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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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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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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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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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2부 22화)

DUMMY

무진을 떠난 서호는 열흘이 지나서야 정도문에 도착했다.



"황지하 낭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서호가 수문장에게 말했다.


평소 거칠고 대담한 성격으로 남자를 우습게 알던 그녀에게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는 것이 수문장은 매우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내전으로 들어갔다.


수문장이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공 수련을 하다 나온 듯 흰색 무복을 입은 지하가 나왔다.


서호를 발견한 지하는 미소가 새어나오는 얼굴을 순간 무표정으로 재빠르게 감추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눈을 찡긋해 보이고 한껏 위엄 있는 목소리로


"소협!! 오랜만이군요. 저를 따라오시지요!!" 하며 앞장서서 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그녀는 서호의 목을 끌어안고 격렬한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당황했던 서호는 달콤하게 젖은 입술의 부드러움과 말랑거리는 뛰는 가슴이 느껴지자 그녀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고 쌓인 그리움을 녹이려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호는 순간 지하를 살짝 밀어내고는 작은 소리로 "누가 오고 있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헛기침 소리와 함께


"지하야, 거기 있느냐?" 하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당황한 그녀는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예, 아버지" 하며 문을 열었다.


50대 초반에 떡 벌어진 어깨와 큰 키의 지하의 아버지 황승보는 방 안을 쓱 훑어본 뒤


"아니, 손님이 왔는데 차 한 잔 내오지도 않고 뭐 하는 것이냐?" 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하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빨개진 얼굴을 들킬세라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


서호는 포권을 하며 "무림 말학 남궁서호라고 합니다."


"그럼 자네가 얼마 전 사마귀를 잡을 때 도움을 주었다는 그 청년이군. 어서와 이리 앉게."


황승보는 자리를 안내하는 듯 등 뒤에 손을 올리고는 1성의 진기를 주입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자, ‘내가 너무 조금만 주입했나?’ 하며 2성의 진기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진기는 반발력을 일으키지 못하고 어둠 속에 뿌려진 재처럼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사라진 자신의 진기가 어이없어 이번에는 4성에서 5성, 5성에서 마침내 6성의 진력을 폭포수같이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진기의 폭포수는 천지혈이 뚫여 이미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서호의 단전에서 바다위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이번에도 마법처럼 사라졌다.


놀란 황승보는 서호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으며


"자네의 내공심법은 무엇이라 하는가?"


잠시 생각하던 서호는 품속에서 아수라마경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본 황승보가 말투를 바꾸며


"혹시.... 아수라마경 아닙니까?"라며 물었다.       


서호 역시 긴장된 표정을 감추며 담담하게


"네. 아수라마경이 맞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승보는 벌떡 일어나


"정도문의 제5호법 황승보 인사드립니다." 하며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자 서호는 진력을 발휘하여 황승보를 떠받치며


"호법님, 예의를 거두어 주십시오." 하자


황승보는 이참에 조금 전의 마법 같은 현상이 사술인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내공 탓인지 알고 싶어 십성의 내력으로 힘을 가했다.


그러자 서호 또한 이번에는 실력을 보여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문주로서 진심 어린 승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기를 이용해 반쯤 무릎 꿇은 황승보를 그대로 공중에 띄우기 시작했다.


황승보도 질세라 십이성의 모든 진력을 쏟아 이마의 핏줄이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진기 대결을 하기 시작했다.


황승보가 어머니의 젖을 빨던 힘까지 다해 용을 썼지만 몸은 점점 떠올라 천장에 등짝이 붙어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지하가 들어와 바라본 광경은


서호는 의자에 얌전히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버지는 반쯤 무릎 꿇은 자세로 천장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지하가 깜짝 놀라 차 쟁반을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아버지, 뭐 하시는 거예요!!!?"


서호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호법님, 그만 진기를 거두시지요. 부상을 당하십니다."라고 하자


황승보는 사색이 되어 검푸르게 변한 얼굴로 진기를 풀었다.


서호도 허공섭물 신공으로 그를 의자 위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이미 기세가 완전히 꺾인 황승보는 감격에 찬 부릅뜬 눈으로


"문주님, 제가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벌하여 주십시오!"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하는 영문도 모른 채 실성한 듯한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 왜 그러세요?" 하며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지하야, 이분이 우리가 기다리던 문주님이시다. 어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거라!!" 하자


지하는 자신의 남편 될 사람에게 문주님이라며 절을 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서호에게 칼을 휘둘렀던 불같은 성격이 다시 튀어나오며


"서호, 너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하며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녀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사색이 되었지만 서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황승보가 나서며


"지하야, 그만하고 이리 앉아서 내 말을 듣거라." 하며 정도문에 대한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안평전 전투에서 흑운교의 모든 무인들이 내관들의 계략에 빠져 몰살당했단다.


당시 수석 호법이신 일호법님의 인도 하에 남은 흑운교의 가족과 나이 어린 초급 무사들은 관군을 피해 정상에 있는 동굴로 숨어들었단다.


그때 내 나이 아홉 살이었고 정도문에 지금 계신 분들은 물론 돌아가신 호법분들도 모두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현무성주 성민혁 대협과 사조님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수년이 지난 후 일호법께서 돌아가시고 성 대협 홀로 우리를 돌보실 때 우리 앞에 세 분의 노인이 나타났다.


그분들은 제2뇌옥에서 오랜 세월 마인으로 있던 전대의 흑운교 고수였다.


사조님의 노력 끝에 마성을 회복한 그분들은 우리에게


<<정도문을 만들 것과 앞으로 아수라마경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문주로 삼아 강호로 진출하라>>는 사조님의 유언을 전하셨다.


그 당시 철없던 우리들은 사조님의 죽음을 애통해하기보다 동굴을 벗어나 중원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기쁨을 느꼈단다.


그후 성대협의 후원과 도움으로 흑운교의 꿈인 강호 진출을 마침내 이루어 이곳에 정도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제나라 백성과 흑운교의 후손들을 모아 지금에 이른 것이다.


지하야...! 나도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흑운교에 들어왔다.


그 후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가정을 이루어 너를 낳을 수 있게 한 은인이 바로 성민혁 대협이시다.


성대협께서 만 백성을 위해 스스로 적진에 들어가 돌아가시면서, 현무성 태상 장로님께 유언을 남기셨다.


<지금의 썩은 황실을 갈아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과 위선으로 가득 찬 정파들을 없애라> 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문주님이 오셨으니, 그 유지를 받들어 일어날 때가 된 것이다.


너도 이제 예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지하는 당황스러웠다. 서호를 힐끗 쳐다보며, 불만에 찬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


정도문의 비밀을 들은 서호는 할아버지의 심원한 배려와 유지를 떠올리며 숙연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서호가 황승보에게 물었다.


"정도문의 조직과 구성 인원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도문은 오랫동안 문주의 자리가 비어 있어 다른 문파와는 달리 매우 특이한 조직을 이루고 있습니다.


8명의 호법과 12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원은 20여 명씩입니다.


단들은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매달 한 번씩 이름 쟁탈전을 벌입니다.


이유는 모두가 단의 이름이 '자단'이면 쥐새끼라고 놀리고, '해단'이면 똥돼지라고 놀려서 그렇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단명은 '인'(호랑이)과 '진'(용)입니다."


황승보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아직 단에 들지 못한 제자들이 백여 명 있는데


대부분 20대와 30대 초반으로 정도문에 들어온 지 20년이 되지 않은 내공이 이갑자 이하의 무사들입니다."


서호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단에 속한 무사들의 내공은 어떠합니까?"


"실력 차이는 있으나 모두 3갑자 이상입니다."


"호법님들의 내공은요?"


"대사형이신 일호법께서는 5갑자 이상이시고, 나머지는 4갑자 정도입니다."


서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20년이 일갑자라면, 다른 문파에 비해 내공 수위가 높은데 무슨 영약이라도 드셨나요?"


"예. 성대협께서 현무신동에서 만드신 것이라며 단약을 주셔서 모든 문도들이 여러 번 복용했습니다."


서호는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저에게는 한 번도 주신 적이 없었는데, 모두 정도문 때문이었군요. 하하하."


"하하, 죄송합니다, 문주님."


서호는 잔뜩 풀이 죽어있는 지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낭자는 어느 단에 속해 있습니까?"


"저는 아직 단에 들지 못했지만 이번에 음적 사마귀를 잡아서 어쩌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하며 그날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서호를 노려보았다.


그때 황승보가 말했다.


"문주님, 이틀 후에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름 쟁탈전이 열리는데 그때 문도들의 실력을 보시면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6개월 후에 열리는 협의문과의 친선 대결에서는 각 문파 정예들의 실력을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있어서 그런데 당분간 제 정체를 문도들에게 밝히지 말아주세요."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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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2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7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 재회 (2부 22화) 24.08.10 83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0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0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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