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13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8.23 20:30
조회
71
추천
1
글자
12쪽

두개의 달 (2부 27화)

DUMMY

다음 날 아침.


난양현의 시장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팽나무는 평소 상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어 사람들이 몰렸지만,


오늘은 그 팽나무에 걸려 있는 세 구의 시체를 보기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시체 밑에는 <<천하제일가의 성민혁 대협을 6개 문파가 암살하였다. 그들이 주도하는 무림맹에 가입하려는 자는 모두 이렇게 된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호는 많은 시장의 구경꾼들 사이에 끼어 천리통을 이용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 상인들 사이에서 다섯 명의 청삼을 입은 무인들이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소문주님, 저들은 우리가 만나기로 한 소림사의 스님들 아닙니까?"


"그렇다."


"저 가운데 있는 사람은 금강불괴지신인 나한 동인인 것 같은데.., 어떻게 죽었을까요?"


소문주라고 불린 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길 나한 동인과 싸울 때 육갑자의 무공이 있다면 서로 죽이지 못한다고 하셨고 오로지 그 이상의 내력을 소유했거나 명검으로만 죽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럼 우리 청성파에서 나한 동인을 죽일 수 있는 분이 누굴까요?"


"글쎄, 큰 형님이나 아버님께서는 최소한 패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천과 단비가 있다면 쉽게 죽일 수 있겠지."


"장천과 단비가 명검인가요?"


"그렇다. 간장(干將)과 막야(鏌鋣)보다 더 사연이 많은 명검이다."


"무슨 사연인데요?"


"신검비록에 따르면, 백 년 전 주화산 자락의 한 대장장이가 어느 날 정상 부근에서 운석을 발견하여 그것을 녹여 검을 만들려 했으나, 녹일 수가 없었다."


"아니, 주화산은 화산이라 용암에다 녹이면 되지 않았을까요?"


"용암이 온도가 높아 보여도 실제로는 쇠도 녹일 수 없다.


하물며 쇠로 된 운철석은 더욱 어렵다."


"그럼 어떻게 녹였나요?"


"십 년 동안 여러 곳의 땅을 파 마침내 화구를 발견하여 그 불로 운석을 녹여 세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검의 모양은 만들었으나 검 날을 세우는 연마 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죽을 때가 가까워진 대장장이는 어느 날 우연히, 손에서 나온 피가 검에 묻자 연마가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대장장이는 시간의 부족함을 느껴 자신의 부인을 죽여 그녀의 이름을 딴 '단비'를 만들었고, 자신의 허벅지를 그어 그 피로 장천을 만들었다."


"대장장이는 만든 칼을 숨긴 후 눈을 감는 순간, 예언을 남겼는데...


<<백 년 후 하늘의 달이 사라지고 땅의 달이 뜨면 나타나리라. '천중월소(天中月消) 지중월용(地中月涌)'이라는 것이다.>>


올해가 신검비록에서 말한 바로 그해 다!"


“나머지 한 자루는 어떻게 되었나요? ”


“당시 피가 모자라 나머지 한 자루는 이름도 없이 버려졌다고 하는데 신검비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동인의 머리가 갈라졌는데 혹시 장천과 단비에 의한 것이 아닐까요?"


"그건 아니다. 장천과 단비는 검이다.


저 두개골이 잘린 모습을 보니 저것은 단검에 의해 쪼개진 것이야."


"그럼 누가 저런 무공을 쓸 수 있을까요?"


"글세..., 아마 이 사건으로 인해 소림사는 난리가 날 것이다.


그동안 나한 동인을 믿고 천하를 재패한 듯 기고만장했는데, 만약 장천과 단비마저 나온다면 소림에게는 치명적이 되겠지."


말을 마친 소문주가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체들을 저렇게 놔둔다면 무림맹 결성에 방해가 된다.


어서 가서 시체를 수습하여 인근에 묻어주어라."


"알겠습니다, 소문주님."


잠시 후, 마차를 빌려온 청성파 제자들이 시체를 싣고 인근 야산으로 향하자, 우두머리인 소문주는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체를 묻어주고 돌아온 수하들이 "소문주님, 저희들 돌아왔습니다."라고 했지만,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이상한 생각에 방문을 열자 그곳에도 소문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방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열린 창문 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소문주는 밧줄에 목이 매달려 죽어 있었고, 가슴에는 아침에 본 똑같은 격문이 달려있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것은 무림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림의 나한 동인과 청성파 장문인의 셋째 아들의 죽음은 전 강호에 순식간에 퍼졌다.


무림맹에 가입하여 구대문파 대열에 합류해 명성을 얻으려던 문파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용기 내어 무림맹으로 향했던 강남의 남중파 이십여 명은 온 몸이 부서져 죽었고, 개방의 장로 셋과 수하 삼십여 명도 몸통과 목이 분리되어 길바닥을 더럽혔다.


강호에 피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아직 주인공인 현무성과 남궁세가는 등장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름만으로 만든 공포는 대륙을 휩쓸었다.


결국 6대문파가 주도한 무림대첩은 취소되고 말았다.


서호는 무림맹이 열리는 화산파로 향하는 길에 남중파와 개방의 소식을 듣자 통쾌함에 두 주먹을 휘두르며 대소를 터뜨렸다.


구승이 서호의 모습을 보자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문주님, 무엇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너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할머님께서 내가 한 행동을 칭찬해 주시며 호응을 해 주신 것이다. 하하하."


이번에는 지하가 물었다.


"할머님께서는 이번 일을 문주님이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그건 간단해. 지금 무진에서 사라진 천하제일가와 남궁세가는 할머님의 통제 하에 있어.


결국 그 일을 할 사람은 나밖에 없고, 잘했다는 뜻으로 남중파와 개방을 치신 거지.


다만 할머님께서 무언가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야."


그 말을 들은 지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했다.


"지하야, 나는 어릴 때 어머님이 병사하셔서 거의 할머니하고 지냈어.


그러면서 학문과 지략, 그리고 진법과 병법 등 모든 것을 할머니에게 배웠단다.


그래서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말을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 정도야.


지금 할머니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시고 그 때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아.”


지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님에 대한 사실을 처음 듣자 안스러운 마음이 들며 한편으로 할머님에 대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할머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문주님에게는 정말 각별하신 분이군요.”


“그럼. 나에게는 어머님이자 스승님 같은 분이시지.


이제 화산파의 무림대첩도 취소됐으니 남궁세가로 가서 할머니가 시키신 일을 해야겠다.”


“그것이 무엇인데요?”


“나에게 무언가를 남기셨는데 가봐야 알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 무림맹의 핵심 세력인 나한 동인을 상대하려면 보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


지하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전설상의 보검들을 구한다고 쉽게 구해지는 것이 아닌데, 혹시 할머님이 갖고 계신가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야.


다만 며칠 전 청성파 제자들의 주고받는 말을 통해 명검 장천과 단비가 올해 주화산에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어.


하지만 주화산의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설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문주님, 혹시 '천중월소 지중월용'이라는 뜻을 알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서호가 물었다.


설미는


"제가 어릴 적 쌍월루에서 기녀 수업을 받을 때, 한 팔에 외눈박이 검사가 쌍검을 차고 들어오셨어요.


모두가 무서워해서 나이 어린 제가 그분을 모셨습니다.


지나가던 도중에 쌍월루 현판에 '쌍월'이라는 글자에 끌려 무의식중에 들어왔다면서, 술을 드시며 계속 '천중월소 지중월용'을 중얼거리셨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왜 똑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세요?'


그러자 그분이 말씀하시길, 그 뜻을 알려고 주화산에서 십 년을 기다렸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제가 '저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하니 그 외팔이 검사께서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시길,


'만약 알 수만 있다면 내가 생명과도 같은 이 검을 너에게 주고 기루에서 빼내주마' 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시 물었죠.


'검사님은 팔이 하나인데 왜 칼을 두 개 갖고 다니세요?' 했더니


'네가 그 뜻을 내게 말해주면 그때 알려주마.' 하시길래 제가 대답했죠.


'제가 어릴 적 북태산 밑에 살 때 어느 날 할아버지와 같이 달구경을 하는데, 달이 점점 작아지길래 할아버지께 그 이유를 물으니 월식 때문에 그렇다고 알려주셨어요.


즉, 천중월소는 개기월식으로 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하니


'그렇다면 지중월용...은?' 하며 되물으시더군요.


그래서 '달이 땅속에서 솟아난다는 것은, 달이 사라지면 완전한 어둠 속이니까 땅속에서 빛나는 것이 나타난다는 뜻 아닐까요?' 하자


외팔이 검사께서, '그렇다. 그렇구나! 어찌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하시며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조심히 여쭈어봤죠.


'검사님은 왜 그 글의 뜻에 그리 집착하셨나요?' 하니


‘너에게 약속했으니 말해주마.’하시며 검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분은 사실 화산파의 제자였고 어느 날 저녁, 침대 밑에 신검비록이라는 서책이 놓여있는 것을 보시게 되었데요.


당시 그분은 검도에 빠져 무공에 미쳐있어서, 무심결에 읽기 시작한 서책 후반부에 있는 만화만개라는 초식에 빠져 그만 아침 수련에 불참하고 말았는데


그때 그분의 대사형이 들어와 책을 훔친 도둑으로 모는 바람에 한쪽 눈과 팔이 잘린 채 사문에서 쫓겨나셨답니다.


만화만개는 화산파 최고의 절기로 쌍검을 이용해야 펼칠 수 있기에 비록 외팔이지만 그래서 두 개의 칼을 갖고 다니신거구요.


‘누가 검사님을 함정에 빠뜨린 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대사형이자 지금의 화산파 장문인인 진조덕이란 사람이 당시 그분의 무공이 자신보다 높은 것을 시기해 장문인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서 꾸민 짓이었다 하더군요.


당시 그분은 오성이 워낙 뛰어나 제자처럼 대하며 늘 같이 무공 수련을 했던 막내 사제와 한 방을 쓰셨는데 그날도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막내사제가 장문님께 그분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대사형이 그분 혼자 있는 것을 봤다 증언하는 바람에 막내 사제는 거짓말 한 죄로 사문에서 쫓겨났고 그분은 불구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사연을 말씀하신 뒤 제게 이름을 물으시더군요.


’설미‘라 말씀드리니 ‘너에게 약속대로 이 칼을 주마.


그리고 이 야명주도 줄 테니 기루를 벗어나 내가 준 칼의 주인이 되거라.’하며 떠나셨어요.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칼이 바로 그분의 칼이고, 제가 이름을 쌍월루라고 지었어요.”라며 긴 이야기를 마쳤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서호는


"흠..., 그분은 그 칼로 복수하려 하시는구나. 이제 개기월식 날만 알면 칼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라며 혼잣말을 했다.


이를 듣고는 구승이


"천문지리에 통달한 만사통 제갈수나 그의 스승인 영추 대제학께서는 아실 겁니다.


다만 그분들은 워낙 바람 같으셔서 일정한 곳에 머무르질 않으시니..."


서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명검은 주인을 알아본다고 했다. 인연이 닿으면 내 품에 안길 것이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8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1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4 0 10쪽
»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3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3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89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89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7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6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