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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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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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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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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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DUMMY

서호는 대련에 앞서 협의문 천막을 방문해 장문인과 수뇌부를 향해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무림말학 남궁서호라고 합니다. 무림 정의를 위해 협의문이 동참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운일혁이 웃으며 말했다.


"성민혁 대협의 죽음에 많은 무림인이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대협의 유지를 받들어 무림과 나라를 위해 저희도 앞장설 것입니다."


서호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협의문 문도 이백여 명이 여러 개의 대형 천막으로 연무장을 감싸듯 앉았고, 정도문 무사 이십여 명은 하나의 천막에 서호를 중심으로 앉았다.


친선 대련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탓에 서로 안면이 있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시작과 함께 나온 첫 무사를 보고 양 진영의 모든 무사들은 깜짝 놀랐다.


마지막에나 나올법한 협의문에 오호법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정도문에서 내 보낸 부단주가 처음으로 대련에 출전하는 이십대 후반의 젊은 무사라는 것이었다.


오호법도 애송이 무사를 보고 기분은 상했지만 최선을 다하라는 문주의 명령에 따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련을 시작했다.


협의문의 뿌리는 대륙의 서쪽 곤륜산에 있는 곤륜파에서 나왔기 때문에 내력을 바탕으로 한 묵직한 장법과 검법이 특징이다.


대련이 시작되자 정도문 부단주가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오호법의 장력은 조수처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웅장하게 밀려왔다.


부단주의 검은 장력을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못하는 대신, 날카롭게 요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내력에서 밀린 검기는 오호법의 몸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오호법의 장력은 바람의 힘을 받은 조수처럼 점점 힘과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도문 부단주의 신법도 점점 빨라지며, 마침내 몸과 그림자가 따로 움직이는 듯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른 신법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오호법의 측면으로 검기가 파고들었다.


그러나 오호법이 피했다고 생각한 검기는 갑자기 쭉 늘어나 오호법의 옆구리 장삼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말았다.


순간 오호법은 ‘아차, 방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승패가 난 뒤였다.


그러자 모두가 "검강이다!"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협의문의 무사들을 비롯해 장로와 문주까지 모두가 깜짝 놀랐다.


분명 지난 대련에서는 검강을 쓸 줄 아는 무사가 없었는데, 정도문 문주가 등장한 지 반 년 만에 이렇게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검술뿐만 아니라 신법도 확연히 달라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숙연해진 협의문 천막에서 총사 담일석이 의자를 박차고 나오며


"이번에는 저하고 한 번 붙어봅시다." 하고 나섰다.


서호는 이미 담일석의 실력을 경험한 적이 있어 부단주 중, 나이가 제일 많고 내력도 출중한 제5단의 부단주를 내보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장력과 장력이 맞붙는 내력의 대결이 되었다.


두 사람의 내력은 비슷했지만 운용법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내력의 강약과 빠르기의 조절, 그리고 신법과 어우러진 공격 방향 등 모든 초식에서 담일석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결은 얼마 후 담일석의 항복으로 끝났다.


야비한 눈속임이나 암기를 쓰지 않는 한, 친선 대련에서는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가 않다.


담일석은 예전 호법들과의 대련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문주가 왔다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실력 차이가 벌어지다니....!’


담일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경이로운 눈으로 서호를 쳐다보았다.


연이은 패배에 자존심이 상한 듯 일호법이 나서며


"이번에는 내가 한 번 해보겠네" 하며 다소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서호는 협의문의 체면을 생각해 부단주 중에서 가장 무공이 약한 수하를 내보냈다.


대결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호법의 강력한 장력에 부단주가 연무대 위에서 굴러 떨어지자 협의문 천막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친선 대결은 원래 열 번의 대련으로 승패를 겨루었지만 협의문은 더 이상 내보낼 사람이 장로밖에 없었다.


그때 협의문 문주가 나서며 말했다.


"정도문의 문도들이 단 시일 내에 이렇게 실력이 증가한 것은 모두 문주님 덕분이라 여겨집니다.


내 비록 늙어 힘은 없지만 아직 호승심은 남아 있습니다.


문주님과 한 번 대결을 해보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그 말을 들은 서호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비록 비천한 실력이지만 문주님의 뜻에 따라 젖 먹던 힘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며 연무장으로 걸어 나갔다.


서호는 협의문의 문도들을 싸움터로 이끌고 나갈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의 최고 절학들을 선보여 믿음을 심어주기로 했다.


협의문 문주 운일혁은 백세에 가까운 전대의 고수로 곤륜파 제자였다.


그가 곤륜파의 최고의 절기인 곤륜명혼장을 뿜어내자 공기가 진동하며 '우-우-웅'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펄럭거리는 소매 속에서 쭉 뻗어나온 하얀 손에서 명혼장의 첫 초식인 곤륜녹풍이 펼쳐졌다.


곤륜녹풍은 두껍고 넓은 진막을 펼치며 서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려는 듯 덮쳐왔다.


그 순간 서호는 두 손을 활짝 뻗어 열 개의 지풍을 두꺼운 진막을 향해 쏘아 보냈다.


그러자 진막에는 열 개의 구멍이 뚫리며 그 구멍으로 진기가 빨려나가 진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운일혁은 그 구멍의 방향이 자신의 몸을 향했다면 부상을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또다시 운일혁은 양손으로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두 번째 초식인 곤륜광명을 펼치자, 흑갈색 항아리 같은 진기 덩어리가 서호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서호는 사조님이 창안하신 광마멸절을 펼쳤고,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폭풍 같은 장력에 두 개의 항아리는 박살나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여력이 남아있는 장력은 운일혁의 가슴 앞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운일혁은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나 서호의 기막힌 진기 운용법과 그 강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운일혁은 자신이 서호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첫 초식에서 알았지만 서호의 절학을 구경하고 싶어 곤륜명혼장의 마지막 초식인 곤륜세공파를 십이성의 진력으로 뿌렸다.


십이성의 장력은 수백 가닥으로 쪼개져 서호의 몸을 향해 비도처럼 날아들었다.


그러자 서호는 허리에 찬 장천검을 뽑아 이번에도 사조님이 창안하신 동굴 속 가장 안쪽의 무공인 화무비경을 펼쳤다.


그러자 검 끝에서 쏟아지는 검기는 수많은 꽃송이를 뿌려대며 하늘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진기의 비도들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서호의 장천검은 하늘을 만나 비룡처럼 솟구쳐 푸른 비단 위에 꽃비를 흩뿌렸다.

서호는 장천검과 함께 백화만발의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검이 추는 것인지 서호가 추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둘은 하나가 되어 드넓은 하늘 위에 화려한 꽃밭을 만들었다.


운일혁은 두 팔을 내린 채 서호의 검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연무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서호의 신들린 듯 한 검무에 혼을 빼앗긴 채 숨을 죽였다.


서호의 검무는 마치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그의 검 끝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장천검이 위로 솟아올라 하늘을 가를 때마다, 검 끝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하늘의 별들이 떨어지는 듯했고,


장천검이 연무장의 공기를 부드럽게 가를 때는, 그 갈라진 틈새로 무수한 꽃잎들이 흩날리듯 퍼져 나갔다.


서호의 움직임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물 흐르듯 유연하게 허공을 가르며, 마치 꽃송이 하나하나를 그리는 것 같았다.


검의 부드럽고 빠른 움직임에 따라 꽃들이 피어나고, 다시 지기를 반복했다.


그 꽃들은 때로는 솜털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불꽃처럼 강렬하게 터져 나와 연무장을 가득 메웠고, 그 장면은 마치 꿈을 꾸듯 황홀했다.


연무장을 한 바퀴 도는 검무의 마지막 회전에 따라 검 끝에서 방출된 무수한 꽃잎들은 모든 이들의 심장에 오랫동안 각인될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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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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