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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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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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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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온라인 팬미팅

DUMMY

불쾌하게 끈적이는 홍삼액은 포이르같다. 남아있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붓고 씻는다. 진득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린다. 홍삼은 진득한 냄새만큼이나 짙게 달라 붙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이나 남아있는 약주가 같이 떠내려갈 때쯤 밖은 조금씩 밝아진다.


동이 트려는 듯 밝아진 하늘에 현준은 전화를 건다.


생각보다 통화연결음이 길어지는 와중에, 홍삼 냄새가 나는 쓰레기봉투는 위태롭게 쓰러지려 한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뭐야 얘 전화 안 받아?”

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다시 건다. 현준은 어질러진 쓰레기를 다시 정리하다, 건너편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린다.


“잘 일어났어?”


“왜 전화 했어요.”

새봄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취해 목이 감긴 목소리가 제법 귀여워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벌써 해도 떴는데.’



“어제 전화하기로 했잖아.”


“언제요?”

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핸드폰을 바라 본다.쓰레기봉투가 계속 허물어진다..


“뭐야 나만 기억하는 거야?”


“주말이잖아요.”


“그래서?”


“누가 주말에 일찍 일어나냐고요”


“나는 일하는데”


“안 받으면 톡으로 보내요”

느릿하던 목소리가 조금씩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깨워달라는 거 아니었어?”


‘별로 원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현준은 괜히 전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피곤해”

건너편에서 새봄의 하품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모닝콜은 좀 그렇지?”

현준은 더욱 감미로운 목소리로 묻는다. 모든 사람이 듣는 순간 홀릴 수밖에 없도록.


“음 그래도 기분 좋은 거 같은데요”

새봄이 말한다. 새봄의 목소리에 졸음이 아직 묻어 있다.


‘피곤하다고 했으면서,’ 현준은 생각한다.


“신경 쓰일 수도 있고, 이제 미국 나가면 국제 전화도 비쌀 거 같은데”


“보이스톡으로 하면 되잖아요.”

새봄이 말한다.


‘원래 눈치가 좀 있는 애 같았는데, 좀 빨리 알아듣지’


‘귀찮은데 그냥 실망하라고 내버려 둘까. 아 그러면 나중에 만나주지도 않을 텐데, 피는 어떻게 구하고’


현준이 생각한다.

.


“모닝콜 하기 싫으세요? 통화비도 못 낼 정도구나. 하긴 미국 준비하면 바쁠 텐데 전화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일 분이면 될 텐데···.”


말이 쏟아진다. 차가운 얼음장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이 느껴진다.


머리로 온갖 정답을 굴리고 있는데, 이런 대답은 예상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그렇지?”


침묵이 미묘하게 길어진다. 분위기가 차갑다. 자신이 말을 잘못 꺼낸 듯하다,


“네네 저도 수능 한 달도 남지 않아서 바쁘거든요. 불쑥 찾아와도 이제 안 나갈 거니까 알아서 국 잘하고 해외 투어 잘하세요”


현준은 갑자기 과부하가 걸려 멈춰 버린 컴퓨터처럼 열이 몰린 머리를 붙잡는다. 이상하게, 핸드폰을 잡은 손가락은 더욱 차갑고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


“피 달라고 하기만 해봐.”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얘는 왜 또 화를 낸대”


갑자기 끊겨버린 통화에 현준은 핸드폰을 바라본다.


“홍삼 부작용 아냐”


현준은 혼잣말한다. 잔뜩 구겨진 얼굴을 펴지지 않는다.


“누구야?”

어느새 일어난 준영이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본다..


“아 별거 아냐.”


“별거 아니긴. 웬일이야. 그렇게 애걸복걸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처음 봤네.”


“예뻐? 몇 살이야?”

준영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런 거 아냐”


영상 팬 미팅을 앞두고 각자 테이블에 나란히 앉고, 핸드폰이 테이블 위에 설치되어 있다. 주위에는 매니저와 스텝들이 리스트를 보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화장을 진하게 한 준영이 말한다.


“내가 연애 선배로 말하건대”


놀림감을 잡은 듯 다시 꺼낸다.


“팬 미팅 얼마 안 남았다.”


‘맨날 차이지 않았나,’


준영의 잘난 체에, 현준은 눈을 감고 흥, 비웃는다.


“그래 잘 안 풀리면 나한테라도 물어봐.”

준영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애교를 연습한다.


“안되면 꽃이라고 보내봐. 내가 지금 꽃 보내고 있는데 너도 같이할래?”


준영이 현준의 옆에 바짝 다가와, 자신이 보낸 꽃다발을 보여준다. 준영은 화려하게 피어난 꽃다발들과 함께 유달리 이모티콘과 대화가 넘쳐나는 카톡을 켠다.


준영은 현준의 미지근한 태도를 보고 슬며시 웃는다.


‘어라, 꽤 마음에 들었나 보네’


준영이 다 안다는 듯 흡족한 표정으로 팔꿈치로 몸을 친다.


“집 주소만 알려줘 봐”





새봄의 퉁명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피 달라고만 해봐]


‘아 정말 피 안 주는 거 아니겠지.’


‘얘는 왜 안 통하는 거야’


현준은 찝찝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영상통화를 기다린다.


화려한 레이스를 입은 여자가 화면에 나타난다.


“현준아 안녕~ 누나 왔어.”

“누가 내가 잘생겨서 좋아해?”

현준이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구야 떼지”

여자가 말한다.


“그럼. 오 초 안에 현준이 매력 다섯 가지 대기. 하나둘 셋”

현준이 빙긋이 웃으면 손가락을 활짝 편다.


“잘생겼고”,

현준이 손가락을 하나 접는다.


“스윗하고”

다시 손가락을 접는다.


“목소리 좋고”



“세련되고”


“잘생겼다”

마지막으로 펼쳐진 새끼손가락이 접히지 못하고 빳빳하게 펴진다.


“거짓말쟁이. 내가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네”

한껏 나른해지려는 입술이 차갑게 굳어 미묘하게 보인다. 감미로운 목소리 속에서도 숨기지 못할 것만 같다.


“누나. 그렇게 말하면 너무 슬퍼요.”


“우리 이따 오프라인 팬 미팅에서도 볼 거지? 그때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해. 약속”


현준이 영상통화 너머로 윙크를 날리자, 누나는 잔뜩 설레하는 듯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이따 알아봐 줘야 해. 알았지?”


이렇게 깔깔하고 편할 수 있는데,


새봄의 퉁명스러운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싫은 것은 아니고, 미묘하게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잊을만하면 거슬린다.





다시 영상통화가 연결된다. 낯선 여자가 나타난다.

‘새로운 팬인가?’


“나 누군지 모르겠어?”

짙은 쌍꺼풀의 여자가 말한다.


현준은 얼굴을 자세히 본다. 갸름한 얼굴형에 두툼한 입술. 요즘 유행하는 얼굴이라 여러 명이 스쳐 지나간다.


온갖 사람들의 냄새와 환호성이 있지만, 팬을 기억하기는 그때가 더 쉬운 거 같았는데,


‘네 냄새를 맡게 해줘. 그럼 기억할 테니’.


“힌트를 줘 봐.”

현준이 말한다.


“나 팬 미팅하러 왔구나?”


아. 경쾌한 말투.


저번에도 팬 미팅인지 개그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깔깔 웃다가 끝난 아이구나.


현준은 특이했던 목소리와 저세상 텐션에 얼핏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굴이 흐릿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알겠어. 그런데 인상이 되게 진해졌네 ”

현준이 묻는다.


“빙고~ 그 사이에 튜닝했잖아”


“좋아?”

여자가 묻는다.


“응. 그런데 요즘에 나 말고 유명한 아이돌 있어?“


”아니 요즘에 팬들이 안 보여서“

현준이 시무룩해진다.


”누나는 어디 안 가!“


”응 약속이야.“


“현준이로 이행시 준비했는데 운을 떼어줘”


“현” “현준이는 제발”


“준” “준영이랑 친해져 봐”


현준이 풉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자, 여자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즐거웠던, 잠시 올라갔던 자존감이 다시 떨어지는 것 같다.


검은색 화면을 바라보며, 아까 퉁명스럽던 말투가 떠오른다.

‘잠도 덜 깨서 목소리도 갈라졌으면서, 나한테 짜증이란 다 짜증을 내냐’


‘도대체 뭔데, 피 하나 가지고 인간에게 쩔쩔맬 일인가’


이렇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왜 저 아이는 자신을 좋아했다가 싫어하는지 도저히 모르곘다고 생각한다.


‘교복 입고 오는 학생도 많은데 말이지’


꼭 새봄만 난리라고 생각한다. 현준은 자신이 공부시간 다 맞춰서도 가고 떡볶이도 사고 갔는데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 애초에 모닝콜을 해준 거부터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공휴일이 뭐가 중요해?’


숨 쉴 겨를 없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 현준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생각한다. 포이르 얼굴이 영상에 나타난다.



귀여운 포즈에 포토샵 필터가 들어간 듯 이목구비가 꽤 크게 나온다. 실제로는 전혀 없는데, 인위적으로 귀여운 척으로 하는 포이르가 제법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밥맛인 태도를 숨기며 상큼해 보이는 그것.


-동족의 기운-


아니. 정확히는 이유를 알 수 없이 계속 사포로 자신을 쓰다듬는 것처럼 까끌 거리며 계속 거칠게 자신의 가슴을 일부러 거칠게 만든다. 잊힌 야생의 기운, 공격성을 한 번씩 깨어나는 듯하다.


‘오랜만에 기지개 좀 할까.’


“여보세요”


화면 속 포이르의 사진 위로 억지로 현준은 더 활짝 나른하게 웃는다.


현준은 저 화면 뒤로 자신을 도발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

쫄깃한 심장을 가진 그 용기를 칭찬해.


지독한 향기가 나는 꽃처럼. 자신을 향해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할 그 모습을. 자신에게 감추어진 듯한 위험한 봉인을 푼다.


‘어서 와. 내 지옥에.’


아이디어는 합격이야. 그리고,


‘도발은 네가 먼저 시작했어.’


그러니, 네 심장을 부여잡을 준비나 해



작가의말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나요~

드디어 돌아왔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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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2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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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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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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