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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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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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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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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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화문 (2부 38화)

DUMMY

며칠 후, 위수를 지나 시안으로 향하던 길에 소소가 명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라버니는 무인이신데 왜 검을 지니고 있지 않으신가요?”


시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아는 검초식은 단 하나뿐이지만, 장법은 수십 가지를 알고 있거든.


어느 경지에 올라서면 장(杖)을 검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굳이 검이 필요 없지.


그런데 소소는 매일 등에 메고 다니는 게 검이 아닌 듯한데, 그것이 무엇이냐?”


“비파입니다.”


시황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네가 악기를 다룰 줄 아느냐?”


소소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오라버니. 저는 네 살 때부터 비파를 배웠습니다.


조부께서 초나라를 치실 때 어느 마을을 향해 가던 중, 한 소년이 마을 앞 당산나무 밑에서 비파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그 소년의 연주가 전장의 참혹한 현장을 묘사하는 듯하여, 조부께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그 후 조부께서는 그 마을을 피해 지나갔고,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양자로 삼으셨습니다.”


소소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분은 성인이 되셔서 저희 집을 떠나 30년 만에 돌아오셨습니다.


몇 해 전 돌아가실 때까지 저희 집에서 머무르셨죠.


나중에 알았는데 그분을 강호에서는 탄금파 허운이라 불렀고 비파와 거문고에 능하셨다고 합니다.”


시황은 놀라며 물었다.


“그래서 너는 그분께 비파를 배웠다는 거냐?”


소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아미파에 간 이유도 아미파 문주님께서 음공을 하셔서 그분께 소리에 내공을 싣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시황이 다시 물었다.


“그럼, 너의 스승님은 내공을 사용하실 줄 몰랐나?”


“아니요. 날아가는 매를 음공으로 떨어뜨릴 만큼 대단하셨어요.


다만, 스승님의 내공이 여자인 저에게 맞지 않는다고 하시며 아미파로 저를 보내셨죠.


아미파 장문인도 그분에게 음률을 배우셨다고 합니다.”


시황이 감탄하며 말했다.


“대단한 분에게 배웠구나. 언제 너의 비파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


소소가 쿡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그런데 아마 후회하실 거예요.”


시황이 의아한 듯 물었다.


“무슨 이유 때문이냐?”


소소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건 그때 가시면 아실 거예요.”


@@@


이야기가 끝난 후, 시황과 소소는 시안현 앞에 있는 팔모산을 넘기로 했다.


그들은 역참에 말을 맡기고 지름길인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소소는 말을 타고 천천히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황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었다.


걷던 중, 시황이 조용히 말했다.


“소소야, 저 앞에 가는 무인들을 보아라.


맨 앞에서 수염을 휘날리는 무인의 허리춤에 쌍검이 꽂혀 있는데...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서문 호법의 말로는 무림에서 쌍검을 사용하는 고수는 화산파의 장문인 밖에 없다고 하던데.. 이곳에 무슨 일로 왔을까?”


소소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화산파가 아닙니다.


화산파는 옷소매나 깃에 매화 무늬가 있는데,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저들의 긴장된 모습이 이상하구나. 잠시 멈췄다가 멀리서 뒤를 따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정상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퍼-벙’하는 장력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시황은 즉시 가까이 접근하여 소소의 허리를 잡아채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무성한 나뭇잎 뒤에 몸을 숨긴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소는 난생처음 가까이서 느껴보는 시황의 채취와 따뜻한 체온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굴은 붉어지고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리자 시황이 다정하게 소소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소소야, 겁먹지 말고 긴장을 풀어.”


시황의 말에 소소는 심장이 터질 듯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서는 쌍검을 든 무사의 수하들이 부상을 입은 듯 나무에 기대어 있었고 검은 무복을 입은 복면인들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쌍검을 든 검사가 고개를 들며 외쳤다.


“네놈들은 누구냐! 왜 다짜고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냐!”


복면인의 우두머리가 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신화문 문주라더니 제법이구나!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고, 죽어줘야겠다!!”


그 말을 마치자 복면을 쓴 십 여명의 흑의 검수들이 협공하여 문주와 수하들을 치기 시작했다.


살수들의 공격을 강력한 장력으로 막아내던 문주는 수하들이 또 죽거나 부상을 당하자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다 뒤로 물러나라!” 하며 두 손을 교차하며 쌍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복면의 우두머리가 비웃으며 말했다.


“네 쌍검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어디 한 번 펼쳐 보거라.”


그 말을 마치고 우두머리는 수하들과 함께 문주를 향해 협공을 시작했다.


혼자서 십수 명을 상대하는 문주는 갑자기 신들린 무당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방을 뛰어다니며 물방울을 튕겨내듯 아름다운 매화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화산파의 매화검법이었다!


빠르고 화려한 검의 움직임은 눈을 현란하게 하여 어디로 검기가 향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수들의 몸에 하나둘 매화의 낙인이 찍히며 절반 가까이가 고꾸라졌다.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는 시황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저놈들은 무형문의 살수들이다! 나무 뒤와 위, 땅속과 바위 뒤에 총 여섯 명이 더 있다!!’


그 순간 매복하고 있던 살수들은 마지막 일격을 하려는 듯 미약한 호흡마저 멈추었다.


그때 시황이 박수를 치며 전장으로 기러기가 모래밭 위에 내려앉듯 평사낙안(平沙落雁)의 신법으로 날아 내렸다.


갑자기 나타난 시황이 전장 가까이 접근하며 말했다.


“아름다운 매화검법의 향기에 취해 저도 모르게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


저 말고도 땅속과 나무에 숨어 있는 쥐새끼들이 방해를 할까 봐 이렇게 무례를 범했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시황은 빠르게 사방으로 장력과 지풍을 쏟아냈다.


땅에서는 피가 솟구치고, 나무 위와 쪼개진 바위 뒤에서는 비명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살수들은 놀란 눈을 부릅뜨고 도망치려 했으나, 시황의 장과 문주의 매화검법이 그들을 덮치자 모두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문주는 쌍검을 두 손으로 모으며 말했다.


“신화문의 설동성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황이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얼마 전에 무형문의 매복한 살수들에게 당한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섰습니다.”


“이 살수들이 무형문의 살수들입니까?”


“그렇습니다, 문주님.”


그 말에 설동성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큰일이구나···”


무형문에 원한이 있는 시황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예, 우선 부상자들이 있으니 마을로 내려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치료를 끝낸 후, 시황과 소소, 그리고 문주 설동성이 둘러앉았다.


소소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문주님은 신화문의 문주이신데, 어떻게 화산파의 무공을 할 줄 아세요?”


설동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젊은 시절, 십여 년간 화산파의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스승님처럼 모시던 둘째 사형께서 대사형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한쪽 눈과 팔을 잃으셨고 저도 그 일로 인해 쫓겨났습니다.


그 당시 저희 집안에서 화산파를 후원하고 있지 않았다면 저도 큰 수모를 당했을 것입니다.


그때 사형께서 한 달간 저희 집에서 치료를 받은 후 떠나시면서, 저에게 화산파에서 장문인 에게만 전승 되는 최고의 검법인 만화만개(萬花滿開)라는 초식을 알려주셨습니다.”


소소가 안타까운 마음에 물었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저도 뵙고 싶지만, 낭인으로 떠돌고 계신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설동성은 시황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협은 어느 문파에 소속되어 계십니까?”


시황이 대답을 망설이자, 소소가 대신 나서며 말했다.


“태양 장군이십니다!”


문주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서쪽 땅에서 민란을 잠재우고 많은 백성을 구제하신다는 그 태양장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소소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러자 시황은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으며


“헛소문일 뿐입니다. 그런데 무형문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설동성은 한숨을 내쉬며 과거를 떠올리듯 말했다.


“삼십 년 전, 많은 무림 방파가 새로 생겨나면서 서로 세력 다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저희 신화문과 흑호문, 그리고 적혈문이 정사를 떠나 다른 문파와의 싸움에서 서로 돕기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삼 년마다 한 명의 총사를 뽑아 그의 지휘 아래 세 개의 파가 움직이는 것이 그 동맹의 약속이었습니다.


물론 무조건 명령에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인의에 벗어나는 일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가 있지요.


그래서 사파라고 불리긴 하지만, 실제로는 사파가 아닙니다.”


설동성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은 무림이 안정되어 총사 자리가 유명무실했는데 최근 천하제일가의 성대협께서 돌아가시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육대문파가 무림맹에 가입해 천하제일가에 대항하자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시황이 물었다.


“신화문은 무림맹에 가입하지 않습니까?”


“네, 우리는 가입을 원하지 않습니다.


평소 성대협을 존경하고 있었고 그런 그분을 시해한 육대문파에 동조하기 싫어섭니다.


하지만 무형문의 하수인 격인 적혈문과 은자가 아쉬운 흑호문은 가입을 원합니다.”


설동성은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이번 대회는 더 이상 친선의 장이 아닙니다.


존망이 걸린 싸움이 되었기에 제가 직접 나서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걸 눈치 챈 무형문이 살수들을 보낸 것이지요.”


시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됩니까?”


“각 파에서 세 명씩 나와 승자 연승방식으로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웁니다.


그 승자가 총사가 되는 것이죠.”


설동성은 결심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황에게 부탁했다.


“소협! 부상자들 때문에 우리의 참가인원이 부족합니다. 도와주신다면 훗날 꼭 보답하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시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력한 힘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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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8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5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1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6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4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50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2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4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4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8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3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8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9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5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3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2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2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9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1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7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4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4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3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7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11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101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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