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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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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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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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 Bloody(2)

DUMMY

언제나 인간을 내려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현준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뾰족한 송곳니를 고스란히 느끼며 비행을 한다. 정면으로 마주쳐야 볼 수 있는 보랏빛 눈빛이 넘실대며 어둠 속을 활보한다.


듬성듬성 인간들의 머리가 자리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은 머리와 바람결에 나부끼는 머리, 움직이지 않는 인간의 머리. 수많은 호롱불같이 위태로운 빛에 음영으로 조각된 인간은 무리를 지어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


인간무리에게 가까워질수록, 인간만의 독특한 짙은 냄새로 공원이 가득 찬다. 기다란 털로 뒤덮이지 않아 고스란히 땀과 기름 냄새가 풍기는 향. 청량하고 싱그러운 풀과 땅의 내음이 숨은 자리에, 인간의 냄새가 자리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향수의 향과 차가운 저녁 속에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음식 냄새가 보잘것없는 인간의 자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재잘대는 목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 풀밭 위에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컹컹,


강아지 한 마리가 짙은 어두운 하늘 속에 숨은 현준을 바라보며 컹컹 짖는다. 인간무리는 여전히 강아지의 호기심에 무관심 해하며 다시 각자의 수다에 삼매경에 빠져 있다.


강아지의 은밀한 경고에도 살금살금 현준이 속도를 늦춰 인간을 향해 다가간다. 뒤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사이로 밝은 점박이들이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진다.


인간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펑펑 땅을 흔들 것 같은 소리가 나는 그곳을 향해 몸을 튼다.



환하게 밝아지는 밤하늘에 인간들을 구경한다. 하나같이 쏘아 대는 폭죽들에 눈을 떼지 못하자, 현준이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비슷한 색들이 폭죽이 길게 솟았다가 점점이 수놓았다가 어지럽게 장난을 친다.


주위가 갑자기 불꽃으로 환하게 물들인다. 현준은 바람에 맡겨 몸을 두둥실 뜨면서 불꽃을 바라본다.


‘인간들은 쓸데없는 거에 공을 들인단 말이야. 나쁘지는 않네.’


‘저렇게 조그만 별에 야단이래. 은하수가 더 예쁘구먼.’


현준은 검은 하늘 위로 새하얗게 눈이 멀 것 같이 하얗게 반짝이던 은하수를 생각한다.


‘아, 익숙한 냄새 찾으러 왔지’

약간의 메케함이 섞인 그 냄새,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서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비슷한 냄새가 날 것 같은데,


현준은 인간무리 몰래 나무 위에 앉아 그들의 냄새와 소리를 들으며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익숙한 냄새를 찾아다닌다.



“탕”


아주 가까이서 또 다른 폭죽 소리가 들린다. 허공을 가르며 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밤은 어두컴컴하다.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자신을 향해 다시 불어온다.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던 인간의 체취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새로운 냄새가 난다.


“타탕”


폭죽 소리가 다시 한번 나자, 인간들의 아우성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쓰러진다. 곧이어 익숙하지만 달콤한 향이 솟아오른다.


사람들이 도망치자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익숙한 냄새가 들어온다. 화약과 불이 만들어낸 미묘한 화약 냄새. 그 주위로 피의 냄새가 짙게 풍기며 인간의 체취, 밤의 습기, 자연의 청량함을 모두 뒤엎는다.


‘이 냄새를 잊을 수 없지.’

현준이 비릿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다시 피를 맛보고 싶다. 짐승의 피가 아니라, 인간의 피로 맛보고 싶다. 개울 샘에서 목마른 짐승이 물을 급하게 축이듯이 현준은 당장 피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고기에 붙어 있는 피 몇 방울을 눈곱만큼 입 안에서 조심스럽게 핥아 먹는 것이 아니라, 잔뜩 피를 머그어 꿀꺽꿀걱 식도를 타고 피의 폭포가 액체가 위장으로 시원하게 내려갔으면 좋겠다. 분명 저곳에는 피의 웅덩이로 축제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주위에 인간들은 모든 것을 다 내팽개치고, 그대로 멀리서 바라보는 불꽃과 정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저 멀리 공원의 입구를 향해 주위에 사람들이 우글대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빨리 오라는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리고, 어린아이는 무섭다고 크게 울고, 우는 목소리에 혹시라도 총을 맞을까 봐 어른은 몸을 숨긴다. 나무 속으로 숨어 들어가다, 주위로 간다.


현준은 가장 커다란 나무 위에서 인간을 내려다본다. 두터운 나뭇가지 사이로 인간의 가쁜 숨소리와 뜨거운 입김, 불안과 공포가 서려 있는 듯 조용하고 빠르게 재잘대는 소리와 기묘한 적막이 꼭대기까지 올라온다.


경찰이 오지 않은 시간,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잊고 있었던 그 향.


금단의 향기가 흘러들어온다. 살아서 숨을 쉬는, 꿈틀대는 인간의 향기.


현준은 다시 이제 남겨진 물건들이 뒹굴고 있는, 텅 빈 공원으로 날아간다.


타 타당.


어둠 속에 인간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폭죽 소리가 따라간다. 또 다른 피의 냄새가 나타나지는 않고, 타 다당 소리와 인간들의 소리가 어둠 속에 뒤죽박죽이 된다.


또 다른 곳에서 피의 향기가 몰려온다. 아까보다 더 풍성하고 진하고 산뜩하다.


‘딱 한 모금이면 되는데’


현준은 인간의 냄새를 약간 떨어져서 감상한다. 거리는 멀지만, 땅에 발이 닿을 듯 가까이 내려와 있다.


아직 죽지 않는 듯 인간에게서 가쁜 숨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내려온다. 자신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듯 어둠 속에 혼자 고립되어 절규의 눈물을 흘린다. 총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고통에 손을 거기에 가져다 대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른다.


아아아악


조금씩 힘이 빠지는 듯 풍부해지는 피와 반대로 인간의 힘이 조금씩 빠지는 듯 고통 소리가 더 작고 힘없어진다.


‘죽을까.’ 아니 아직 인간의 숨소리가 강하게 느껴진다. 다리에 붙은 총상만으로는 아직 피를 다 죽기엔 너무 먼 곳에 맞았다. 현준은 아쉽지만, 눈을 그곳에서 뗄 수 없다.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다리다 지친 현준은 공중 위로 올라가 피 흘린 인간들의 주위를 뱅뱅 맴돌며 주위를 바라본다.


‘이 사람들은 죽을까, 살까,’


지금 극도의 공포감 속에 일그러진 표정들 죽을 것이라는 공포가 깃든 표정들이 어둠 속에서 보인다.


‘인간들이 도착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현준은 팔딱 살아 움직이는 인간을 관찰하다 다른 곳으로 떠난다. 짙고 강렬한 피의 샘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아마, 위독하겠지.’

아직 숨이 붙어 있다. 그 가냘픈 희망이 사실이 될까, 아니면 행운이 아깝게 당신들 앞에서 넘어질까. 아니 당신들이 아깝게 행운, 희망을 붙잡지 못하고 아깝게 먼저 숨을 거둘까.


인간의 피가 현준을 향해 유혹한다. 현준은 인간의 피 짙은 향을 뿌리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인간에게 다가간다. 어둠 사이에서도 조금씩 파리해지는 입이 보인다. 움직임이 줄어든다. 인간의 옷이 빨갛게 물들고 주위가 피로 흥건하다.



코앞까지 다가간다면, 벌써 현준의 코는 짙은 피로 얼얼해질 듯 마비가 될 것 같다. 여전히 팔딱팔딱 밖으로 솟구쳐오르는 피의 샘이 눈에 생생히 보일 것만 같다. 현준은 입맛을 다시며 긴 송곳니를 혀로 한번 훑는다.


오늘 자신이 죽을 줄 몰랐던 인간은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어차피 죽을 텐데, 마지막 선행을 베풀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동물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적막이 흐른다.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본다. 커다란 나무 사이로 여러 눈이 반짝인다.



짙은 피의 샘은 현준을 유혹한다.


피의 향이 중요하지 않다. 피의 달콤하지만 비린 향이 바람을 타고 넘실거리다 못해, 주위를 휩쓴다. 강렬한 갈증이, 배고픔이 솟구친다. 조그만 짐승의 피로도 만족할 수 없는. 몇 주째 잊고 살았던 그 맛과 향.


‘아, 내가 어떻게 이것을 잊고 살았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휩싸인 듯 현준은 저절로 한 걸음씩 날아간다.


발끝에서부터 알알이 깨워지는 뱀파이어의 본능이 더욱 펼쳐줄 준비를 한다. 어둠의 날개를 어둠 끝까지 닿을 듯이 펄럭일 준비를 한다.


‘곧, 저 피는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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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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