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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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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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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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2부 30화)

DUMMY

며칠 뒤 서호일행은 구씨 촌을 떠나기 전 촌장 집을 다시 방문하자, 촌장은 화독이 치료된 듯 걸어 나와 마중을 했다.


부인 또한, 비록 작았지만 검은 눈동자가 나타나기 시작해 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았다.


서호를 만난 총장은 다소 격양된 표정으로 서호에게 말했다.


" 가족의 불행에 더 이상 가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소협 덕분에 다시 화로에 불을 지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흡하나마 이 보검으로 고마움을 대신합니다.


꼭 장천과 단비를 취하시어 무명의 흑검도 연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호가 두 손으로 보검을 받으며 대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피독주는 할머님과 상의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 @ @ @ @


동정호 팔각사 근처의 항마 수호대가 최초로 만들어진 낡은 도관이 보이는 곳에 이르자, 서호는 할아버지의 무용담이 떠올라 호연지기와 함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때 정문 틈으로 하얀 족제비가 튀어나와 서호의 품 안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향서였다.


그 순간, 우렁찬 웃음소리가 터지며 “공자님, 이제 오셨습니까?” 하며 거인성이 나타났다.


서호는 거인성을 보자 신법을 발휘하여 달려가 거인성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러자 거인성이 “정도문의 문주께서 이러시면 위엄이 안 섭니다.” 하며 껄껄 웃었다.


어릴 적, 세가 일로 바쁜 아버지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거인성은 친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서호가 들뜬 목소리로


“큰할아버지가 무사하실 거라 믿었지만, 할머님의 편지를 보기 전까지는 늘 불안했었어요.”


“공자님,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물에 빠져 황하로 들어갔고, 공자님은 편허강의 지류로 들어가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결국 북태산 가까이 가서야 겨우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를 언제 발견하셨어요?”


“20여일이 지나 향서가 공자님을 찾았지만, 제가 나타나면 눈에 띌 것 같아 몰래 뒤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다 공자님이 저 낭자와 헤어진 후 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며 슬쩍 지하를 쳐다보았다.


순간 지하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비록 낡은 도관으로 위장한 장원이었지만, 대청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서호와 거인성이 상석에 마주 앉자 호위무사들도 말석에 앉으려하자, 거인성이 서호에게 물었다.


“이 아이들은 누구입니까?”


“제 호위무사들입니다.”


거인성의 질문에 앉으려다 엉거주춤 서 있던 일행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놈들!!! 호위무사라는 것들이 사방에 흩어져서 경계를 해야지 감히 어딜 앉으려 하는 것이냐?!!”


거인성의 우렁찬 일갈에 혼비백산한 구승은 출입구로 달려갔고, 지하와 설미는 얼굴이 하얘지며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그러자 서호가 웃으며 “할아버지는 아직도 여전하시네요.” 하자, 거인성도 껄껄 웃은 후


“모두 이리 나와, 제6대 성주님께 인사 올리거라!!” 하는 말이 떨어지자


“예, 장로님!!!” 하며 천장과 사방에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나타나


“현무성 7대 제자 성주님을 뵙습니다!!!” 하며 절을 올렸다.


이 모습을 본 구승은 몸을 움찔하며 기겁을 했다.


소위, 호위무사인 자신이 그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인사와 통성명이 끝나자 거인성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 밖으로 물러나가거라."


모두가 나간 후, 거인성이 한쪽 벽을 밀자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끝에는 또다시 비밀 문이 있었고, 그것을 통과하자 커다란 밀실 세 개가 나타났다.


한쪽 방에는 수만 개의 병장기가 쌓여 있었고, 다른 두 개의 방에는 황금과 은자가 가득 차 있었다.


"공자님, 이 모든 것은 할머님께서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준비하신 것입니다."


"저에게 이렇게 많은 은자와 무기가 필요한가요?"


"예, 유지를 받들어 나라를 세우려면 당연히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두 분께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공자님의 아버님과 공자님에게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 못한 상황이 무엇인데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공자님의 큰어머님께서 사막에서 실종되시기 전 낳으신 아드님이 생존해 계십니다.


공자님께는 숙부님이 되시겠죠. 자세한 것은 할머님을 만나셔서 직접 들어보십시오.


또 하나는 정도문입니다.


사실 정도문의 존재는 할머님도 모르고 계셨다가,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알려주셨습니다.”



"큰할아버지, 할머님을 언제쯤 뵐 수 있죠?"


"정도문에 계실 때는 팔호법이 알려줄 겁니다.


두 분 사이의 연락은 팔호법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자님은 바로 정도문으로 가실 겁니까?"


"아니에요. 다음 달 보름까지 주화산에 가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며칠 더 있다가 가려구요."


"잘됐군요. 공자님. 그동안 호위무사라고 하는 아이들을 제가 좀 지도할까 합니다.


제가 할머님을 60년 가까이 호위했는데, 그놈들은 기본도 안 되어 있어서 걱정됩니다."


"하하!!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하하하!!”


잠시 후, 세 명의 호위무사인 지하, 설미, 구승이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두 배 가까이 크고 목소리는 종이 울리듯 쩌렁거리며 무공 또한 문주님보다 고강해 보이는 거인성 앞에 섰다.


고양이 앞에 도열한 새앙쥐처럼 침도 마음대로 못 삼키고 마른 입술을 핥으려는데 거인성의 목소리가 고막을 뒤흔들었다.


"너희들 내공이 어떻게 되느냐?"


구승과 지하가 잔뜩 움츠린 목소리로 "4갑자입니다!"라고 하자, 설미는 들리지도 않게 "2갑자는 넘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거인성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너희들이 호위무사니까 하나만 물어보자. 문주를 죽이려면, 너희들 같으면 몇 갑자의 내공을 가진 살수를 보내겠느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가만히 서 있는 그들에게 거인성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오늘부터 떠날 때까지 위기 상황에서 문주님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특별 훈련을 받는다. 알겠느냐?"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수호무사들의 뱃속은 울렁거렸고 심장은 벌렁거렸다.


@ @ @ @ @



그날 저녁, 거인성이 물었다.


"공자님, 주화산에는 명검을 찾으러 가시는 겁니까?"


"예, 그것을 어떻게 아세요?"


"신검비록에 나오는 장천과 단비의 전설은 오래전 무림에 쫙 퍼졌습니다.


올해가 검이 나온다 하여 매월 보름만 되면 주화산은 소리 없는 전쟁터로 바뀝니다.


특히 소림사의 나한동인을 상대할 수 있는 보검이라 하여 소림사가 가장 혈안이 되어 있고, 소림사를 견제하려는 무당을 비롯한 모든 문파들이 소림사 못지않게 정예들을 파견합니다.


이제까지는 나타나지 않아서 큰 충돌은 없었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주화산은 전쟁터로 바뀔 겁니다.


이제 겨울에 눈이 쌓여 찾을 수 없는 달을 제외하면 앞으로 기회는 두 번 뿐입니다.


아마 공자님 할머님께서도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수하 몇 명을 뒤따르게 하겠지만,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 큰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명검은 인연이 닿아야 되는 것이니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


며칠 동안 밀린 이야기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진 후, 서호일행은 주화산으로 향했다.


그동안 핼쑥해진 수호무사들은 훈련을 잘 받았는지 구승과 설미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서호가 우울한 표정으로 옆에서 걷고 있는 지하에게 물었다.


"지하야, 그동안 잠도 안자고 열심히 하던데 무슨 훈련 받았어?"


"위기 상황에서 너를 위해 죽는 훈련인데, 죽을 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며 몽둥이와 장력으로 얻어맞고 칼을 향해 뛰어내려야 돼.


이건 훈련이 아니라 훈련을 가장한 고문이야.


내 인성마저 파괴된 느낌이야.


서호야, 너의 큰할아버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하며 울먹거렸다.


그 말을 들은 서호는 훈련받는 동안 그들의 표정이 어땠을까 생각하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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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0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89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5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6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2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89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8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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