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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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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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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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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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드러난 진실(2부 12화)

DUMMY


며칠 후, 천축사 청룡각 주지의 방에는 주지와 방장, 그리고 검은 수염을 늘어뜨린 중년의 사내가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주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시주께서는 어인 일로 부상당한 여인을 안고 이곳 천축사로 오셨습니까?”



그 중년 사내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예, 저는 영추 스승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말을 들은 방장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니, 그럼 천문지리와 의술에 정통하여 문 황제 시절 대제학까지 지내신 영추 도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방장은 더욱 놀라며 물었다.


“그럼 시주께서는 ‘만사통’이라 불리는 ‘제갈수’가 아니십니까? 그런데 이곳에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제갈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 보이찰 산에 천도지체의 삼성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찾으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셔서 왔습니다.”



순간, 주지는 방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방장 스님께서 전에 말씀하신 ‘지경’을 가리키시는 것 아닙니까?”



방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수에게 물었다.


“그 아이를 찾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갈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그 아이가 부모 형제를 죽이는 천륜을 거슬리는 큰 업을 저지를 수 있다 하시며 저를 이곳으로 보내 그것을 막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업의 씨앗이 제가 데리고 온 여인입니다.”



주지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여인이 누구길래, 여인 때문에 천륜을 어긴다는 것입니까?”



제갈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저 여인은 그 삼성을 타고난 아이의 운명의 여인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뱃속에 있던 갓난아이를 빙궁에서 빙정으로 죽였습니다.


여인의 목숨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제갈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어갔다.


“하늘이 내린 천도지체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분노를 막지 못하면 빙궁은 불타고, 모든 식솔들은 죽임을 당할 뿐만 아니라 그 화가 만 백성에게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그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 여인입니다.”



주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시주님을 도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제갈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선 저 여인을 살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화신단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저 여인은 빙정을 맞기 직전에 여러 알의 열화신단을 취한 듯합니다.


그래서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었지만, 몸 안 내장 깊숙한 곳까지 음기가 침투했습니다.


그것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 년 이상 열화신단을 복용해야 합니다.”



제갈수의 말을 들은 주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인을 위해 열화신단을 사용한다면 열화대전을 열 수 없고, 그러면 천축사의 무공은 쇠락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때 방장이 미소를 띠우며 갈등하는 주지에게 말했다.


“명정 스님, 지경은 우리 천축사에서 뜬 태양입니다.


그로 인해 천축사의 불법이 만천하에 자비와 사랑을 내려 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 @ @ @



궁주 성수진은 어머니의 일생의 꿈이었던 남동생을 찾았건만, 만나자마자 그를 여동생이 죽였다는 사실에 어이없고 기가 막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왔다.


한참 동안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수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그 아이는 태양 지체를 타고났다! 쉽게 죽을 아이가 아니다!!”


수진은 방 바깥에 있는 제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비상종을 울려라!!! 그리고 당장 빙궁의 모든 제자들과 외궁에 있는 제자들까지 모두 집합시켜라!”




다음 날 새벽, 사구의 바위 위에 올라선 수진은 가영에게 물었다.


“네가 마지막 일장을 가한 곳이 어디고 어느 방향이냐?”



가영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겨우 대답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수진은 사구 밑에 도열해 있던 수백 명의 제자들에게 단호하게 외쳤다.


“맨 아래쪽부터 모래들을 걷어내기 시작해라!”



제자들이 망설임 없이 모래를 걷어내기 시작하자, 성수진은 그들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제발 시체가 나오지 말기를, 그래서 그 아이가 살아있기를—수진의 마음은 이 간절한 바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벽에 시작된 작업은 저녁까지 이어졌지만, 수진과 가영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준 듯,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


모래를 덮어둔 바위 근처를 조사하던 한 장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궁주님~!! 이곳에 동굴이 있습니다!”



수진은 급히 장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굴은 바위 밑 그늘 안쪽에 있어, 바닥에 엎드려야만 볼 수 있는 매우 작은 틈이 보였다.


겨우 한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협소한 동굴이었다.


수진은 동굴 안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동굴 안쪽, 천장의 바위 틈에 걸려있는 반쪽짜리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수진은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목걸이는 어머님 말씀에 따르면 흑운교 교주의 어머니, 요화공주의 유품인데... 이것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 아이가 흑운교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다음날, 수진은 모든 제자들에게 오아시스 근처의 마을을 샅샅이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며칠 후, 제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빙궁의 한 제자 이름은 수영이었고, 그 젊은 중의 속가명은 ‘서시황’, 법명은 ‘지경’이었다.



수진은 이 아이가 자신의 동생일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그의 아버지가 20여 년 전 주워와 키운 아이라는 사실이 그 확신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수진은 비상 장로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는 나라에 전란이 일어났어도 열지 않았던 것이었다.


회의가 소집되자 참석자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모여들었다.


수진이 어제 사막을 파헤친 이유를 설명하자, 모두가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희망에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수진은 현무성과 빙궁의 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촌장에게 물었다.


“촌장님, 지금 마을에 현무성의 제자가 몇 분이나 계신가요?”


“예, 궁주님. 모두가 성주님의 명령에 따라 황하 서쪽 무진으로 달려가서, 저를 포함해 십여 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수진은 잠시 생각한 후, 촌장에게 부탁했다.


“제가 동생을 찾으려 하는데, 빙궁은 여자들뿐이라 강호에서 활동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더군다나 그 아이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모른 채 빙궁을 원망하고 있어서, 빙궁의 고수들을 만나면 피할 수도 있습니다.


현무성과 빙궁이 함께라면 빙궁으로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빙궁 제자들과 함께 그 아이를 찾아 주세요.


그 아이는 부상을 당한 채 강호로 나간 듯합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 현무성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중원 각지에 있는 분타에도 연락을 취해 동생분을 찾겠습니다.”



수진은 곧바로 부궁주 가영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는 호위 무사들과 함께 중원으로 갈 것이다.


너는 다른 생각 말고 궁을 지키고 있거라.


필요하면 연락할 것이니 언제든 전력을 다해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궁주님!”



@ @ @ @ @


며칠 후, 궁주 성수진은 천축사를 찾았다.



주지 스님이 차분하게 물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궁주님께서 어떻게 이곳을 방문하셨는지요?”


“스님, 수행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혹시 이곳에 법명이 ‘지경’이라는 스님이 계신가요?”



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이곳에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해 아직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수진은 깊은 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지경 스님은 제 어머니가 23년 전 사막에서 잃어버린 제 동생입니다.


당시 어머님은 무공을 잃으셨고, 조산으로 인해 아이가 두 달이나 일찍 나와 사막에서 분만을 하셨습니다.


그때 모래 폭풍이 덮쳐 그만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이는 실종되었는데, 그 아이가 ‘지경’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주지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그 아이가 ‘성민혁’ 대협의 아들이 되는군요. 빙궁의 전 궁주님께 그런 불행이 닥쳤었다니... 나무아미타불.”



수진은 간절하게 물었다.


“스님, 혹시 그 아이를 길러준 아버지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죄송합니다만, 속세의 인연을 끊어야 하는 것이 절이라 저희도 잘 모릅니다.”



수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혹시 이곳으로 그 아이가 찾아오면, 신상 내력을 말씀해 주셔서 빙궁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지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혹시 만사통을 찾으시면 그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궁주님, 염려 마십시오. 지경은 꼭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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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2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8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1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4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1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3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3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89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89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7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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