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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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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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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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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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The Vampire of Peace(1)

DUMMY

현준은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손거울로 자신을 바라본다.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은 듯, 여전히 기다란 송곳니가 거울 속에 비친다. 피 냄새들이 아직 자신의 몸에 붙어 있듯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인간의 피로 각성한 본성들이 알알이 살아 오른다.


화장기 없는 현준은 모든 색이 탈색된 것처럼 창백하게 그지없다. 늘어지는 입꼬리 사이로 숨겨진 송곳니가 계속 삐죽 나오려고 한다. 현준은 입을 일부러 꼭 다물고, 피곤하지 않지만 억지로 눈을 감는다.


“그때 안 나가길 잘한 거 같아.”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준영이 말한다. 며칠 전에도 잔뜩 술을 들이켜고도 부족했는지, 사흘 만에 타는 비행기에서 매번 와인을 시켜 먹는 것도 부족한 것인지, 따로 술을 먹어 놓고는, 오늘도 다시 비행기에서 와인을 시킨다.


“여기 와인이 맛있거든.”


“호텔에 돌아오는데 주변에 갑자기 경찰차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우리 콘서트 때에도 갑자기 테러가 나는가 싶더라고. 저번에 영국에서도 그런 사고 있었다잖아.”


“사망자가 한 명인데 부상자는 꽤 되었나 봐. 정말 소름 돋았던 게 우리 호텔에 투숙한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거 알았어? 창문에서 사격을 했댔나. 나 이제 무서워서 밤에는 안 돌아다닐 거야.”

하필이면 바로 옆으로 나란히 배정을 받은 탓에 옆에서 준영이 이야기를 실컷 한다.


‘하필이면 바로 옆으로 배정해주다니. 아 새 매니저, 발권 좀 똑바로 하지. 전 매니저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현준은 귀에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에 속이 뒤집힌 현준은 새 매니저의 빙긋거리는 얼굴을 떠올리자 화가 치솟는다.


“너 오늘따라 너무 조용한데?”

준영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심상치 않은 듯이 자신을 관찰한다.


“감기”


현준이 눈치를 보고 에헴, 기침하자, 준영은 매니저를 불러 감기약을 가져오게 한다.


“너무 날씨가 춥긴 했어. 바람이 부니까 완전 겨울인 줄 알았어.”


빙긋거리는 웃음으로 매니저가 감기약을 주자, 현준은 억지로 웃으며 약을 건네받는다. 괜히 으슬으슬한 거 같다는 듯, 현준은 억지로 담요를 덮는다.


현준은 혀로 입안의 송곳니를 만지작거린다. 송곳니가 아까보다 작아진 것만 같다.


“아무리 경호원이 있어도 마음 놓고 못 다니겠어. 안 피곤해서 공원 같이 갔었으면 우리도 죽었을 수도 있잖아.”

준영이 다시 속사포로 말한다.


“너 매일 말하는 거 알아?”

현준이 눈을 감으며 말한다.


“그날은 네가 잠들어서 말 안 해서 겨우 이틀 말한 거든. 잘못했다가 내 목숨이 날아갈 뻔했는데 퓨웅. 목숨은 소중히 여겨야 해”


와인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북미 투어의 중간에 왔는데도 체력이 넘쳐나는 것 같다.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너도 꼭 나를 지켜 줘야 해. 알았지? 배고프다고 나 물면 안 된다. 생각보다 나 여리다고”


“입으로 똥 좀 그만 싸라. 헛소리 좀 작작 해”

현준은 귀를 틀어막으려는 찰나,


“그나저나, 우리 파리 가서 뭐 하지. 진짜 최상의 컨디션으로 봐야 하는데. 전 세계로 생중계하는 건데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야 하는데. 홍삼이라도 더 먹어야 하나.”


준영이 자신을 보며 수다를 떨자,


“더 말하면 죽여 버린다.”

현준은 헤드셋을 끼고 안대를 당장에 걸친다.


준영이 머쓱해서 조용히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는, 가방 안에서 홍삼을 꺼내자 진한 홍삼 농축액의 냄새가 현준의 코까지 흘러들어온다. 현준이 다시 안대를 벗고는 홍삼을 당장 뺏는다.



“이것도 내 눈앞에서 먹으면 죽을 줄 알아”


현준이 준영을 향해 입을 으르렁거리자, 길게 솟아 있는 송곳니가 나타난다. 현준의 넘실거리는 보랏빛 눈빛을 마주하자, 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뜯긴 홍삼 팩을 그대로 들고선 가만히 있다.


“뜯었으니까 당장 먹어버려.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준영은 합죽이가 된 채로 빠르게 홍삼을 털어먹는다.



파리공항에 준영과 현준이 도착하자, 역시나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 있다. 게이트 문이 열리자마자, 빼곡한 사람들과 큰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금방이라도 몰려올 듯하다. 한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둘러싼 경호원으로도 역부족인 듯, 경호원들의 팔 너머로 여러 개의 손이 뻗어지며 아수라장이 된다. 수많은 소음에 얼음이 된 현준에게 편지가 던져진다.


픽, 날카로운 종이가 현준의 얼굴에 쓸린 듯, 뺨이 쓰라리다.


현준은 높아지는 심박수를 참아 가며 겨우 밴에 탑승한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차 안에서 기절할 듯이 현준이 드러눕는다. 차 안의 인조가죽 냄새가 역하게 풍겨 오는 듯하다.


“이번에도 하루 쉬는 거지?”

현준이 묻는다,


“숙소에서 잠시 짐만 풀었다가, 바로 이동할 거예요. 저희 내일 비행기 타고 다시 뉴욕에 가야 하거든요.”

새 매니저가 싱긋거리며 말한다.


“또 뉴욕이야?”

현준이 벌떡 일어나 묻는다. 현준은 재빠르게 송곳니를 다시 감추려고 한다. 시차 적응이 뒤죽박죽이니 한창 밤에 튀어나온 송곳니가 아직도 밖을 향해 까꿍 하고 있다. 아주 작고 뾰족하게.


“이번에 빌보드 무대에 서러 가는 거잖아. 빌보드에서 우리를 불러준다는데 당연히 가야 하지 않겠어? 스케쥴 좀 외우고 다녀라. 무슨 시리도 아니고 매번 매니저한테 물어봐.”

준영이 멘트를 흔들며 말한다.


“너 멘트는 다 읽은 거지?”


“그 자리에서 보면 되는 거 아냐?”


“야 카메라를 바라봐야지. 스크립트에 얼굴 처박을래”


“너보다는 기억력 좋으니까 걱정하지 말지 그래”


너무 많이 붙어 있어서 으르렁 대자, 매니저는 그냥 앞을 바라본다. 괜히 전 매니저가 해외 투어를 따라오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데뷔 때부터 7년 동안같이 했는데 안 따라오는 거면 말 다 했지‘


’좋게 생각하자. 잘하면 내가 잘 끼어들 수도 있을 거 같고‘


새 매니저는 한숨을 속으로 크게 내쉬고는 겉으로 빙긋 웃는다.


파리 정중앙에 위치한다. 본사에 올라간다. 올라가니 거대한 로비에 지구본을 상징하는 로고에 월계관이 둘러 있다.


이니세프, 이니세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외치는 국제기구다.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반ᄍᆞᆨ이는 눈을 하고 활짝 웃는 사진들이 복도에 나란히 걸려있다.


“희망, 세상이 유토피아면 굳이 이런 기구가 있겠어.”


며칠 적 총격으로 피가 흘리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모두가 행복하게 공원에서 불꽃놀이를 바라 보기 위해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한순간에, 언제든지 두 동강 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행복이다. 그토록 깨지기 쉽고 위태로운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희망에 가득한 얼굴이라니

“다, 찰나의 순간들/만들어진 순간들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래지 못할. 근심걱정으로 가득해질 얼굴들이겠지.


커다란 방문을 열자, 넓은 방이 보인다. 넓은 방에 동그란 테이블을 둘러싼 의자와 가구들이 보인다. 세상에 가장 티 없이 밝은 하얀색은 구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듯했고, 모든 가구는 한 번도 더럽혀지지 않은 듯 자그마한 작은 흠도 없어 보인다


빳빳한 정장 위로 구릿빛 체형의 여성이 나타난다. 운동을 자주 한 듯 움직일 때마다 탄력 있는 곡선이 유려하게 빛난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표정과 온몸에 기품이 흐르는 듯 여성이 자리에 꼿꼿하게 앉는다. 가 흐르듯 얼굴과 몸에 기품이 있는 듯하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이니세프 사무총장이에요. 루키즈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최근에 저희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루키즈와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여성은 현준과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이미 홀리기 시작한 듯, 현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최근에 나온 FEVER 곡을 들어보았다면 절대로 희망찬 일에 자신들을 초대하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거대한 팬덤이 필요한 것인가.‘


현준이 속으로 생각한다.


’나의 말을 빌려 모두를 환호케 하고, 나의 눈을 빌려 모두를 매료시키니


그게 바로 뱀파이어의 역할 아니겠어.‘

현준이 눈꼬리를 내리고 활짝 웃으며 답한다. 곱게 접힌 눈꼬리 사이로 눈동자는 형형하게 빛난다.

“당연히 잘할 수 있죠”


“이번에 당신을 위해 스크립트를 써주려고 하는데 한번 읽어 주실 수 있을까요.”

사무총장은 현준에게 대본을 넘기려다, 자연스럽게 손이 닿는다. 차가운 그 열감을 잊지 못한다는 듯 사무총장은 닿았던 손들을 꼭 부여잡으며 더욱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현준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지긋이 바라보자, 사무총장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윽하게 현준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저도 같이 연설할 수 있는 건가요?”

준영이 크게 말한다. 사무총장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준영을 바라보며 화들짝 놀란 듯 정장에 손을 매만진다.


“한번 실무자와 상의해볼게요.”

준영에게 형식적으로 웃고는, 사무총장이 다시 마법에 이끌린 듯 현준을 바라본다.


“저도 영어 스크립트 읽을 수 있어요. I studied English a lot”

준영이 자신 있게 현준의 어깨를 툭 친다.


’거들어 줘야지‘

눈으로 준영이 현준에게 말한다.


현준은 공허한 표정으로 준영을 스쳐 지나가듯 훑고는 다시 스크립트를 읽는 시늉을 한다. 현준은 항상 그랬듯이, 무심하다.


’지 잘난 줄만 알아서. 아니 살갑게 대해주는 친구였을 리가 없지‘


준영은 속으로 현준을 욕한다. 준영은 현준의 어깨 뒤에 꼭 붙어, 영어로 적혀진 스크립트를 바라본다. 한 장, 두 장, 세 장, 페이지를 넘기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검은 글씨들에 정신이 어지러운 준영은 다시 시선을 들어 다시 그녀를 바라본다. 영원히 자신에게 닿지 않을 사무총장에게 시선을 갈구한다.


준영은 7년 전에 데뷔 때로 돌아가는 듯했다. 늘 현준의 옆에서면 자신은 유령이 된 것 같았고, 이 세상에서의 카메오 1에 불과했던 순간. 모든 카메라와 관객들, 스태프들이 현준의 수려한 외모에 이끌려 한마디라도 말을 걸려고 다가왔던 순간이 떠오른다.


’어느덧 7년이 되어가도, 바뀌지 않았나.‘


준영이 쓴웃음을 삼키며 현준과 대표 사이의 비좁은 공간을 텅 빈 눈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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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6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7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1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2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9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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