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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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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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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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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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천도(2부 37화)

DUMMY

손일창과 시황의 서로 주고받는 인사를 흐믓하게 지켜보던 제갈수가 나섰다.


"손 장군, 나이가 몇 이지?"


"예, 저는 올해 21살입니다."


"그럼 시황이 24이니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거라."


"알겠습니다, 큰형님!"



졸지에 동생이 생긴 시황은 기쁨에 찬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손 아우, 나는 사막에서 형제 친척도 없이 홀로 지냈어.


그러다 천축사의 중이 되어 십 여년을 보냈을 뿐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사람 대할 줄도 몰라.


앞으로 아우에게 많은 폐를 끼칠 것이지만, 내 목숨보다 아우를 중히 여길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할께!”


"형님,!저 역시 형님의 대업을 위해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황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얼마 남지 않다니?"



그때 제갈수가 나서며 말했다.


"일창에게는 불행이도 극양절맥이라는 지병이 있어 서른 살을 넘길 수가 없다네.


그 극양절맥은 오직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태양지체를 가진 사람만이 치료할 수가 있어 난감한 상황일세."



그 말을 들은 시황은 문득 천축사 방장 스님께서 자신에게 태양지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우, 어서 이리 와 앉아보게."



시황은 어리둥절하며 엉거주춤 앉은 손일창의 명문혈에 두 손을 얹고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진기는 얼마 못 가 백단혈에 뭉쳐 있는 선천양기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시황은 태양지체심법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굳어 있는 선천양기를 녹이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진기를 이용한 치료라 온 힘을 다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붉은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대지를 덮는 황금빛 파도처럼 방안은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찼다.



그것을 본 제갈수는 속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태양과 천도가 한 몸에 있다니...!!! 정말 스승님 말씀대로 무서운 아이구나.


위엄과 재능이 지나치니 앞으로가 걱정이구나.’


그러다 문득 사막에서 빙정에 당해 아이를 잃은 여인이 떠올랐다.


그 여인은 분명 황후의 운명은 아니었다.


‘스승님 말씀으로는 그 여인을 구해야만 한다고 하셨는데...,


그녀가 황후의 운명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를 가질 수 없어 다른 여인이 황후가 된다는 것인가? 안타깝지만 어쩌랴...! ’




시황은 막혀있는 다섯 곳의 혈도를 모두 뚫어 진기의 흐름이 원활해지자 손일창에게 말했다.


"아우, 지금부터 진기의 운행 방향을 잘 기억하도록 해. 지금부터 태양심법을 알려 줄 것이니!”



시황은 12경락으로 진기를 일주천 하는 순서와 요령등을 여러 번 설명한 뒤 명문혈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몸이 어떤 것 같아?"


어릴 적부터 시달려온 내장이 타는 듯한 통증이 말끔히 사라지고 비틀린 근육들에서 활력이 느껴지자 손일창은 벌떡 일어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두 분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며 절을 하였다.


오라버니의 새 생명을 본 동생 소소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늘 오라버니 걱정뿐인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뻐하는 오라버니를 곁에서 바라보는 시황의 모습이 강렬하게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


그날 저녁,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 세 명의 의형제가 머리를 맞대었다.


시황이 손일창을 향해 물었다.


"아우, 우선 산채에 가서 내가 데리고 있는 양민들을 한번 만나 봐야지?"



손일창이 대답했다.


"형님, 이미 만나 보았습니다.


제가 큰형님보다 늦게 도착한 것은 이곳 주변 지역을 돌아본 후 산채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형님께서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시황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단 말인가?"


손일창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산채의 양민과 군인들을 모두 이린현으로 오게 하십시오.


산채는 협소하여 군사 훈련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린현에는 군좌기가 머물고 있는데,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네.”


"아닙니다, 형님.


이린현에 머물던 겁 많은 군좌기는 서촉 땅으로 떠났습니다.


이제 그곳은 우리의 본거지가 될 것 입니다.


또 하나는, 지금의 형세로는 군좌기는 물론 관군과도 대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당분간 모든 군인들은 농사를 짓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밀리에 야간 훈련을 하고 농사가 끝나 겨울 훈련을 마치면 대륙 최고의 정예병들로 거듭날 것입니다."


시황은 그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놀라 제갈수를 바라보았다.


제갈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면에 한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때 서문평이 들어와 제갈수를 향해 말했다.


"가주님, 잠시만 나와 주시겠습니까?"


서문 호법의 의외의 행동에 심각성을 느낀 제갈수는 서문 호법을 따라 나갔다.



한참 후,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시황과 손일창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제갈수는 깊은 탄식을 몰아쉬며 말했다.


"천하 제일가의 성민혁 대협께서 돌아가셨다!!"



손일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니, 성대협께서는 ‘천하제일인’ 이신데 어떻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흉노의 진영에서 육 대 문파의 칼과 장에 돌아가셨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


백성들을 위해 전쟁을 막으려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셨네.


그런데 그분께서 두 가지 유지를 남기셨다."



시황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제갈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 같은 말을 내뱉었다.


"황실의 주인을 바꿀 것과, 위선에 찬 정도문파들을 없애라는 것이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짓누르는 무게감에 모두가 침묵에 빠졌지만 제갈수는 말을 이어갔다.


"정도문파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독선과 오만에 빠져 천하제일가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어.


나라의 기둥이 꺾였으니 진나라 황실도 그 명을 다 할테고, 이제 강호에는 걷잡을 수 없는 피바람이 불 것이네.


앞으로 성대협의 죽음과 유지 때문에 불안에 떠는 더 많은 백성들이 너에게 갈 것이다.


그리고 시황아, 너의 호위무사들과 나는 당분간 네 곁을 떠나 다녀 올 곳이 있다.”


"예, 알겠습니다."



만사통 제갈수는 천하제일가의 성민혁이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모르는 시황을 보며 심한 갈등을 느꼈다.


하지만 운명을 바꾸는 천기누설은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입을 다물었다.



@ @ @



위수강을 통한 충분한 물자 조달과 손일창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에


군인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훈련을 하며 오합지졸에서 정예병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늘어나는 군인 수는 시황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대로 간다면 올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군자금이 동날 것은 명확했다.



강가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우울한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손일창이 다가와 물었다.


"형님, 제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실 정도로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십니까?"


시황이 한숨을 내쉬며


"군자금이 겨울도 나기 전에 마를 것 같아 걱정일세."


손일창도 고개를 끄덕이며


"예, 사실 저도 예상보다 늘어나는 양민들의 수가 많아 물자와 일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손일창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형님, 제가 이곳을 떠나기가 힘들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 동생하고 저의 집에 다녀오시지요."


시황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런가?"


"군자금 문제뿐만 아니라 지휘부를 만드는데 사람 수가 부족합니다.


군대는 무림 종파와 달리 개인의 능력보다 집단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경험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제 가문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시황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너무 자네 집안에 신세를 지는 것 아닌가?"


"저희 집이 형님 집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저의 지병이 형님 덕에 다 나은 것을 아시면 아주 기뻐하실 것입니다."


@ @ @



다음 날, 일창의 편지를 품에 넣고 시황은 손소소와 함께 길을 나섰다.


소소는 신이 난 듯 콧노래를 부르며 말에 올랐다.


떠나는 시황을 마중하러 나온 손일창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말을 신나게 모는 소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이 들었다.


‘소소가 상처를 받거나 형님의 대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만사통으로부터 시황의 출생 비밀과 여인과의 과거를 이미 들은 일창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물이 물길을 따라 흐르듯 사랑도 사람 따라 흐르는 것. 그 운명의 물길을 어찌 막을 수가 있겠는가....’


소소는 시황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오라버니를 치료하는 모습을 본 뒤로 연모의 마음을 품었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나 잠시 볼 뿐, 단둘이 말 한마디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같이 말을 타고, 밥을 먹으며, 비록 방은 옆방이지만 그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또 하나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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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7 0 11쪽
»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5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2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3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8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3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8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3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1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8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3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3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7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11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100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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