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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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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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3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7.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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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추천
2
글자
8쪽

빙정의 사연 (2부 11화)

DUMMY

그 말을 들은 부 궁주는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뭐라고? 죄가 없다고?? 이런 뻔뻔한 놈!! 너를 기필코 죽여주마!”하며 손을 쳐들자 성가영의 손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것을 본 수영이 “안 됩니다. 부 궁주님~!!” 하며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화가 뻗칠 대로 뻗친 부 궁주는 하얀 손에서 빙정을 쏘아 보냈다.


그 순간 이미 늦은 것을 직감한 수영은 몸을 돌려 시황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빙정이 수영의 배에 꽂히며 피 보라가 솟구쳤다.


그 순간 수영은 "내 아이!!!"하면서 배를 두 손으로 움켜쥔 채 쓰러졌다.


빙궁 제자가 배를 잡고 ‘내 아이!!’ 라고 외치는 소리에 잠시 당황한 부 궁주 성가영은

"이 화냥년이!" 하며 고개를 돌려 시황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쓰러진 수영이 마지막 힘을 다해 목 함에 있던 빙정을 시황에게 던지며 “어머님의 유물이야. 어서 도망가!!” 하고는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성가영은 “어디를 도망가려고!!” 하며 또다시 강력한 일장을 내뻗었다. 


엉겁결에 빙정을 받은 시황은 이미 저항 할 힘도 없어 입에서 피분수를 내뿜으며 몸이 붕 뜬 채, 줄 끊어진 연처럼 사구 아래로 나가 떨어졌다.


부 궁주의 강력한 장력에 의해 솟구친 모래먼지가 가라앉자 흘러내린 모래 속에 파묻힌 시황은 성가영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시황이 보이지 않자 빙정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더욱더 화가 난 성가영은 그를 찾기 위해 아래쪽을 향해 무작정 장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 많은 모래가 흘러내려 시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죽인 성가영은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수영을 한 번 더 걷어찬 후 바닥에 있는 목 함을 주워 들고 사막을 떠나갔다.


두 사람의 피로 물든 사막의 밤은 풀벌레도 울지 않았다. 그저 만질 수 없는 허공에서 별들만 눈물처럼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  @ @ @ @


성가영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중년의 사내가 등에 커다란 지게를 메고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길게 자란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분명 이곳에서 스승님의 말씀대로 삼성의 기운이 솟아났는데.. 내가 늦은 걸까..?"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모래 속에 반쯤 파묻혀 있던 수영을 발견하고 급히 꺼내 맥을 짚어보니 미약하나마 아직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눕히고 상의를 벗긴 후 배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배에 구멍이 뚫려있었지만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게에 있는 상자에서 황금빛 가느다란 침을 꺼내 구멍 난 배와 주변의 여러 곳에 세침을 찔러 본 후 깊은 탄식을 쏟아냈다.



“뱃속에 아이가 엄마의 생명을 살렸지만 더 이상 냉기가 몸에 침투 하는 것을 막으려면 어쩔 수가 없구나...” 하며 수영의 배를 가르고 죽은 아이를 꺼낸 후 다시 봉합하는 대수술을 했다.


다음날 중년의 남자는 수영을 안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갔다.



@ @ @ @ @



빙궁으로 돌아온 성가영은 봉황이 사방으로 조각된 화려한 목 함을 돌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문양을 보아 이 목함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어머님이 속했던 봉황성의 물건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또한 빙궁에 돌아와 빙정을 조사해 보니 없어진 빙정도 없었다.


그러자 하위 제자가 죽어가며 했던 말들이 불안한 화살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내-아이!!’  그리고  ‘이 빙정은 빙궁 것이 아닙니다!!’


그 두 마디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난생 처음 엄습하는 불안감에 손발이 떨려오고 심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을 죽인 것은 내가 실수를 한 것일까...?’


또 다시 ‘죄 없는 우리를 왜 죽이려 하는 것입니까?’하며 절규하던 젊은 중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어디서 빙정을 구했을까?’  떠오르는 의문과 불안감에 짜증이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아무튼 언니가 며칠 후 오시면 물어봐야겠다.”



@ @ @ @ @



며칠 후 초췌해진 얼굴로 '빙궁 궁주'- '성수진'이 돌아왔다. 사십대 초반의 나이에서 풍기는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에서 궁주의 권위가 느껴진다.


성가영이 불안한 심정을 억누르며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기제사는 잘 치르고 왔어?”


“그래 잘 다녀왔다.”


“올해도 늦은 것을 보면 어머니 유해를 찾으려고 사막을 헤매고 다녔나봐?”


“모래 폭풍에 묻힌 유해가 쉽게 드러나겠니? 그냥 어머님 생각에 돌아본 것 뿐 이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성가영이 목 함을 품에서 꺼내며


“언니 혹시 이거 본 적 있어?”


목 함을 받아든 궁주는 몹시 반가운 표정으로


“어~? 이거 어머니 물건인데 어디서 찾았어?”


가영은 어제 저녁 금빛 광휘를 따라 사구로 간 후부터 빙궁 제자와 젊은 중이 빙정을 이용해 무공수련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결국 두 남녀를 죽인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 말들을 들을수록 얼굴이 하얘지던 궁주의 얼굴에서 갑자기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두 줄기 눈물은 곧이어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가영은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언니~ 왜 그래??” 하며 물었다.


궁주는 목이 메여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너.... 너... 네년이 동생을 죽였어!!” 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가영을 가리켰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성수진은 충혈 된 눈을 들어 외쳤다.


“그 빙정은 어머님의 몸에 있는 음의 기공을 모아 만든 빙정이다. 어머님은 아들을 낳기 위해 몸 안의 음공을 모두 뽑아 빙정으로 만들고 무공도 스스로 폐하여 마침내 아들을 낳으셨는데 네가 어머님 평생의 꿈인 그 아들을 죽인 것이다!!”


“언니 정말로 내가 그런 끔찍한 짓을 했단 말이야?” 하며 가영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 @ @ @ @



수영이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사구의 끝자락에서 모래가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시황이 불사신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는 태양지체가 내뿜는 광휘가 햇빛을 받아 사방에 흩어지고 있었다. 사막위에 우뚝 선 시향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온 듯 외마디 소리를 외쳤다.


“수영아!!” 하며  미친 들소처럼 허겁지겁 정상에 올라온 시황은 수영을 찾았지만 모래 위에 낭자한 핏자국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망연자실.


텅 빈 심장을 채우려 모래밭에 꿇어 앉아 ‘수영아!!’를 수백 번 외쳤지만 누구하나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 만난 여인이며 유일한 여인 이었던 수영이가 사라진 것이었다.


시황은 두 주먹이 으스러지도록 불끈 쥐며 다짐했다.

‘빙궁! 언젠간 돌아와 모두 불태워 버리리라!“


그 순간 불끈 쥔 손 안에서 차가운 물체가 느껴졌다. 수영이 던져준 어머님의 유품인 빙정이었다.



빙정은 이미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 아이 주먹만 하던 것이 지금은 조약돌처럼 작아져있었다. 시황이 몸의 진기를 일주천 해보자 자신도 모르는 내력이 단전에서 솟구쳐 올랐다.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동안 흡수된 빙정이 태양신공을 만나 자연스럽게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암기하고 있던 합일 신공으로 바뀐 것 같았다.


시황은 수영의 시신을 빙궁에서 끌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빙궁에게 수영의 시신을 요구 할 힘은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시황은 어릴 적 수영과 놀던 생각이 나 그 장소의 바위 밑에 있는 모래를 퍼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동굴이 완성되자 그곳으로 들어가 남은 빙정과 태양 신공을 이용해 합일 신공을 일으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빙정은 완전히 사라졌고 시황의 내공수위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


그는 수영과의 추억을 기리며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반쪽 난, 옥 까마귀 목걸이를 천장에 걸어놓고 스스로를 다짐하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내가 도망치지만 돌아올 때는 너희들이 도망쳐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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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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