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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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15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8.01 19:25
조회
89
추천
1
글자
8쪽

첫 걸음 (2부 17화)

DUMMY

남궁세가에서 이백 여리 떨어진 편허강.



한편 남궁세가를 탈출한 ‘남궁서호’는 강물 속으로 던져져 ‘거인성’과 헤어졌지만 재빠르게 귀식대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다시 좁아지는 강폭에 물살이 빨라지자, 바위와 나무에 부딪히는 충격이 마치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는 듯하여 곧 기절하고 말았다.


눈 녹은 차가운 강물에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채 황하를 향해 흘러가던 서호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편허강이 만든 어느 작은 계곡으로 몸이 떠밀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속은 느려지고 수심도 낮아져서 마침내 계곡가에 쓰러져있는 나무에 걸쳐지게 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강렬한 햇살에 눈을 뜬 서호는 계곡가 풀밭으로 나가려 했으나 팔다리가 이미 부러지고 온몸이 떨려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로 땅을 짚고 무릎으로 기어 겨우 상반신을 풀밭으로 내놓을 수 있었지만, 극심한 추위에 몸이 서서히 식어가며 죽음의 문턱을 넘으려 했다.


그때 품 안에서 무엇인가 따뜻한 것이 느껴졌다.


이빨로 부러진 손을 물어 겨우 끌어당긴 후 손가락을 움직여 품 안에서 꺼낸 것은 천축사 주지 스님이 주신 염주였다.


염주의 나무는 물에 불어 틈이 생겼고 그 안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큰할아버지가 말한 열화신단이 떠올랐다.


떨리는 손가락과 이빨을 이용해 나무껍질을 벗기고 신단 두 알을 먹자, 몸이 뜨거워지며 추위가 사라졌고 이내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태양지체’로 태어난 서호의 몸은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여 치료되기 시작했다.


계곡물이 줄자 완전히 물 밖으로 나온 몸은 이틀이 지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홀로 남겨진 서호는 강에서 본 할아버지와 악인들의 전투를 떠올리며 이 상태로 적을 만난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를 찾고 싶었지만 ‘당분간 몸을 숨겨 죽은 것으로 믿게 한 후 움직이리라’ 마음먹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을 발견한 그는 그곳에서 열화신단을 먹어가며 현무신법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염주는 열두 알로 되어 있었고 이틀에 하나씩 먹어가며 심법 증진에 매진하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진기가 충만해져, 앉은 자세로 바닥을 힘껏 밀면 동굴 천정까지 몸을 띄울 수 있었고 초식을 몰라 미숙 했지만 제법 진기를 두 손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계곡을 따라 숲속으로 몸을 숨겨가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린 배는 산딸기와 물고기를 잡아먹고, 두 알을 제외하고는 모든 열화 신단을 이용해 심법 수련에 매진하며 열흘이 지나갔다.


그러자 담장도 못 뛰어넘던 서호는 나무도 뛰어넘고, 그 나무를 장력으로 부술 수 있게 되었다.


계곡을 따라 몇 개의 산을 넘자 드디어 작은 평야와 그 안에 논밭과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시체를 찾지 못한 적들이 아직도 자신을 찾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에 산속으로 이동하며 길을 따라 무조건 동남쪽에 있는 목적지 ‘북태산’을 향해 걸어갔다.


가끔 큰 마을이 나오면 음식을 잔뜩 사, 산에서 노숙하며 이동을 거듭한 끝에 집을 떠나 온지 한 달 만에 마침내 북태산이 멀리 보이는 ‘관수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북적이는 노점에서 국수와 만두를 사 먹고 있는데 여자의 비명 소리와 함께 그릇이 깨지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6명의 사내들이 한 할머니의 좌판을 부수며


“이봐 할망구!! 자릿세를 내라는데 왜 안 내는 거야~?”


그러자 할머니는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곳에서 너희들 태어나기 전부터 장사를 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나 자릿세를 달라고 하느냐?”


“야, 이 할망구야, 세상이 바뀐 거 몰라? 당장 돈을 안내면 나머지 것들을 모두 부숴버릴 테다!”


“이놈들아, 오랑캐들하고 싸워 나라를 구해야 할 놈들이 힘없는 장사치들 은자나 뜯으려 하다니. 네놈들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다.”


그러자 고슴도치 수염을 한 우두머리가 발을 들어 나머지 좌판을 후려치자 ‘와장창-’하며 팔기 위해 진열해 놓은 질그릇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버렸다.


그러자 주변 상인들은 모두가 “저런 죽일 놈들” 하며 웅성댔지만 무서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서호는 자신도 모르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다가가며


“그만 멈추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우두머리가 서호를 보며


“어린놈이 어디를 감히 나서?” 하며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발을 들어 서호의 배를 걷어찼다.


정통으로 그의 발이 배에 박혔지만 서호는 한 발자국 물러났을 뿐 다시 다가가며 소리쳤다.


“나라에는 엄연히 국법이 있는데, 힘 있다고 은자를 갈취한다면 당신들 보다 힘센 사람이 나타나면 어찌 할 것이오?”


고슴도치 수염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발길질에 나가 떨어져야 할 놈이 오히려 자신을 추궁하자 열이 받아 이번에는 권각술을 발휘해 죽여 버릴 심산으로 강력한 발차기를 했다.


서호는 지난번 발길질에는 놀라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지만 맞은 배가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이번에는 진기를 끌어올려 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퍼벙’ 하는 소리와 함께 ‘우드-득’하는 소리가 나며 동시에 ‘으-악!!’하는 비명 소리도 터져 나왔다.


우두머리는 발목이 부러져서 비틀린 채 나가 떨어졌고 서호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우두머리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놈은 배에 철판을 대고 있다. 저놈을 죽여라!”


그러자 나머지 놈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호는 팔을 들어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만을 막아내며 나머지는 고스란히 얻어맞기 시작했다.


서호는 옷이 찢겨질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오히려 때리는 놈들의 손발이 아픈지 결국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겨우 일어난 우두머리가 악을 썼다.


“저놈은 ‘철포삼 외공’을 익힌 놈이다. 칼을 뽑아 죽여라.”


서호는 이대로 있다가는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법도 초식도 모르는 서호는 맨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덮쳐오는 놈을 향해 무조건 장력을 내뻗었다.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우두득’하며 부러진 갈비뼈가 심장을 찌른 듯 피 분수를 내뿜으며 즉사했다.


그것을 본 나머지 놈들이 칼을 땅에 던지며 “대협, 살려주십시오.” 하며 무릎을 꿇었다.


“좋다. 너희들을 살려주마. 하지만 가진 돈을 모두 저 할머님께 드리고 다시는 이 마을에 나타나지 말아라.”


악인들은 빼앗은 돈을 던지듯 내려놓고는 동료의 시체마저 저버린 채 도망갔다.


그러자 근처 상인들의 박수가 터져 나오며 "잘했다, 시원하다"는 찬사들이 쏟아졌다.


그들이 ‘고맙다’며 주는 음식을 잔뜩 받아 기분 좋게 관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려는 순간


"소협!! 잠시만 멈추시지요!" 하면서 한 청년이 다가왔다.


청의를 입은 미청년은 단아한 복장의 무복을 입고 머리에는 푸른색 두건을 쓴 채 불그스레한 얼굴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 '정도문'의 ‘황지하’라 합니다. 소협께서 잠시 시간을 내주시면 담소를 나누고 싶습니다."


서호는 청년의 허리에 찬 칼을 보며 무림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조금 전 시장에서 의협을 행하시는 것을 보고 같이 술이나 한잔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악의가 없는 크고 시원한 눈매의 청년 얼굴에 호감을 느낀 서호는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좋습니다." 하며 같이 객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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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8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1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4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3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3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89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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