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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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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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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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DUMMY

구승은 자신이 뒤로 밀리며 속에서 기혈이 들끓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일장의 패배를 만회할 겸 칠성의 내력을 양손으로 내뻗어 지하를 향해 날렸다.


피할 줄 알았던 지하도 똑같이 양손을 내뻗으며 맞받아 쳤다.


그것을 바라보는 황승보는 가슴이 조여들고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이윽고 ‘쾅—!!’ 하는 폭음과 함께 드러난 상황은 믿을 수 없게도


지하는 그 자리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데, 구승은 뒤로 주르륵 밀려나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손가락으로 구승을 가리키며 “코피 난다” 하자,


그제야 구승이 손등으로 코피를 닦았지만 이미 수치심으로 시뻘개진 얼굴은 피가 더해져 더욱 새빨개졌다.


화가 머리를 뚫고 나와 하늘로 솟구친 구승은 진력을 십성으로 끌어올려


정도문 최고의 장법으로 꼽히는 복천장을 펼치며 지하를 압사시킬 듯 덮쳐갔다.


그러자 지하는 이번에는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팔행보법을 펼쳐


구승이 덮치는 속도보다 빠르게 방향을 틀어 구승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구승은 “끄억” 하는 소리를 지르며 옆구리를 부여잡고 부릅뜬 눈으로 황지하를 쳐다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호법들을 비롯한 구경꾼들 모두가 그랬다.


특히 황승보는 더욱더 믿을수 없었다.


그때 그의 눈에, 하급 무사들의 맨 뒤에서 흐뭇한 미소로 지하를 바라보는 서호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그렇다...! 이건 문주님의 솜씨다! 하지만 언제부터 지하가 문주님에게 사사를 받은 것일까? 며칠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


구승은 덩치만큼이나 맷집도 대단했다.


이번에는 복천장의 후반 12초를 연속으로 펼치며 지하를 몰아쳤다.


그러나 초식이 펼쳐질 때마다 지하는 현란한 팔행보법으로 요리조리 피하며 구승을 바람에 흩날리는 허수아비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은 점점 비지땀을 흘리며 허우적대는 구승에게 동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구승은 난생처음 당하는 수모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우직한 구승은 마음을 다잡고 12성의 진력을 뽑아내 복천장의 최후 절초 복천멸공을 펼쳤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치욕을 벗어나기 위한 승리만 있을 뿐, 지하의 안위에는 털끝만한 관심도 없었다.


양팔을 찢을 듯이 펼쳐 학의 두 날개가 천지를 감싸듯 지하를 덮쳐갔다.


이번에는 지하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도 양팔을 교차시키며 횡으로 하늘과 땅의 경계선을 긋듯 무겁게 갈랐다.


월하장의 ‘야광지월’이었다.


그러자 ‘콰과과- 쿠앙!’ 하며 하늘과 땅이 부딪치는 소리가 진동하며 흙먼지가 일어나 기왓장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 흙먼지 속에서 날개가 찢긴 갈매기의 구슬픈 비명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으아악—’ 하는 절규를 지르며 구승은 서호가 있는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면 즉사할 상황이었다.


이때 서호가 벌떡 일어나 양팔을 뻗었다.


그러자 날아가던 거대한 몸의 구승은 속도가 급격히 줄더니 마침내 허공에서 서서히 서호의 품안으로 날아들었다.


구승을 서서히 바닥에 눕힌 서호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는 그의 단전에 손을 대고 진력을 이용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부상 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오장육부가 뒤틀렸고, 뼈마디는 여러 곳이 부서져 있었다.


서호는 진기를 내뿜으며 한 손으로는 뒤틀린 내장을 바로잡고 다른 손으로는 부서진 뼈와 끊어진 혈맥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점점 내공의 수위를 올려가며 태양신공을 주입하자 마침내 서호의 몸에서 금빛 광휘가 뿜어져 나와 서호는 물론 구승까지 감싸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태양신이 강림한 듯한 서호의 금빛 광휘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구승이 겨우 눈을 떴다.


그제서야 서호가 단전에서 손을 떼었고 금빛도 사라졌다.


이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던 지하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울먹이며 외쳤다.


“문주님!! 제가 이틀 동안 배운 무공이 이렇게 위력적인 줄 모르고 대사형을 죽일 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문주님에게 이틀 동안 배운 무공’이라는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호법들 역시 자신들도 모르는 ‘문주’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때 황승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정도문의 문도들은 들어라!


저분이 우리가 30년을 기다려온 아수라마경을 가져오신 문주님이시다.


모두 일어나 인사를 올리거라!!”


그때 제 일호법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멈추어라!!”



오랫동안 최고의 지위에 있었고 같이 동고동락한 일호법이 외치자


엉겁결에 절을 하려던 문도들이 모두 허리를 펴며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일호법은 평소 늘 비어있는 문주의 전각을 바라보며


내심 자신이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갑자기 등장한 문주의 존재가 반갑지만은 않았다.



일호법이 외쳤다.


“소협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들이 30년간 지켜온 정도문의 문주자리는 마경뿐만 아니라 우리를 이끌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저와 대결해서 이기신다면 우리 정도문의 모든 문도들은 기꺼이 소협을 문주로 인정할 것입니다.


대결에 응하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자신을 무시하는 사뭇 도발적인 말을 들은 서호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하며 정중하게 포권을 한 후 연무장의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이미 밤이 깊어 연노란 달빛이 연무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일호법과 서호가 마주 섰다.


일호법은 얼마 전 새롭게 창안한 검법으로 문도들 앞에서 기세를 한껏 떨쳐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함은 물론, 더불어 문주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


서호 또한 이번이 확실하게 자신을 각인시킬 좋은 기회라 여겨 전력을 다하리라 마음먹었다.




서로 다른 마음을 품은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일호법은 자신의 애검 벽란검에 6갑자에 이르는 내력을 가득 실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가 3장 넓이의 연무장을 뒤덮으며 휩쓸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호는 정도문의 팔행보법을 느리게 펼쳐 검기를 피하거나 장력으로 검의 방향을 틀어지게 하며 아슬아슬하게 대결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일호법은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둘렀고, 그 속도에 맞춰 서호의 팔행보법의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검풍은 주변 사람들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만들며 세차게 몰아쳤고, 서호도 팔행보법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며 마치 두 사람이 움직이는 듯하더니,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마침내 여덟 방위에 모두 서호가 있는 듯하여 일호법은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몰라 눈을 사방으로 두리번거렸고, 벽란검은 허우적거렸다.


그러자 처음으로 서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일호법이 가슴으로 밀려오는 장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서호의 장력은 눈이 달린 듯 빙글 돌아 등에서 터졌고 일호법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빠르게 몸을 돌려 검이 뒤로 향하는 순간, 이번에는 배 쪽에 장력이 터지며 허리가 굽어졌고, 다시 옆구리에서 장력이 터졌다.


사방을 돌아가며 얻어맞기 시작한 일호법의 길 잃은 검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랐고, 그리고 향할 수조차 없었다.


서호가 펼치는 팔행보법은 정도문의 신법이라 일호법 역시 잘 알고 있어 다음 방위를 짐작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예상은 모두 빗나가 허공에 부채질하듯 단 한 번도 시원하게 적중되지 않았다.


그 사이 무수히 얻어맞은 일호법의 몸은 쓰러지려 해도 쓰러질 수도 없었다.


차라리 강하게 쳐서 고꾸라지게 하면 좋으련만,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신나게 두들겨 패기만 하는 것이었다.


일호법은 검을 집어던지고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무인의 자존심인 애검을 팽개칠 수는 없었다.


서호의 진기는 지치지도 않는지 빠른 보법과 장력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이미 칼을 들 힘도 없는 일호법이 팔을 늘어뜨리며 칼을 땅에 떨어뜨리자


그제야 서호는 보법을 멈추고 문도들을 향해 일갈했다.


“정도문에 30년간 내려온 사조님의 유지를 무시하고


나를 문주로 여기지 않은 죄는 마땅히 죽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오늘이 첫 대면이라 이것으로 대신하겠다.


오늘은 구승의 부상이 심하여 치료가 우선이라 여러분과의 인사는 내일 아침에 정식으로 하겠다!”


서호는 구승을 안고 내전을 향해 문주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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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8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1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3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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