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20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9.07 22:59
조회
48
추천
0
글자
10쪽

혈성랑 (2부33화)

DUMMY

서호가 있는 주화산 중턱의 작은 우물 위에도 꽉 찬 달이 떠올랐고, 그 달 역시 서서히 어둠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하늘의 달이 사라지고 마침내 땅속 달이 나타나 우물 안이 검의 서기로 찰랑거리자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호가 허공섭물의 신공을 극한으로 뽑아 올리자 세찬 물줄기와 함께 빛의 근원도 솟구쳤다.


‘장천’과 ‘단비’였다.


두 검은 서호의 손안에서 ‘우-우-웅--’하며 반갑다는 듯 검 명을 터트렸다.


백년을 기다려 세상에 나온 장천검은 푸른색을, 단비는 붉은색의 서기를 내뿜고 있었다.


검이 내뿜는 영롱한 빛에 넋이 빠져 있는 서호의 귓전으로 세가의 호위무사가 전음을 보내왔다.


<<성주님, 다가오는 놈이 있습니다.>>


서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산 능선을 넘어 빈 소매를 펄럭이며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그냥 놔두거라> 하는 전음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온 사람은 애꾸눈에 외팔이의 무인이었다.


그는 서호의 손에 쥐어진 두 검을 홀린 듯 바라보다가 ‘아....! 늦었구나’ 하며 절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상기된 얼굴로 설미가 외쳤다.


“검사님,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누구신지요..?”


“저, 쌍월루의 설미입니다. 이 검을 저에게 주셨잖아요.”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 내밀자 멈칫하던 무사가


"아... 그 어린 계집이 너였느냐?  아직도 내 검을 갖고 다니는구나."


“예! 검사님이 주신 야명주로 기루에 몸값을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검사가 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정도문 문하로 들어갔습니다.


이분이 저의 문주님이십니다.”


고개를 돌려 애꾸눈을 깜박이며 서호를 바라보자 서호 손에 들린 장천과 단비가 눈에 들어왔다.


허무했다. 삼십 년을 기다린 저 검으로 대사형을 죽이는 것이 일생의 유일한 꿈과 희망이었는데 그것이 무너졌다.


그는 무심한 눈을 들어 서호에게 말했다.


“소협! 작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시겠소?”


갑작스러운 출현과 부탁에 다소 당황했지만 서호가 대답했다.


“...무엇입니까?”


“난 이제 삶의 의미를 상실했소. 더 이상 살아봐야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의미 없는 나날일 뿐이오.


그러니 그 검으로 내 심장을 찔러 주시오.


삼십년을 기다린 그 검에 내 피라도 묻히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나고 싶소.”


잠시 생각하던 서호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나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외팔이 무사가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름은 30년 전 잊었소.


다만 길거리에서 가끔 나를 혈성랑(血腥狼)이라 부르는 소리는 들었소.”


“피에 굶주린 늑대라..! 대협께서는 누구의 피를 원하십니까?”


“나를 이 꼴로 만든 화산파 장문인 진조덕의 피요.”


“그렇군요. 저 역시 화산파를 무림에서 없애려고 합니다.


화산파를 칠 때 혈성랑께 이 검을 드리겠습니다.


이 검으로 장문인을 죽인 후 그때 삶과 죽음을 선택하시고 그 전까지는 화산파를 칠 수 있게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혈성랑은 하늘을 향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웃음을 멈춘 그의 외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고맙습니다, 소협!! 이 은혜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하며 검을 쥔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혈성랑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아는 모두는 숙연해졌다.


잠시 후, 이목을 피해 모두가 하산을 하는데 지축을 흔드는 폭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다들 영문을 몰라 빠르게 하산하는데 하얀 물체가 갑자기 쏜살같이 날아와 서호의 품에 안겼다.


향서였다. 그 순간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리며 거인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공자님!!! 검을 찾으셨습니까?”


“예, 큰할아버지.” 하는 순간, 지하는 꿈에도 보고 싶지 않은 거인성을 만나자 서호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구승과 설미가 “장로님께 인사드립니다.” 하자 그제야 등 뒤에서 마지못해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거인성이 이번에는 혈성랑을 가리키며 “이분은 누구신가?” 하며 서호를 쳐다보았다.


“ 화산파를 잘 알고 있어 앞으로 화산을 칠 때 큰 도움을 주실 분입니다.” 하며 혈성랑이 억울한 모함을 당해 불구가 된 사연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거인성은 화산파 장문인이, 자신의 은인이며 주군인 성민혁의 몸에 칼을 꽂은 사실이 떠올랐다.


“화산파 장문인! 곱게 죽여서는 안 될 놈이야!! 그놈의 간을 씹어 먹고야 말 것이다!!”


거인성이 화가 치미는 듯 옆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를 주먹으로 갈겼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나무가 맥없이 부러지며 날아가자


“공자님, 할머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어서 내려가시지요.


이곳은 곧 지옥도가 펼쳐질 것입니다.”


“지옥도라니요? 무슨 일이 있나요?” 조금 전에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던데요"


“할머님이 신검비록의 전설을 이용해 함정을 만드신 겁니다.


이곳 주화산에는 천여 명이 넘는 무림인들이 할머님의 계략에 속아 서로 죽이고 있습니다.


조금 전 마무리를 위해 주화산에 있는 무림맹에 속한 놈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힘을 드러내 무림맹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이신 것 같습니다.


아마 무림맹 놈들, 오늘부터 잠 편히 못 잘 것입니다. 푸하하하!”



@@@


금불사 내당 안에서 하얀 상복을 입은 남궁화가 눈물을 떨구는 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 슬퍼 하거라.


이 모든 것은 할아버지의 뜻이고 내가 예상한 일들이다.


다만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은 너에게 숙부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너의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할머님, 지금 숙부님은 어디 계세요?”


“얼마 전까지 난주에서 군자금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 있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팔각사에 많은 군자금이 있던데 그것으로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그것이 조금 복잡하게 되었구나.


지금 그 아이가 빙궁을 원수로 여기고 있어 쉽지가 않단다.


자세한 사실은 나도 만사통을 만나봐야 알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말해주마.


일단 너의 숙부가 힘을 길러 황실에 대항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동시에 황실과 무림을 쓸어버려야 한다.


지금 무림과의 정면 대결을 한다면 우리 또한 피해가 커서 황실과 대적할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황실의 창궁이라는 집단이 어사대부 소속의 단순한 감찰 기관이 아니라 황제 직속의 비밀 조직으로 그 힘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과거 70여 년 전, 시황제가 무림각파의 비전 절기들을 강제로 회수하여 20년간 황실에 보관하다가 너의 고조부께서 돌려주신 적이 있다.


아마 황실도 그것들의 필사본을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고대부터 내려온 비급들도 많이 있어 창궁의 힘은 대단할 것이니 경계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할머니. 그런데 이번 주화산의 함정은 정말 대단한 계략이셨습니다.


저도 주화산에 함정이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그것은 모두 너 때문에 가능했다.


네가 검으로 나한동인을 죽여 전 무림이 보검에 혈안이 되어 있었단다.


특히 소림사가 안달이 나있어서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 저는 앞으로 강호에서 어떻게 활동할까요?”


“서호야, 네가 육대 문파를 공격한다면 어디부터 치겠느냐?”


“네, 할머니. 지금 육대문파 중 가장 센 곳은 소림이 으뜸이고, 다음은 무형문 그리고 무당입니다.


그들의 머리를 먼저 쓰러뜨리면 겁을 먹고 서로 뭉칠 것입니다.


그래서 무림맹의 꼬리인 화산, 청성, 점창파를 먼저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들은 자신보다 약한 문파가 쓰러져도 오만한 생각에 쉽게 하나로 뭉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남궁화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러나 그들의 머리는 소림이 아니라 무형문이다.


천 년을 내려온 극락전이 만든 조직이라 소림보다 무섭다.”


“그럼 과거 할아버님께서 황제를 죽일 때 마지막 전투를 원각사에서 내시들의 조직인 극락전과 싸웠다고 하셨는데 무형문의 뿌리가 내시인건가요?”


“그렇다. 당시 나의 계략으로 내시들의 힘에 근원인 극락전이 큰 피해를 입어 그들의 오랜숙원이 실패를 했단다.


그래서 그 복수를 하려고 우리 남궁세가를 무형문이 기습한 것이다.


또한 그들은 지금 사파들을 모으며 힘을 키우고 있단다.


그들의 동조 세력들부터 제거하여 힘을 서서히 약화시킨 후 마지막에 숨통을 끊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점은 너와 숙부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너는 정도문의 이름으로 강호에 나서 무림맹에 공조하는 세력을 막고, 그들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키워라.


그동안 내가 키운 비밀 세력은 해남파다.


너의 아버지는 지금 해남파를 근거지로 삼아 남쪽에 있는 무형문에 동조하는 문파들을 제거하며 동시에 우리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규합할 것이다.”


지금 현무성은 빙궁과 함께 모든 힘을 너의 숙부에게 쏟고 있다.


세가의 일부만이 너를 도울 것이니 신중하게 행동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할머니. 그리고 제가 할머님께 상의 드릴 일이 있습니다.”


“제가 보검을 얻게 된 것은 구씨 촌 촌장님 덕에 가능했습니다.” 하며 그간의 검과 피독주에 얽힌 사정을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듣고 난 남궁화가 말했다.


“너는 참으로 여러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있구나.


하지만 피독주는 사조님 때부터 내려온 성씨 가문의 가보이고, 그것이 반으로 잘리면 효용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소림사의 동인들을 상대하려면 보검이 매우 유용하나, 그렇다고 피독주를 함부로 할 수는 없지.


다만 그분께 필요할 때 언제든지 빌려드린다는 말씀을 드려라.”


“예,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1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3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