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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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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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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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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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은밀한 비행

DUMMY


새봄은 이제는 제법 차가워지는 칼바람을 맞으며, 옥상으로 올라간다. 수능이 얼마 안 남은 것처럼, 모든 사람의 시계가 바삐 돌아가고 있어서 독서실 공기는 환기가 안 되고 탁했다. 온갖 매운 음식 냄새들이 잔뜩 배겨 넣은 냄새들이 아직도 몸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옥상에 탁 트인 공기가 얼얼하게 새봄을 반긴다.


“왜 오라는 거야”


새봄은 가방을 짊어지고, 애꿎은 콘크리트 바닥을 휙휙 찬다. 묵혀 있던 먼지들이 흩날리며 다리 위로 달라붙는다. 먼지를 손으로 털어낸다.


“어디 봐”


현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새봄이 뒤를 돌아보자, 언제 도착했는지 꽤 삐딱하게 서 있다. ‘일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현준은 화장기 없는 투명한 얼굴로 서 있다.


“기다리고 있었죠.”


“그렇게 입으면 추울 텐데. 옷 갈아입을 거 없어?”

현준이 말한다. 새봄은 교복 위에 후드집업을 걸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지금도 아주 따뜻해요.”


“후회해도 모른다.”

현준이 삐딱하게 말하며 새봄을 팔로 둘러업는다.


“앗!”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제대로 보여주려고, 뱀파이어가 어떻게 사는지”


“뱀파이어 제대로 못 봤지?”


“저번에 한번 봤는데요.”

새봄이 말한다,


“아 그건 무효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잖아. ”


“또 모기 같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뱀파이어가 어떤지 똑똑히 봐.”


새봄을 안고 옥상 아래로 현준이 뛰어내린다.


“난다”


갑작스러운 낙하에 아래에 추가 달려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떨어지는 것 같다.


촤아아아아아


세찬 바람에 새봄은 눈을 뜨지 못하고, 솟아오르는 빌딩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휘감는다. 새봄의 옷자락들 사이로 들어온 거센 바람은 살을 차갑게 긁는다. 심장이 세차게 뜀박질하자, 새봄은 가까이 있는 현준의 옷을 구원줄인 것처럼 꽉 붙잡는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놀라면 곤란하지”


순식간에 새봄의 몸이 붕 뜨더니 느리게 몸이 높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새봄이 감은 눈을 뜨고 옆을 쳐다보자, 불이 꺼진 건물들이 조금씩 멀어진다.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내가 내키는 대로?”


“자기 마음대로야! 집에 다시 가야 한다고요!”


“통금 있어?”


“가족들이 잠 못 자고 기다린다고요.”

현준은 새봄을 잠시 바라보더니 아쉬운 듯이 속도를 줄인다.


“조금만 기다려 봐”

현준이 말한다.


새봄은 버둥거려도 움직이지 않는 현준의 몸에 포기하고 주변을 쳐다 본다. 모세혈관처럼 불빛으로 연결된 도로들과 그 사이로 평화롭게 가로지르는 붉은 불빛들이 펄떡 띤다. 연기, 소음 모든 것이 다 고요로 뒤덮이고 오직 손과 팔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과 소리만이 남는다. 밑에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고, 옹기종이 모여 있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얼마 가지 않아 언덕 위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가 나타난다. 현준은 가장 높은 건물 위로 내린다. 기울어진 지붕 위에 현준은 아슬하게 비스듬히 착지하고, 새봄을 조심스럽게 지붕 위로 새봄을 올려 둔다. 새봄은 기우뚱한 몸을 곧추세운다. 미끄러운 타일 위로 새봄이 발로 디딘다.


“여기 경치 예쁘다.”


현준은 값비싼 옷을 입고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지붕 위에 앉는다.


“먼지 많이 쌓인 거 같은데”

새봄이 투덜댄다.


“그냥 앉아”

현준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자,


결국 손으로 먼지를 대충 털고, 자리를 앉는다. 가방 안에 휴지가 없어서 결국은 종이 하나를 꺼내서 대충 깔고 앉는다.


“야경 멋있지? 저기 달이 건물에 걸려 있어. ”


“우리 집에서는 100층 넘는 타워도 보이는데요”



삼각 지붕 위에 새봄이 아슬하게 걸터 앉는다. 완만한 각도에도 새봄은 타일에 몸이 미끄러질까 봐 아래를 계속 쳐다본다. 서늘한 날씨에도 손에 땀이 고인다.


어디 붙잡을 곳이 없나 손가락이 먼지 쌓인 지붕을 더듬거린다. 손이 먼지들로 텁텁하게 느껴져도, 여전히 손에서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지붕이 무섭다.


현준이 새봄에게 자신의 팔을 내민다.


“잡아”


“왜요?”

새봄이 묻는다.


“떨어질 때 물귀신처럼 매달리라고. 떨어지면 다시 날면 되니까. ”

현준이 바깥에 달을 바라보며 말한다.


새봄이 조심스럽게 현준의 손가락을 잡는다. 살이 없는 듯 기다란 손가락의 뼈가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피부는 마치 비단처럼 솜털 하나 없이 촉촉하고 매끈하다.


“아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구름이 너무 많아졌어. 가을인데도 구름이 너무 짙어진 거 봐. 별이 하나도 안 보이잖아.”

현준이 말한다.


“서울에서 별을 어떻게 봐요.”


“우리 집에서는 봐”


시릴 정도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이 새봄의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피 먹기 딱 좋은 운치인데”


새봄은 현준이 일부러 떠보는 것 같아, 옆을 바라본다. 현준은 상념에 잠긴 듯 먼 곳을 바라 본다.


“아 또 피 얘기 했네”

현준이 희미하게 웃는다.


“너 저번에 되게 축제 때 불만스럽게 쳐다 보더라?”

현준이 말한다. 새봄의 마음속에 갑자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온 것 같다. 파르르 작은 날갯짓이 심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간다.


‘아, 진짜 나를 알아본 거였어?’


새봄은 갑작스럽게 찬 바람 속에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기억이 잘 안나는데요.”


새봄은 현준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앞을 똑바로 바라본다.


“다들 완전 넋이 나갔는데 혼자 뾰로통해서는.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튀더라. 어떤 안티가 일부러 왔나 싶어서 쳐다봤는데 너던데”

현준은 그런 새봄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미운 짓만 골라서 하니까 그러죠.”


“내가 어떻게 피 얻으려고 아빠한테 떼를 썼는데. 맛없다고 그럴 수가···!”

새봄이 투정한다.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돌리자, 현준과 마주친다.


“피 마셨어.”

다시 현준이 맑게 웃는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느리게 유영한다. 멀리 퍼져 나간다.


“고마워. 맛없긴 한데. 어쨌든 또 버틸 수 있겠지”

현준의 칭찬에 새봄은 다리를 괜스레 움직이며 현준의 팔을 붙잡은 손을 꼼지락거린다.


“근데 피는 왜 마시는 거예요?”

새봄이 묻는다.


“유전이야”


‘칫.’


“손이 되게 차요.”

새봄이 만져진 손을 가만히 바라본다.


“음지가 원래 춥잖아. 가을치고 너무 추운데. 한번 안아 봐도 돼?”


“아이 진짜 속내 진짜 음흉한 거 봐.”

현준이 새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새봄이 잡고 있던 현준의 팔을 뿌리친다.


“그냥 해본 말이야.”


“나름 비싼 몸이야. 나중에 프리 허그 하려면 얼마를 써야 하는데”


“하여간 생색 하나는 알아줘야 돼. 연예인 아니랄까 봐”


새봄은 서운함을 마음속에 꾹꾹 누르고, 앞을 쳐다본다. 조금 전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았던 길거리 사람만큼이나 현준에게 작게 보일 것 같다. 자기가 을이라고, 잊을 만하면 다시 떠올리게 한다.



텅 빈 하늘 앞에 갑자기 현준의 얼굴이 가까이 들어온다.



“그러면 지금은 연예인일까 뱀파이어일까”



새봄은 깊은 바다와 같은 현준의 눈빛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아···. 어둠 속에 잔뜩 커진 눈동자 속으로 빠져들어 가,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그 안에는 모든 순간이 멈춰, 자신의 몸이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


익숙한 느낌이다. 축제 때 사로잡혔던 그 느낌.


“거봐 대담 못 하잖아”

현준이 씩 웃자, 거짓말처럼 조금 전 꽉 막히는 듯 온몸을 사로잡던 무게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방금 이거 뭐에요?”

새봄이 묻는다.


“뭐긴 내 매력이지.”


“너도 나한테 홀린 거야.”


현준이 느긋하게 웃으면서 의기양양하게 쳐다본다. 너도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마음 준비하기 전에 하는 건 반칙이지‘

새봄이 생각한다.


“아직 안 홀렸거든요. 사과받아내기 전까지 반하지 않을 거예요.”

일부러 새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입을 꽉 깨물고 눈을 크게 뜬다.


“불리하니까 또 이야기 꺼내는 거 봐”


“계속 말 돌리는 거잖아요.”


“아까 고맙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피는 어떻게 할 건데요?”


“네가 주면 되잖아!”


“그걸 고치겠다고요”


“너무 나를 믿지 마. 언제 변할지 모른다고”


현준의 송곳니가 길어지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새봄은 속으로 숫자를 세며 현준의 눈을 피한다.


“저 송곳니로 목을 물 수 있는 거 맞아요? 너무 둔탁한데”

새봄이 말한다.


“다 뚫을 수 있다고”

현준이 힘을 줘 말한다.


“피곤하니까 집에 빨리 데려다줘요!”

새봄이 눈을 감는다.


“하여간 제멋대로인 아가씨라니까.”


현준은 혀를 내두르며, 지붕 위에서 일어선다.

“내일도 나올 거지? 더 좋은 데 보여줄게.”

현준이 기다란 손을 다시 내밀고, 새봄은 그 위에 손을 살포시 얹는다.


“아니 나한테 안겨야지”

현준이 짓궂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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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8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8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2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0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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