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32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8.03 15:16
조회
85
추천
1
글자
12쪽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DUMMY

푸드득-.


천하제일가로 한 마리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편지를 손에 든 민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 아버님, 관욱 입니다.


함곡관의 강성한 장군은 오만의 ‘흉노족’과 대치 중이라 벽황산으로 군사를 보낼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태후는 여전히 태후궁을 공사 중이며, 모든 제후들도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아마 흉노와 황실 간에 어떤 밀약이 있는 듯싶습니다.


저희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것 같으니 속히 벽황산에서 벗어나 황하를 건너시길 바랍니다. )))


분노에 찬 민혁이 ‘삼매진화’를 일으키자 손에서 불꽃이 일어나 편지를 재로 만들었다.


그 순간 수호대 대장 ‘우룡찬’이 허겁지겁 들어와 말했다.


"성주님! 벽황산을 지나 관중으로 나아가던 적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벽황산을 포위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거대한 돌들로 방위벽을 쌓을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수십 대의 투석기를 산장을 향해 배치해 놓았습니다."


민혁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담담히


"알았다. 물러가거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주님, 흉노족이 사신을 보내 성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잠시 숙고하던 민혁이 명령을 내렸다.


"들어오라고 해라."


우람한 체구의 투구와 갑옷을 입은 20대의 젊은 장수가 들어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는 대족장이신 ‘갈마휘’의 아들 ‘갈리평’이라 합니다.


아버님께서 대협을 만나 뵙고 단둘이서 말씀을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내일 저녁 저희 군영으로 오실 수 있으신지요?"



민혁은 갈리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자네는 지금 몇 살인가?"


"네, 스물셋이옵니다."


"중원은 처음이고?"


"아닙니다. 어릴 적 아버님이 중원의 서책을 좋아하셔서 서책을 구하러 아버님과 두세 번 온 적이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있느냐?"


"아버님은 살인을 싫어하십니다. 그래서 이번, 부족을 통일하시면서도 싸움을 하지 않아 아직까지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 훌륭한 아버님을 두었군. 내가 내일 가겠다고 전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신이 떠나자 ‘성관영’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서로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군영으로 혼자 가신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민혁은 잔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대륙에서 나를 죽일 수 있는 자는 나 자신뿐이다. 그러니 걱정 마라.


하지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진장로’의 말에 따라 행동 하거라. 알겠느냐, 관영아?"


"예, 알겠습니다, 아버님."




다음 날 저녁, 민혁은 밤하늘의 별만큼 수천의 호위 무사들이 철갑과 투구를 쓴 채 도열해 있는 진영 앞에 도착했다.


백여 장 앞 거대한 천막 앞에 황금색 투구를 쓴 적장 ‘갈마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민혁은 ‘현무신공’을 십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광휘가 주변의 모닥불까지 더해져서 노을처럼 들판으로 퍼져 나갔다.


주변 군인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솟구친 몸은 십 장 가까이 떠올라 갈마휘의 천막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란 호위대가 수천 발의 화살과 쇠전을 민혁을 향해 날렸지만 몸 가까이에 가지도 못하고 초겨울 삭풍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수수 대지 위로 떨어졌다.


민혁이 갈마휘 앞 십 장 되는 곳에 이르러 몸을 천천히 아래로 하강하자 이번에는 창과 칼이 민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민혁은 팔장을 낀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칼과 창은 부러지고, 공격을 한 호위 무사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때 갈마휘가 소리쳤다.


"모두 물러나라!"


호위대가 썰물처럼 물러나자 갈마휘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성 대협에게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저 갈마휘, 대협께 인사드립니다."


"저 성민혁, 족장님께 미천한 재주를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두 사람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앉자 갈마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현무성의 무공으로 칠왕국을 통일했다더니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직접 볼 수 있어 영광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제가 작은 재주를 뽐낸 것은 전 무황제와 현무성 사이에 한 약속인, 어떤 경우에도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도 그 사실은 알고 있기에 이렇게 대협을 청해 술 한 잔하며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봐라, 어서 대협께 술을 올리거라!"


그러자 커다란 항아리에서 두 그릇에 술을 따라 각각 한 잔씩 갈마휘와 민혁에게 올렸다.


갈마휘는 단숨에 술을 들이 킨 후 말했다.


"성대협, 이 술은 말 젖으로 만든 우리 부족의 술로 마유주라고 합니다.


서로 친구가 될 때 석 잔을 마셔 우정을 맹세합니다.


대협께서는 저와 친구가 되실 수 있겠습니까?"


민혁도 호탕하게 웃으며


"어찌 족장님의 뜻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기꺼이 마셔야지요." 하며 석 잔의 마유주를 연달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본 갈마휘도 두 잔을 더 마신 후에 물었다.


"대협께서는 작금의 황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의 황실로 인해 부모님과 조부님을 잃었습니다.


어찌 황실에 불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저희 집안의 희생으로 무고한 백성들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럼 이번 전쟁에서 제가 공격을 멈추어 더 이상의 싸움을 하지 않고 백성들의 희생을 막는다면 대협은 또 희생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 하나의 죽음으로 확실하게 전쟁을 멈출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리 할 것입니다."


"성 대협.., 저 역시 전쟁과 살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을 통일하고 거병을 한 이유도 같은 대륙에 살면서 오랑캐라 손가락질하며 우리를 짐승 취급하고 무리한 조공을 요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대협의 숭고한 뜻을 존경하고 따르려 합니다.


대협께서는 백성들에게는 영웅이시지만 그러나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두 가지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황실로부터 성대협과 현무성을 없애 준다면 화북 지방을 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림의 문파들에게서 받은 제안으로 대협을 넘겨준다면 전쟁에서 황실의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협은 이 제안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혁은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그들의 한심한 행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족장님께서는 두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협께서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저나 그 누구도 감히 대협을 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모든 것은 대협께서 정하실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대협의 죽음으로 더 이상 대협의 가족이나 현무성을 저희 부족에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민혁은 갈마휘를 직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십 년 전, 황제와 마교 그리고 무림맹이 어리석게도 지금처럼 백성을 저버리고 현무성을 배반했습니다.


그 결과 마교는 멸망했고, 무림맹은 이십 년간 봉문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으며 황제는 내 손에 목이 잘렸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또다시 현무성을 배반했고 백성을 저버렸습니다.


이제 제가 떠난 후 현무성을 배반한 황실의 주인은 다른 성으로 바뀔 것이고, 위선의 정파 무림 또한 강호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까지 족장님은 나와의 약속을 지켜주실 겁니까?"


그 순간 갈마휘는 민혁의 눈에서 부족의 신물(神物)인 푸른늑대-청랑(靑狼)의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전사답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성대협."


그 말이 끝나자 막사의 휘장이 젖혀지며 우루루 무림인들이 몰려나오며 그중 비쩍 마른 노인이 악에 받친 듯 외쳤다.


"현무성주 성민혁!! 네놈이 광오하기 이를 데 없구나!! 감히 황실을 바꾸고 무림을 없앤다!!네놈이 마교를 이용해 무당과 소림의 장문인을 죽이고 무림맹을 와해시켰지만 이제는 어림없다!!"


민혁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아까부터 막사의 휘장 뒤에서 씩씩대던 네놈은 누구냐?"


"나는 ‘천수독’라 한다. 네놈 손에 돌아가신 당문의 ‘천화수’가 나의 형님이시다."


민혁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천화수는 죽어가면서 절대 복수는 안 할 것이며 지옥에서도 잘못을 뉘우치겠다며 자진했다. 너는 나라 걱정은 안 하고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네놈을 죽이기 위해 40년간 연구한 ‘단쇄신 절독’을 네놈의 술잔과 의자에 뿌리고 있었다. 이제 네놈의 몸은 서서히 마비가 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민혁은 무의식적으로 왼팔을 들어 오른손 손목을 만졌다.


피독주가 박혀있는 현무령이 없었다. 그 순간 두 팔이 저려오며 등줄기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천수독이 외쳤다.


"모든 독은 혈맥을 통해 전달되지만 이 독은 신경을 통하기 때문에 내력으로 태우거나 뽑아낼 수가 없다. 그러니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거라!!"


그러자 민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죽기 위해 이곳에 왔기에 그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 독은 강호에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될 것 같으니 죽기 전에 너는 데려가야겠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라."


그 말을 들은 ‘천수독’은 부지불식간에 몇 발짝 뒤로 물러나 무당 장문인 ‘곽일수’ 뒤로 숨었다.


민혁은 군웅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 정파들은 명성에 도취되어 무공 증진에 소홀하다가 마교가 등장하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래서 내가 허명을 쫓지 말고 무공 증진에 절치부심하라고 이십 년간 봉문을 시킨 것이다.


그런데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나라를 팔고 백성을 외면하다니, 그러고도 어찌 정파라 할 수 있느냐?"


그 말을 들은 정파 고수들은 얼굴이 붉게 구겨지며 외쳤다.


"마교와 내통하여 황제를 죽인 놈이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그러자 무리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인이 무성한 백발을 휘날리며 민혁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무형문’의 문주이자 과거 극락전의 전주였던 ‘독인성’이다. 사십 년간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 순간 그의 소매 속에서 비수가 쏘아져 나와 민혁의 복부에 꽂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화산’, ‘청성’, ‘무당’의 칼과 점창, 그리고 ‘소림’의 장력이 민혁의 몸에 장렬했다.


칼날들을 따라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민혁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갈마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갈마휘는 약속은 지키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민혁은 허망한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향해 중얼거렸다.


"서연..., 이제 당신을 만날 수 있겠구려. 그동안 보고 싶었소."


그리고는 민혁의 몸에서 화르륵 불꽃이 일어나 자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뼈가녹고 살이 타는 연기속에서 몸에 꽂혀 있던 비도가 섬전처럼 쏘아지며 ‘천수독’의 목을 뚫어버렸다.


태워진 육신의 마지막 재가 하늘로 떠오르자 한 줄기 유성처럼 모든 것을 지켜보던 한 남자의 눈물방울 위로 떨어졌다.


그는 ‘진호충’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