 예상 못 했다.


닭을 잡아먹을 생각만 하는 먹보 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것은 기후에 불과했다.


계란 프라이 맛을 알게 된 후부터 딘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계란 프라이를 먹을까 하는 고심 끝에 농장을 늘리자는 제안을 하며 계란을 분배하여 부화를 시도했다.


세 마리의 닭을 며칠간 관찰하던 딘은 은동이가 알에 대한 모성이 강하다는걸 알아내곤 알들은 모두 은동이에게 품게 하였다.


그해 봄 알에서 병아리들이 부화하고 가족들이 합심하여 집 옆에 야외에 닭들이 살만한 조그마한 닭장을 지었다. 닭과 병아리들이 먹을 사료는 전에 상회에서 넉넉하게 받은게 있어 충분했다.


그렇게 병아리들이 자라게 되고 성체가 되어 알을 낳고 알들은 시장에 내다 팔고 모은 돈으로 좀 더 큰 농장을 짓게 되었다.


놀라운건 딘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다른 가축을 키우는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기 위해선 돌이 무성한 땅을 개간해 가축 사료로 비교적 잘 자라던 옥수수 밭을 크게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한해 가족은 합심해 노력 끝에 옥수수밭을 개간하고, 한 해 동안 달걀을 판 돈으로 새끼 돼지를 사고, 돼지를 키워 팔아 다시 여러 마리 새끼 돼지를 사서 키웠다. 그렇게 키운 돼지들을 팔아 우유를 짤 수 있는 젖소까지 구입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척척 쉽게 진행된건 아니었다.


들짐승들에게 닭을 잃기도 하고 돼지들을 키우다 보니 사료 문제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밭 개간에 필요한 농기구와 가축들의 사료등 여러 문제가 있었으나 바트는 큰 결심을 하고 그동안 모았던 돈을 어머니에게 모두 드려 사료를 충당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집안의 일도 체계적으로 배분이 되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남의 집에 일을 하러 나가지 않고 농장과 집안일을 관리하셨고 그런 어머니를 베시가 도왔다. 가축 관리는 딘이, 밭 관리는 클락과 버드가, 바트는 타이거 상단에 일을 하며 식량 조달과 집안일을 틈틈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오 년이 지난 현재는 도토리 마을에서 남부럽지 않은 가축과 농장을 가지게 된 도토리 농장은 이웃 마을은 물론 주변 마을에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소가 송아지를 낳아 재산이 크게 늘었다.

타이거 상단에 닭고기와 알을 납품할 정도로 커진 양계장의 수십 마리의 닭들을 보며 몇 년간의 노력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바트는 가축 담당인 뚱뚱보 딘의 머리를 비비며 두꺼워진 팔로 딘을 머리를 감았다.


“누가 머래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구래~”


멀리서 농장 일을 도와주러 중년의 넘어선 부부가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베드로 아저씨, 아주머니”


“좋은 아침이구나. 바트”


“일찍 오셨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같이 드시고 해요”


“아니다. 잠이 없는 사람이라 일찍 먹고 왔단다. 준비하고 있을 테니 밥 먹고 오거라”


가축뿐만 아니라 일손도 늘었다.


무엇보다 농장이 커지다 보니 농사와 농장 지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가족은 고민하던 중 농사 경험이 풍부한 베드로 부부의 도움으로 농장 관리가 수월해졌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어머니는 잘 알고 지내던 옆 마을에 살던 베드로 부부에게 같이 일할 것을 권했고, 흔쾌히 승낙한 중년의 부부는 근처 빈집을 손봐 살면서 같이 농장을 꾸려가며 수확한 일정 부분은 부족함 없이 나누어 주었다.


오십의 나이를 훌쩍 넘겨 황혼을 바라보는 베드로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비교적 말수가 적은 편인 부부였다.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십 년 전 아저씨와 심하게 다툰 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안나 아주머니는 아들의 소식이 끊긴 후 정을 둘대가 없어 외로워할 때, 도토리 농장의 아이들에게 자식에게 못 준 정을 주며 종종 어머니의 도와 농장 일을 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작년에 아예 농장 근처로 이사를 하여 생활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차려진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갓 구운 따듯한 밀빵과 계란 프라이, 치즈 그리고 닭 수프 안에는 야채와 감자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었다.


“엄마, 큰오빠, 작은오빠 왔어요”


“다들 밥 먹어요”


베시가 말을 하자, 가족들은 하나, 둘 자리에 앉자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식량의 여유가 생기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바트만 해도 빈약해 보이던 체격은 어느새 일반인 이상의 키와 덩치로 성장을 하였다.


“어머니 저번에 말씀드린 장기 물건 운송이 있어서 당분간 집에는 못 올 거 같아요.”


“그래 알았다. 저번처럼 위험한 일에 끼지 말고 몸 사리렴”


가끔 있는 일인지 어머니의 당부에


“네 조심할게요.”


“오빠 이번엔 어디로 가?”


“응, 솔트렌 항구에 물건을 납품하고 소금을 구매해서 올 거야”


베시도 솔트렌 항구가 어디인지 아는지


“그래, 멀리 가네”


“응”


베시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빵을 바라보며 찢어 먹었다.


“형 나 저번에 부탁한 거 좀 사다 주라”


“안돼”


바트의 단호함에


“혀엉~~”


클락은 형의 단호한 반대에 애간장이 타는지 바트에게 징징댔다.


“글쎄 안된다니깐, 니 돈으로 사달라고 해도 그건 안돼”


바트가 다시 한번 딱 잘라 말하자 클락은 울상을 지었다.


“뭐길래 클락이 저러는 거니?”


어머니가 형제의 대화에 궁금해 묻자,


“뭐 그게 요즘 시내에서 유행하는 퀼로트가 있는데 그게 제가 지나가는 도시 중 로즈 마을에 유명한 퀼로트 잡화점이 있거든요. 며칠 전부터 그걸 사달라고 저러네요.”


“요즘 멋 좀 부릴 줄 아는 애들이 유행으로 입고 다닌다는 바리 뭐더라”


“바이커퀼로트. 바이커퀼로트”


클락이 흥분하며 얘기를 하자


“그게 뭐니?”


어머니도 처음 들어보는 거라 궁금해 묻자


“통바지에 양발 올려 신은 거 같은 광대들이나 입을 것 같은 바지예요”


딘이 애간장이 타들어 가는 클락이 고소한지 피식거리며 얘기하자


클락은 이마에 힘줄이 하나 불끈 튀어나왔다.


“그 몸뚱이로 입지도 못하는 주제에”


“말 다했냐. 장작개비”


한참 사춘기인 둘은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눈싸움을 하자


“밥상머리에서 싸우는거 아니다.”


“쳇”


바트의 말에 두 사람은 심통이 난 얼굴로 음식을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딘은 잊지 말고 상점에 달걀 납품 잘하고 상한 달걀은 잘 골라내고 저번처럼 실수하면 안 된다. 신용 떨어지면 안돼”


“알았어, 조심할게”


“클락은 베드로 아저씨 도와 겨울에 망가진 물고 잘 수리하고, 둘 다 형 올 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어머니 잘 도와드리고 있어”


“....”


바트는 심통이나 자신의 지시에 대답 안 하는 클락을 노려보며 화를 내려 하자, 어머니가 그런 바트의 손을 잡으며 하지 말라는 표정을 짓자, 바트는 화를 가라앉히고


“클락, 형 말 알아들었어?”


대답을 안 하는 클락을 빤히 쳐다보자.


클락은 속상한지 우거지상이 된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식사를 마친 바트는 옷을 갈아입고 은동전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찼다.


몇 년 전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벌어 따로 모아둔 돈을 어머니에게 모두 드리니 아들의 비상금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어머니는 형편상 차마 거절 못 하고 미안해하며 받은 돈으로 사료를 충당하였다.


다음 해 돼지들을 팔아 소를 사고 남은 은화를 바트에게 조용히 쥐여 주었다.


어머니는 그 일을 일년내내 마음에 두셨는지 은화를 쥐여준 두 손을 꼭 잡고 말없이 울기만 하셨다.


필요한 옷가지와 생필품을 여행 가죽 포대에 차곡차곡 포개어 넣은 다음 어깨에 걸쳐 메고 문을 나왔다.


종종 있는 일인지 가족들은 작별 인사보다는 각자의 일을 하러 나가고 베시만이 어머니와 함께 가사를 돕고 있었다.


“어머니 다녀올게요.”


테이블을 닦던 어머니는 나가려는 바트를 보자 하던 일을 멈추고


“그래, 몸 조심히 다녀오거라”


“네”


“오빠 조심히 다녀와”


“그래 어머니 잘 도와드리고”


“응, 알았어”


집 밖으로 나오자 봄기운이 땅속에서 아지랑이를 타며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이익


문이 열리며 베시가 나와 바트에게 기름종이에 쌓은 물건을 수줍게 건넸다.


“오빠, 배고플 때 먹어”


“그래 잘 먹을게 어머니 잘 도와드리고 있어”


바트는 웃으며 베시에 머리를 만져 주었다.


베시는 바트의 손길이 좋은지 가만히 바트의 손 기운을 느꼈다.


“빨리 와야 해”


“그래 다녀올게”


베시와 작별하고 얼마 안 가 멀리 옥수수밭에서 일하는 클락과 버드를 보게 되었다.


“아악~! 버드야!!. 왜 자구 엉뚱한 데다 씨 뿌리는 거야”


클락이 구멍을 판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옥수수 씨앗을 뿌린 버드를 보자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했다,


“버드 뿌렸다.”


“아니 거기가 아니고 여기다 뿌려야지 어디다 뿌린 거야. 그리고 뿌렸으면 흙으로 덮어줘야지”


클락은 버드가 차고 있는 씨앗 배낭에서 한 줌 옥수수 씨앗을 빼내어


“자 봐봐, 씨앗을 내가 판 구멍에 3~4개 쏙 집어넣고, 발로 주변을 흙을 긁어 모아 쓱쓱 이렇게 덮어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 봤지?”


“버드 잘 뿌린다.”


버드는 옥수수 씨앗 몇 개를 구덩이에 집어넣었다.


“그래! 그거야!! 그거 그리고 발로 이렇게 쓱쓱 해봐. 이렇게 쓱쓱”


클락이 발로 흙을 덮자 버드는 클락을 따라 발로 흙을 덮었다.


“그래! 그거야!! 잘했어, 그렇게 만해”


- 녀석 후후


바트는 그런 클락을 보며 웃으며 지나갔다.


“아악!! 버드~~ 왜 씨는 안 뿌리고 흙만 덮고 있는 거야!!! 뿌린 건 주워 먹지 말고~~~~~”


멀리서 클락의 절규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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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기회의 순간 3 24.06.26 660 6 11쪽
46 46화. 기회의 순간 2 24.06.25 613 6 12쪽
45 45화. 기회의 순간 1 24.06.24 614 6 10쪽
44 44화. 뜨거운 청춘 5 24.06.21 625 6 10쪽
43 43화. 뜨거운 청춘 4 24.06.20 613 6 11쪽
42 42화. 뜨거운 청춘 3 24.06.19 617 6 10쪽
41 41화. 뜨거운 청춘 2 24.06.18 612 6 11쪽
40 40화. 뜨거운 청춘 1 24.06.17 615 6 10쪽
39 39화. 아이고 영감님 24.06.15 648 7 10쪽
38 38화. 어서와 노인은 처음이지? +2 24.06.14 623 8 10쪽
37 37화. 오스카는 남자라고 +2 24.06.13 625 6 10쪽
36 36화. 밤의 거리 +2 24.06.12 630 9 9쪽
35 35화. 그린 눈나 +6 24.06.11 631 8 11쪽
34 34화. 거신 +4 24.06.10 692 8 11쪽
33 33화. 톰스씨네 가족 +4 24.06.08 777 12 10쪽
32 32화. 설희 +4 24.06.07 792 11 11쪽
31 31화. Death Pink and Hell Food +4 24.06.06 777 11 8쪽
30 30화. 나는야~ 천하무적 +4 24.06.05 847 12 11쪽
29 29화. 빌리 와 질리 +2 24.06.04 850 11 10쪽
28 28화. 화이트산맥 +4 24.06.03 849 10 11쪽
27 27화. 붉은수염 해적단 +4 24.06.01 872 11 11쪽
26 26화. 프라하시 +6 24.05.31 878 11 10쪽
» 25화. 도토리 농장 +10 24.05.30 879 14 11쪽
24 24화. 소년 몽둥이를 들다 2 +6 24.05.29 872 12 11쪽
23 23화. 소년 몽둥이를 들다 1 +6 24.05.28 874 13 13쪽
22 22화. 싸움의 기술 +6 24.05.27 918 13 11쪽
21 21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5 +4 24.05.25 933 13 11쪽
20 20화. 돈쟁호투 +4 24.05.24 925 13 12쪽
19 19화. 낚시는 즐거워 3 +8 24.05.23 944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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