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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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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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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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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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새봄(1)

DUMMY

새봄은 자신의 방에서 공부한다. 한밤에도 잠을 몰아내려는 듯 형광등과 관중석을 잔뜩 켜 대낮같이 방이 환하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한 줄처럼 새봄은 끝없이 쌓여 있는 문제집이 산처럼 쌓여 있다. 여전히 본 것보다 보지 않은 것이 많고, 보았던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시 시선을 돌리면 모든 것이 백지가 된 듯 기억나지 않는다. 수능이 한 달밖에 안 남자, 두꺼운 채들을 한 번에 먹다가 탈이라도 잔뜩 난 듯이, 속이 체한 것만 같다.


누군가는 ‘운이 좋으면 네가 본 것에서 나올 거고, 운이 나쁘면 네가 안 본 것에서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지만, 그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운이 좋은 편인가?’ 새봄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켠다.



유투브에는 현준과 포아르가 같이 챌린지 하는 영상이 보인다. 피닉스의 신곡 안무를 현준과 포아르가 나란히 추는데, 옆에 다른 멤버들이 있어도 그 둘만이 화면 가득 보인다. 요즘 인기 있는 두 멤버가 나란히 서있는 조합이라니 생소하면서도 정말 하루의 비타민을 다 섭취한 듯이 청량하다.


새봄은 챌린지 영상을 계속 다시 보면서 가죽옷을 입고 짙게 화장한 현준을 바라본다. 현준도 제법 눈웃음이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자기 옷보다 한참 큰 교복을 입은 포아르 옆에 있으니 어른스럽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가죽옷에 진한 화장도 그렇지만, 아담한 포아르에 비해서 키도 크고, 턱선이 날렵하다.


벌써 좋아요가 만개가 넘는다. 댓글에는 현준의 옆에서도 포아르가 밀리지 않는다며, 포아르와 현준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하다.


‘진짜 현준이 뱀파이어인 거야?’


진한 화장을 한 현준의 모습은 그날과도 비슷했다. 라는 컨셉에 맞춰, 스모키 화장을 했고, 피부는 역시나 창백하게 하얬다. 그 모습 그대로 길게 자란 송곳니 사이로 자신의 맺힌 손가락의 핏방울을 사정없이 마셨다.


그날 보라색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났고, 입술을 뚫고 나올 것처럼 길고 날카로웠던 송곳니는 물리면 베일 듯이 잘 버려져 있었다.


저 날카로운 턱선과 잠깐씩 보이는 나른한 미소를 바라보면, 피를 마시고 나서 만족스러워하던 영화 속 뱀파이어들과 비슷해보인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뱀파이어인데”


여전히 카메라 속에서 현준은 누구보다도 빈틈없이 완벽해 보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이 잘생기고 스윗하고 매력있고···. 새봄은 그날의 일들이 꿈이었다는 듯이 현준을 바라보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현준도 알고, 뱀파이어도 알지만, 현준이 뱀파이어라고 누가 상상을 했을까.

주변에 친구들에게 말하면 허언증 있는 아이로 대하거나 애가 수능 얼마 안 남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넘어갈 게 뻔하다.



쇼츠가 계속 반복된다. 똑같은 포즈를 다시 현준이 취하면서 손을 움직이자, 옷 사이에 숨겨진 얼룩진 팔이 슬쩍 보인다. 창백한 얼굴과 달리 팔과 손에 갈색빛이 돈다. 짙은 안개가 깔린 어둠 속에서도 온몸이 짙게 얼룩져 있었다. 그날의 핏방울은 탁하고 검붉게 말라버려 새봄의 손끝에 둘린 밴드 밑으로 스며들어 가, 달라붙는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뻐근해진다. 짙은 안개 속에서 현준이 뱀파이어로 나타난 것이 꿈이 아니라고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피닉스 잘 안 보이네”

어느새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동생이 옆에 앉은 동생이 작은 핸드폰 안에 얼굴이 정말 콩알만 한 만하게 보이는 멤버들을 보며 말한다.


동생은 옆에서 포아르를 보고는 옆에 눌러앉아 수다를 시작하고 있다.


“나는 역시 피닉스가 좋더라. 포아르 귀엽고 잘생겼어. 금수저래.”

수다력이 상승한 동생이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포아르보다 현준이 훨씬 잘생겼거든.”


“현준 성격 안 좋대.”


“루머겠지”

새봄이 똥 씹은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본다.


“아냐 후배들이 인사해도 일부러 안 받아준대.”


“계약 끝나면 튀려고 해서 현준이 한국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반말한대. 나도 맞추는 거 틀렸다니까. 이순신도 몰라서 틀렸대잖아.”


“피닉스 소속사에서 일부러 올리는 거 아냐?”


새봄이 동생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답한다. 현준의 인스타에는 최근에 찍힌 화보들과 무대 사진들이 올라온다. 하나 같이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피닉스는 그런 더러운 거 안 하거든. 탈덕레카가 그랬어”


“너 이상한 유투브 보지 말랬지”


“구독자 10만 명 넘거든.”


“아빠한테 이른다.”

새봄은 현준의 인스타에 있는 한 사진을 바라본다. 전에 한밤에 정원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이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정말 분위기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페인데도 취한 듯 잔뜩 느슨하고 여유롭게 몸을 늘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천상 뱀파이어 같았다. 하얗고 긴 팔과 긴 목,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느슨하면서도 반짝이는 눈매와 입꼬리가 말이다.


“그런데 ···. 아니다.”


“왜 뭔데”

동생이 자신의 옆에 바짝 다가와서 창백한 얼굴의 현준 사진을 본다.


“현준이 뱀파이어닮지 않았어?”

새봄이 말한다.

“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뱀파이어가 한국어 할 줄 알아?”


“당연히 아니지. 정말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현준이 송곳니가 길게 나온 채로 와서는 네 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무찔러야지! 번개 파워.”


번개파워를 하려는 듯 동생이 손가락을 잔뜩 펼치고 오른팔을 뒤로 젖힌다.


“뱀파이어가 다가오지 못하게 꽁꽁 묶어 둘 거야.”


“됐어. 번개파워로 잘도 뱀파이어를 무찌르겠다.”


”누나 그러면 여기 손가락 피 난 것도 뱀파이어가 물어서 그런 거야?“

동생이 검붉은 피로 물든 밴드를 바라보며 묻는다.


”아니야. 이건 다친 거고.“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이 나타나서 총으로 뱀파이어를 파방! 죽일 거야. 아 사람이 아니니까 119에 신고해야 하나? 119면 그냥 잡아만 갈 텐데.”


동생 팔짱을 끼고선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한다.


“누나 뱀파이어가 사람 잡아먹으려고 했으니까 범죄인 거지?”


“교도소도 갈 수 있는 거야?”


새봄은 갑작스럽게 반짝이는 동생이 부담스럽다.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질문 폭탄을 퍼부을 것 같다.


“너 저번에 보고 싶다던 애니메이션 틀어줄게.”


새봄이 거실로 나가, 영화를 결제해주고 방으로 다시 돌아온다. 폭풍우 같은 전조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한숨을 돌리며, 새봄은 멍하니 다시 문제집을 바라본다. 문제집에 있는 글자가 눈에 잘 읽히지 않자, 머리를 꾹 누르며 스트레칭을 한다.


새봄의 결심을 비웃듯, 스마트 워치가 울린다. 낯선 사람에게 메신저가 왔다.

“잘 들어갔어?”


새봄은 메신저가 잘못 온 것으로 생각하며, 다시 문제집을 본다.


“공부하는 중이야?”


연락이 없자, 1분 뒤에 메신저가 다시 온다.


“ㅜㅜ”


“누구세요”

새봄은 인상을 찌푸리며 답장하자, 바로 새로운 메신저가 날아온다.


“나 현준이야.”


새봄은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바라본다.


‘설마 그 현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현준이 있나, 흔한 이름에 새봄은 곰곰이 생각했지만, 예전에 중학교 때 친하지 않았던 친구 한 명만 떠오른다. 새봄은 설마 하는 생각과 갑작스러운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댄다.


“잘 모르겠는데요···.”


메시지의 1이 사라자고, 새롭게 사진이 온다. 밖에서 찍었는지 얼굴이 흐릿하게 나온 사진이 온다. 흐릿한 인영 아래에서도 현준의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보인다.


자신에게 보여주려고 방금 사진을 찍은 것 같은 사진에 새봄의 심장이 쿵쾅대며, 메신저 친구로 추가한다.

‘아니 굳이 사진 찍어서 인증할 필요는 없는데,


“허어 제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금방 사라지는 것 같은 메신저 1이 없어지지 않는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메신저 창을 다시 보다가, 메신저 프로필을 엿보며 답장을 기다린다.


“저번에 골목길에서 줬잖아.”


“아아”


“버블 봤어?”

“아뇨?”


“너 생각나서 버블 올린 건데···.” 현준이 메신저로 묻는다.


새봄이 켜서 버블을 본다.


“다이아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은 거 있죠, 항상 다이아 생각으로 가득해요.”


시크하게 답하는 현준답지 않은 애정표현에 댓글들이 난리가 났다.


“정말 저 생각해서 쓴 거에요?”

새봄이 묻는다.


“그러면 누구 생각하고 썼겠어?”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저 원래 버블 자주 안 봐요.”

새봄이 메신저로 답을 하자,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현준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자, 새봄이 전화를 받는다.


“지금 집이야?”

달콤한 현준의 목소리가 통화기 너머로 들린다.


“네. 집 안에 들어왔는데요.”


“아 그렇구나. 뭐 하고 있는데”

현준이 묻는다.


“방 안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죠”

새봄이 답한다.


“아 그래 공부하는 것도 지겹겠네”


“계속 봐도 외워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이 봐서”


똑똑똑


창문이 두드리는 소리에 새봄은 마음이 서늘해지며, 밖을 바라본다. 가로등의 불빛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창문 위로 현준이 날고 있다. 은은하게 현준을 감싸는 달빛 아래 현준은 창문 밖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면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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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8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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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8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2 0 9쪽
»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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