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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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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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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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글자수 :
3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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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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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의형제 (2부15화)

DUMMY

구청산에 돌아온 시황은 민란군을 흉내 내어 조직을 정비했다.


백 명을 묶어 ‘백호장’과 그리고 열 명의 백호장을 거느리는 ‘천호장’으로 군대를 만들었다.


일천 명에 달하는 오합지졸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산속에 머문다면 다가올 겨울에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것이 뻔했다.


그중 무공을 할 줄 아는 수하들을 ‘위수’에 먼저 보내 염탐을 하게 한 뒤, 며칠 뒤 백여 명의 선발된 수하들을 데리고 시황도 그곳으로 향했다.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태수와 공물 창고가 있는 본청을 턴다는 것은 불가능 해 일단은 위수 주변의 작은 관청을 노리기로 했다.


@ @ @ @ @



위수현의 태수 ‘도집모’가 늘어진 볼 살을 달달 떨며 소리쳤다.


“아니 벌써 일곱 곳이나 털렸단 말이냐?”


갑옷으로 중무장한 부하 장수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태수님. 무기는 물론 비축미와 군자금까지 모조리 쓸어갔습니다. 다만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예, 태양장군이라 불리는 자는 무공이 매우 뛰어난 듯합니다. 관군들은 모두가 수혈이 짚여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워낙 신출귀몰하여 하루에 백 여리 떨어진 곳을 두 군데나 털었다고 합니다. 그는 점점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허, 도적놈들은 배부르고 우리가 굶게 생겼구나.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태수님, 이제는 황실로 공물과 세금을 보낼 때가 되어갑니다. 지방 관청으로 더 이상 군사를 보낼 수 없으니 모든 관청을 폐쇄하고 이곳으로 집합시키는 것이 어떤지요?”


그때 또 다른 장수가 소리쳤다.


“그것은 안 됩니다. 지금 민란군의 수괴 ‘군좌기’가 강 건너 ‘이란현’에 있다고 합니다. 모든 관청을 폐쇄한다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민란군에 들어갈 것입니다.


더군다나 제후님이 보내 주신 지원군은 한 달 후에나 도착합니다. 어느 곳으로 강을 건널지 알 수가 없다면 수비가 불가능합니다.


그리되면 이곳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고 만약 창고가 털린다면 우리는 태후마마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태양장군 이외의 부하들은 무공도 약하고 수도 미미합니다. 우리도 무림의 고수를 불러 대비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거 좋은 생각이요. 우리를 도와 줄 문파는 어느 파가 있소?”


“지금 근처에 있는 문파로는 사파도 정파도 아닌 ‘흑호문’과 사파인 ‘적혈문’이 있고 정파로는 ‘신화문’과 ‘무형문’이 있습니다.


다만 무림은 관부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묵계가 있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태양장군의 목에 현상금을 거시면 어떨까요?”


잠시 태수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으흠... 그러면 오히려 그 태양장군이라는 놈의 명성만 올리는 것이 아닐까?”


“명성이 아무리 올라가도 죽으면 그만입니다. 황금의 위력은 발휘될 것입니다.”



@ @ @ @ @



여러 곳의 관청을 손쉽게 턴 시황은 이번에는 위수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동 마을의 관청을 털기 위해 정탐을 하려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여보시오, 젊은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중년의 나이에 큰 키와 우람한 체격, 각진 얼굴에는 짙은 눈썹과 길게 기른 수염의 도인이 보였다.


그 옆에 놓여 있는 지게에는 천기누설 (天機漏洩)이라는 족자가 걸려 있었다. 그때 다시 도인이 외쳤다.


“젊은이, 이리 와서 하늘의 뜻을 한 번 알아보고 그 길로 나아가시는 것은 어떻소?”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 순간 천축사의 방장 스님이 떠오르며 이 사람은 보통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이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제가 가는 길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젊은이.”


절에서 선문답을 많이 해본 시황이 눈을 반짝이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했다.


“끝을 알아야 그 길을 정할 수 있는데 제 길의 끝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소. 하지만 그것은 천기를 누설하는 것이라 알려줄 수는 없고 어느 길로 가야되는지는 말해 줄 수 있소.”


“가야 할 길도 미래를 알아야 되고, 그 끝도 미래인데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요?”


“가야 할 길은 말 그대로 ‘길’이기 때문에 수 없이 만나는 갈림길에서 수시로 변할 수 있지만 그 끝은 변하지 않는 법이요.”


시황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 끝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떤 길을 가든 상관없이 결과는 같다는 말씀인가요?  더군다나 그 길이 수시로 변한다면 도사님이 지금 알려주시는 것도 소용이 없게 되겠군요.”


"하-하-하!!! 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옳은 길을 갈 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잘못된 길을 간다면 당연히 그 끝은 달라집니다. 


나는 소협에게 갈림길에서 옳은 길을 알려주어 타고난 운명의 길로 가게 해 줄 수 있다는 뜻이요.  


예를 들어 지금 소협은 도둑질을 할 궁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옳은 길인지 아닌지를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오.”


시황은 깜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하하, 걱정 마시오. 나에게 술 한 잔 산다면 소협의 운명이 이끄는 옳은 길을 알려줄 것이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시황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 살 껍질이 따갑게 느껴졌다.


“자, 그럼 소협을 잘 알고 있는 나를 죽일 것이오? 아니면 술을 살 것이오?”


“도사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연히 술을 사겠습니다.”


가까운 객잔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여러 가지 요리와 술을 시키자 도사는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시킨 요리를 다 먹고 난 후 


“소협은 생각이 많아 입맛이 없으신가 봅니다.” 하며 또다시 술과 요리를 더 시켰다.


그가 먹기를 잠시 멈춘 사이 시황이 물었다.


“도사님은 혹시 무공을 할 줄 아십니까?”


“허허, 천기를 알려면 천도를 알아야 하는데 그깟 무도를 모를 리 있겠소. 다만 무도의 길을 가지 않을 뿐이죠.”


“도사님, 저는 어릴 때부터 불법과 무공만을 수련해 왔는데 얼마 전 사람도 죽였고 수많은 짐승들도 살생 했습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이 무인의 길입니까?”


술을 한 사발 들이 킨 도인이 오히려 시황에게 물었다.


“소협의 이름은 무엇이오?”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서시황’이라 합니다.”


“성이 ‘서’씨라? 그것이 확실합니까?”


다시 한번 소름 돋게 깜짝 놀란 시황은 대답했다.


“제 아버님이 저를 사막에서 주워와 키우셨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도사님은 어찌하여 저의 과거까지 알고 계십니까?”


“나는 강호에서 ‘만사통’이라 부르는 ‘제갈수’라 하오. 세상사 모든 것은 다 알지 못하나 세상 돌아가는 일과 천기를 볼 줄 알아 다들 그렇게 부른다오.”


시황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요즘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자를 탁자 앞으로 바짝 당기며 말했다.


“제가 강호에 처음 나와 뜻하지 않게 구청산 산적의 수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길이 옳은 길인지, 그래서 제가 가야 할 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배운 것이 부족하여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혹시 저의 스승님이 되시어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허허, 스승이라! 소협에게는 나보다 훌륭한 분이 이미 정해져 있어 스승이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소협과 의형제를 맺을 수는 있소.”


그 말을 들은 시황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자신의 성도 모르고 부족한 것이 많은 서시황, 앞으로 제갈수 형님을 평생 동안 받들며 신의와 정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하며 절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제갈수는 말했다.


“이제 태양이 중천으로 떠올라 만백성을 비출 것이다.” 하며 대소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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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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