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239
추천수 :
21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9.06 18:39
조회
51
추천
0
글자
9쪽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DUMMY

승천봉의 정상에서도 만월은 노란색 입김을 뿜어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떠올랐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있는 승천봉은 달빛을 받아 여의주처럼 빛을 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보름달은 저주에 걸린 듯 어둠의 바다에 서서히 빠지며 완벽한 원의 형체를 잃어갔다.


마침내 보름달이 빛을 잃고 사라지자 칼날처럼 서 있는 백여 장 높이의 암봉에서 서기가 뻗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탐욕으로 가득찬 인간들이 달의 저주가 드리워진 땅에서 외쳤다.


“천중월소(天中月消) 지중월용(地中月涌)', 장천과 단비다!!”


모두가 오르지 못하는 정상과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 달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순간, 한 검은 점이 절벽을 빠르게 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벽호공이다!!”


승천봉에 모인 무인들은 명검을 노릴 만큼 고수들이지만, 하급 무사들이나 하는 벽호공을 할 줄 몰라 애끓는 심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때 절벽의 반쯤 올라간 검은 점을 향해, 하얀 옷에 깃털을 머리에 꽂은 백발의 노인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무모한 시도였다. 인간이 백 장 넘게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백발의 노인은 절벽 중간에서 기어오르던 검은 점을 힘껏 밟고 재도약하며 정상을 향해 솟구쳤다.


하얀 도포자락이 새의 날개처럼 펼쳐지며 한 마리 학이 되어, 절벽을 스치듯 오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절벽에서 떨어진 벽호공의 사내는 빠르게 가까워지는 바닥을 보는 순간 ‘으-악!’ 하는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부서지고 말았다.


잠시 후 휘파람 소리가 길게 하늘 가득 울려 퍼지자 달빛을 받으며 거대한 독수리가 나타났고 그 위에 올라탄 백발의 노인 품 안에는 야명주가 번쩍이는 보갑이 들려 있었다.


또다시 누군가 외쳤다.


“조령마도가 다시 나타났다!”


50년 전, 개방의 신투와 쌍벽을 이루며 원하는 물건은 모두 훔친다는 조령마도는 빠른 신법으로 도망가는 신투와 달리 새를 이용해 하늘로 도망쳤다.


신투와 조령마도가 경쟁하듯 도둑질을 하다가 신투가 남궁세가에서 발목이 잘린 후, 모습을 감추었던 조령마도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군웅들은 희망이 절망이 되어 날아가는 독수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허공을 가르는 방울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수백 장 거리에 있는 독수리 날개에 꽂혔다.


하늘을 뚫는다는 파천궁이었다.


그것을 본 군웅들의 절망이 탐욕으로 바뀌어 외쳤다.


“쫓아라!!!”


추락하는 독수리 위에서 조령마도가 뛰어내리는 순간, 다섯 개의 파천궁이 날아와 그의 몸에 박혔다.


피를 흘리는 조령마도의 품에서 보갑을 빼앗아 든 궁사가 하늘을 향해 한 발의 화살을 다시 쏘아 올리자 축하를 하듯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다.


보갑을 빼앗은 궁사는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위 위에 여유롭게 앉아 곰방대를 꺼내 연초를 피워 물며 느긋하게 회색빛 연기를 허공에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명의 무인들이 궁사를 포위 하였고, 누군가 먼저 나서 그를 공격해 주기를 바라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궁수는 이에 연연하지 않는 듯 느긋하게 연초를 허공을 향해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군웅 여러분!! 저는 당문의 장문인 천진모라 합니다.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저에게서 이 보갑을 뺏는다 해도, 나머지가 또다시 빼앗으려 할 것입니다.


결국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을 죽여야만 이 보갑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보갑을 가져갈 자신 있는 분 계십니까?”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러는 당신은 이곳을 빠져나갈 자신이 있다는 거요?"


천진모가 자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지금 이곳 주변에 나의 수하들이 구궁절독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생문을 알지 못하면 무형지독에 갇혀 살이 썩는 고통을 느껴야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떠난다면 살 수 있을 것이나 끝까지 남아서 요행을 바란다면 죽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무리 중 백발의 노파가 나서며


“네놈이 세치 혓바닥을 놀려 보검을 독차지 하려는데 우리가 속을 것 같으냐?”


당문의 문주 천진모가 혀를 끌끌 차며,


"저는 여러분에게 살길을 알려주었는데 거절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모두를 죽일 수밖에....!"


노파가 다시 나서며


"네놈 혼자 우리를 상대한다고? 가소롭구나! 여러분!! 이놈부터 죽이고 차후를 논의합시다." 하며 천진모를 향해 장력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파는 가슴을 부여잡고 "우--욱!" 하며 검은 피를 토해냈다.


그러며 외쳤다. "...독이다!"


그 소리에 놀라 모두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천진모의 손에서 안개처럼 뿜어진 암기에 수십 명의 무인들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모여 있던 수십 명의 무사들이 암기와 독에 의해 모두 쓰러지자 천진모는 피우던 연초를 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쯪쯪...., 불나방 같은 놈들!"


그때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이십여 명이 나타났다.


"당문이 40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더니 손속이 매운 건 예전과 다름없구려."


"과찬이시요. 그대들은 누구요?"


"무형문의 수화단이요.


문주의 숙부께서 현무성주를 죽이며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희 문에서 장로님으로 계셨지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저의 발길을 막아서시는지요?"


"별거 아닙니다. 그 검은 무림맹에 큰 위협이 됩니다. 그래서 무림맹에서 잠시 보관할까 합니다."


그 순간, "아미타불" 하는 불호 소리가 들리며 소림사 승려들이 나타났다.


"아미타불. 천 시주! 나는 소림사 호법당 당주인 진성이라 합니다.


우리는 현무성의 무림 말살 의도를 막기 위해 이렇게 뭉쳤습니다.


예전 문주님의 아버님이신 천화수 대협께서는 무림맹의 일원이었으니 같이 현무성에 맞서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러자 천진모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생각 없소! 예전 우리 가문이 멸문당할 때 아무도 우릴 도와주지 않았소.


오히려 무림맹에 주력을 보낸 탓에  허무하게 무너졌을 뿐이요


앞으로 당문은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 듯 조용히 지낼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문주님의 뜻이 그렇다면 할 수 없죠.


하지만 그 검갑은 내려놓고 가셔야 될 것입니다.


아울러 한 말씀 더 드리면, 귀하가 기다리는 수하들은 이미 우리가 모두 극락으로 보냈으니 더는 기다리지 마시지오."


그때 천진모의 귀로 전음이 들려왔다.


<문주님, 소림사의 나한동인에게 모두 당했습니다. 그들에게 암기와 독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속히 피하시어 훗날을 도모하십시오.>


전음을 들은 천진모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 정파가 떼를 지어 협박을 하니 어찌할 수가 없구려.


형세가 불리해 두고 가지만, 훗날 반드시 찾으러 가겠소." 하며 보갑에 아쉬운 눈길을 한 번 보낸 뒤 몸을 날려 떠나갔다.


그러자 나한동인과 십여 명의 스님들이 "당주님, 모두 처리하였습니다." 하며 나타났다.


천진모가 떠나자, 수화단 단주가 음흉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진성 스님, 그럼 약조한 대로 한 자루씩 나눠 가집시다."


"그래야지요." 하며 진성스님이 야명주가 달빛을 받아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문갑을 열려 하자, 걸쇠가 보통 쇠가 아닌 듯 잘 열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진기를 주입해 걸쇠를 부수고 문갑을 여는 순간, ‘콰쾅!’하며 문갑은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위력은 대단하여 주변의 사람은 물론 나무와 암석들마저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고 승천봉의 봉우리까지 흔들리는 듯 했다.



@@@



그 시각, 주화산 아래쪽에 있는 오래된 사찰인 금불사 마당에는 수백 명의 무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팔뚝에는 근조를 나타내는 검은 리본이 달려있고, 표정은 분노가 극에 달한 듯 비장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 앞에 검고 흰 반백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하얀 상복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주화산을 울리는 연이은 폭발 소리가 들리자 여인이 한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육대문파 놈들은 불문곡직 모두 죽여 주화산을 피로 물들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불법의 땅 금불사를 가득 메운 살기들은 창공을 가르는 야조가 되어 주화산을 향해 사라졌다.


모두가 떠나자 한기를 품은 목소리가 또다시 흘러나왔다.


"거인성! 가서 서호를 데려오너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32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4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0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5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2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2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7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7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7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4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4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2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1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0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6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7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0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6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3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0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0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0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09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98 2 8쪽
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07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