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34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8.31 16:54
조회
61
추천
0
글자
9쪽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DUMMY

주화산으로 향하며 서호는 고민에 빠졌다.


주화산은 12개의 봉우리가 있고 수천 명의 주민과 수십 개의 마을이 있는 거대한 산이다.


그곳에서 검의 서기를 찾아낸다는 것은 사막에서 샘을 찾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장소를 좁혀야만 했지만 전설에서 얻어지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화산에 일찍 도착한 서호는 구승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설미와 함께 산의 동쪽 6개의 봉우리를 맡아라.


산의 중턱에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백년 이상 오래된 가옥이 있고, 그 근처에 우물이나 연못이 있는 곳을 찾아라.


그리고 나흘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문주님!”


서호는 지하와 중턱 이상의 높이에 있는 마을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대부분 화전을 일구며 생긴 마을이라 계곡 옆이거나 최근에 형성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산의 중턱에 있는 마을 치고는 꽤나 큰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뒤쪽에서는 하얀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바람결에 진하게 실려왔다.


서호는 마을 입구에서 옥수수를 널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곳 마을은 산속에 있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사네요?”


노인은 자신이 사는 마을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이곳은 열천의 물이 좋아 예로부터 피부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지. 자네들은 여기에 무슨 일로 왔어?”


“예, 요 밑에 있는 사찰에 왔다가 올라와 봤습니다. 할아버지, 이 위쪽에는 집이 없나요?”


“오래전 지진에 부서진 집이 하나 있지만, 귀신 나오는 집이라 하여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야.”


그 말을 들은 서호는 눈을 반짝이며


“아.., 그렇군요.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



반 시진 정도 오르자 열천이 뿜어져 나오는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반쯤 허물어진 작은 집이 나타났다.


그 집 주변을 둘러본 서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서호야, 왜 웃어?”


“지하야, 저 계곡을 보면 산속에 있는 계곡 치고는 꽤 넓고 주변에는 신갈나무가 빽빽하게 차 있는 것이 보이지?”


“응, 보여!”


“예전 화산이 분출하면서 흘러나온 용암이 신갈나무들을 덮쳐서 화린탄이라는 최고의 목탄이 만들어졌을 거야.


그것은 대장장이에게 최고의 땔감이지.


이 집을 보면 무너진 담에서 나온 것 같지만, 이것은 진흙과 돌로 지어진 화덕의 흔적이야.


이곳은 틀림없는 대장장이의 집이었어!


분명 이 근처에 맑은 물로 된 연못이나 우물이 있을 거야.”


서호가 주변을 둘러보자 쓰러진 나무들에 의해 덮여 있던 매우 낮은 우물이 드러났다.


우물에 비해 깊이는 상당하여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연못이 없음을 확인한 서호는 자신 있는 말투로


“이곳에 검이 있어”라고 외쳤다.


그러자 지하가 말했다.


“아니, 산봉우리가 아니라 산 중턱인 이곳이란 말이야?”


“그래. 대장장이는 십 년 동안 땅을 파며 화구를 찾았다고 했어.


화구는 산 정상에 있지 않고 중턱에 생성되는데 이 우물이 운철을 녹인 화구였어.


또한 신검비록에서 검을 연마하기 위해 부인과 자신을 해쳤다는 것은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거주했다는 것이고 죽어가는 몸이라 검을 숨기려 멀리 갈 수는 없었을 거야.


그래서 화구를 막고, 이곳에 검을 숨긴 게 분명해!”


그러자 지하가 말했다.


“그럼 지금 들어가서 꺼내.”


“하하하!!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조급해서는 안 돼. 이제 내려가서 구승을 데려오자!”


서호는 거인성이 딸려 보낸 호위 무사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곳을 잘 지키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성주님!>>



@@


산 아래 마을로 내려오자 며칠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무림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풀이 죽은 모습으로 구승이 돌아와 말했다.


“문주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말씀하신 그런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하가 놀리듯 말했다.


“사형~, 요즘 밥만 축내시는 것 아니에요?”


구승은 미안한 마음에다 염장까지 지르자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럼 너는 찾았느냐?”


지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찾았죠.”


구승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문주님?”


서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 지하가 찾았다.”


그러자 구승은 구더기 씹은 얼굴이 되었다.



@@@


드디어 주화산에 보름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름달은 동쪽 산 능선에서 산불이 난 듯 나무 사이에서 붉게 솟아나기 시작했다.


붉은 달은 서서히 노랗게 변하더니, 중천으로 향할수록 투명한 흰색으로 그 요염함을 더해갔다.


주화산의 12개 봉우리 중 가장 높은 용비봉과 그다음으로 높은 승천봉에는 당겨진 활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공기의 흐름을 막아 숨이 차올랐다.


이윽고 중천에 떠오른 달이 12개의 봉우리를 밝히자, 각 봉우리의 바위들은 달빛을 흠뻑 빨아들여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거인은 존재의 붓으로 한 획 한 획 어둠을 바르며 달의 존재를 지우기 시작했다.


결국, 보름달은 어둠이라는 검은 비단에 쌓여 마침내 존재가 사라지고 하늘에는 텅 빈 공간이 생기고 말았다.


주화산에 달이 사라지자 긴장감은 극에 달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용비봉의 화구에 있는 하늘의 연못인 천지에서 은은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눈이 녹아 만든 맑은 연못 속에서 나온 빛은 위로 솟구쳐 연못 위에 또 하나의 달을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천중월소 지중월용!! 장천과 단비다!!!"


수십 명의 무인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정파와 사파, 노소의 구분 없이 받아들인 연못의 맑고 투명한 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체들이 떠오르고 물거품이 잦아드는 순간 물보라가 일어나며 붉은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물속에서 솟구쳤다.


옆구리에 야명주가 여럿 박혀있는 길쭉한 보갑을 낀 노인은 산 아래를 향해 빗살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쫓아라!!"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피풍의를 두른 노인을 향해 암기와 비수가 쏟아졌다.


노인이 피풍의를 휘감아 돌리자 비수와 암기는 박히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그때 다시, 누군가가 외쳤다.


"혈풍문의 문주, 사천광이다!"


그 말을 듣자 군웅들은 순간 멈칫했다.


혈풍문은 천하제일가의 명성에 눌려 죽은 듯이 지냈지만 사파 최고의 방파였다.


인간의 욕심은 죽는 순간에야 후회가 되는 것인 양, 이번에는 청색 장삼에 푸른 두건을 한 청산파의 제자들이 사천광을 향해 덮쳐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혈풍문의 수하들이 청산파의 검수들을 향해 톱날이 달린 비파차를 날렸다.


날아든 원형의 비파차가 청산파의 검을 부셔버리자 이번에는 암기인 비사침을 날렸다.


덮쳐가던 청산파의 제자들이 고꾸라졌고 그 틈을 노려 다른 무인들이 사천광을 향해 덮쳐갔다.


달빛이 사라진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정파와 사파의 무사들이 서로 엉켜 닥치는 대로 죽이는 광란이 펼쳐지며 주화산의 용비봉은 피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수하들과 사파들의 도움으로 정상에서 탈출한 사천광이 주화산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아미타불’ 하는 불호소리와 함께


"시주!! 멈추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는 구리 덩어리 같은 괴인 둘과 여덟 명의 중이 순식간에 날아들어 사천광을 포위하였다.


볼 살이 늘어져 목에 닿을 듯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시주, 우리는 소림사 나한당에서 왔소.


그 물건은 시주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니, 내려놓고 떠나시오!"


사천광은 속으로 '조금만 더 가면 숨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수하들은 보이지 않았고, 수십 명의 군웅들이 탐욕의 거품을 내뿜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보갑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명검의 힘을 믿어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갑을 내려놓는 척하며 보갑 문을 확 제끼고 검을 꺼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보갑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소림사 중들은 장력을 쏟아냈고 사천광의 육신은 욕심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 강력한 장력에 의해 문갑은 하늘로 솟구쳤다.


그것을 본, 수십 명의 무인들이 교미를 위해 여왕벌을 쫓아 하늘로 올라가는 숫 벌들처럼 보갑을 따라 하늘로 솟구치며 서로를 향해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때 허공에 뿌려지는 피 보라 사이를 뚫고 검과 암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나한 동인이 솟아올라 검갑을 낚아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