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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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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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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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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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피(4)

DUMMY

준영은 방송사 대기실에서 뒤늦은 저녁식사를 현준과 한다. 새벽에 있을 음악방송을 하기 위해 짙게 메이크업을 마치고 허겁지겁 먹는 준영과 달리 현준은 턱을 괴고 준영을 바라 본다. 피가 들어간다고 신경써서 준영이 추천했는지도 모르고, 현준은 선지를 한입을 베어 물고는 짙게 배어 있는 짙은 고추기름과 마늘 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 아까 역사 퀴즈 틀리면 어떡해”

준영이 음식을 먹으며 화를 낸다.


“한국에는 김 씨랑 이 씨밖에 없어?”


“우리나라를 구한 영웅이잖아. 아까 수업 때도 임진왜란 이야기 실컷 했는데, 좀 새겨들어.”


“적당히 해라. 아 저녁 먹고 속이 더 더부룩한 거 같은데”


“왜 소 피를 그대로 넣은 거라 고소하고 영양가도 높은데”


“피 먹어 봤어?”

“아니.”


“아 신선한 거 먹고 싶은데.”

현준이 물로 입안에 있는 마늘 냄새를 없앤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준영의 핏줄을 탐스럽게 바라본다. 운동할 때마다 솟구치는 힘줄과 핏줄이 너무 황홀하게 아름다워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다시 길어지는 현준의 송곳니에 준영은 아프리카 평원에서 맹수의 습격을 받는 연약한 영양이 된 것만 같아, 괜히 자세를 바꿔 앞만을 바라본다. 준영은 보지 않아도 현준의 시선이 등 뒤로 꽂히는 듯하다.


’쟤 피는 맛있을까. 우선 배부르게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현준은 근육으로 잔뜩 두꺼워진 승모근과 목 근육을 바라보며 깨물 견적을 상상해 본다. 긴 하루에 피를 원하는 몸은 벌써 간지럽기 시작하다.


“아 요즘에 일정이 빡셌더니 빈혈인 거 같네. 역시 한국인은 마늘이지”

준영이 힘이 없는 척 목소리를 낮추며, 생마늘을 한 움큼 입으로 턴다.


“준영아 멀쩡해 보이는데”


현준은 준영의 옆으로 다가온 매니저를 바라본다. 운동하지 않아 제법 기름진 몸. 덩치만큼이나 피는 많을 듯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도 같이 높을 듯하다.


‘기름기 낀 피는 빈속에 먹으면 느끼한데.’


“그거 편견이에요”


준영이 현준의 코까지 찌르는 마늘 냄새를 입으로 풍기며 매니저와 큰 소리를 이야기한다. 현준은 냄새를 피하고자 대기실 문을 나선다.





꼬르륵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배를 붙잡고 현준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형광등이 밝게 빛나고 있던 대기실과 다르게, 밖은 어둠 속에 이제는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흩날린다. 10월의 쾌적하지만 서늘한 바람은 현준의 허기와 갈증을 더 심화시킨다. 자정에도 여전히 주변은 밝고 시끄럽다. 건물 아래의 길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현준은 관찰한다.



배고파서 당장 눈앞에 있는 저 움직이는 생명체의 목덜미를 콱 잡아 아무 피나 먹고 싶으면서도 겨우 참는다. 팔다리에 기운이 달리고 몸살 기운이 오는 듯 온몸이 너무 아프다. 머리도 깨질 것 같다.


가게 근처에서 흘러 다니는 피를 몰래 훔칠까. 생각하다, 아직 북적이는 사람들에 생각을 접는다.


현준은 옥상 난간에 몸을 늘어뜨리며 기대 있다. 속절없이 팔에서 몸으로 이제는 목에서 얼굴로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간지러움이 몸을 정복하기를 기다린다.


멍하니 쳐다보던 현준의 시야에 익숙한 고층 건물들이 눈앞에 보인다. 새봄이 사는 아파트가 근처일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그녀의 향긋한 피 냄새를 다시 코끝으로 들어오는 듯 숨을 크게 마신다.


‘향기를 맡으러 갈까. ’


현준은 날아서 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에 자신의 얼룩진 다리를 바라본다. 해변에서 강한 햇볕을 쐰 뒤로 온몸이 바짝 야위었다.


이 상태로면 아마 갔다가 돌아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새봄의 달콤한 향기가 콧속을 간질이는 것처럼 참을 수 없이 온몸이 간지러워진다.


‘아버지도 의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 혈액팩 몇 개는 있겠지’



현준은 옥상의 난간에 올라간다. 사람도 차도 모든 것들이 깨알만큼 작아지는 바닥을 향해 뛰어내린다. 짙은 어둠 속 제법 차가워지는 칼바람을 맞으며 현준은 위태롭게 비행을 시작한다. 쏟아지는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 위 가로등으로 반짝이는 길을 따라 그곳으로 향한다.




새벽에 전화에 깬 새봄은 다시 옥상으로 올라간다. 하품을 찍찍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신발 뒤꿈치를 질질 끄는 소리가 빈 계단에 울려 퍼진다.


새봄이 옥상에 올라가자, 옥상은 짙은 안개에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 발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채로 새봄은 인적이 없는 옥상에 부는 스산한 바람과 기묘한 고요에 몸을 부둥켜안으며 주위를 살핀다. 조심스럽게 느리게 종종걸음을 떼면서 늘 만나던 자리로 도착한다.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과 짙은 안개 너머로 현준은 보이지 않는다. 새봄은 볼에 닿는 서늘한 안개 물방울에 잔뜩 신경이 곤두선다. 흐르지 않는 시간과 안개와 어둠이 뒤섞인 불길함에 새봄은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뒤에서 새봄의 팔을 잡아당긴다.


괴물 같은 완력에 온몸이 도망칠 수 없다.


“꺅”

새봄은 뒤를 돌아본다. 손가락 마디 하나보다 긴 이빨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생생하게.



괴수 같은 완력이 자신을 계속 끌어당긴다. 새봄은 저항하다, 결국 몸이 풀썩 주저앉는다. 새봄의 아래로 단단한 미지의 물체가 느껴진다.


“꺅”

새봄의 목소리에, 얼룩지고 가느다란 긴 손이 어둠 속에 나타난다. 새봄의 입을 세차게 막는다.



“쉿, 조용히 좀 해”


새봄은 익숙한 목소리에 다시 뒤를 바라본다. 어둠 사이에서도 깊은 눈 아래로 밝게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가 새봄을 압도한다.


소리가 사라지자, 새봄의 입을 옥죄이던 손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진다.


새봄은 조심스럽게 몸을 민다. 미동도 하지 않는 몸은 스르륵 손쉽게도 밀려난다.


새봄은 자리로 털고 일어나려다, 플래시를 켜고 뒤를 돌아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불빛을 가린다. 현준의 이목구비는 그대로지만 잔뜩 얼룩진 얼굴, 긴 송곳니가 해사한 현준 같지 않다고 새봄은 생각한다.


“누구세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새봄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누구세요”


새봄이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나 모르겠어? 현준이잖아.”

짙은 화장을 한 눈이 조심스럽게 떠지고, 창백한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버지···. 병원 한댔지? 거기···. 피 없을까.”

현준이 힘겹게 말을 잇는다.

“지금 아빠도 자고 있는데요”


새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준이 자신의 몸 앞으로 쓰러진다. 정신을 잃은 듯 현준은 눈을 감으며 조용히 겨우 숨을 연명하듯 헐떡인다.


“이게 무슨 일이야. 병원이라도 갈까요?”

새봄은 놀라서 허둥지둥하다, 아빠에게 급하게 전화를 건다.


“안 돼”

새봄이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네? 그래도 누가 도와줘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현준은 눈을 감으며 말없이 헐떡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새봄이 다시 묻는다.


“그럼 어떡해요?”


쓰러진 현준은 눈을 감고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피가 부족해.”



새봄은 집안에 달려가 냉장고를 열어서 고기를 가져다줘도, 현준은 입을 대지 않고 뱉는다. 밖에는 짙은 안개 속에 움직이는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자정이 넘은 이 시간에 피를 가진 생명체는 자신만 있는 것 같다.


새봄은 누워있는 현준을 바라본다. 짙은 화장을 하고 무대 의상을 입은 모습이 방송하기 전에 온 듯해 보인다.


‘흠. 어쩌지. 스케쥴 펑크 나겠는데.’


새봄이 주위를 왔다 갔다 한다. 다시 전화하려던 충동을 이내 포기하고는, 새봄이 자신의 팔목을 바라본다. 긴 송곳니가 찌르면 아플 것 같다.


새봄은 다시 옷 사이로 팔목을 숨기고, 손을 바라본다. 팔목은 쉽게 못 줄 거 같고 손가락이나 목 뒤를 한다고 해야 하나. 머뭇거리다 새봄은 손가락을 건넨다.


‘이 정도면 덜 아프겠지···. 피 많이 안 나오겠지···.’


움직이지 않는 현준의 입을 바라보며, 새봄은 다시 생각한다···.


‘혹시라도 저 송곳니로 다 꿰뚫으면 팔에 구멍이 나는 건 아닐까?’


‘오히려 힘이 없어서 별로 먹지도 못할지도 몰라. 기운만 차리게 하고 다시 돌려보내지 뭐.’


아무리 연예인이어도 송곳니를 보자면 쉽게 손을 못 내어줄 것 같았다. 새봄은 근처에 날카로운 것으로 작게 손가락으로 생채기를 내어, 현준에게 내민다. 현준의 입으로 뚝뚝 핏방울이 떨어진다.



미동이 없던 현준의 입이 들썩이기 시작하자, 새봄은 안도한다. 그 순간도 잠시, 현준은 손으로 새봄의 손을 강하게 잡고 입안으로 취한다.


미친듯한 허기 속의 피는 너무나 달았고, 간절하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부족하다고 느낀 현준은 새봄의 손을 채 적극적으로 피를 탐한다. 자신의 갈증이 풀릴 때까지 그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빠지는 손에 현준은 의식을 되찾는다. 허기만 가신 채로 다시 손을 놓는다.


여전히 입안에 드는 피는 자신이 먹어 본 피 중에서 가장 달콤하고 향긋한 피일 것이다. 그는 어둠 속에서 그 피의 주인을 바라본다. 새봄이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놀란 현준이 묻는다.


작가의말

실제로 피 달라는 사람 만나면 돔황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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