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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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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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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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2부 20화)

DUMMY

서호는 지하와의 아쉬운 작별을 나눈 후 사흘 만에 북태산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 마교의 땅에 진입하는 자는 죽음으로 다스린다 ]]라는 거대한 비석이 길을 막고 있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길을 따라 중턱에 이르자 불에 탄 마을이 보였고, 그 뒤로는 운해가 잔뜩 끼어 길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불어 길이 나타날 때마다 표시를 해가며 위쪽을 향해 올랐지만, 그 길 끝에는 낭떠러지가 나오거나 절벽이 가로막고 있어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헤매가며 조금씩 올라 산 정상에 다다르자 운해가 이불처럼 산자락을 휘감았고, 저 멀리 노을빛에 물든 평야가 어둠이 오기 전 마지막 초록을 반짝이고 있었다.


바람 탓에 운해가 없는 산 정상에는 여기저기 눈밭이 형성되어 추위가 엄습해왔다.


‘정상에서 할아버지의 안배’를 만나라는 할머니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는 서호는 정상을 빙빙 맴돌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사람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너는 누구냐?"


뒤를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노인 세 명이 서호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호는 순간적으로 이분들이 할아버지의 안배라는 생각이 들어


"예, 저는 남궁 서호라고 합니다."


"남궁이라.., 그럼 너는 세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구나. 너는 현무령을 갖고 있느냐?"


그러자 서호가 "예" 하며 소매를 걷어 보여드렸다.


"그럼 이제 네가 성민혁에 이어 제6대 성주가 되겠구나..."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는 했지만 부족함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할머님께서 저에게 이곳에 와서 할아버지의 안배를 찾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가 바로 그 안배란다. 너는 이제 현무 심법을 운행하여 안배를 받아들이거라.


할아버지가 너를 벌모세수(伐毛洗髓)하여 임독양맥(任督兩脈)을 관통시켜 달라고 했다."



서호는 정좌를 한 후 현무 심법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 명의 노인들도 서호 주변에 둘러앉아 각각 단전과 명문혈 그리고 백회혈에 손을 얹고 진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서호의 단전에 쌓여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열화신단 내력을 느낀 세 노인은 서호의 진기를 유도해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따라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호의 내력은 온몸에 진기를 채우고도 남아 빠져나갈 곳을 찾아 날뛰기 시작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들끓던 내공은 순식간에 기경팔맥을 관통하여


몸의 뒤쪽에 있는 장강혈과 백회혈 그리고 몸의 앞쪽에 있는 관원혈과 전중혈을 통과해 마침내 임독양맥을 향해 거침없이 솟구쳤다.


서호가 머릿속에서 ‘쾅’ 하는 진동을 느끼는 순간 임독양맥을 뚫고 나온 진기는 폭포수처럼 쏟아져 단전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 노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한번 해봅시다’ 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후


서호의 단전에 쌓인 진기를 다시 끌어모으고 자신들의 백년이 넘는 내공들까지 합쳐서 생사혈인 천혈과 지혈을 향해 모든 진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진기는 한두 번 막히는 듯했지만 태양지체 스스로 속도를 내어 세차게 두 혈을 향해 부딪혀갔다.


임독을 통과한 진기가 천지혈 마저 뚫어버리자 그의 몸에서 황금색 광휘가 뿜어져 나오며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세 노인이 동시에 외쳤다.


"오, 태양지체의 광휘로다! 10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하며 감격에 찬 탄성을 터뜨렸다.


일장 가까이 떠올라 태양처럼 빛나던 서호가 서서히 내려와 눈을 번쩍 뜨자 그의 눈에서는 감히 마주할 수 없는 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을 본 한 노인이,


"아이야, 너는 생사혈인 천지혈이 뚫려 운기행공할 필요 없이 진기를 의지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 금낭 또한 너희 할아버지가 너에게 남긴 안배다. 받거라."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명하실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그러자 세 노인들은 감개가 무량한 듯 밤하늘을 쳐다보며,


"너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죽지도 못하는 괴물로 뇌옥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제 비로소 모든 인과를 정리했으니 사람으로 죽을 수 있겠구나.


아이야, 너는 이제 무림사에 몇 안 되는 내공을 소유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무림평화와 구국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제 물러간다" 하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표표히 떠나갔다.



서호가 오랜 세월이 지나 빛바랜 금낭을 열자 밀랍으로 봉해진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었다.



[[ 서호야, 네가 이 편지를 본다는 것은 가문과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너는 이제 제6대 현무성 성주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가문과 나라를 구하거라.


북태산 정상에서 보름달이 뜨고 박쥐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계곡을 향해 뛰어내려라.


도착 후 제일 큰 동굴을 찾거라. 그곳에 나와 사조님이 남기신 또 다른 안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서호는 산 정상에서 보름달을 기다리며 운기행공을 하였다.


예전에는 진기가 혈맥을 따라 이동하며 단전에 조금씩 쌓였다면


이제는 마치 호흡을 하듯 자연스럽게 무한한 힘을 가지며 온몸에서 들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단전은 텅 비어 있는 듯 또는 더 이상 채울 수가 없이 꽉 찬 듯하였고, 땅에서 솟구치는 용출수처럼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진기의 샘을 갖게 되었다.


사흘이 지나 보름달이 떠올라 계곡을 비추자 박쥐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서호는 끝도 알 수 없는 계곡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의 박쥐가 몸에 부딪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박쥐의 장대비가 온몸에 쏟아져


마치 수많은 손바닥이 자신을 떠받치는듯하여 서서히 바닥을 향해 내려가지 시작했다.


마침내 바닥에 다다른 서호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쌓여 있는 계곡에서 동굴들을 찾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한 무더기의 빛이 새어 나오는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굴 안에는 여러 개의 야명주가 박혀 있어 그 안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동굴 안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돌로 된 단상 위에 중년의 문사 차림을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살아 있는 듯 이목구비는 뚜렷했으나, 옷이 삭아 일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 같았다.


시신이 놓여 있는 단상 앞으로 다가간 서호는 할아버지가 남기신 편지에서


‘사조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떠올라 의복을 단정히 한 뒤 구배를 올렸다.


구배를 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낡고 헤어진 옷자락 밑에 놓여있는 상자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할아버지와 사조님이 남기신 안배라는 생각이 들자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편지와 단검, 그리고 아수라 문양이 새겨진 돌 판이 눈에 들어왔다.


서호는 우선 편지를 읽어 보았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편지였다.



[[ 서호야, 벽에 새겨진 70가지의 무공은 너의 사조님이 남기신 광세절학의 무공들이다.


내가 너에게 현무성의 무공을 가르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무공을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단검은 사조님의 200년 내공이 들어가 있는 검이다.


너는 물론 후대를 위해 사조님이 남기신 유물이니 절대 남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아수라 마경 또한 사조님의 유물로, 정도문의 신물이다.


네가 이 마경을 가지고 정도문을 찾아간다면 네가 제 1대 문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마경 뒷면에 있는 심법과 동굴 앞쪽에 있는 열 가지의 무공을 전수하여 그들의 힘을 키우거라.


정도문은 이 할아버지가 현무성을 대신하기 위해 만든 문파다.


황실과 무림이 두려워하여 끊임없이 모함과 견제를 받는 현무성으로는 새로운 질서와 평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는 앞으로 현무라는 이름을 지우고 정도문의 이름으로 무림의 평화와 나라의 안녕을 꾀하고 가문을 위기에서 구하도록 하여라.


너에게 무거운 짐을 남겨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것이 태양지체로 태어난 너의 숙명임을 명심하여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 ]]



편지를 읽고 나자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가문의 복수와 나라를 구해야 하는 사명감에 불같은 투지가 솟구쳤다.


서호는 안배된 벽곡단과 벽에 붙어 있는 이끼인 신선초를 먹어가며 70종의 무공을 한 달 만에 모두 암기했다.


대부분의 무공은 원리와 묘리를 이해했지만 동굴 가장 안쪽에 있는 십여 종의 무공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라와 집안의 정세가 급박하다는 생각에


나머지는 정도문에서 수련하기로 마음먹고 동굴에 들어온 지 2개월 만에 북태산 정상을 향하여 박쥐 등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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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7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 박쥐 (2부 20화) 24.08.07 90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0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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