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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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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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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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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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 촌 (2부 29화)

DUMMY


서호는 동정호로 향하는 길에 기분이 유쾌했다.


동굴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검법인 낙뢰검을 세가의 전투에서 사용하여 자신의 검 초식으로 만들었고 할머님과의 교감으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호는 동정호로 가는 도중에 있는 대장장이 마을인 ‘구씨촌’을 들러보기로 했다.


사조의 칼은 단검이라 검 초식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짧은 탓에 장검을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구씨촌은 전쟁이 터지자 성업 중이었다.


수레에는 칼과 창을 비롯한 각종 철제 무기들이 가득 실린 채 이동하고 있었고 길거리에도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구씨촌 촌장의 화로들에서는 시뻘건 불꽃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여러 명의 칼을 찬 무인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보고 문지기에게 물었다.


"저분들은 누구 시길래 저리 거칠게 행동하시나요?"


"예, 소협. 소림사의 속가 제자들입니다.


나한 동인의 죽음이 우리 검방에서 만든 검 때문인 듯 저리 난리랍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소협. 제가 총관님께 안내하겠습니다."



나이 지긋한 총관의 안내로 들어간 전시장에는 수십 개의 칼이 있었지만 서호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서호의 눈치를 살피던 총관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서호는 농담을 하듯 미소를 띠우며


“예, 칼은 기다리던 주인을 만나면 검 명을 낸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 듣지를 못했습니다. 하하!!”


총관은 수십 년 동안 검을 팔아온 사람으로서 평범한 옷차림을 했지만 무인의 기세가 완전하게 갈무리된 서호가 절정고수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 소협, 혼자서만 저를 따라오십시오!”


구승이 따라오려는 것을 손짓으로 막으며 서호는 총관을 따라 다른 전각으로 이동했다.


기관이 설치된 듯 한 지하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에는 단 여섯 자루의 장검이 굵은 촛불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총관이 말했다.


“이 칼들은 유성에서 채취한 운철로 만든 명검들입니다.


그래서 저희 가주님의 허락이 있어야 팔 수 있습니다만 대륙 최고의 명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요? 제가 잠시 검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칼을 원하시는지요?”


“저 검은색의 검을 보고 싶습니다.”


“저 검은 ‘구야자’가 만든 최고의 명검인 담로에 버금가는 칼입니다.


저 검은 살기를 드러내지 않으나 베지 못하는 것이 없는 명검입니다.”


서호가 허공 섭물을 발휘하자 엄마의 품속으로 날아드는 새처럼 검이 서호의 손안으로 안겼다.


검에서는 어떤 냉기나 온기가 전혀 전해지지 않았고, 검 날은 연마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 예리하게 날이 서 있지 않았다.


“이 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서호가 물었다.


서호의 무공을 본 총관이 답했다.


“예, 그 검은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구씨 가문에서 아직까지 나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연이 닿는다면 소협께서 이름을 지으시면 됩니다.”


“이 검과 인연을 맺으려면 어찌하면 됩니까?”


그때 창노한 목소리의 헛기침이 들려오며 병풍 뒤에서 손수레에 앉은 노인이 나왔다.


수레 뒤에는 맹인인 듯 한 노파가 수레를 밀고 있었다.




서호를 유심히 살피던 노인은 말했다.


“이곳에 있는 검들은 모두 보검이나 유일하게 그 검만이 명검입니다.


소협께서는 그 검을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서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할아버지의 유지를 떠올리며 답했다.


“나라를 구하고 무림을 정화시키기 위해 쓸 것입니다.”


“소협은 현무성과 어떤 관계가 있으십니까?”


“저는 현무성의 육대 성주입니다.” 하며 소매를 걷어 현무령을 보여주었다.


그때 수레 뒤의 검은 눈동자가 없는 맹인 노파의 표정이 변하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현무령을 본 수레에 앉은 노인이 말했다.


“총관, 너는 나가 있거라.” 하며 명을 내렸다.


총관이 나가자 노인은


“소협, 현무령을 꺼내 내게 보여 주시겠소?”


서호가 망설임 없이 건네준 현무령을 받아 든 노인은 피독주를 만지며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소협께서는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피독주라 하며 독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됩니다.” 서호가 대답했다.


피독주를 손에 든 노인은 감동에 목이 메이는 듯 말했다.


“이 피독주는 태양화리라는 영물의 내단입니다.


소협의 말대로 독을 치료하는 데 쓰이지요.


다만 세인들이 모르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화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칼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불입니다.


그 불에 의해 버려지는 검과 명검이 갈라집니다.


희대의 명검인 간장과 막야는 간장이 삼 개월 동안 불을 지펴도 운철을 녹일 수 없자, 부인인 막야가 화로에 뛰어들어 마침내 운철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왕의 명령에 따라 검을 만들어야 할 기한이 다가오자 남편을 살리기 위해 불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


래서 ‘간장’과 ‘막야’라는 두 명검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무가에서 심법과 초식들이 가전 비기라 하여 자손들에게만 전해지듯, 대장장이 가문에서도 불을 다루는 비법 또한 자손에게만 전해집니다.


그런데 그 불 곁에서 오래 있다 보면 화독이 몸에 스며들어 저와 뒤에 있는 제 아내처럼 몸이 상하게 됩니다.


저희 구씨 가문의 자손들은 모두 화독에 감염돼 고통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나의 후대들 또한 그럴 것입니다.


만약 소협이 이 피독주의 절반을 잘라주신다면 제가 이 명검을 드릴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이던 서호가 이윽고 대답했다.


“이 피독주는 수백 년을 내려온 가문의 보물입니다.


제가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할머니께 허락을 받은 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이곳에 잠시 머물 것이니 우선 이 피독주를 이용해 치료를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연발한 후 말했다.


“소협께서 들고 계신 검은 아직 날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금강석을 연마하기 위해 금강석을 사용하듯, 명검의 날은 명검으로만 연마할 수 있습니다.


소협은 다음 달 보름달이 뜰 때 주화산에 오르십시오.


그 날, 중천에 뜬 보름달이 사라지며 두 검의 서기가 하늘로 솟구칠 것입니다.


그때 두 자루의 검을 취하실 수 있는데 그것이 ‘장천’과 ‘단비’입니다.


두 검을 취하신다면 들고 계신 검의 날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 @ @ @ @


대문에서 기다리던 지하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오는 서호를 향해 물었다.


"문주님, 왜 빈손으로 나오시면서 웃으십니까?"


“그럴 일이 있다. 이곳에 며칠 머물러야 하니 나중에 말해주마.” 하며 서호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어가자 한 노인 앞에 무인들 서너 명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서있던 한 무인이 내민 칼을 쳐다본 노인이 말했다.


“은자 한 냥입니다.”


무인은 실망한 듯 한숨을 푹 쉬며 은자 한 냥을 던지고 사라졌다.


그러자 뒤에 있던 무인이 검 집에서 조심스럽게 검을 빼 노인 앞에 내밀었다.


그것을 본 구승이 말했다.


"문주님, 저 노인은 칼을 검수하는 상검대사입니다."


구승은 손가락으로 노인 옆에 걸린 족자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하품 은자 한 냥’, ‘중품 은자 두 냥’, ‘상품 은자 열 냥’, ‘특상품 백 냥’이라고 적혀 있었고, 명검에는 가격 표시가 없었다.


그것을 본 설미가 지하에게 말했다.


“언니, 저 할아버지 은자를 너무 쉽게 버는데요.”


옆에 있던 한 무인이 말했다.


“소저, 저분은 중원의 삼대 상검대사 중 한 분이신 거중만이십니다. 말소리를 낮추십시오.”


그 말을 들은 서호가 줄을 서자 잠시 후 순서가 돌아왔다.


제일 먼저 구승이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


검 날을 튕겨본 노인이 말했다.


“은자 두 냥만 주시오.”


그 말을 듣고 모두가 키득키득 웃자, 구승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다음에는 설미가 쌍월루를 내밀었다.


검을 든 노인이 검과 설미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이 검은 흉물이다. 이 검은 주인을 베는 검이야. 낭자는 이 검의 원래 주인이 아니지?”


“예, 어르신. 외팔이 검수가 갖고 있던 쌍검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열 냥을 내거라.”


다음에는 서호가 동굴에서 사조님이 남기신 단검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칼을 받아 든 노인이 급히 단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이것은 검이 아니라 영혼이 깃든 기물이다.


그 기물은 오로지 너와 후손들만이 사용할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은자 한 냥짜리 단검에 불과해.”


서호가 물었다.


“그럼 저는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그것은 검이 아니라고 했잖은가. 나는 검만을 검수하는 사람이니 어서 그냥 가거라.”


서호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며 돌아섰다.


구승이 궁금한 듯 물었다.


“문주님, 그 단검은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서호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도문의 사조님께서 이 단검과 아수라마경을 나에게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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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7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0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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