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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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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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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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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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DUMMY

시황은 서늘한 아침 바람을 느끼며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다 어젯밤 독침에 당한 사실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난생처음 당한 패배와 좌절감에 이불을 걷어차며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서문평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완쾌되지 않으셨습니다. 운기를 하여 몸을 다스리십시오."


시황은 머리칼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서문평을 향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대협들께서 제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강호 경험이 적어 경솔하게 행동했습니다."


서문평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시황에게 말했다.


"하-하-하!!! 강호가 험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으셨군요.


그리고 저희는 공자님의 호위 무사들입니다.


말씀을 낮추셔서 그냥 호법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서문 호법님, 어제 저를 습격한 자들이 자신들을 살수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정체를 아십니까?"


"예, 요즘 새롭게 세력을 키운 문파 중 하나인 무형문입니다.


그들이 살수 집단인지 저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다만 살수들은 무공 실력으로 보아 고위급 무사들은 아니었습니다."


시황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위 무사들의 암습에 속절없이 당하면서 큰일을 도모하려 하다니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자님 몸에 흡수되지 못한 음기가 남아 있어서 그것이 순간적으로 기혈의 흐름을 막아 당하신 겁니다.


저희들이 음기를 녹일 만큼 공자님 몸에 양기를 넣었습니다.


공자님이 연공하신 내공은 어떤 것입니까?"


"천축사의 태양심법인데, 제가 조사동에서 제 신체에 맞는 심법을 얼마 전에 깨우쳤습니다."


"태양심법이라면 극양의 내공심법이라 음기를 쉽게 자신의 내공으로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며칠 동안 운기조식하시면 몸의 음기가 없어지고 내공은 크게 증진될 것입니다."


시황은 서문평에게 깊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호법님.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서문평이 손을 내저으며


"하하, 부탁이라니요.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방을 나가며 서문평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공자님이 하루빨리 자신의 출신 내력을 아셔야  기다리는 가족들의 품으로 가실텐데... 


만사통은 운명의 흐름에 맡기라고 하니 그날이 언제인지  알수 없어 참으로 답답하구나...!’



혼자 남은 시황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급에 속하는 살수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만약 빙궁의 고수를 만난다면 수황산에서처럼 얻어맞다가 죽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자, 수영의 복수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은 고개를 숙이고 깊은 숨을 내쉬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이제껏 천축사에서 했던 대련은 목검을 들고 동네 아이들이 하는 소꼽장난 수준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호의 현실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잔혹한 생사의 대결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속으로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천축사의 공격적인 무공에서 자비를 지우고 살기를 심어 살아남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살초로 만들어야겠구나...’


시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몸 안의 음기와 호법들이 넣어준 양기를 태양지체 심법을 이용해 조화시키기 시작했다.


이틀에 걸쳐 모든 기운을 하나로 만들어, 중단으로 모은 후 몸 안에 남아있는 독기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또 하루를 보냈다.


마침내 몸이 완치된 시황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위수에서 군자금을 탈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제갈수 형님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름이 지나자 제갈수가 돌아왔다.


시황은 제갈수를 반갑게 맞이하며 서둘러 그를 방으로 안내했다.


시황은 궁금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그동안 무슨 일로 오래 걸리셨습니까?"


"자네를 위해 한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이리 오래 걸렸네."


시황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느 분이시기에 형님께서 이리 애를 쓰십니까?"


"내가 갖지 못한 지식, 즉 군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네.


예전 시황제 시절 오호대장군 중 한 분인 손한명의 손자인 손일창일세.


나이는 어리지만 진법과 병법에 아주 능하니 그는 누구보다 자네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야."


시황은 의아한 듯  제갈수에게 물었다.


"제가 형님이 안 계신 동안 서문 호법님께 강호정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분 말씀으로는 옛날 오호대장군들은 모두 제후로 임명되어 각각의 지역에서 왕으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손 장군 일가는 제후가 아닌가요?"


제갈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후였었지. 하지만 군벌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죽은 무황제가 중앙에서 직접 관리를 파견하는 군현제를 강화했단다.


예전에는 황제가 직접 다스리는 군이 5개 현이고, 제후가 다스리는 현이 10개였지만 무황제가 4개의 현을 제후들로부터 빼앗아 군으로 만들면서 지금은 제후가 다스리는 현은 6개뿐이다.”


시황은 제갈수의 말을 경청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태후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나머지도 모두 황제 직할의 군으로 바꾸어 제후를 없애지 않는 것인가요?"


“그것이 쉽지는 않네.


함곡관과 대천관을 비롯한 주요 관문에 진나라의 정예병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곳은 모두 오호대장군의 후손들이 다스리고 있지.


또한, 현무성의 천하제일가는 과거 지금 태후의 부군이었던 문황제를 옹립할 정도로 힘이 막강하여 지금의 태후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단다."


시황은 제갈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황제 직할의 군에 속한 군인들은 대부분 부역을 하거나 도망을 가서 황실과 제후의 힘은 비슷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래서 지금 제후들이 전쟁이 일어났어도 황실로 군을 파견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제갈수는 시황의 말을 확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매우 미묘해.


힘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언제든 전쟁이 발발해 통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지."


시황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그렇다면 제후와 힘을 합치면 보다 쉽게 황실을 바꿀 수 있겠네요?"


제갈수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렇지. 하지만 욕심 많은 그들이 너의 제안을 수락하게 하려면 그들의 연합된 힘보다 강한 군대가 필요해.


그리고 제후들 중 황제의 친척이나 태후 측근의 태수들은 반란에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림을 평정하고 백성들로부터 민심을 얻는 것이야.


이것 없이는 어떤 계획도 성공할 수가 없네."


시황은 제갈수의 말을 되새기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 @ @



며칠 후, 손일창이 4명의 수하들과 함께 찾아왔다.


손일창은 약간 창백한 얼굴로 시황과 제갈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병약해 보였지만, 그의 눈에서는 지혜와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만사통 형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손일창이라 합니다."



시황은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저는 서시황이라 합니다.


형님께 손 장군께서 병법과 진법, 그리고 지략이 뛰어나다는 말씀을 듣고 흠모하는 마음에 뵙고 싶었습니다."


손일창은 시황의 겸손한 태도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칭찬했다.


"하하!! 백성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태양장군께서 너무 겸손하시군요. 제가 앞으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시황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제가 많이 부족하여 장군님을 이렇게 먼 곳까지 모셨습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손일창은 손짓으로 자신과 함께 온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럼, 여기 제가 데려온 사람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먼저 남자 셋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우리 손가의 장수들입니다. 전투 경험은 물론 병법에도 능해, 어느 장수보다 지략과 용맹이 뛰어납니다."


시황은 그들의 당당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손일창은 자신과 함께 온 여인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제 여동생인 손소소입니다.


워낙 성격이 남자 같아 집에서도 골칫거리라 아미파로 보내졌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됩니다.


제 건강을 염려하신 모친께서 딸려 보내셨지요."


시황은 손일창의 말을 들으며 손소소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손소소는  오라버니인 손일창을 째려보며 당차게 눈을 반짝였다.


그녀의 갈색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있었고, 얼굴에는 생기 넘치는 기운이 가득했다.


시황은 그녀를 보며 수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움과 서글픔이 얽히며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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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7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5 0 10쪽
»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1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6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4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50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2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4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4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8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3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8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9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5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3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2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2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9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1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7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4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4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3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7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11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101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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