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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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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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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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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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50. 온라인 팬미팅(2)

DUMMY



“안녕하세요”


포이르의 사진 뒤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목소리가 앳되지만 목소리가 익숙하다.


‘자주 오니까 꽤 재미없었나 봐? 이런 깜짝 이벤트도 준비하고’

현준은 하필이면 저 거슬리는 얼굴을 빨리 치워버리겠다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잘못 찍힌 거 같은데”

현준이 나른하게 웃는다.


“어 아닌데요.”

펄럭이는 포토카드 뒤로 숨어서 말한다.


“피닉스 앨범 산 거야? 나한테 자랑하고 싶었어?”


‘귀엽네’

현준이 속으로 생각한다.


“웅 저번 주에 피닉스 팬 미팅도 갔다 왔어.”

얼굴을 보지 않아도, 팬의 달뜬 목소리만 들어도 팬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설레고 있는 듯하다.


“재밌었겠네”


현준이 여유롭게 말한다. ‘밥 먹었어?’ 같이 일상을 이야기하듯이, 포이르의 포토 카드만으로는 조금은 부족하다.


“···.질투 안 해?”

평온한 말투에 여자가 되묻는다.


“다시 돌아올 거잖아.”


현준이 해사하게 웃으며, 윙크를 날린다.


저 미칠듯한 자신감, 앨범 화보 속에 보이던 강아지같이 무해한 표정은 어디로 사라지고, 모든 것을 한 번에 휘감을 것같은 강력한 마력이 강하게 풍긴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먼 거리를 뛰어넘어, 팬은 화면 속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그 마력에 꽁꽁 포박된다.


뒤에서 꺄아 환희의 소리가 들리자,


‘벌써 흔들리기야.’

이렇게 쉽게 넘어올 거면서, 너무 심심한데, 라고 현준은 생각한다.


“난 네 얼굴이 보고 싶은데.”

그럼 숨바꼭질을 이제 끝내볼까,

현준은 잔뜩 꿀이 떨어질 거 같이 달콤하게 말한다. 너는 곧 넘어오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뒤에 숨어있으면 누군지 모르잖아”


“끝까지 나한테 안 보여 줄 거야?”

나는 수백 년 산 뱀파이어이니까, 라고 현준은 생각한다.


마법이 홀린 단어처럼 영상이 셀카로 전환된다. 잔뜩 부끄러워하는 얼굴의 소녀가 나타난다. 흠. 역시나 자주 보던 아이라고 현준은 생각한다. 볼 때마다 무슨 이벤트를 잔뜩 준비하던 것 같은데,


“제가 다른 아이돌 좋아해서 환승하면 어쩌려구요”

팬이 말한다.


‘역시, 아무렴 너도 그래야지.’



“나 버릴 거야?”

현준이 눈꼬리를 일부러 내려뜨린다. 하지만 입꼬리까지 길게 늘어진 미소가 걸려 있다.


‘그럴 리가 있나. ’


“아니요. 제가 그럴리가요.”

잔뜩 풀이 죽은 팬이 말한다.


“이번만이야. 한번은 눈감아 줄게. 약속.”


현준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새끼손가락을 카메라를 향해 내민다. 수줍은 새끼손가락이 건너면 카메라에서도 비친다.


“저 사실 유투버 시작했어요.”


‘그럼 그렇지.’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던 퍼즐의 한 개가 맞춰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프리카 초원 위의 초식동물을 사냥하듯 나른하게 낮잠을 자는 사자처럼, 모든 것을 다시 관망한다. 펼쳐진 마성의 매력이 커다랗고 느리게 펄럭인다. 호사로운 여유를 누린다.


“방금 모습도 유투브로 올릴 거에요.”


“너만 보라고 한 거였는데”

피식. 비웃음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작은 웃음소리가 공기를 가로지른다. 보이지 않는 매력의 날개가 크게 펄럭인다.




‘조금 더 친절히 대해 볼까?’

현준이 화면을 보며 마성의 웃음을 짓는다. 꿀을 머금은 듯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구독 눌러줄까?”


“아니면 애교 포즈 취해줄까?”



거나한 애정을 머금어 만족스럽게 배가 부른 듯 눈을 나긋하게 감으며, 턱을 괸다. 일면 현준이가 졸려 하거나, 남자 친구 모먼트로 유명한 짤. 특히 야밤에 보면 심장이 벌렁거려서 잠을 설친다는, 꿈에 현준이 나와서 잠을 설치게 만든다는 그 포즈가 나온다. 입술에 꿀을 바른 듯 괜히 번지르르한 빛깔이 반짝인다.


“아악!”

팬이 소리를 지른다.


“그럼 그만할까?”


“아뇨 괜찮아요.”


“그럼 유투브 지금 검색해 볼까!”


현준은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현준 영상통화’를 검색한다.


팬 사인회 직캠 영상, 샵에 들여 화장하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 영상 많이 올렸구나? 여기 좋아요 누르면 되는 거야? 방금 구독했어. 나중에 댓글도 달 테니까 찾아봐.”


“아이디가 뭐에요?”


“알면 재미없잖아.”

현준이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골든 리트리버, 인절미 같은 줄만 알았는데 꼭 영상통화만 하면 밀당을 한단 말이야.


자꾸 더 보고 싶게.’


팬이 속으로 생각한다.


“버블도 더 자주 올려줘요. 버블 한창 자주 올리다가 왜 요즘 안 올려”

팬이 용기를 내서 말한다.


“너랑 이렇게 얼굴 보며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래서 지금 너랑 이렇게 얼굴 보며 이야기하잖아.”


팬은 영상통화 너머로 현준의 입에 발린 얘기가 싫지만 않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하는 말이 엄청 로맨틱하고 다정하게 들린다.


하. 하마터면 또 소리를 지를 뻔했다.

여자는 위험한 상황, 그의 도발을 넘어갈 듯이 즐긴다.


‘좀 더 더뎌. 아직 나는 부족하단 말이야.’

팬이 생각한다.


길쭉하게 늘어진 입꼬리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유독 미묘하게 드러나, 날카로워진, 잔뜩 솟아오른 눈꼬리, 날카로운 콧날, 어느새 이마 중간을 넘는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유혹을 하듯 펼쳐진다.


오늘은 그동안 봉인된 매력들이 무장해제된 듯하다. 한낮의 밝은 형광등 밑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퇴폐하고 관능적인 그는 정말 개미지옥 같다. 해사하게 웃을 때는 갓 태어난 강아지 같기도 하고, 저렇게 나른하게 웃을 때는 밀림의 왕처럼 포효하는 맹수 같기도 하다.



1분을 향해 달려갈수록 팬은 자신의 심장이 뜀박질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팬은 목소리는 더욱 힘없이 떨리고, 얼굴이 붉게 빨개진다. 현준은 한껏 달아오른 팬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한 포식을 한 듯 한껏 여유를 부린다.


“1분 지났습니다.”


“잠시만요.”


현준이 스텝을 제지하며, 말을 건넨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할 말 없어?”


“현준아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

팬이 말한다.


“그거 말고”

현준이 다시 묻는다.


“우리 현준이 앞으로도 꽃길만 걸어”

팬이 대답한다.


“아니. 아까 사과 안 했잖아.”

현준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수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어떤 거?”


팬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게 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팬 미팅을 못 가서 그런 거야?’


“내 앞에 다른 남자 사진은 보여주지 마.”


“좋아하는 건 좋은데, 나한테 걸리지 마. 내 뒤에서 사귀어”


현준은 다시 귀여운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부끄러워한다. 혀끝이 살짝 보일 듯이 입을 작게 오므린다.


“아냐 나는 절대 다른 사람 안 좋아해”


포토카드 속에 나오던 표정에 팬은 환호한다.


‘실컷 마지막에 잊을 만하면 말하다니.’ 뒤끝 있는 현준이 팬은 새삼 귀엽다.



현준은 뾰족해진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다. 모든 시공간을 휘어잡는 그는, 웃는 그 미소가 너무 찬란하리만치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아름답다.



팬은 영상통화가 꺼지자, 의자를 뒤로 젖힌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일 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현준이 오늘 했던 말들을 곰곰이 생각하면, 10분을 만난 것 같다. 밀당도 했고,애교 포즈도 했고, 삐지기도 했고···.


팬은 다시 영상을 돌려보면서 현준의 얼굴을 다시 감상한다. 밝은 조명등을 밑에서도 창백한 그는 오늘따라 넘실거리는 보랏빛 눈빛이 매혹적이었다.


‘내가 어떻게 너에게서 벗어나라구.’


팬은 현준의 영상을 바라보며, 이 모습만큼은 자신이 독차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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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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