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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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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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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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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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문 (2부 21화)

DUMMY

보름날 짝짓기를 위해 날아오르는 박쥐를 이용해 정상에 오른 서호는 두 달 만에 다시 출입 금지 비석 앞에 섰다.


비석 위에 <南宮 來去>라는 글자를 새기며 자신이 왔다 간 흔적을 남겼다.


예전에는 바위에 내력으로 글자를 새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마치 모래 위에 쓰듯 쉽게 쓸 수 있는 자신의 모습에 뿌듯해졌다.


이곳에 들어올 때만해도 서호는 나약하여 두려움에 떨었지만, 나갈 때의 서호는 대담하고 다부진 마음으로 북태산을 나서 정도문으로 향했다.


정도문은 북태산에서 열흘 정도 떨어진 남흥현에 있는 구상촌에 있었다.


서호는 무림 정세가 궁금하여 가는 길 마다 주점이나 객잔을 이용해 귀동냥을 해가며 무림 각파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십 년간의 구대문파의 봉문은 무림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그들은 자신들의 치욕에 폐관 중인 전대의 고수들을 불러내 무공 증진에 매진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무공 창출에 노력했다.


소림사는 나한진이 무너지자 아수라의 무공이라며 이제껏 금기시했던 18명의 나한동인을 30년에 걸쳐 양성했다.


무당파는 금지구역인 역대 장문인들의 무덤인 조사동에 들어가 실전된 무공들을 꺼내오는 극약 처방으로 무공 증진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그들은 칠성검진을 더욱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둘이서 펼치는 양의검진을 비롯해 셋이서 펼치는 삼재진과 다섯 명이 펼치는 오행검진 등 합벽검진을 그들의 검법과 조화시켜 역대 최고의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정파들의 봉문은 정파와 사파의 구별 없이 문파들이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중원의 서쪽에서는 흑호문과 적혈문, 신화문과 무림 최대의 방파로 성장한 무형문이 생겼다.


반면 중원의 동쪽에는 홀연히 사라졌던 우내삼협이 30년 전 세운 협의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도문이 생겨났다.


중원의 남쪽에는 가장 작은 문파였던 해남파가 남해파와 군소방파를 흡수하여 거대방파로 성장했다.


거대해진 무림의 새력들을 상대해야 할 서호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정도문의 문주가 되어 문파를 이끌어야 하지만,


나이 어린 자신이 갑자기 나타나 문도들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막막했다.


반면 두 줄기의 물길이 강에서 만나듯 끊을 수 없는 정도문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진 지하와의 우연한 만남은 필연처럼 느껴졌다.




북태산을 벗어난 지 나흘이 지나 인적이 드문 산길을 지나려는데, 길옆 숲속에서 ‘펑’ 하는 장력이 부딪히는 소리가 서호에게 들려왔다.


숲속 제법 넓은 평지에는 기골이 장대하고 다부진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고, 주변으로 각기 다른 기괴한 종류의 무기를 가진 5명이 포위하고 있었다.


다섯 명의 몸에서 풍기는 칙칙한 살기는 주변의 공기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중 우두머리인 노인이 일갈했다.


“담일석! 네놈이 어디까지 도망갈 생각이었더냐? 감히 내 수하들을 죽이고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흐흐흐....”


담일석은 검날을 앞뒤로 문지르며 다섯 사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암륵오흉!! 네놈들이 협의문을 피해 산속에 처박혀 있더니 갑자기 산을 나와 문파를 세운다며 양민들을 괴롭히고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려 하느냐?


허튼 짓은 그만하고 암륵산으로 다시 들어가 짐승들이나 잡아먹으며 조용히 살거라!”


그러자 우두머리가 말했다.


“십 년 전 협의문에 당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동안 이를 갈았다. 담일석!, 이제 너부터 죽여주마!!”


그와 동시에 양손으로 장력을 내뻗자, 나머지 4명도 칼의 중간이 휘어져 있는 기형도와 쇠사슬에 낫을 연결한 철삭, 그리고 장창과 도를 휘두르며 사방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담일석은 오른손의 검과 왼손의 장력을 이용해 허겁지겁 막아가며 속으로 탄식했다.


'반 시진만 더 가면 네놈들을 함정에 몰 수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쫓아올 줄은 몰랐구나.'


원거리에서는 철삭과 장창으로 횡으로 긋고, 짧은 거리에서는 도와 기형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종으로 가르며, 장력은 빈틈을 노려 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나무위에서 그것을 바라보던 서호는 오흉의 무기들이 마구 휘두르는 듯하지만 오행진의 원리를 깨우친 자가 만든 합공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담일석은 혼자가 아니라면 쉽게 물리칠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형세가 불리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서호는 나무에서 내려와 땅바닥에서 서너 개의 돌멩이를 주워 들고 서서히 싸움터로 접근해갔다.


서호가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지만 싸움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모두 서호를 무시한 채 결투에 집중하였다.


오흉의 오행진 한가운데 있는 담일석이 허리를 틀어 철삭을 피하는 순간, 장창은 코끝으로 다가왔고 도는 장력을 뻗으려는 왼손을, 기형도는 오른팔을 노렸다.


그 순간, 허리를 지나친 철삭은 방향을 틀어 다리를 휘감으려 했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절단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두 개의 돌멩이가 날아와 휘어진 철삭을 튕겨내고 도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자 담일석은 고개를 돌려 창끝을 피하며 검으로 기형도를 막고, 왼손으로 장력을 막아 칠 수 있었다.


암륵오흉의 승리로 곧 끝날 뻔했던 싸움은 멈추었고, 6명 모두가 서호를 쳐다보았다.


서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른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너무 험악하게 싸우시는 것 같아 잠시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철삭을 휘둘렀던 노인이 말했다.


“뭐라고 씨부렁거리느냐?” 하면서 긴 길이를 이용해 철삭을 서호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날아오는 철삭을 향해 가만히 서 있는 서호를 보며 놀라 담일석이 “악” 하는 비명을 내 질렀다.


그 순간, 서호의 손끝에서 날아간 작은 돌멩이는 철삭을 때렸고 옆으로 빗겨나가 땅에 처박혔다.


그것을 본 나머지 4명은 서호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행진을 이용한 합격술을 시전하며 포위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법을 이미 통달한 서호는 순간적으로 바뀌는 생문만을 밟아가며 요리조리 피하면서 팔행보법을 시전하자, 암륵오흉은 어디로 공격해야 할 줄 몰라 허공만 휘저었다.


아무리 찌르고 베어도 여유 있게 피하는 서호의 미소 띤 얼굴을 본 우두머리가 외쳤다.


“멈춰라!!”


나머지 네 명이 움찔하며 멈추자, 노인은 포권하며 말했다.


“소협의 눈은 예리하고 신법 또한 뛰어나군요. 어느 문파 소속이십니까?”


서호는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문파가 없어 말씀드릴 수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다만 앞으로 또다시 선량한 양민들을 괴롭힌다면 제가 직접 나설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오흉의 우두머리는 한숨을 내쉬며 자조했다.


“십 년간 오행기병진을 수련했는데, 젊은이 하나 감당할 수 없다니 허무하구나.”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암륵산을 향해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흉이 떠나자 담일석이 허겁지겁 다가와 말했다.


“협의문의 총사 담일석이라 합니다.


소협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통쾌하게 한잔합시다.”


그날 저녁, 서호는 협의문의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무림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흉노의 진영에서 무림의 6대 문파의 손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담일석은 흥분하며 "무림의 하늘이 무너졌다"라고 떠들어댔지만, 정작 서호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슬퍼할 아버님과 할머님이 떠올라 서호의 가슴은 터질 듯 아팠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서호는 아버지가 있는 무진으로 방향을 틀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무진에 다다를 즈음 또다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무진에 머물며 흉노와 대치하던 천하제일가와 남궁세가의 모든 정예 무인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한 순간, 서호는 할머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십 년 전, 천하를 쥐락펴락했던 할머니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피바람의 광풍이 무림에 불어 닥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호는 다시 발길을 돌려 정도문으로 향하며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며 결심했다.


‘정도문을 최강의 집단으로 만들어 육대 문파 놈들의 몸뚱이를 모두 여섯 조각 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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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0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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